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38
140화
서진이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재환이 말을 한 것도 아니건만 KG 유통을 매각한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아마 재환과 이정진이 있던 식당에 누군가가 들었던 것일 터다.
발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매각과 관련된 이야기는 빠르게 퍼져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니까.
“회장님, 얘기를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KG 유통 내부에 루머가 돌자마자 KG 유통의 사장인 최연호가 재환을 찾아왔다.
그의 표정에서는 죽음을 각오한 사람의 의지가 엿보였다.
“네, 앉으세요.”
재환의 지시에 따라 소파에 앉은 최연호는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는데, 회장님이 저희 계열사를 분리하려한단 소문인데 이게 사실입니까.”
“옛말에 틀린 게 없다더니, 발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이 정확하군요.”
“회장님!”
재환이 소문에 대해 긍정하자 최연호의 눈에 서글픔과 분노가 같이 깃들었다.
어떻게 자신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 하는 억울함도 포함된 걸 보니 재환은 손짓으로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바로 진행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그렇지! 일단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시단 거 아닙니까!”
“진정 좀 하세요.”
재환은 최연호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벅차오르는 감정이 진정될 때까진 제법 시간이 걸렸다.
배신감도 컸던 탓에 그랬을 거다.
“제대로 설명 해드리죠.”
재환은 현재 KG 그룹의 상황과 더불어 계열사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말해뒀다.
언젠가 터질 폭탄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확인해본 결과 가장 피해를 크게 입을 게 KG 유통이라는 것.
지금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방법이 KG 유통을 계열사 분리하자는 것.
재환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난 뒤에도 최연호는 납득하지 못했다.
“그렇다 해도 계열 분리는 너무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차라리 협력 업체를 바꾸는 게 더 낫지 않습니까.”
“갑작스런 업체 변경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합니다. 아마 협력사들은 이때다 싶어 곧바로 파업을 진행할 겁니다. 새로운 협력사들에게도 루머를 퍼트리겠죠. KG 유통에 타격이 가리란 건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KG 유통을 버립니까? 이건 벌레 좀 잡자고 집을 팔아버리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최연호는 악을 써가며 KG 유통의 중요성과 여러 상황에 대한 대안을 설명했지만 재환은 모든 대안책에 대해 반박을 했다.
기나긴 탁상공론이 끝난 뒤 최연호에게 남은 건 악 뿐이었다.
“회장님, 저는 회장님만 보고 있는데 절 이렇게 버리면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최연호 사장님, 그건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전 최연호 사장님을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KG 유통을 분리하겠다는 게 그것과 다른 말 아닙니까.”
재환은 손을 내저었다.
“전 더 큰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그 사업에 최연호 사장님을 앉힐 생각입니다.”
“더 큰 사업이라니….”
“이걸 말하는 건 좀 더 나중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최연호 사장님에겐 말씀드려야 겠군요.”
재환은 잠시 뜸을 들인 뒤 폭탄을 터트렸다.
“전 한성 자동차를 가져올 겁니다.”
“한성 자동차를 가져온다고요?”
“……결국 자동차 사업을 하시겠단 거군요.”
옆에 있던 서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구정혁과 만나고부터 자동차 사업 노래를 부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재환은 이강철의 생각 그대로 사업 기반을 처음부터 마련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사업을 먹어 치울 생각이다.
“그리고 그 자동차 사업의 사장 자리에 최연호 사장님을 앉히려고 합니다.”
“회장님….”
옆에 서 있던 서진은 최연호와 재환을 번갈아보며 말을 아꼈다. 할 말은 많았지만 지금 최연호가 있는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연호는 그 말이 뭔지 알고 있다.
“회장님, 그건 위험한 일입니다.”
“어떤 부분이요?”
“제가 유통업에서 일을 했지, 자동차 제조업에서 일을 한 게 아닙니다. 기본적인 지식도 없고, 판매 전략이나 유통 루트 등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사장 자리에 덜컥 앉는다. 이렇게 되면 잘은 몰라도 안 좋은 소리를 들을 확률이 높다는 건 확실했다.
주가가 바닥을 칠거고, 한 번의 작은 실수도 치명적으로 다가올 게 분명했다.
“그런 무리수를 두느니 차라리 계열 분리한 회사의 사장이 되고 말죠.”
“정말요?”
재환이 빙그르르 웃으며 최연호를 바라봤다. 우습게도 그는 재환의 웃음을 보고 아니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최연호도 안다. 유통업 회사의 사장과 자동차 회사의 사장의 차이를.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미묘하게 나는 그 차이를 알 수밖에 없다.
“하아….”
“아까도 말씀드렸듯 바로 진행할 것도 아닙니다. 그 사이 공부하면 되죠.”
“공부할 거리가 적지 않을 거 같은데요.”
“필요하다면 지원도 해드리겠습니다. KG 그룹을 위한 건데, 그 정도도 못해 드리겠습니까.”
재환의 말에 최연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쩐지 재환의 페이스에 말린 것만 같은데, 벗어날 수가 없다.
재환은 최연호가 벗어날 수 없도록 단단히 붙잡았다.
“제가 KG 그룹의 회장이 되기 전부터 최연호 사장님을 봤지 않습니까. 그래서 최연호 사장님의 도움이 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하아….”
전부 자신을 위해서라는데 어쩌겠는가.
마음에 안 들어도 꾹 참고 해내는 것만이 답이다.
“힘내시죠.”
재환의 응원을 받은 최연호가 자리를 뜨고나서 서진이 물었다.
“진심이십니까?”
“네?”
“최연호 사장을 자동차 사장으로 만든다는 거 말입니다. 단순히 최연호 사장을 회유하기 위해 하신 말이죠?”
“진심입니다.”
재환의 말에 서진은 골이 아파왔다.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회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닙니다. 자동차에 대해 뭘 아는 사람이라고 그를 사장 자리에 앉힌단 말입니까.”
“당연히 혼자서는 못할 테니 도움이 될 사람을 불러야죠.”
재환의 말에 서진은 입을 열었다가 멈칫했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재환을 보니 서진의 생각에 긍정하듯 재환이 웃고 있었다.
“와….”
“괜찮은 거 같죠?”
“어떤 부분이…. 하아…. 전 모릅니다. 이 건에 대해선 전 안 도와드릴 겁니다.”
“비서실장님이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준단 말입니까.”
“아무튼 전 안 도와드릴 겁니다. 알아서 하세요.”
서진이 냉담하게 말하고 회장실을 나가려던 찰나 문이 벌컥 열렸다.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보고 재환이 쿡쿡 웃었다.
“양반은 못 되시겠네요.”
“야, 강재환. 나하고 해보자는 거냐?”
얼굴에 짜증이 한 가득 묻은 구정혁이 재환을 향해 성큼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서진은 참담한 심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먼저 이 자리를 떴어야 했는데….
서진의 심정이야 어쨌든 구정혁은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너 나 물 먹이려고 작정했지?”
“에이. 제가 왜 우리 영감님에게 그럽니까. 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부터 차근차근 말을 해보시죠.”
“몰라서 물어! 내가 너 밑으로는 안 들어간다고 했지!”
구정혁의 말에 서진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재환에게 돌아갔다.
재환은 서진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모른 척 능청을 떨었다.
“한 번 생각이나 해보라는 거죠. 그 때도 제가 아주 물러난 건 아니었잖아요.”
“나하고 아주 갈라서고 싶다는 거야? 계약서에 도장 콱 찍은 걸 멋대로 바꾸는 건 어디서 되먹지도 못한 놈의 짓이야!”
“전 바꾼 거 없어요. 이건 그때의 것과 별개의 거니까요.”
재환은 다리를 모로 꼬고 구정혁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영감님이 KG 그룹 내에서 일하기 싫은 건 알겠어요. 오케이. 근데 현실적으로 말해서 영감님이 바닥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사업 하면 언제 그게 빛을 보겠어요. 장례식 때도 사업체 출범은 못할 걸요.”
재환의 말은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구정혁의 심기를 살살 건드리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못할 거 같냐. 내가 좀 늙었다고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해?”
“하이고, 영감님 여기서 오기 부릴 땝니까. 나이를 생각하셔야죠. 중고차 사업도 안정기에 들어서기 전에 타계하실 수도 있어요.”
“이 놈이!”
“이성적으로 생각하시란 겁니다.”
구정혁은 한참을 씩씩대다가 숨을 천천히 골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재환이 구정혁의 설득에 들어갔다.
“제가 아주 들어와서 일하라는 거 아닙니다. 그건 우리 영감님도 싫을 테니까요. 딱 기간을 정해두고 일하시라는 겁니다.”
그 기간 동안 최연호에게 사업 노하우를 배운다. 그리고 구정혁은 차량 기술을 어느 정도 익힘과 동시에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기술자들을 미리 꾀어 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이거야 말로 윈윈이 아닐 수 없다.
“이래도 싫어요? 이건 진짜 영감님한테 둘도 없을 기회인데?”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말투에 구정혁은 이를 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수긍을 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여간 싸가지 없고 노인 공경할 줄 모르는 놈같으니라고.”
“사업만 잘 이끌어 나가면 됐죠.”
“입만 살아서.”
“입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네요.”
구정혁의 비아냥에 일일이 말대꾸를 하던 재환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내려다보던 구정혁이 손을 탁 쳤다.
“네놈과 동업자라니 속이 뒤틀리겠군.”
“속으로는 좋으시면서.”
“퍽이나!”
구정혁은 시시콜콜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도 이후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할 때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두 사람은 한참을 논의하다 어느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다소 전투적인 논의가 끝난 뒤 재환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근데 자동차 사업은 KG 유통을 판 뒤에 할 겁니다. 시간이 제법 남았어요.”
“이미 판매처도 다 정해 둔 거 아냐? 네놈이라면 그랬을 텐데.”
“조금 고민을 해보겠다고 해서요.”
“그러다 안 사는 거 아니냐?”
“그냥 튕겨보는 거에요.”
재환의 확답을 하자마자 이정진으로부터 짧은 까톡이 도착했다.
-진행하죠.
“산다네요.”
재환이 까톡 내용을 보여주자 구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SJ 그룹이면 좋다고 달려들만 하지.”
“그쵸?”
재환은 가볍게 웃고 구정혁에게 물었다.
“영감님, 아직도 제가 KG 그룹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하지. 넌 그냥 먹이나 먹으면서 사는 게 딱이야.”
“평가 참.”
재환은 구정혁의 신랄한 평가에도 웃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이가 해주는 진실성 있는 답을 들으니 아직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든다.
재환이 그런 각오를 다지는 중 구정혁이 한 마디를 더 보탰다.
“그래도 전보단 사업가 같네.”
“그래요?”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쪽에 눈길을 돌리는 게 딱 사업가지. 막무가내식으로 진행하는 건 아직 부족하다는 반증이겠지만.”
구정혁의 덧붙인 말에 재환은 빙그르르 웃었다.
“제가 막무가내식으로 움직인 거 같으세요?”
“내가 만약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완고하게 내 길을 가겠다 고집했으면 어쩔 거냐. KG 유통의 사장인 그 놈이 못하겠다고 고집 부렸으면 어쩔 거냐.”
“최연호 사장님이 고집을 부렸다면 다른 사장으로 갈아치우면 될 뿐이죠. 제게 필요한 건 KG 자동차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재환의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이렇게 싸늘한 말을 뱉을 줄 몰랐던 탓에 구정혁도 살짝 당황했다.
물론 구정혁을 더 당황하게 한 말은 뒷말이었다.
“그리고 우리 영감님의 소중한 두 아드님이, 지금 KG 그룹에 입사했잖아요. 제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너, 너….”
금방이라도 게거품을 물려는 구정혁을 보며 재환이 웃으며 물었다.
“이래도 제가 사업가로 안보이세요?”
부족할지 몰라도 재환은 확실하게 한 명의 사업가로 거듭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