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11
113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한 김현태 시장은 시장실에 있는 불청객을 보고 속이 울렁거렸다.
“오랜만입니다. 시장님.”
“허, 허허. 이, 이거 KG 그룹의 회장님이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주실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요.”
말 그대로 김현태는 재환이 직접 찾아올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 못했다. 서진이 찾아오면 찾아왔지, 재환이 자신을 찾아올 정도의 일은 당장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김현태의 생각일 뿐이었다.
“중요하게 나눌 얘기가 있어서 말이죠.”
“중요하게…… 말이죠?”
김현태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건 결코 착각이 아니었다.
재환은 웃으면서 말없이 그를 압박했다.
‘줄타기 그만큼 했으면 슬 정해야 하지 않겠냐.’
“일단 앉으시죠. 얘기가 좀 길어질 거 같은데 계속 서 계시면 제가 다 불편합니다. 여기가 KG 본사도 아니고 시장실인데 말이죠.”
김현태 시장은 진땀을 흘리며 재환의 맞은편에 앉았다. 입고 있는 옷을 되도록이면 천천히 벗으면서 시간을 끌었다.
찰나마다 저울이 이리 기울었다 저리 기울었다 하던 김현태는 깊은 숨을 뱉어냈다.
“어떤 애기를 하시려는 겁니까. KG 그룹 회장님이 시장과 만났다는 소문이 퍼지면 피곤하지 않겠습니까.”
“그거라면 괜찮을 겁니다. 적당히 언플을 해뒀거든요.”
기사를 위해 재환이 직접 발로 뛰며 정보를 모은다는 이야기를 서진을 통해 여기저기에 풀어놨다. 핑계 거리를 제대로 만들어 놨다 보니 전보다 재환이 운신하기가 편했다.
재환이 미리 뒤를 막아놨기 때문에 김현태는 다시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지만, 재환은 외통수를 외쳤다.
“일단 그 중요한 얘기 전에 김현태 시장님, 제가 지금 조사하는 게 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위안부 할머님들 말이죠….”
“아는 바 있으시죠?”
이미 재환이 다 알고 찾아왔는데, 여기서 모른다고 말할 배짱이 김현태에겐 없었다.
한숨을 내쉰 그는 양손을 들고 솔직하게 고했다.
“압니다. 시민단체를 앞세워서 기부를 받아놓고, 그 기부금을 빼돌린 거 말씀이시죠.”
“배후에 정보준 의원이 있는 것도 아실 거고요.”
“그 의원이 주축이죠.”
“꼬리 자르기 할 생각마세요. 김현태 시장님이 그 일을 묵과하고 있단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비영리단체인 그 조직은 후원금을 받아 깨끗하게 써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 돈을 뒤로 빼돌리고, 후원하고 있다고 은폐한 데에는 김현태 의원도 손을 거들었다.
재환이 그 점을 꼬집자 김현태 시장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이미 다 알고 찾아온 거 같은데, 자신을 통해 알아낼 게 뭐가 있단 건가.
“명단하고 활동 내역, 자금이 어떻게 들어와 어떻게 흘러 나갔는지 전부 말해주시죠.”
“……지금 찔러보셨던 겁니까?”
“확신은 있지만 객관적인 정보가 없거든요.”
김현태 시장이 아무리 머리가 없다해도 저 말이 거짓이라는 건 안다. 그저 자신을 떠보기 위한 핑계라는 것도.
김현태 시장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하던 저울질이 그제야 끝이 났다.
“좋습니다. 대신 조건을 하나 달아도 되……겠죠?”
말하다 멈칫한 이유는 재환의 눈초리 때문이다. 네가 지금 누구한테 조건을 달 입장이냐고 눈으로 말해 왔다.
하지만 김현태 시장은 할 말을 해야 했다.
“이 일에 전 아무것도 안 한 겁니다.”
“아주 빼 달라?”
“네. 이번 사건을 강 회장님이 보도하면 아주 난리가 날 텐데, 거기에 휩쓸리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다른 놈들을 바칠 테니 살려 달라 이거다.
참 간사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지만 그 나름대로 꾀를 쓴 셈이다.
재환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도 침묵하고 있는 재환을 보고 불안감을 느꼈다.
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을 심하게 받는 와중 재환이 말을 꺼냈다.
“또 줄을 타시겠다?”
“줄을 타겠다는 게 아니라.”
“아니면 뭡니까.”
재환은 다리를 모로 꼬며 여기까지 찾아온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만 줄 타시죠.”
“………….”
“그동안 사정 봐 달라 해서 봐 드렸죠. 시장님의 임기도 있으니 그렇게 해드렸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그건 불가능합니다.”
재환이 딱 선을 그으니 김현태는 한여름 땡볕을 맞는 것처럼 식은땀을 흘렸다.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 줄이야.
괜히 둘러서 말하지 않았다는 건 이번에 제대로 답을 듣겠다는 거다.
“계속 카르텔에 계실 겁니까.”
“그건….”
“알겠습니다. 그리 알죠.”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들을 것도 없다.
그 태도에 김현태 시장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여기서 그냥 나가면 자신이 어떻게 될 지 안 봐도 뻔했다.
“잠시! 잠시만 기다리시죠.”
“기다리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죠?”
“제가 없으면 이번 건은 조사 못하실 텐데요. 정보를 얻어낼 길이 없으니까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딱 거기까지 말을 한 뒤 재환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차 안에서 서진이 물었다.
“너무 강하게 잘라내신 건 아닙니까. 이용할 만큼 이용하기로 하신 거 아닙니까.”
“네, 마른 오징어도 짜면 물이 나온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죠.”
“그런데 왜….”
“아직 덜 마른 거 같아서요.”
지금 자기 처지를 잘 모르는 것 같기에 한 번 더 상기시켜 줬다. 그 쪽에 붙으면 근 시일 내에 확실하게 뉴스에 얼굴을 비추게 될 거다.
“그래서 좀 몰아붙였죠.”
“너무 몰아붙인 게 아닐까요.”
“괜찮아요. 그래도 됩니다. 아니 이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처지를 알아차리죠.”
창밖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자신에겐 남은 게 없다는 걸요.”
“……지금 제가 이해를 잘 못하겠는데, 회장님은 김현태 시장을 어떻게 이용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단순히 정보를 빼내겠다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네. 정보는 사실 이미 갖췄어요. 김현태 시장을 만난 건 그저 정보 세탁입니다.”
김현태 시장을 만났다는 것만으로 최초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 다음 목표는 김현태 시장을 자멸시키는 것이다.
“자멸이요?”
“생각해보세요. 지금 완벽하게 궁지에 몰렸어요. 내일 아침이라도 뉴스에 자신의 얼굴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죠. 곧바로 카르텔에 도움을 요청할 텐데, 그 요청을 들어주겠어요?”
YK 건이 터진지 얼마 안 되서 국민들은 공권력을 상대로 날이 서있다. 이 상황에서 또 비리와 연루되어 있다는 게 터지면? 작게는 못 끝난다.
그러니 아무도 김현태 시장을 돕지 않을 거다.
거기까지 말하니 서진은 재환이 그린 큰 그림이 뭔지 알아차렸다.
“회장님의 말대로 되겠군요.”
재환이 떠나고 김현태 시장은 자신이 아는 번호로 모조리 전화를 돌렸다.
“강재환 회장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아는 바를 다 털겠다고….”
“쯧. 그러게 왜 꼬리 밟힐 짓을 해서.”
“제가 밟히려고 밟혔겠습니까!”
“하여간 도움 안 되는 놈.”
반응은 한결 같았다.
어쩔 수 없다. 너와 우리가 엮였다는 사실을 털지 마라. 신상에 위협을 받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잘 처신해라.
김현태 시장을 구해주겠다는 말은 그 누구도 안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김현태 시장은 이재명 회장의 말을 듣고 그 끈을 놨다.
“입 다물고 들어가 있어라. 적당한 때 빼내주마. 그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다. 당연하지만 말 조심, 입 조심 해야 할 거다. 최행열이 정말로 자살했다 믿는 건 아니겠지?”
김현태는 이를 갈았다.
자신을 이용할 대로 이용하고 이렇게 버림말로 쓴다?
적어도 강재환 회장은 한 번 손을 내밀었다. 저 빌어먹을 카르텔보다 나았다.
“빌어먹을 것들!”
카르텔의 인맥과 유일한 연락 수단인 대포폰을 그대로 분질러서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땀을 계속 흘린 그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책상을 부여잡고 숨을 고르던 그는 결정했다.
“혼자 안 죽는다.”
* * * * *
김현태 시장은 몇 차례 재환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재환은 그 연락을 모두 무시했다. 그리고 김현태 시장과 마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단지 기획 기사를 준비 중이라는 말만 전달했다.
그 소식을 흘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환 주위를 계속 달라붙던 김현태 시장의 연락이 뚝 끊겼다.
그리고….
-속보입니다. 김현태 시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자살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군요.”
서진은 뉴스에서 속보로 보도되고 있는 내용을 지켜봤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재환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재환의 표정은 담담했다. 마치 이리 될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눈치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저게 그 나름의 최선이었을 겁니다.”
깜빵에 들어가 봐야 카르텔에 의해 곧 죽게 된다. 그럴 바에야 이런 식으로 일을 터트리려 한 게 아닐까 싶은데….
그것도 원하는 대로 못한 모양이다.
-시신 바로 옆에는 긴 유언장이 발견되었습니다. 유언장에는 자신이 저지른 죄들을 고하며 이런 식으로 용서를 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꼬리 자르기 당했네.”
다른 이들이 지은 죄까지 모두 짊어지고 죽게 되었다.
“의원님들과 한 번 만나보게 자리 준비해주시죠.”
“날짜는 잡아뒀습니다.”
“땡겨줘요. 그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지금이 당겨볼 적기입니다.”
“알겠습니다.”
서진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회장실을 나가고 재환도 집무용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이제 다음 일들을 준비해야 하는데….
“쯧.”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재환은 뉴스에서 보도되는 김현태 시장의 유언장 내용을 들으며 실제로 저 죄를 지은 게 누구인지 덤덤히 짚어 나갔다.
여러 국회의원들과 한성 내부의 인사들이 지은 죄가 김현태가 지은 죄로 감쪽같이 바뀌었다.
“카르텔한테 좋은 일만 해준 꼴이네.”
입안이 텁텁했다.
일이 원하는 대로 안 흘러갔다는 것도 그렇고, 괜히 자신 때문에 한 사람이 죽은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김현태 시장이 지금까지 지은 죄를 생각하면 사형 선고나 무기징역은 확실했겠지만, 그건 법이 할 일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김현태 시장이 폭탄을 투하하고 공멸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지만, 크게 뒤틀렸다.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다른 이들의 죄까지 짊어지고 떠난 터라 앞으로의 계획을 크게 수정해야만 했다.
누구를 회유하고, 누구를 배제해야 하는가.
그 그림을 다시 그려야 했다.
“김현태 시장이 정리한 정보가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카르텔 놈들이 일을 엉성하게 처리할 리도 없고. 쯧.”
계속 밀려오는 아쉬움을 억지로 머리 한구석에서 밀어냈다. 할 일이 태산인데, 감정 하나에 휘둘릴 수는 없다.
뉴스소리를 BGM 삼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당연히 서진이겠거니 했지만 다른 이였다.
언젠가 이동훈 소속사에 갔을 때 봤던 시장의 딸이었다.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강재환 회장님한테 할 말이 있다고요! 아빠가 남긴 유서에요!”
유서.
묘한 울림을 주는 그 말을 듣고 재환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탁탁 두드렸다.
눈만 움직여 TV 화면을 바라봤다.
일이 또 묘하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