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12
114화
김현태 시장의 딸은 눈시울을 붉히며 재환을 가만히 쳐다봤다. 재환은 그녀가 가져온 김현태 시장의 유서를 두 번 정독하고 내려놨다.
몇 번 입 안에서 말을 고른 뒤 천천히 뱉어냈다.
“이 유서가 진짜라는 증거가 있나? 뉴스에 나온 유서와 이 유서의 내용은 천지차이인데.”
어느 쪽이 진짜냐 따지자면 이 쪽이 진짜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알려진 건 가짜 쪽이다. 그럼으로써 저 가짜는 진짜와 같은 위상을 얻게 됐다.
이 진짜 유서가 진짜가 되려면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재환은 유서를 톡톡 두드리며 곧바로 물었다.
“애초에 이걸 나한테 가져온 이유가 뭐야. 저 기자들 많은 데서 보여주면 될 일이었잖아.”
“아빠가… 아빠가 자기가 죽으면 강재환 회장한테 가져가라 했어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믿지 말고요.”
‘죽을 걸 알고 있었네.’
하긴 카르텔에 깊이 관여한 그가 떠난다는 건 카르텔에 상당한 실이다. 아니, 걸어 다니는 폭탄이 된 셈이니 카르텔에서 자신을 처리하리란 건 호구인 김현태라도 금방 알아차렸을 거다.
재환은 유서를 들어서 딸의 앞에 내려놨다.
“읽어 봤어?”
“……아니요.”
거짓말이다.
말을 하는 순간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 걸 재환은 놓치지 않았다.
“그럼 지금 읽어봐. 너희 아빠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는지 넌 알아야지.”
“………….”
딸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 재환은 공격적으로 말을 뱉었다.
“그 인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 눈물을 흘렸는지, 적어도 넌 알아야지!”
“회장님.”
재환의 언성이 높아지자 서진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금방이라도 재환이 김현태의 딸을 후려칠 기세였던 탓이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내가 봤을 땐, 그냥 이대로 두는 게 나아.”
재환이 유서를 툭 치며 쓰레기통에 버리려 하자, 그녀가 재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불시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옆에 서 있던 서진이 그녀의 어깨를 곧바로 잡았다.
“손 놓으세요.”
“……알아. 안다고! 아빠가 얼마나 미친 또라이였는지! 안다고!”
그녀가 외치는 말에는 여러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분노, 회한, 슬픔, 짜증 등 부정적인 감정의 집합체 그 자체였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 아빠가 짓지 않은 죄까지 벌 받게 할 수는 없어요.”
“그래봐야. 핵폐기물이냐, 폐기물이냐 차이지.”
신랄한 비난에도 그녀는 재환을 매섭게 노려볼 뿐이었다. 재환도 만만찮은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허공에서 불꽃이 튀어 오를 것 같기에 서진이 다시 끼어들었다.
“회장님, 이 유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필적 감정부터 받아봐요. 기초적인 증거부터 얻어놔야죠.”
재환의 그 말은 김현태의 딸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눈치가 부족한 그녀는 그 말을 바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멈칫했다.
“해준단 거에요?”
“그건 필적 감정 결과가 나온 뒤에 할 얘기지. 까놓고 말해서 이 유서가 네가 조작한 유서일 수도 있잖아.”
“그딴 짓….”
“안 한다고? 내가 그걸 어떻게 신용하지? 전에 네가 연예 소속사에서 어떤 짓거리를 했는지 내가 다 아는데?”
재환은 잠시 텀을 두고 싸늘하게 말했다.
“모든 거래는 기본적으로 신용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너와 나 사이에는 신용이 없어. 기본 전제가 안 되어 있단 거야.”
마주한 그녀의 안색이 파리해지다가 반박하려 했지만 재환은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백 번 양보해서 이 유서가 진짜 김현태 시장이 쓴 거라 판명난다 치자. 그렇다고 쳐도 지금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기사들 가운데서 주목을 받기 위해선 추가적인 정보들이 필요하지. 이 유서에 나온 인물들이 진짜로 이 일을 했는가에 대한 정보가. 그걸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해야 되는데, 그걸 누가 해. 당연히 나와 KG 그룹, TBS의 기자들이 하겠지?”
재환은 기자가 아닌 사업가의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널 위해서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서 얻을 이익이 뭐야. 아니, 이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는 어쩔 거야. 언론사들이 나한테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적 손실과 금전적 손실이 상당할 텐데. 내가 그걸 감당하면서까지 이 일을 해줘야 할 이유가 있나?”
“……그건… 당신 기자잖아요. 이런 진실을 폭로하는… 진실된 기자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누구한테 이용당해야 된단 건 아니지. 날 호구나 기레기로 보냐? 보도할 기삿거리만 있으면 아이고 감사합니다하고 엎드려서 빌어야 되냐? 쯧.”
재환의 싸늘한 말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휘몰아친 채찍질로 완전히 몰아붙인 재환은 슬 당근을 꺼내들었다.
“적어도 이번 일로 발생할 리스크를 네가 짊어지겠다면 도와주지. 아주 파격적인 제안이지 않아?”
“……리스크를 짊어……진다고요? 어떻….”
“그건 지금 안 듣는 게 좋을 텐데?”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말함으로서 그녀는 머릿속으로 끔찍한 상상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단 생각에 입술을 깨물었다.
“할게요. 어차피 지금도 평범하게 살긴 글렀어요.”
김현태 시장이 죽음으로서 김현태 사장에게 향해야 할 비난은 그의 가족에게로 향했다. 이미 그녀의 집 위치와 신상은 전부 노출되었고, 담벼락에는 말로 형연하기 힘든 욕설이 적혀 있었다.
법이 없었다면 길가다 맞아 죽었을 지도 모른다.
미끼를 문 그녀를 보고 재환이 서랍에서 휴대폰을 하나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앞으로 내가 그걸로 너한테 연락할거야. 급한 일 있으면 그걸로 연락해도 되지만 무작정 찾아오면 안 만나 줄 테니까 알아둬.”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그래.”
그녀는 재환의 말을 의심했지만 그 이상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녀가 떠나고 서진인 들었던 의문을 질문했다.
“굳이 그렇게 압박할 필요가 있습니까?”
“지금 믿을 게 나 밖에 없단 걸 머릿속에 확실히 박아 넣어줘야죠. 그리고 무대가보다 대가를 주고받은 관계가 서로를 의지하는 법이니까요.”
재환은 앞에 놓인 유서를 손으로 툭 치고 서진에게 말했다.
“저 여자애 잘 지켜봐요. 나중에 법정에 서게 될 중요 참고인 입니다. 아마 카르텔도 그걸 아니까 조만간 처리하려고 할 거에요.”
“그렇게 까지 하겠습니까.”
“폭력 조직이 없다고 해도 카르텔은 카르텔이에요.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는 건 모조리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들이죠.”
재환은 그리 말하고 고개를 까딱했다.
서진은 유서를 곱게 챙긴 뒤 회장실을 떠났다.
홀로 남은 재환은 이번 일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지 쉽사리 예측되지 않았다.
며칠 뒤 재환은 일전에 만났던 의원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일전에 말한 대로 꽤 고급스러운 한정식 집에서의 회동이었다.
“바쁘신 분들을 이리 오라가라 해서 죄송합니다. 준비한 건 얼마 안 되지만 많이 드시죠.”
“아닙니다. 다 좋은 일 하자고 모인 거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모인 대외적인 이유는 재환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재환이 KG 그룹의 새로운 재단을 신설하려는데, 어떤 분야에 지원이 가장 필요한 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는 제법 그럴듯한 이유였다.
하지만 재단 신설은 이미 확정된 사안이고, 재환은 그들을 상대로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조만간 고 김현태 시장과 관련된 빅 이슈가 터질 겁니다.”
“허업.”
“빅 이슈라 하시면….”
“뭘 거 같습니까. 여기 계시는 몇 분들은 아는 바가 아예 없진 않으실 텐데요?”
재환의 말에 몇 몇 사람은 헛기침을 하고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저렇게 표정을 숨기지 못해서 어쩌나 싶다.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다 드러나는 상황에서 발뺌하면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니까.
재환은 서진에게 눈짓했다.
서진은 김현태 시장의 진짜 유서의 사본을 의원들에게 돌렸다. 사본을 받은 의원들은 이게 진짜 유서란 걸 한 눈에 알아봤다.
이걸 어떻게 구했냐는 말이 나오기 전에 재환이 선수 쳤다.
“거기에 거론된 분들하고 관련된 자료를 좀 넘겨주시죠.”
“크흠….”
“그걸 통해서 저희가 얻을 이익이 뭔지….”
“단적으로 말하면 제 지원이겠죠.”
재환의 지원이 가지는 의미는 컸다.
단순히 뒷돈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TBS를 통하면 인지도도 확보할 수 있으니 재선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카르텔에서 말하는 막연한 지원과는 차이가 컸다.
그들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와중에 한국당 의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틀 내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빠르시네요.”
“이번 김현태 시장 건으로 느낀 게 많았거든요.”
자신도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른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소름끼쳤다. 최대한 빨리 그 조직과 연을 끊고 싶은 게 그의 심정이었다.
“좋습니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 이름도 있는데, 이 사람과 관련된 사안을 조사해 드리죠.”
“저도 여기 있는 의원들과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조사해보겠습니다.”
한 명이 움직이니 우르르 뒤 따라 움직였다.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하나하나 새겨놨다. 그리고 시류에 편승만 한 의원의 얼굴도 체크해 뒀다.
일단은 모두가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에 재환은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다.
“모두가 도와주신다니 감사하네요. 받았으면 받은 만큼 돌려드리는 게 인지상정이죠.”
그 말에 의원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돈이든 화젯거리든 이익을 취할 수 있단 생각에 신이 났다. 재환은 그들을 보며 곧바로 폭탄을 투하했다.
“시민단체 중에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흘러들어간 후원금을 빼돌린 곳이 있습니다. 그 뒤에 의원 몇 분이 계시더라고요.”
“허….”
“그런!”
“제가 자료를 거의 다 정리하긴 했는데, 몇몇 자료가 조금 더 필요해서 그런데 구해주실 수 있으시죠? 구해주시는 분께는 보다 확실한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얼핏 보면 재환이 추가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들은 재환이 특종을 터트린단 정보를 입수함으로써 다른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미리 기자회견 준비를 해두고 비난 성명을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한다면 자신의 인지도를 확실히 높일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이익인데 끝이 아니다.
‘정보를 주면 확실한 지원을 해준다고 했지.’
‘기사에 이름을 올려준다는 거 같은데, 그것보다 인지도를 높일 방법이 또 있을까.’
지난 YK 그룹의 폐단을 폭로하면서 시청률이 무려 45%를 찍었다.
이번 건은 그에 못 미치지만 충분한 파급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기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재선은 확실하고 더 나아가 대통령까지 노려볼 법하다.
“말씀만 하시죠.”
“어떤 게 필요하십니까? 제가 이 바닥에서 발이 상당히 넓습니다.”
“자넨 빠져 있어. 어른 공경도 몰라? 제가 더 잘 압니다.”
너도나도 나서는 상황에서 재환은 웃다가 말을 이었다.
“모두가 제 일처럼 나서주시니 감사하네요.”
재환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도움은 기억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