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85
085화
충격 요법 겸 역슐리펜 계획이란 한 단어로 설명했지만 페탱 공세는 그리 비현실적이지 않다.
내 미쳤다고 ‘걸어서 400km 진격? 6주면 충분!’ 이러고 있겠나. 나도 병력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입장인데.
슐리펜의 축소판. 난 슐리펜에서 아이디어만 얻었다. 가장 다른 점은 목적이다.
“적의 병력 측면 포위 섬멸을 위한 점령전.”
성공하면 적은 자동적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으니 국내 영토도 되찾을 수 있다.
독일이 우익 기동에 7할이 넘는 병력을 투자했다면 우리 북부군은 전체 연합군 병력에서 2할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대대적인 측면 기동…이라고 말하긴 죽은 알프레트 폰 슐리펜이 비웃을까 봐 쪼금 부끄럽고.
“그래, 이건 베르됭 지원군일 뿐이야!”
“삼국을 통과하는 계획이, 지원 계획이라고요?”
“어허, 파비앵. 독일 영토에 한 발짝 안 들이는 게 어디인가? 그리 말하면 나 섭섭해?”
계획 초기부터 란레작, 페탱 장군의 극렬한 반대로 북부군으로 독일 영토 진입은 무리수라고 판단. 게다가 그땐 적이 어디로 공격해올지 몰랐었다.
그러나 베르됭이라고 이미 적의 위치가 정해졌으니 우리 또한 목표 하나는 확실해졌다.
베르됭(Verdun).
내가 작년에 싸웠던 아르덴 숲. 뺏기고 뺏는 싸움이 치열했던 스당보다 더 아래인 지역.
그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하면.
“룩셈부르크. 벨기에, 독일, 프랑스 삼국이 맞닿은 룩셈부르크가 있지.”
역사와 전통이 넘치는 교통지이자 개전 직후 바로 먹힌 안타까운 소국.
우리 북부군이 벨기에 전선을 타고 내려와 룩셈부르크에 살짝이라도 진입하는 순간 적은 보급선의 절반과 병력의 측후방이 위협받는다.
페탱 사령관님만큼은 아니어도 철도 보급에 진심이던 독일은 작년부터 철도 보급로를 크게 넷으로 구분 지었는데, 첫 번째는 우리와 맞닿은 벨기에를 통과하는 것이다.
그다음이 룩셈부르크 중심가에서 불과 2km 떨어진 역을 통과하는 곳.
나머지 둘은 아예 프랑스와 맞닿은 국경 지역 쪽이다.
룩셈부르크. 벨기에 완전 해방이니 독일 영토 진입이니 다 포기한 대가치고는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룩셈부르크의 해방은 곧 프랑스의 해방과 직결될 거다.
“생각해보니 또 화나네. 결국 룩셈부르크 먹어도 작년 시작할 때로 돌아간 거잖아.”
“적과 접전 지역만 보면 그렇습니다.”
페탱 공세가 성공해도 조제프 조프르와 파벌들이 똥 싸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냐.
“그리 생각해보면 왜 윗분들께서 현 총참 인사들을 다 싫어하는지 이해됩니다.”
“이해? 이해 수준에서 그쳐선 안 되지. 자네도 조프르 총사령관을 싫어하지 않나?”
“에, 전 딱히 모헬 중령님만큼의 혐오까지는….”
“아니지, 아냐. 따라 해보게. 조프르 개새끼.”
“조, 조….”
“어허, 이거 우리 부대 사상 검증이 필요하겠구먼?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가!”
“무능입니다.”
“지금 무능한 인간은?”
“….”
에휴, 내가 전포대장이던 시절에는 취향도 포대장한테 맞추고 주말 종교행사까지 따라다녔는데 어쩌다가 우리나라 군대가 이리되었을꼬.
“샤를루아에 가면 다시 한번 정신교육 시간이 필요하겠어.”
장교 달더니 빠져가지고 말야. 내가 그리 가르치진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결국 저희가 샤를루아에 가긴 하는군요.”
“재작년 제5군 때 말인가.”
“예, 그때 5군이 샤를루아로 가야 한다고 란레작 장군이 그렇게 주장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랬지.”
결국 이도저도 못 하다가 영국군 퇴각에 맞춰 우리도 쭉쭉 마른까지 밀려났었다.
당시 우린 6사단 소속으로 아르덴 숲에서 싸운 뒤 바로 후퇴해야 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 바로 아래의 세 도시 몽스, 샤를루아, 나무르.
여기서 몽스는 이미 우리의 것이고, 남은 것은 둘이다.
그중 샤를루아. 만약 전쟁 초기에 조프르가 며칠만 먼저 5군을 여기로 보냈다면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생각 하나하나가 매번 나의 다짐을 굳건하게 만든다.
올해 내에는 조제프 조프르를 끝장내야겠다고.
***
작전에는 지휘관의 사상, 교리, 교육 수준. 모든 게 반영된다고 여겨온 후티어 참모장은 북부군의 움직임에 비상이 걸렸다.
“적 예상 위치는?”
“샤를루아입니다! 내일이면 도착, 이미 최전선 참호는 물량으로 밀어버리고 진격하고 있습니다!”
“젠장,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거늘!”
전략이 바뀌었다. 물론 이는 당연한 바이지만 ‘그’ 페탱이 이렇게 급격하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무려 철옹성 같던 북부 전선을 활짝 개방한 채 직접 말이다.
‘베르됭으로 대규모 공세를 할 것을 예상한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 그랬다면 베르됭을 지켰겠지 굳이 저 요새 지역을 다 넘겨줬겠나.
“우리 병력이 부족한 것을 알아채고 바로 공격에 들어간 게 아니겠습니까?”
“자넨 지난 반년간 배운 게 없나? 천하의 페탱이 준비도 없이 저런 짓을 했다고? 차라리 페탱이 베를린으로 온다고 하게.”
폄하하지도, 과한 평가를 내리지도 않는다. 설령 냉정한 페탱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한들 거기엔 충분한 근거가 있으리라.
“예상 병력은.”
“최소 20만에서 40만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병력 규모를 우리가 몰랐던 거지?”
“참호들을 아예 비우지도 않았으며, 이전부터 병력의 이동이 잦은 북부여서 단기간에 파악하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허!”
베르됭 점령을 위해 사단 9개를 뺄 때도 온갖 일이 터졌건만, 한 전선에서 수십만을 빼는데 몰랐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아냐, 이건 오래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했던 게 틀림없어. 정확히 며칠 만에 프랑스군이 움직임을 보였지?”
“베르됭 점령전 시작 4일 뒤부터였습니다.”
“아마 지휘부는 베르됭 직후부터 움직였겠지. 우리가 모를 뿐.”
그 휘하 참모들과 하나씩 되짚어보던 후티어는 정확한 현실 파악과 적 파악에 들어가려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거네. 지금은 샤를루아로 향하고 있지만 그다음은 어디인가.”
“샤를루아는… 포기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네만 지키기 쉽지 않을 게야. 당장 샤를루아에 참호선이 몇 선이나 되겠나? 해봤자 며칠 만에 만든 것들뿐이겠지.”
조잡한 참호는 적을 더 달려들게 만들 뿐이다. 시간을 줘서 참호가 견고해지는 걸 볼 바에야 당장의 희생을 감수하려 할 테니까.
“가장 높은 곳은 브뤼셀입니다. 벨기에 전역의 완전한 회복 아니겠습니까.”
“헨트(Gent)로 직행하긴 힘드니 샤를루아로 우회해서 수도로 입성하려는 겁니다.”
“우회 기동인가.”
충분히 가능성 있다. 허나 후티어는 여전히 불안감이 떨쳐지지 않았다.
“헌데 만약 다른 곳이라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면?”
“대규모 군의 진격 방향은 쉽게 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근데 여기서 갈만한 곳은… 아래쪽입니다.”
“아래라면… 아르덴. 스당 방면이군.”
“예, 다만 문제는 명확합니다. 아르덴을 굳이 점령하겠습니까?”
한 나라의 수도와 숲과 도시 몇 곳. 자신이 1년을 지켜온 전선을 떠나 굳이 중앙으로 향한다? 후티어는 그리 생각하기 어려웠다.
“결론적으로는 북부 전선의 확장인가, 참으로 알 수 없는 인간이야.”
“허나 이미 효과를 보고 있지 않습니까?”
최소한의 병력으로 북부 전선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전부 공세군에 투입했다.
이는 모든 전선이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약해졌고, 반면 적은 날카로운 송곳 하나를 깊숙이 찌르고 있단 거다.
‘피는 나겠지. 아마 지금의 전력 차로는 많은 희생이 있을 거야. 그러나 안으로 들어온 것은 큰 실수임을 알려주지.’
참모들과 함께 머리를 급히 맞대고 나온 답안. 후티어가 보기에도 여기서 크게 벗어날 모습은 없어 보인다.
모헬이 채점했다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군!’이라 말하며 반만 맞았다고 해줄 답안을 들고 후티어는 곧장 벨기에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펠릭스 그라프 폰 보트머(Felix Graf von Bothmer) 사령관을 찾아갔다.
“참호전은 유지되고 있는데 적은 전에 없던 진격로를 만들며 나오고 있습니다.”
“어째 진격로만 흔들어도 저들이 고립 혹은, 전진을 그만두겠군. 브뤼셀은… 아마 점령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건가.”
“그리 무모한 자가 아닙니다만, 어찌 되었든 1년 만에 생긴 기회라고 여겼을 겁니다.”
“그럼 간단하군. 진격하는 적은 막고, 그 뒤를 흔들어보게.”
“알겠습니다.”
완벽하다. 적이 한발 먼저 움직였고 뒤늦은 대응을 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후티어는 되려 시원한 청량감까지 느껴졌다.
자신의 굴에서 절대 안 나오던 늙은 너구리가 드디어 나왔다.
베르됭 개전을 보자마자 이 틈에 무언가를 얻으려 그랬겠지. 아마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들고 왔을 거다.
그러나 이미 굴을 나온 순간부터 너구리는 사냥당할 위험을 상시 가지고 있는 거다.
‘오래도 기다렸다. 필리프 페탱, 그리고 베르게르 모헬.’
그간의 답답함이 희망이라는 이름의 빛에 조금이나마 씻기는 기분이다.
어서, 어서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
후퇴까지 포기하고 프랑스군이 버텼음에도 최대 요새, 두오몽 요새가 점령당했다.
베르됭 전장 인근까지 도착했을 때는 요새 쟁탈전을 하기엔 너무 늦었음을 파악한 니벨 장군은 뫼즈강 서편을 최전선으로 삼았다.
든든한 후방을 가진 독일군.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 적은 오직 비약적으로 발전한 프랑스 포병뿐.
뫼즈강 일대에 도착한 프랑스 포병은 쉴 틈도 없이 적과의 교전을 시작했다.
“탄, 탄 더 가져와!”
“호를 파지도 않았는데 싸우라니!”
“공격 탄종 고폭탄이니 일단 호를 파는 일은 미뤄둬!”
아직까지 양측에 제대로 된 참호는 없다. 그럼에도 요새를 낀 독일군을 보병으로 밀어내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기에, 베르됭에 도착한 중앙군에게는 오직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다.
화포의 화력. 오직 화포의 화력으로만 적을 단기간에 무력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의 방비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서로가 무슨 선택을 할지 뻔한 구도. 그렇다면 결과는 누가 한 수를 더 준비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중앙군에 비하면 고작 1,200문밖에 되지 않는 독일군의 화포는 며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
적의 좌표와 포격 위치는 이미 다 아는 상황이었고.
“갈겨! 그냥 밤에도 쉬지 말고 갈겨!”
“준비, 쏴!”
밤낮없이 정해진 위치로 화포를 쏟아부으니 막 도착해서 준비조차 못 마친 프랑스 포병은 시작부터 무너졌다.
“니벨 장군님! 이대로는 포병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겁니다!”
“적과 교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아군을 일단 물리든지, 다른 위치를 잡아야 합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2년간 키워온 포병들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게 생겼다.
“그래선 안 되지. 전 보병 진격을 명한다. 포병은 최소한의 화력 제압 인원만을 남겨두도록.”
“그렇다면….”
“이동탄막사격 작전을 시작하지. 남는 포병들은 지금부터 보병들의 진격을 보조하도록.”
니벨은 처음 시행하는 작전에 우려가 있었지만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현재 베르됭 인근의 적 병력을 다 합쳐도 겨우 7만 언저리밖에 안 된다는 점.
적의 참호가 완성되지 않았으며 철조망 설치는 어설프기 그지없다는 점.
마지막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베르됭은 되찾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
놓쳐선 안 되는 시기. 최적의 기회. 공세를 위한 준비도 부족하진 않다.
“공세를 시작하게.”
니벨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자 프랑스 보병들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프랑스군 보병의 움직임을 요새 위에서 지켜보던 독일군 야전최고지휘관인 에발트 폰 로초우(Ewald von Lochow) 중장은 무미건조한 어투로 명령을 내렸다.
“모든 화포는 지금부터 산탄포로 탄 교체. 전 병력 보병 교전을 준비한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프랑스군이 반쯤 정해진 교전 수칙을 어기고 보병으로 요새를 점령하려 한다.
“미친 건가.”
독일제국의 보병 장군으로서 프랑스 지휘관은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내렸다.
적 장수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생각은 발할라에서 이어서 하게 도와주면 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