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44
146화
이강철은 일전에 만났던 중견 기업 사장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재환을 끌어내리기엔 상당히 부족한 전력이다. 그렇기에 이강철도 이들을 적당한 버림말로써 재환의 입지를 긁는 데 쓰려는 것이다.
“작업 시작합시다.”
이강철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장들은 헛기침을 하며 서로를 마주봤다.
“크흠.”
“작업이라….”
그런데 그 분위기가 묘했다.
마치 하기 싫은 일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듯 한 그런 느낌.
이강철이 그 분위기를 읽어내지 못할 리 없다.
“지금 뭡니까.”
“이강철 사장님. 요 며칠 간 저희도 한성 매각이랑 KG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한성이나 KG와 같이 덩치가 큰 대기업과 달리 그들은 중견과 대기업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들이다.
한성에서 작은 일이라도 그들에겐 큰일이고, 기업 자체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인 거다.
그렇다보니 그들은 보다 누구보다 신중하게 한성과 KG 그룹을 지켜봤다.
“이강철 부회장님의 매각 움직임이 영 매끄럽지 못한 것 같던데, 맞습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죠? 지금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KG 그룹의 내부 비리를 터트려서!”
“그런 건 없습니다. 이강철 부회장님.”
누군가가 딱 잘라 말했다.
눈이 돌아간 상태로 자신이 할 말만을 토해내던 이강철은 인상을 팍 쓰고 발언자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 패였고, 자연스럽게 그 발언자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도록 다 같이 움직였다.
“KG 그룹은 깨끗합니다.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게 KG 그룹입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자체 조사 외에도 내부에 심어둔 인력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내부 인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그들이 상당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술을 사주고 여자를 붙여주면서 얻은 정보가 저거였다.
“저희도 믿지 못했지만, 몇 차례 더 그러고 나선 확신이 들더군요.”
정직하게 운영하는 회사.
그게 KG 그룹이었다.
그럼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당장 그룹이 해산 위기에 놓인 한성과 안전 자산으로 보이는 KG 그룹. 어디에 붙을지는 명확하지 않습니까.”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이강철의 날 서린 말에 그들이 움찔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내린 결론을 번복하지 않았다.
지금 이강철이 드러내는 이빨은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내가 허튼 짓을 했군.”
“비즈니스 관계라는 게 도움이 되면 같이 하고 아니면 말고 아니겠습니까.”
이강철은 욕을 씹어 뱉고는 자리를 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이강철은 눈을 감고 다른 방책은 없는지 고민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금 자신이 외통수에 몰렸다는 사실을 격렬하게 인지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하.”
분명 승산이 높은 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흘러간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어디서부터 강재환의 페이스에 말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걸 알기라도 하면 이 답답함이 덜했을 텐데.
이강철은 목을 옥죄는 넥타이를 풀며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집 안에는 전혀 반갑지 않은 이가 있었다.
“뭐한다고 늦게까지 싸돌아 다니냐?”
“……이한철.”
“형님이란 말은 죽어도 안 붙이지?”
집을 나갔던 이한철이 왜 다시 들어왔는가.
이한철이 강재환과 붙었다는 걸 알기에 묘하게 쎄했다.
이한철은 맥주를 들이켜고 이강철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내가 나가서 며칠 생각해 봤는데 말야. 암만 생각해도 내가 내 집을 떠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 같더라고?”
“하, 이게 왜 네 집이냐. 아버지 집이지.”
“그래, 근데 내가 나가고 나니까 모양새가 어째 네 집이 된 거 같더라고. 그래서 좀 짜증이 났어.”
언행일치가 전혀 되지 않았다.
지금 이한철은 어떻게 하면 이강철을 가장 임팩트있게 엿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강철은 당장 이한철과 말싸움을 해서 이익 볼 게 없다고 생각하고 1보 후퇴를 택했다.
“그럼 알아서 방에 기어들어가 살던가.”
“아니, 네가 나가.”
이한철의 말에 방으로 향하던 이강철이 멈칫했다.
저 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뭐라 씨부렸냐?”
“짐은 미리 다 싸뒀으니까 들고 나가라고.”
이강철은 이게 미쳤나 싶었는데, 방에 가보니 정말로 자신의 짐이 캐리어 2개에 나뉘어져 담겨있었다.
“하.”
“딱 들고 나가기 좋게 싸놨지.”
“미쳤냐?”
이쯤 되면 이강철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당장이라도 드잡이질 하려는 그를 보고 이한철이 웃었다.
“니가 빡치면 어쩔 건데, 한성 그룹 팔아먹으려는 새끼가.”
“네가 뭘 알아. 대가리에 생각이라곤 없는 새끼가.”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히 알지. 네가 엿됐다는 거.”
이한철은 비릿하게 웃으며 이강철의 가슴팍을 쿡쿡 찔렀다.
“지금 회장님이 지시 내리셨어. 네 새끼 부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라고.”
지금 이재명은 구속되어 수감된 상태니 블러프라 여겼다.
이강철은 이한철의 멱살을 잡으며 물었다.
“……증거 있어?”
“녹취록이라도 들려 줘?”
이한철은 녹음기를 꺼내 흔들었다.
당연히 백업 파일을 만들어뒀기에 이강철이 이걸 부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너 사장 자리 물러나라고 말하셨어. 한성 물산 사장은 다른 사람으로 뽑는다네.”
“입에서 나오면 다 말인 줄 아냐?”
“못 믿겠으면 직접 회장님께 연락하던가.”
이한철이 자연스럽게 대포폰을 꺼내 내밀었다.
그는 머뭇거리다 대포폰을 받아 저장된 유일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신호음 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철이냐.”
“아버지.”
“네가 멋대로 부회장 자리 달고 뵈는 게 없나 본데. 회장님이라 불러라.”
상하관계를 명확히 하는 이재명의 말에 이강철의 이가 갈렸다. 그래봐야 이빨 빠진 노친네가 뭐 그리 잘났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한성 물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게 사실입니까.”
“들었으면 바로 인사이동 준비해. 전에 이한철이 근무하던 문화 재단으로 자리 옮기게 될 거다.”
이재명의 그 말은 이한철에겐 승리를 확신시켜줬고, 이강철에겐 절망을 안겨줬다.
이강철은 마른세수를 몇 번 하고 차분히 말을 이었다.
“회장님, 전 다 생각이 있어서….”
“생각이 있다는 놈이 그룹을 팔아 넘겨? 넌 배고프다고 팔 잘라 뜯어 먹을 생각이냐?”
잔인한 비유였지만 이재명이 말하려는 바는 명확했다.
한성을 키우기 위해 한성의 일부를 팔아버리는 건 하책 중의 하책이니까.
이재명은 끓어오르는 노기를 삭히고 이번 일을 종식시켰다.
“이번 매각 건은 없던 걸로 돌린다. 그리고 이한철, 듣고 있지?”
“네, 회장님.”
“네가 지금부터 부회장이다. 한성 그룹 팔아먹으려는 놈을 부회장으로 둘 순 없지.”
그 말을 끝으로 이재명은 전화를 끊었다.
이한철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이강철의 손에 들린 대포폰을 가져갔다. 지금으로선 유일하게 이재명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니 잘 챙겨놔야 한다.
“잘 들었지? 여기서 거기까지 출퇴근하려면 시간 낭비가 심하더라. 나가서 사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거야.”
“……하, 하하. 하하하!”
이강철은 실성한 사람마냥 크게 웃어대다가 이한철을 보고 도끼눈을 떴다.
“강재환이 이렇게 하라고 시키데?”
“도움이 없다고는 못하지.”
“날치려고 적과 손을 잡아? 너도 나하고 같은 놈이야.”
자신보다 스케일이 작고, 방향성이 다를 뿐.
자신이나 이한철이나 똑같은 놈이다.
“강재환이 언제까지 널 봐줄 거 같냐.”
“그런 생각은 접어두는 게 맘 편할 걸? 네가 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이니까.”
이강철의 옷깃을 한 번 여며준 뒤 그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가서 잘 해. 거기 사람들 좋은데 괜히 괴롭히지 말고.”
이한철이 방을 나가자 이강철은 참고 있던 화를 터트렸다.
“개 같은 거! 으아아아!”
방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 때려 부수며 화를 표출하는데, 그마저도 이한철에겐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한철은 그 길로 서재로 들어가 이재명의 전용 의자에 앉았다.
이젠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것이 된 자리다.
의자의 팔걸이를 손으로 쓸다가 문득 재환에게 생각이 미쳤다.
“하아, 그 놈. 무서워.”
강재환과 손을 잡으면 이한철을 꺾고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거라 어렴풋이 예상은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더 강렬했다.
아예 이강철이 복귀하지 못하도록 짓밟아 버렸으니까.
이 타이밍에 생각해 봐야 할 게 있다.
“강재환과 손을 계속 잡는 게 이득일까. 아니면 무시하고 독자 노선을 밟는 게 이득일까.”
강재환을 아군으로 두면 든든하지만, 적으로 돌리면 그렇게 치가 떨릴 수가 없다.
녀석이 또 조용히 칼을 간 뒤 자신의 목에 들이밀면 그 땐 버틸 수 있을까.
“안 되겠지.”
전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했다.
그러니 이한철은 이재명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했다.
“강재환 회장, 나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전화질이야. 중요한 말 아니면 끊어.”
짜증 섞인 재환의 말이 이한철의 신경을 건드렸지만, 오늘 만큼은 관대하게 넘어가줄 수 있다.
“이강철 박살났어. 부회장 자리 내려놓고 한직으로 내려갈 거야. 내가 전에 있던 문화재단 그 쪽으로.”
“……사실이냐?”
“그래. 네가 철저하게 빅 엿을 먹인 덕이지.”
그 말을 듣고 재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한철은 당연히 기쁨을 표할 줄 알았는데 다음 말이 의외였다.
“그러면 한성의 부회장 자리는 비는 건가?”
“내가 맡게 될 건데, 의외로 기뻐하질 않네? 승전보를 울려야 할 때 아닌가?”
“위험요소 하나가 사라졌다 뿐이지 한성이 건재하단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
지금까지의 임시 동맹은 끝이고 곧 자신의 목을 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순간 목이 뜨끔했기에 이한철은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지금 말을 들으니 아까 내린 결정이 옳은 것이다란 확신이 들었다.
“그 건에 대해서 말인데, 아예 손을 잡지 않겠어?”
“무슨 말이지?”
“국내 기업 1위와 2위가 손을 잡으면 한국이란 나라 하나는 가볍게 주무를 수 있지. 안 그래?”
이한철이 봐선 재환과 손을 잡으면 이전 카르텔보다 더 강하게 한국을 장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재환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자신이 한국 재계의 황제가 되는 거나 마찬가질 테니까.
이 제안이 거절당할 리 없다 생각했으나 돌아온 건 코웃음이었다.
“지금 내가 너랑 손을 잡아서 얻을 이익이 없는데?”
“아니, 한성과 협력해서 얻을 이익이 왜 없어. 당장 생각해도….”
“야, 이한철.”
재환은 이한철의 말을 딱 자르고 숨을 골랐다.
무슨 말이 나올지 도저히 감이 안 잡혔기에 이한철도 숨을 고르며 재환의 말을 기다렸다.
“개수작 부리지 말고 니네 그룹이나 관리 잘 해. 정정당당히 사업으로 승부하라고.”
“이것도 사업의 일환인 거 몰라? 아니. 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이걸 왜 걷어 차?”
이한철이 도무지 납득하지 않자 재환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 한 마디만 툭 던졌다.
“너 같은 놈하고 손잡기 싫단 거다. 그렇게 안 해도 충분히 한국 시장은 먹을 수 있으니까.”
이한철이 얼을 타는 사이 재환은 추가로 선전포고를 했다.
“한성을 잘 키우고 있어. 조만간 내가 다 먹어치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