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01
102화
한국은 며칠 동안 YK 그룹과 관련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재환이 불씨를 피웠고, 그 뒤를 따라 모든 언론사가 이 건을 보도해 나갔다.
어차피 카르텔에서도 YK 그룹을 잘라낸 이상 그들이 거릴 낄 것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최행열은 홀로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감히 나한테 이렇게 대해?”
그도 카르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신이 폭로를 시작하면 무너져 내릴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사람들일 텐데 자신에게 이렇게 행동했다는 게 믿기 힘들었다.
구치소에 갇혀 모든 걸 폭로하겠다고 다짐하는 최행열이었으나 카르텔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최행열! 면회다!”
“난 면회 올 사람 없어!”
“당장 나와!”
구치소에 특별히 마련된 독방에 갇혀 있던 최행열을 간수가 끄집어냈다. 최행열은 저항했지만 간수가 휘두르는 몽둥이찜질에는 저항할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폭행을 해도 되는 거야! 너 짤릴 각오해!”
“내가 왜?”
그 간수가 짓는 비릿한 웃음에서 최행열은 눈치 챘어야 했다. 뭔가 묘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최행열은 면회인과 벽으로 나뉘어져 있는 면회실이 아닌 다른 면회실로 끌려 들어갔다. 해외에서나 볼법한 식당처럼 생긴 면회실이었다.
거기에서는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최행열도 본 적이 있다. 한성의 전략 기획팀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감정이라곤 1도 보이지 않는 그 직원은 가슴팍에서 작은 약을 꺼내 최행열에게 건넸다.
“드시죠.”
최행열은 이 알약이 뭔지,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카르텔에서 자주 쓰이는 물건이니까.
“하, 내가 이걸 먹고 뒤지란 거지?”
“말조심하시죠. 건강을 위해 드시라는 겁니다.”
“건강같은 소리 하네.”
이를 빠득빠득 간 최행열은 약을 바닥에 던지고 발로 짓이겼다. 최행열의 그 행동에 간수들은 흠칫했다.
그들 역시 카르텔의 비호를 받는 이들이기에 저게 뭔지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이 자리를 주선한 것도 저 약을 최행열에게 먹이기 위함이었으니까.
최행열은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말했다.
“야, 가서 똑똑히 전해. 다 죽을 준비 하라고.”
“후우…. 이렇게 말이 안 통하시는 분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직원은 면회실에 같이 있는 간수를 바라봤다. 그 행동에 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면회실을 나갔다.
별 거 아닌 행동이었지만, 최행열과 같은 범죄자와 면회인을 단 둘이 남긴다?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곧 면회실의 CCTV가 모종의 이유로 끊겼다. 상부에는 장비가 노후화된 탓이라고 설명 될 터다.
분위기가 묘해지자 최행열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 담그려고!!!”
“위에서 그러더군요. 저항이 심할 테니 끝까지 잘 처리하라고요.”
직원은 흰 장갑을 꺼내 꼈다. 최행열은 그 직원의 행동에 저항하려 했지만, 수갑을 착용한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썅!”
“너무 노여워 마시죠. 고통은 없을 테니까요.”
다음 날, 속보로 최행열이 구치소에서 자살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에는 숨겨온 독약을 먹고 자살했다고 했으나 재환은 믿지 않았다.
카르텔다운 일처리라 생각했을 뿐이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아는 것들이지.”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행열이 죽는다고 이번 사건이 잠잠해질리 없지만, 더 큰 사건으로 번지는 건 막은 셈이다. 재환으로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적절한 때에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비서실장님?”
“네.”
“TBS로 갑니다. 앞으로 나갈 기사들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겠어요.”
“알겠습니다.”
서진이 먼저 나가고 재환은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 YK 그룹 괴멸이라 메모해 넣었다.
습관적으로 수첩의 내용들을 빠르게 훑은 뒤 서진의 연락을 받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내려오자마자 재환은 소란스러운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할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니까요.”
“강재환 회장 잠깐만 보게 해줘요. 제발, 제발! 아들 인생이 달렸다고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회장님은 워낙 바쁘신 분이라 이렇게 떼쓰셔도 만나게 해드릴 수가 없어요.”
안 들으려고 해도 들려오는 소리에 재환은 걸음을 멈추고 그 현장을 바라봤다.
보안팀 직원이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을 붙잡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힘이 부쳐서라기보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적당했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직원에게 사정사정했다.
“1분만, 1분만이어도 괜찮습니다.”
노인의 말에는 듣는 사람의 가슴을 절절하게 흔드는 울림이 있었다.
재환이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차를 대기시켜놨던 서진이 다가왔다.
“회장님?”
“저거 무슨 상황인지 좀 알아보세요.”
재환의 지시에 서진은 소란의 현장을 바라봤다. 지하에서 차를 끌고 왔기에 몰랐던 모양이다.
서진은 곧바로 다가가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사정을 듣고 난 뒤 재환을 돌아봤다. 그 시선의 흐름을 읽은 노파는 곧바로 재환에게 달려왔다.
“아, 할머니! 안돼요!”
보안팀 직원이 노파를 붙잡으려 했지만 한 발 늦었다. 재환의 앞에 도착한 노파는 무릎 꿇고 재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아이고, 회장님. 제 얘기 좀 들어주십쇼! 제발 부탁드립니다!”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듯한 그 행동이 재환은 사뭇 당황스러웠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차분히 노파를 진정시켰다.
“어르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하시죠.”
“회장님…. 제발, 제발….”
재환은 골이 살짝 아려왔다. 자신의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런 일이 생길 거란 건 어느 정도 짐작했다.
명성이 높아진다는 건 자연스럽게 귀찮은 일이 따라붙기 마련이니까.
여기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앞으로의 이미지가 달라질 터다. 그리고 재환은 지금 쌓아놓은 이미지를 잃을 수 없었다.
‘너무 힘든 일이면 거절해야겠지. 얘기 정도는 들어 줄 수 있다.’
따로 시간을 내는 건 힘들지만 자투리 시간은 활용할 수 있다.
“비서실장님, 차 준비됐죠?”
“네, 준비됐습니다.”
“얘기는 가면서 듣죠.”
재환은 노파를 일으켜 세운 뒤 차로 데려갔다. 그 모습을 보안 팀 직원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보고 있자, 재환이 그의 걱정을 덜어줬다.
“질책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시고 일 보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더 말을 듣지 않고 재환은 차에 올라탔다. 차가 부드럽게 나가는 동안 노파를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무슨 일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실은….”
노파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자신의 손자가 며칠 전 연락이 왔는데, 부모가 이상하다는 전화였다고 한다. 항상 화목한 가정이었기에 그 전화가 상당히 의외였는데, 그 뒤로 연락이 두절됐다는 것이다.
“집으로 찾아가 봤지만, 급히 짐을 싸서 나간 흔적만 있었죠. 야반 도주라도 한 것처럼요.”
“실례되는 말일 수 있지만 혹여나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제 아들은 절대로 그런 놈이 아닙니다!”
“진정하시고요. 가족 단위로 실종됐다면 침착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정말로 짚이시는 게 없으십니까?”
재환이 재차 질문하자 노파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뭔가 걸리는 게 있는 모양새다. 재환은 그 걸리는 게 뭔지 알아내기 위해 질책에 가깝게 말을 던졌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면 도와드리도록 애써보겠습니다. 하지만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호의로서 도와드리는 거니까요.”
“압니다. 알죠. 그냥… 말하기 조금 민망한 일이라 그렇습니다.”
“민망한 일이라. 제가 사회부 기자로 일할 때 별 일을 다 봤습니다. 일단 말하시죠.”
강압에 가까운 재환의 말에 노파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상한 집단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 노인네 눈에는 사이비 종교로 보였습니다.”
“사이비 종교요?”
“예.”
재환은 턱을 괴고 전생을 반추해봤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생에도 사이비 종교는 많았다. 사기를 쳐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법안 때문에 사기꾼들이 사이비 종교를 만들었다. 힘들어서 기댈 곳을 찾던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가입해 돈과 시간을 모두 바쳐야 했다.
‘그런 걸 종교로 볼 수는 없지.’
진정한 종교인들을 욕되게 만드는 짓이다.
“그 종교에 들어오라고 저한테 계속 말했는데, 저는 안 들어갔죠. 이 늙은이 눈에 곱게 보이진 않았던 터라.”
“경찰에는 말해봤습니까?”
“그 놈들은 집안을 슬쩍 돌아보기만 하고 더 알아보질 않았습니다. 후레자식들이 따로 없죠.”
그 말에 재환은 씁쓸하게 웃었다.
경찰의 이미지가 저리 된 건 자업자득이라 생각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그래도 국가의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말이다.
노파는 그 후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성실하고 착한 이인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가만 두면 밤새 얘기를 할 기세였다.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때마침 서진이 TBS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재환은 노파와 같이 차에서 내렸다.
“어르신, 얘기 잘 들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회장님이 알아봐 주시면 제가 회장님의 은덕을 두고두고 전하겠습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재환은 지갑에 있는 현금 얼마를 꺼내 노인의 손에 쥐어줬다.
“택시비입니다. 조심히 돌아가시죠.”
“회장님….”
“일단 제가 힘닿는 데까지는 애써보겠습니다.”
재환은 그리 말하고 노파에게서 돌아섰다.
회장실에 돌아와 업무를 보고 있으니 차를 주차하고 온 서진이 물었다.
“아까 노파의 부탁을 들어주실 겁니까?”
“고민이 좀 되네요.”
왜 사기꾼들이 사이비 종교를 많이 만드는가. 가장 큰 이유는 혀를 놀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홀려 돈을 가로챌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한국에 존재하는 종교의 자유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하느님만 열 분이 넘는 거 아십니까? 한국에서 기적을 선보이신 분을 합하면 50명이 넘습니다.”
“그거 참 놀랍군요.”
“그 사람들이 양지로 나와 활동하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강대국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재환이 비아냥대고 말을 이었다.
“종교의 자유 좋죠. 그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종교를 고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그 때문에 종교를 집중 수사하고 관련 자료를 모으는 게 꽤 어려워요.”
사이비 종교라는 확신이 있어도 잘 못 건드리면 종교 탄압이란 말을 듣게 된다.
그리 되면 국내의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들도 은근히 경계를 하게 된다. 종교인 중에는 정말로 신을 신실히 의지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사이비 종교 교주와 다를 바 없는 이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종교는 어지간하면 안 건드려요. 경찰이든 검찰이든, 언론이든 말이죠.”
“어지간하면 이라는 말은 건드리실 거란 얘기군요?”
서진의 말에 재환은 피식 웃었다.
저 말대로다.
“네. 전 그 노파분의 부탁을 들어드릴까 싶네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저로서는 그만큼 리스크가 큰일을 진행할 만큼의 리턴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재환이 리스크에 관해서만 말했기 때문인지 서진은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재환은 그 리스크를 감수할 리턴이 있다고 자부했다.
“이번 일, 해결하면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