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베르게르 모헬이란 인간의 주는 충격. 그 위명의 시초는 어디였을까?
아마 수많은 전쟁 이력들이 있겠지만, 정작 가장 큰 승리를 가져왔던 100일 공세 같은 경우는 비교적 크게 평가받지 못한다.
되려 세간이 더 높게 쳐주는 아라스 전투 같은 경우는 전차 이전의 전쟁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평가받는다.
의외성.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그 충격적인 모습이 아마 나라는 인간을 가장 부각시켜준 점이 아닐까.
결국 여태껏 내가 벌여온 모든 일의 근원. 전간기의 오랜 전쟁 준비.
이 모든 것은 남들이라면 하지 않을, 오직 이 베르게르 모헬이라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했던 결과처럼 보이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전장보다 나라는 한 사람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 와서는 절대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알맹이가 밀리는 프랑스한테는 매우 좋다.
난 아직 한창 뛰어다닐 현역이고 그 덕에 프랑스의 패권에는 새로운 동력이 되어줄 수 있을 테니.
마찬가지로, 이번 전투에서도 의외성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것이 새로운 전술이든, 전례가 없던 전과이든, 그도 아니면 압도적인 사상자 비율이라도 말이다.
허나 밑천이 털려도 수십 년 전에 털렸던 난 더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만한 게 없다.
다만 잽스를 유심히 살펴보니, 새롭진 않아도 다시 한번 되새겨줄 만한 전투는 될 수 있어 보인다.
‘압도적인 전력 차.’
아마 미군 애들이 와서 싸워도 어린애 손목 비틀 듯 이기겠지만 이미 삽질한 경력 때문인지 스스로의 힘도 제대로 파악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큰 전투가 될 만주를 일부러 내가 직접 찾아왔다.
다시 한번 세세한 야전 지휘를 하려니 손에 땀이 쥐어진다.
긴장이라기보단 단순 흥분감에 가깝다.
“예전에는 선제 타격하려면 어떻게든 유리한 고지 점령이 필수였는데, 제공권이 있으니 다 필요가 없군.”
어중간하게 승리할 생각은 없다.
“각하, 주요 도로, 거점, 방어시설과 통신망까지 파괴 완료되었습니다.”
“공수부대 투입. 곧장 전차가 선두를 뚫고 포병은 거리 두고 붙여. 어차피 물러날 일은 절대 없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어중간하게 항복 받아낼 생각이 없다.
페탱과의 대화처럼 결국 나라는 인간이 가진 대외 이미지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전쟁귀라는 모습뿐이니까.
“보병사단은 기갑이 지나간 자리의 잔여 병력 소탕에만 힘쓴다. 배열만 흐트러지지 않으면 설령 기갑과 거리가 벌어져도 괜찮아.”
기갑은 자유롭게 전후퇴가 가능하고 언제라도 방향을 돌릴 수 있지만 이와 달리 숫자가 많은 다른 병과는 다르니까.
“전차를 어디까지 먼저 보내시겠습니까?”
“일단 공수부대와 기갑이 만나는 시점까지는 가야지.”
앞뒤에서 동시에 전투가 터지면 그 사이 병력은 당연히 포위되었다고 여기고 어떻게든 현재 위치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길 마련.
‘통신도 부실해서 다른 곳에서 상황을 알려줄 리 없지.’
적이 직접 공수부대를 볼 필요도 없다. 뒤통수에서 교전 소리만 들리게 만들어도 제 위치를 지치긴 불가능에 가까울 터.
이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나 적이 대응할 틈이 없어야만 한다.
여타 동맹들을 이끌고 왔다면 힘들었겠지만.
“6사단, 진격.”
장인의 도구는 따로 있는 법이다.
***
이미 연합군에 대한 소문은 저 위 지휘관부터 아래 병사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괴물 같은 놈들. 전쟁이 끝나면 사람의 피로 목욕을 한다지!’
‘두 달도 안 되어 대륙을 점령한 놈들이다. 선제공격만큼은 죽어도 안 돼.’
그래서일까, 적에 대한 두려움을 현장에서는 더 강력한 언어로 억누르려고 했다.
“잊지 마라! 적이 빠지는 순간 기관총은 전부 마차에 실어야 한다!”
“도망치는 적만큼 이기기 쉬운 상대는 없다!”
“우린 여기서 단 한 발짝도 안 움직인다!”
방어를 하는 입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언제나 성공적 반격 이후까지 고려한다.
‘딱 한 번만 막아 내고, 도망치는 적을 때릴 수 있다면!’
정말 그게 가능하다면, 설령 이후 만주에서 물러나더라도 본토전만큼은 아무리 연합군이어도 무리이지 않을까.
갖가지 계산이 깔린 첫 교전은 꽤나 많은 것이 걸려있었다.
드드드.
그 말인즉, 땅 위의 먼지들마저 긴장시키는 저 검은 물체들을 어찌 되었든 막아야 한단 소리였다.
“철갑탄 준비!”
“준비!”
“쏴!”
나름 프랑스군에 대해 연구한 이력이 있던 황군이 그들의 전차에 대한 대비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고폭으로 정확히 움직이는 전차의 상부를 터트리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보다는 직사로 37mm 철갑탄을 쏘는 것이 정답이다.
발사음. 그리고 날아가는 두 번째 폭음까지 완벽한 궤도를 그리던 직사포의 철갑탄은 전차에 명중했다.
까아앙.
“…터졌어?”
“포, 포탄이 터졌다!”
허나 터진 것은 철갑탄이 아닌 포탄이었다.
“다, 다시! 더 큰 철갑탄을 쏴야 한다. 3식 75mm 준비!”
“대전차포 준비 완료!”
“준비되는 대로 쏴!”
“쏴!”
일본 순수 야금 기술로 제작된 75mm탄. 정확한 조준에 전면 장갑에 정확히 충돌한 두 번째 탄은.
까아아앙!
또다시 터져버렸다. 무려 두 배나 더 큰 철갑탄조차 르노37의 장갑을 뚫지 못한 것이다.
“병신들, 탄두에 텅스텐 대신 알루미늄 넣은 거 아냐?”
“저 정도는 셔먼 전차도 못 뚫겠는데요?”
“그냥 무시하고 밀어.”
곳곳에서 들리는 기갑을 두들기는 총탄 소리. 수많은 탄환이 기갑을 노크했으나 르노 전차들은 장갑이 활짝 열리는 대신 생테티엔제 포탄으로 답했다.
지상의 적 기갑 저지력을 전투 시작부터 상실한 일본군.
이럴 경우 피해가 크더라도 무조건 공중 지원을 불러 폭격으로 막아야 했으나.
“적 폭격이다! 고개 숙여어!”
아쉽게도 하늘에는 일장기를 단 항공기가 단 한 기체도 없었다.
일본군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적의 보병이 기갑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보조 병력을 제외하면 적의 대규모 보병 사단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
“위, 위치를 지켜라! 적 보병이 아직 오지 않았으니 전차로는 우릴 다 죽일 수 없어!”
“도망치면 즉결처형이다! 전부 자리를 지켜!”
아직 항전 의지가 남은 이들은 공포를 공포로 억눌러서라도 전투를 이어가려 했다.
투두두두.
등 뒤에서 기관총 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적 보병이 아직 안 왔다며!”
“안 온 게 아니라 우릴 안 마주친 거야? 그럼 이미 우리 뒤에 있다는 소리잖아!”
“젠장, 포위를 뚫고 도망쳐야 한다! 적이 포위했다!”
군사적 식견이 있다면 상황의 심각성을, 없다면 막연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뒤쪽에서 들리는 교전음.
“도대체 언제 우릴 지나친 거지?”
“뭘 지나쳐! 다른 곳이 뚫린 거잖아!”
이 와중에도 권총을 들이밀며 위치를 고수하라는 지휘관은 없었다.
“좆됐어! 좆됐다고! 어떻게 단 하루도 못 버티고 뚫린 거지?”
왜냐면 그들이 누구보다 먼저 도망치고 있었으니까.
딱히 상부에서부터 절차를 걸쳐 내려온 명령이 아님에도 전선이 북중국 해안가 전선이 밀려나는 상황.
당연히 이를 두고 볼 모헬이 아니었다.
“빅터, 기갑 선두를 이끄는 게 윌리암 페르였지?”
“그렇습니다. 본인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습니다.”
“무전 때려. 적 사살보다는 진형 붕괴만 하고 지나가라고.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아무리 도망치는 속도가 빨라 봐야 기술의 결정체인 전차 앞에서 도망칠 수 있을 리 없다.
우연히 수풀과 비탈에 숨어 지나가길 기다리던지.
“선탑, 보이는 대로 갈겨!”
“알겠습니다!”
아니면 전차 보조 무기에 몸이 찢겨 나가던지.
그렇다고 전차가 지나간 자리에 살아남은 이들에게 생존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들을 지나간 전차의 꽁무니를 따라 도망갈 순 없으니 사방으로 방향도 확인하지 못한 채 도망간 이들을 제외하면 다수는 그냥 그 자리에 남겨졌다.
“지금 우리…. 적한테도 버려진 건가?”
“무시하고 지나간 게 아닐까.”
허탈함보다는 살았다는 안도가 눈물과 함께 쏟아져 나올 때.
고개를 들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전보다 더 많은 숫자의 적이 보인다.
“…적 보병이다.”
“…….”
다시 곳곳에 떨어지는 포탄. 고폭탄. 적 박격포가 틀림없다.
“씨발….”
일말의 항전 의지조차 이미 사라졌지만 적은 일단 쏘고 보고 있다.
그저 운 좋게, 적이 항복을 받아주길 바랄 뿐.
이미 기갑이 쓸고 간 황군에게 저항이란 더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되어버렸다.
육전 시작 후 단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
안타깝지만 포로는 언제나 진격하는 입장에서 참으로 골치 아픈 존재다.
무기를 소지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는 순간에도 목숨이 오가는데 우리 애들이 ‘혹시 저항할 의사가 남아있으십니까? 있다면 불어로 답이 가능하실까요?’라고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지 않겠나.
그러니 아시아에서 전쟁 학살은 최대한 줄이기로 마음먹었지만, 이번만큼은 교전 수칙을 살짝 바꿨다.
적이 움직이면 죽이고, 안 움직이면 살린다.
비록 빅터처럼 불순한 놈은 ‘어, 그러니까 잽스는 죽어서 못 움직이게 하시겠다구요?’라고 반문하지만 난 이게 맞다고 본다.
폭격이 끝난 뒤, 확고한 제공권 아래에 곳곳에 공수부대가 투입되고, 한번 기갑이 쓸고 지나가며 보병까지 도달하고 나면 내게는 매일같이 수천에서 많게는 만 명이 넘는 포로가 손에 쥐어진다.
그럼 내가 이들을 일일이 수용소 지어서 안에 넣고 잘 관리하느냐? 당연히 아니지. 그럴 시간이 어딨어.
“적당히 포장해서 뒤에 오시는 분께 선물로 남겨놔라.”
페탱 원수님이 알아서 처리하시겠지. 이건 어쩔 수 없는 짬이다. 내가 귀찮고 나빠서 떠넘기는 게 아니라는 말씀.
드물게 기갑이 오는 것을 못 기다리고 먼저 튀어나와 돌진하는 적이 없진 않았으나, 그들의 신세가 장갑 못 뚫는 철갑탄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터져버리기만 할 뿐이지.’
두꺼운 장갑은 잘만 표면경화 처리하면 철갑탄에게 상상 이상의 반발력을 보여준다.
적이 전차를 막는 방법은 쌍팔년도 드레드노트 스타일. 그러니까 거대한 화포로 대구경 철갑탄 때려박거나 표면경화 처리된 장갑의 강도를 뛰어넘는 철갑위력뿐인데, 그럴 능력은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전차를 막는 적이 없다.
정말로 조금의 막힘도 없이 우린 진격해 나갔다.
우린 나흘 만에 황해 안쪽 거대한 만의 끝, 진저우에 도착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속도군.”
“보병 애들은 행군만 하면 승리해 있는 꼴입니다.”
본래라면 페탱의 본군과 너무 떨어졌으니 당연히 방향 틀 준비를 해야 했지만.
“우린 적군 종심을 향해 나아간다. 새로운 폭격 위치와 함께 공수부대 투입 좌표 찍어서 보내.”
“저희만으로 말씀이십니까?”
“언제 본군을 기다려.”
보따리에 구멍 난 산타클로스처럼 뒤에 선물 줄줄이 남기고 왔잖아. 그럼 본군도 그거 받아먹으면서 잘 따라오겠지.
이 만주괴뢰국에도 꼴에 나라라고 지켜야 할 수도가 있는 모양.
일단 수도는 신경이란 곳이고 여기를 기점으로 조선, 만주, 북중국까지 철도를 발전시켜 왔단다.
“적이 빠르게 후퇴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혹시나 종심 타격을 피하기 위해 후퇴하면, 바로 신경으로 간다.”
어차피 거기 뒤로는 후퇴할 곳도 없잖아. 바다로 빠져나갈 수도 없는데 어디로 피할 건데.
어째서인지 물량의 일본군, 우라 돌격과 견줄만하던 반자이 돌격의 목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지 않는다.
“아직 겉핥기식으로 해안에서 싸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충분히 들릴 만큼 진입하지 못한 걸까.”
“그냥 다 죽어서 소리를 못 내는 거 아닐까요?”
“에이, 설마.”
그래도 일본 최후의 군대잖아. 저놈들은 황국의 판돈을 등에 업고 여기까지 온 놈들이라고.
“가서 직접 물어보면 뭐라도 답하겠지.”
설마 나 한창 대전쟁 뛰던 시절처럼 운과 확률에 목숨 걸고 야전 나왔겠냐고.
적 지휘관이 누구인지 아직 모르지만 그럴 리 없다고 난 단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