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13
115화
국회의원들과 식사를 한 번 하고나니 일이 빠르게 처리되었다. 부족한 정보가 메워지고 흐름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덕분에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된 기사는 아주 빠르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내일 기사 나간다고 소식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차 준비해주세요. 갈 곳이 있어요.”
“제가 모셔 드리….”
“아뇨, 부탁한 일들만 처리해주세요. 따로 기사를 붙여주실 필요도 없어요. 돈은 준비해 뒀죠?”
“네, 넣어 뒀습니다.”
내일 기사가 나가기 전 재환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서진이 준비해둔 차량에 탄 재환은 액셀을 부드럽게 밟으며 나아갔다. 재환이 묵묵히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허름한 노인정이었다.
막상 차를 대고 나니 묘하게 긴장이 됐다. 백미러로 머리도 정리를 하고 옷가지도 한 번 더 살펴본 뒤 내렸다.
노인정 앞에 있던 중년이 재환을 알아보고 버선발로 나왔다.
“아이고, KG 그룹 회장님이 직접 오실 줄은….”
“이런 일이니까 더 그렇죠. 할머님들은 안에 계신가요?”
“네, 다들 아침잠이 없으신 분들이라 일찍 와 계세요.”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기애애한 노인정의 분위기가 재환이 들어가니 묘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그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손주를 보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재환은 들어서자마자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어르신들. 강재환이라고 합니다.”
“훤칠하게 생겨서 잘생겼네.”
“결혼은 했는감?”
“애가 둘입니다. 예뻐요.”
“아유, 아깝다. 내 손녀 소개시켜줄라 했드만.”
“이 여편네가 어따 대고 수작질이야. 수작질은.”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려하자 재환을 마중 나왔던 중년이 타박했다.
“바쁘신 분 오셨는데, 자꾸 잡담만 하실 거에요?”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왔다고 불편하셔야 되겠습니까. 그냥 손자 왔다고 생각해주세요.”
재환은 괜찮다고 말을 한 뒤 최대한 그 분위기에 녹아들기 위해 애썼다.
어차피 오늘 일정은 다 비워둔 상태니 시간은 널널했다. 그렇게 가벼운 이야기로 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천천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미리 전해 들으셨겠지만, 할머님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부정을 저질렀습니다. 제가 사실을 확인했고, 관련 자료들의 정리를 마쳤습니다.”
재환은 조곤조곤 어떤 비리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횡령한 금액이 얼마인지 차분히 설명했다. 어려운 말이라고 모르셔도 된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건 이 분들을 무시하는 말이니까.
“많이도 해 처먹었구먼.”
“과격한 말로 쓰레기죠.”
“과격한 말이 아니고 그냥 쓰레기들이지. 아니 그냥 천하의 썅놈들이야!”
재환의 뒤에 서있던 이가 말을 씹어 뱉었고, 아무도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으로 동의했을 뿐.
그걸 본 재환은 다음 말을 이었다.
“저로서는 내일 당장 이걸 기사화해서 보도 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다른 언론사와 방송사들이 카메라를 들이밀게 될 겁니다.”
이만한 화젯거리를 그냥 넘어갈 하이에나들이 아니다. 기사 하나라도 더 써내기 위해 할머님들을 피곤하게 할 게 뻔하다.
“그래서 할머님들이 이 건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할까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보여도 그럴 능력이 좀 됩니다.”
말을 마치니 할머님들은 아련한 눈빛과 흐뭇한 미소로 재환을 바라봤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이 어떤 말을 할 지 재환은 알 거 같았다.
그럼에도 답을 기다리고 있으니 계속 침묵을 지키던 최고 연장자 할머님께서 천천히 말을 꺼냈다.
“기사로 써주시겠어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녀는 좌중을 쭉 둘러보고 말을 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저희의 염원은 이거에요. 저 비루먹을 일본 놈들에게서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 작은 이유로 저희가 모여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죠.”
말하다 목이 막히셨는지 마른기침을 하셨다. 잠시 호흡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희를 이용해서 장사를 하겠다는데 용납할 수 없죠.”
“암, 그 썩을 것들! 모조리 입에 주리를 틀어버려야지!”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는 그들을 지켜보던 재환이 말을 꺼냈다.
“제가 확실하게 벌 받도록 만들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믿을게요.”
“그리고 앞으로 할머니들을 저희 KG 재단에서 지원하려고 합니다. 계시는 곳부터 먹는 것, 입는 것, 시위까지 대부분의 것들을 지원해 드릴게요. 제 이름 석자 걸고 약속합니다.”
재환의 말에 할머니들은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후원 단체에서 후원금을 빼돌렸단 사실을 말하면서 자신이 지원하겠다고 하니 묘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길게 말 할 것 없이 행동으로 보여 줘야 했다.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 재환의 모습에 모든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금방 돌아온 재환의 양손은 묵직했다.
“읏쌰.”
“이게 다……뭡니까?”
“듣자하니 여기 난방도 제대로 안된다죠? 그래서 겨울철에 고생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분명 이분들이 겨울을 편히 날 수 있도록 적잖은 돈이 후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 텐데, 어떻게 다 증발했는지 추운 겨울을 힘겹게 보내셨다 들었다.
문제는 아직도 밤은 차서 잠드는 것도 힘들어 하신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렇기에 재환이 가져온 박스에는 따뜻한 전기담요와 두꺼운 패딩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사이즈는 다양하게 준비했으니 맞는 걸로 입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이걸 사용하시고요. 일주일 내로 보일러 기사 불러서 싹 수리하겠습니다. 돈 걱정 마시고 펑펑 쓰시면서 따뜻하게 지내세요.”
“아이고,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그리고 수요 집회에 도움이 되도록 따로 팀을 꾸리도록 지시해놨으니 큰 도움까진 아니어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말에 대해선 당장 행동으로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었다.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 마디를 남겼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 * * *
재환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고 난 다음 날, TBS의 아침 뉴스 메인에는 시민단체의 진실이란 이름으로 그들이 빼돌렸던 후원금의 내역이 자세히 드러났다.
회식, 단체 관광, 술 모임 등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쓰여졌단 증거가 하나 둘 드러났다. 안 그래도 YK 그룹의 일이 사람들의 인식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에 사람들은 분노에 차올랐다.
“진짜 미친놈들 아님?”
“저런 놈들이 매국놈이고 친일파지! 다 잡아 쳐 넣어라 제발!”
재환의 기사가 터지니 회동을 가졌던 의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비난을 가하고, 청문회를 열 준비를 했다. 기자들과 같이 위안부 할머님들을 만나러 가기도 했다.
안 짠 듯 짠 듯 움직이는 그들의 행보로 인해 정보준을 비롯해 이번 일에 연루된 카르텔의 인사들은 난관에 봉착했다.
“일이 왜 이렇게 꼬이는 거야!”
“환장하겠네. 꼬리 끊을 순 없습니까?”
“이미 모든 후원금의 흐름이 드러난 상황인데, 누굴 자르고 말고야!”
그들이 모여서 방안을 궁리하려 했지만, 그보다 재환이 더 빨랐다.
김정연 부장검사와 그 줄을 탄 사람들이 그들의 집무실을 덮친 것이다.
“다 끌어내! 그리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종잇조각 하나 빼먹지 말고 챙기고!”
“너, 너너!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김정연 부장 검사는 자신에게 삿대질을 하며 대드는 이의 손가락을 잡아 그대로 꺾어 버렸다.
“그건 내가 할 소리지. 이렇게 처먹고도 무사할 거 같았어?”
“미친 놈이! 이거 폭력 수사로….”
“해 봐. 사람들이 법이 뭐라나 나도 한 번 보고 싶네.”
김정연의 으름장에 그가 입만 벙긋하는 사이 다른 검사들이 와 그를 구속했다.
모두가 발 빠르게 움직이니 보도가 터진 지 일주일 만에 모든 일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에 일부 언론사가 트집을 잡으려고도 했지만….
-빠른 것도 문제임?
-맨날 이거 조사한다, 저거 조사한다하면서 지지부진 한겻보단 훨씬 낫지. 이래서 기레기들은.
-아니, 뭐 이딴 걸로 트집을 잡냐. 기레기 수준 진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발 빠르게 기사를 내리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칠 때는 몰라도 빠질 때는 확실하게 아는 게 그들이었다.
재환은 뉴스를 지켜보며 서진에게 지시했다.
“예정대로 재단 만드세요. 보도 자료도 돌리고요.”
“이번 재단 신설 건에 할머님들이 도와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도와주신다고요?”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감사를 표하고 싶다 하셨습니다.”
재환은 그분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들이 자의적으로 나서서 감사를 표해주면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데 한몫 할게 분명하다.
더불어 주가도 올라갈 거고, 계열사 사장들의 불만도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럼 이제 이정진 회장을 좀 만나 봐야 겠네요.”
이정진 회장의 의뢰를 제대로 처리하는 걸로 KG 그룹과 SJ 그룹의 유대는 공고해졌다.
이제 이를 활용해서 김현태 서울 시장 건을 제대로 터트려 볼 생각이다.
“김현태 시장과 관련된 정보는 좀 들어왔어요?”
“네. 필요한 정보는 모두 받았습니다.”
자금 유출 현황과 그들의 범죄 기록이 빼곡히 적힌 서류를 서진이 건넸다. 그걸 일일이 재확인하던 재환이 되물었다.
“이거 정보 출처 누구입니까?”
“모든 의원의 정보를 종합해둔 거라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서진이 어딘가로 연락하고 잠시 뒤 답이 돌아왔다.
“한국당 소속 노동길 의원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 뒤 좀 캐봐요.”
재환의 지시에 서진은 되물었다.
“정보에 오류가 있습니까?”
“묘하게 비틀어놨어요. 이거 정보 출처 잘못 따지고 들면 저희가 역으로 당할 수 있어요.”
재환은 카르텔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지니고 있지만 한 번에 그 정보들을 풀지 않았다. 정확히는 풀 수 없었다.
기사화 할 때 팩트를 들이대는 건 중요하지만 그 팩트를 어떻게 구했는지도 중요했다.
만약 그 정보를 구하는 과정이 깨끗하지 못하다면 적당한 이유로 물타기를 해서 본질을 흐리는 게 가능해진다.
그러면 본래의 뜻을 잃게 되고 카르텔은 유유히 빠져나갈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의원들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굳이 비서실, 서진, 그리고 자신까지 3번이나 체크하는 이유가 있다.
“회장님, 그럼 노동길 의원은….”
“뭐겠어요. 스파이지.”
하여간 방심할 틈을 안주는 카르텔이다.
김현태 의원이란 전례를 만들어두고도 또 같은 짓을 한다.
재환이 사람을 쉽게 믿지 않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기 때문에 혹여나 생길 불상사에 대처할 수 있었지만, 아니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럼 바로 쳐낼까요?”
“아뇨, 일단 뒤만 캐두세요.”
어차피 세력을 꾸리다가 본보기란 명목으로 한 명 정도 쳐내야 하는데, 그럴 때 쓰면 딱일 것 같다.
“개똥도 약에 쓸 때가 있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