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루스벨트는 죽기 직전 나와의 약속을 지켰고, 생산된 8발 중 절반을 우리에게 양도했다.
양도 받았으니 일단 미국에서 새로운 함선을 인도한다는 이유로 항모까지 붙여서 가져오긴 했는데….
“들켰겠지?”
“2년도 잘 숨긴 겁니다. 이쯤 되면 NKVD도 모를 수가 없을 겁니다.”
“파요레 국장은 언제부터 소련이 눈치챘다고 보는가?”
“음, 일단 예산 투입 과정이 사금융이 아닌 국가 세금이었기에 거기서 일차로 걸렸을 테고, 전후에도 막대한 인력, 자원이 들어갔으니 중요한 일임은 눈치챘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운반 과정까지 하면… 폭탄의 정체까지는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막대한 자원을 끌어다 쓴 거치고 2년 숨겼으면 선방한 건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더는 숨기기 어렵다면, 우리가 먼저 까야지.”
스쳐가는 생각이었지만, 이런 가정을 한 적도 있었다.
차라리 소련이 핵무기를 만들기 전에 먼저 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그러나 단순히 위협이 된다고 전쟁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핵무기 개발한다고 전부 싸울 순 없잖아.’
그러니 본래 루스벨트 대통령과 사전 합의했던 대로, 난 이 핵무기를 오직 정치적 산물로만 사용하기로 했다.
프랑스 본토로 폭탄이 도착하자마자 난 샤를을 불렀다.
“이렇게 따로 불렀다는 건 또 법 개정인가. 다음 임기를 위해서라도 바꿀 때가 되긴 했지.”
군축이 끝나는 순간 자신들의 차례라는 것을 잘 아는 오를레앙 당 의원들은 서서히 자신들의 색을 찾아가고 있었으나 아직은 샤를의 아래에 있었다.
“개헌을 하긴 해야지.”
“어찌 할까. 3선 제한을 없애고 국민 투표로 임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근데 지금은 아니야.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샤를 자네, 대통령이 되어볼 생각 없나?”
“…뭐라고?”
포슈 원수님은 자신을 대체할 사람들을 키워냈고 페탱 원수님은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히 물러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난 나를 대체할 사람을 아직 키워내지도, 내 빈자리를 채울 방법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이때 문득 드는 의문.
프랑스가 나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 그건 패권과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온 산물이다.
국가방향성? 앞으로 전쟁이 없다면 딱히 극단적으로 집약된 권력이 필요한가?
결국 하나다. 안보와 전쟁.
이 나라가 베르게르 모헬을 필요로하는 경우는 물리적 힘이 필요할 때다.
그리고 이것은 대체 가능하다.
바로 핵무기로.
“다음 대통령, 너가 해라.”
그렇다면 굳이 꾸역꾸역 개헌까지해서 자리를 지킬 필요는 없지.
이것이 내가 핵무기에서 발견한 가장 큰 가치였다.
***
‘…나도 끝인가.’
오랜 친우이자 상관이자 존경하는 인간이 자신의 자리를 선뜻 내민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
“숙청이군….”
과거 모헬을 대신해 숙청을 할 선배님들이 계셨지만 지금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심지어 베이강 원수님마저 숙청에 가까울 만큼 군축을 진행하고 계시고 그분은 일단 군인. 내각에 선뜻 손대기 어려우시다.
혹시나 자신을 시험하는 함정인가 싶었으나 그가 아는 모헬은 그런 장난질로 사람을 농락하는 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답은 하나.
“…나도 깨끗한 손으로 떠나긴 어렵겠군. 후우, 여기까지도 높게 올라온 거지. 알겠네, 내가 하지. 자네 후임으로 내가 들어가서 다 쓸어버린 뒤 사임하고 다시 자네가 정권을 잡으면-”
“뭔 개소리야.”
“다 이해했으니 에둘러 말하지 않아도 되네. 내가 사임하면 개헌 없이도 자네가 다시 21년을 집권할 수 있네. 다만 하나만 약속해주게. 내 안위를 보장해주겠다고.”
그제서야 본인도 이런 강요를 하고 싶지 않았는지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는 모헬.
설령 저 모습이 거짓이라 한들 드골은 마음속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것이 자네와 조국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서로가 괴로운 상황.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고, 모헬의 입에서 저 말이 나왔다는 의미는 필수적인 일이라는 뜻이리라.
“야.”
“왜 그러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7년. 한 번만 해. 어차피 네놈이 민간 여론부터 내각, 군부까지 다 하나로 통합해서 이끌 거라고 기대 안 하니까.”
“…7년이나? 길어봐야 3년. 짧으면 1년 안에도 끝낼 수 있네만.”
“시끄럽고 들어. 7년 간은 뒤를 봐주마. 대신 그다음은 가스파르한테 넘기고 너도 빠져나와. 너를 마지막으로 군사 정권은 끝이다.”
대화를 머릿속에서 빠르게 리플레이하며 분석한 드골은, 핵심은 다 말했다는 듯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 모헬을 보며 그의 말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임을 깨달았다.
“…자네 미쳤나? 지, 지금 떠나겠다고? 설마 조국을 버리겠단 건가!”
“뭘 버려. 페탱 원수님마저 갔으니 나도 좀 쉬어야지. 생각해보니 그 양반 5년 더 살았으면 다음 임기까지 할 뻔했네.”
당수인 자신도 처음 듣는 이야기.
아마 이제 막 구상을 마치고 꺼낸 계획 같은데 드골은 떨리는 눈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나, 난 못 해. 아니? 안 해! 진짜로 나보고 네놈 자리를 채우라고? 그게 가능하겠냐!”
“그럼 시발 나보고 죽을 때까지 하라고? 나보다 젊은 너가 이어서 해야지.”
“한 살 차이잖아!”
“살아온 인생의 농도가 다르잖아, 농도가.”
틀렸다. 모헬이 마음먹은 이상 이건 멈출 수 없는 재앙과도 같은 거다.
‘국민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설마 오를레앙 당의 자연스러운 분열을 바란 것인가? 아니면 군부 반란을 제압해서 화려한 복귀? 그것도 아니면… 진짜 다 버리려고?’
그리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다. 아니, 아니라고 믿고 싶다. 자신을 따르는 수백만 군인과 부하들, 그를 신뢰해서 표를 던진 국민들, 오직 모헬의 이름과 약속을 믿고 따른 동맹들까지 그의 등만 바라보는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내가 사라진다고 딱히 큰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7년이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가스파르까지 이어받으면 내가 없어도 되겠지.”
“가스파르가 이어받는다는 말부터 자넨 인정한 거야. 이 나라는 자네가 필요해. 그리고 가스파르가 이어받게 만들려면 차라리 7년 직접 하라고.”
“아아, 싫어.”
“왜?”
“프랑스 장성의 정년, 61세. 2년 연장 시 63세.”
모헬이 89년생. 임기가 52년에 종료되니까…. 딱 63세.
“아, 법이 그렇다잖아. 법치 국가에서 내가 어찌 더 하겠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개헌도 했으면서 노동법을 지키겠다고? 그리고 그건 공무원이나 사기업의 경우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가져다 붙이지만 뭐가 되었든 모헬은 스스로의 앞날에 정지선을 그어버렸다.
선거도 전에 17대 대통령이 된다는 것보다 당장의 걱정이 앞서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드골에게 모헬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계획을 더 풀었다.
“군축은 80만까지 쭉 이어진다. 앞으로 대육군의 선제공격은 없을 거고, 반공이야 이제 우리 일 아니고, 안보나 패권 위협은 핵무기가 막아줄 거야. 적어도 네놈 임기 7년 동안 미국과 프랑스는 말도 안 되는 강대국이다. 영국도 이탈리아 꼴 나게 만들 수 있지. 내 빈자리를 채우다 못해 넘칠 거라네.”
“핵무기가 그 정도인가?”
“응.”
“군은 그렇게 채운다 치고. 나머지는?”
코뮌마다 정치색이 다를 만큼 다양성이 차고 넘치는 이 나라에, 하루아침에 정계의 절대권력이 사라진다면?
드골은 그 꼴을 통제할 자신이 없었다.
“일단 너도 군부 출신이니 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극우야 아무리 생성되어봤자 나나 가스파르가 살아있는 한 정계의 핵심은 될 수 없어.”
“그렇겠지.”
사실 극우라 해봤자, 혐오 조장이나 극단적 민족주의에 불과하다. 거기에 애국심 조금 덧붙인 정도?
‘극우 정치인들도 진짜들 앞에서는 한 수 접히지.’
바로 의석의 8%를 차지하는 왕정복고주의자들과 보나파르트주의자들.
그 인간들은 순도 99.9%짜리 극우다. 출신지나 종교 따위 이력도 감히 장단점이 될 수 없는 그런 인간들.
그쪽 물은 너무나 맑아 어중간한 우파는 살아남지도 못하는 곳인데 그들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사람이 딱 하나.
‘말해 뭐하나. 베르게르 모헬이지.’
당장 내일이라도 오를레앙 당에서 ‘공화정을 폐지하고 제정을 선포하자!’라고 안건을 올리면 그 자리에서 눈물을 짜내며 질문 하나 없이 기립 박수할 놈들이란 말이다.
“예전에, 그러니까 클레망소 총리 시절에는 그래도 중도파들의 단합이 잘되었어. 극우가 태어나기 힘든 시절이었지.”
“급진당도 주류가 중도파였을 정도니까. 그러나 중도파는 배신자들이 너무 난무하지 않았나. 오히려 혼란만 야기하기도 해. 마치 대전쟁 직후처럼.”
“난 이 나라가 극우나 극좌로 가면 무조건 망한다고 보네. 다행히 극좌 놈들은 이미 다 사라졌고. 극우는 내가 꽉 잡고 있으니 당분간은 괜찮겠지.”
“7년 동안 중도를 섞어라, 이 말인가.”
이미 정치권 구도까지 짜놨다. 아마 중도파 특유의 쉬운 분열은 오를레앙 당을 빠르게 나눠줄 것이다.
“난 여전히 이해할 수 없네…. 지금 독일 쳐들어가서 다 죽여버리고 싶어 하는 폴란드는 어찌할 건가? 자네만 아니면 자유 연방이니 어쩌니 하면서 날뛸 티토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중동과 아시아는? 아니, 그걸 다 떠나서 국민들은 어찌 설득한단 말인가.”
차라리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고 자신은 그저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일만 하는 것이라면 이해하겠다. 그런 거라면 비록 부담스럽지만 어찌저찌 해낼 수 있지 않겠나.
그러나 모헬의 답변은 샤를의 모든 걱정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왜 내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지. 진짜 이해 할 수가 없네.”
틀렸다. 이미 본인도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떠날 생각이 없다.
대통령이.
이제 둘밖에 안 남은 원수가.
도망치려 한다.
모헬은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는지, 속 시원하다는 듯 기대하고 있으나.
조용히 고개 숙인 샤를은 점점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후후, 기대되는구먼.”
모헬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오랜만의 비밀 회동.
전쟁이 끝난 뒤로 딱 한 번 모였던 파리 뒷골목 어느 바의 지하에는 오늘따라 손님이 많았다.
“시간내어 모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래라면 샤를 드골, 자키 파비앵, 윌리암 페르나 다를랑 정도만 모이던 장소.
그들만의 친목과 사적 관계를 위한 모임은 오늘따라 손님이 부쩍 늘었다.
“먼저 목적을 소개하기 전에, 파요레 국장님.”
“왜 그러십니까.”
“오늘의 만남은 불문에 부쳐진다고 믿어도 되겠지요?”
“…기록 하나 남지 않을 것입니다.”
“확인 감사합니다.”
이제는 군인보다 정치인으로 산 세월이 몇 배는 많은 샤를은 능숙하게 회동을 진행했다.
“다들 들어서 아시겠지만, 우리 모헬 원수께서 프랑스를 버리려 하십니다.”
“증거는?”
“루이 르노 회장님? 말씀해주시죠.”
“르노 사를 비롯한 프랑스 기업의 모든 지분을 처분하셨소. 그것도 전쟁이 끝나는 그 순간부터. 재산 정리라니, 뻔하지.”
최근 들어 정계에 도는 이상한 소문과 심상치 않은 분위기. 군축과 가산 정리까지.
‘뭔가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게 이거였어?’
‘떠난다고? 그 모헬이? 왜, 필 지금!’
각자의 이익이 상반되고 입장 차이가 극명한 관계도 이곳에 모였으나 그들이 공유하는 한 가지 명제가 있었으니.
“아직 이 나라는 모헬이 필요합니다.”
그건 바로 모헬이 이렇게 훌쩍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드골 의원님은 각하께서 왜 떠나신다고 보십니까?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우리 각하께서는 자기확신에 가득 차신 인간입니다. 자신이 내딛는 발걸음 하나도 확고한 목적성과 미래를 보고 딛는 인간이란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미련 없이 떠난다는 의미는…. 아마 완벽한 상태로 끝내기 위해서겠지요. 자신의 족적에 조금의 흠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그런 지독한 완벽주의.”
조금 이기적으로 느껴지고, 살짝 서운하기도 하면서 원망스러울 지경이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모인 것입니다. 안 그런가 다를랑?”
“나, 날 버리셨어. 5년만 버티면 돌아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연임하면 10년…. 근데 돌아갈 곳이 사라지게 생겼네? 하하, 하하하!”
“다를랑 총장도 동의하는 것 같군요.”
야당이든 여당이든 정치색과 관계 없이 모헬 다음으로 들어오는 정권은 무조건 망한다.
전시였음에도. 사상자가 적지 않았음에도 91.9%라는 희대의 숫자를 보여준 인간이 하루아침에 책상을 빼겠다니.
“르노 사 주가가 처참하게 꼬라박혔더군요.”
“…그랬소.”
“우리 편안하게 생활을 영위하던 오를레앙 당 의원들깨서는 당장 다음 선거부터 큰일나게 생기셨고.”
“다시는 과거와 같은 분열이 있어선 안 되지! 하나 된 프랑스! 하나된 오를레앙 당!”
“군은 기껏 목숨 걸고 싸우고 돌아오셨더니 군축으로도 모자라 대육군 그 자체이신 원수께서 사라지게 생기셨습니다. 뤽 제독님이 계신 해군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다음 항공모함은 언제 건조는 해준답니까?”
“…분명 경제는 호황이라 들었는데 말입니다. 플랑댕 총리께서 재고해주실 겁니다.”
단순히 현직 대통령을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하루아침에 베르게르 모헬이 사라지는 것은 이 자리에 모인 모두에게 치명적인 타격이자 위기를 몰고 온다.
“제게는 다음 대통령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당연히 전 그 독이 든 성배를 냅다 들이킬 만큼 멍청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충성심에.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또 누군가는 조국을 향하는 애국심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모두가 단 한 가지를 위해 뜻을 모을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각자의 분야에 절대적인 힘을 가진 자들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각하의 권위를 깍아내리고 법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선 안 하느니만 못하다. 특히 모헬의 원망을 사선 안 된다. 자칫 그의 복수의 칼날이 이곳에 모인 자들을 향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저는 단 하나의 단어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샤를은 준비된 천을 벗기며 초록 보드에 흰 색 분필로 크게 적힌 단어를 모두에게 보였다.
[종신 원수]“예, 원수직은 종신. 즉, 죽을 때까지입니다.”
정의감에 불타던 샤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상상 속 그 어떤 나치보다 더 비열해졌고.
“그리고 우리 각하께서는 아직 멀쩡히 살아계시지요.”
그보다 더 큰 자신감을 모두에게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