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59
161화
“뭘 위해서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미스터 강.”
브란도 대통령을 직접 본 건 한 번, 그것도 IT기업들이 모두 모이는 행사에서 잠시 인사를 나눴을 뿐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한 기업의 CEO가 대통령과 독대를 하는 경우는 없다시피 했다.
그래도 재환은 브란의 말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를 읽어냈다.
“불가능한 건 아닌 모양이군요.”
“사안에 따라 다르니까요.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상대가 누구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브란은 그리 말하고 물었다.
“어떻습니까, 미스터 강. 당신이 대통령을 만나야 겠다고 말하는 걸로 봐선 중요한 일이란 건 알겠는데 그게 미국의 존망을 위협할만한 일입니까?”
미국의 존망을 위협하느냐.
이 질문에 재환은 곧바로 대답할 수 있다.
“네. 그 정도로 중요한 사안입니다.”
“허….”
브란은 재환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저 말이 블러프인지 아닌지 읽어내 보기 위함이다.
하지만 재환이 쓴 단단한 가면 너머의 본심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브란은 직설적으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이 뭔지 저도 알 수 있겠습니까?”
“브란, 이 얘기는 밖으로 새어나가선 안 됩니다. 기밀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사안이죠.”
거절의 의사를 밝혔으나 브란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제가 알아야 다리를 만들지 않겠습니까.”
니가 그렇게 나오면 협조를 못한다. 그런 뉘앙스로 말하니 재환도 별 수 없었다.
“전부를 말씀드리는 건 힘듭니다.”
재환은 그리 말하고 딱 한 마디만 했다.
“이번 일이 꼬이면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순간 브란은 재환이 진심을 말하기 싫어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누군가가 말하길 3차 세계 대전이 지나가고 나면 인류는 원시 시대에서 살아갈 지도 모른다 했다.
3차 세계 대전은 당연히 핵전쟁이 될 거고, 그리 되면 인류에게 남는 건 파멸뿐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니 3차 세계 대전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미스터 강, 농담….”
“농담 같습니까.”
진지한 재환의 표정에 브란은 웃음기를 싹 지웠다. 그리고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세계 대전이 일어난다면 미국의 상대가 될 나라는? 중국이다.’
거기에 생각이 닿으니 브란의 몸이 떨렸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만약 재환이 처음부터 이 점을 염두해두고 중국을 견제한 거라면?
모든 기업들이 힘을 합치도록 만든 이유가 중국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면?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재환은 지금까지 만난 어떤 이보다도 무서운 이였다.
옷 아래에 돋아난 닭살을 문지르며 브란이 말했다.
“보면 미스터 강은 중국에 대한 원한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원한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닙니다.”
“중국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지금까지 재환이 한 빌드업을 중국이 알게 되면 거품을 물고 재환을 죽이려 들 터다.
재환이 쓰게 웃으니 브란이 가볍게 웃었다.
그 때 한 발 늦게 합류한 스티븐은 웃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나누십니까.”
“중국이 얼마나 원수 같은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거 참 재미난 얘기네요.”
자칫하면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화제였으나 둘은 거리낌 없이 중국의 욕을 뱉어냈다.
잠시 사담을 나누다 재환의 본론에 대해들은 스티븐은 한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확실히 중요한 건입니다만 강재환 회장이 대통령과 바로 만나긴 힘들 겁니다.”
일단 자국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 큰 문제였다.
자국의 기업이라도 대통령과 독대를 하면 말이 나올 수 있는데, 그게 작은 반도의 나라라면 더더욱 그럴 터다.
“그러니까 일단 큰 자리를 한 번 만들어보죠.”
“큰 자리요?”
“안 그래도 미래 산업과 관련한 학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습니다.”
파인애플사의 주최로 진행되는 학술회는 일종의 토론회였다.
이름 있는 교수들이 참여하고, 대기업들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자리로 파인애플사가 한 번씩 주최하곤 했다. 다만 상상만 해도 전문적으로 어려운 내용이 오가리란 건 예상이 가능했기에 이 자리에 대통령이 올 지는 의문이었다.
“시간을 쪼개서 오겠습니까.”
“올 겁니다. 올 수 밖에 없죠. 와서 한 마디 하는 게 모양새가 좋을 거니까요.”
“그 쪽 장관들을 통해서 입김을 넣으면 시간을 비울 겁니다.”
재환은 IT분야의 공룡 기업 둘을 아군으로 둔 게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편한 길을 갈 수가 있게 됐다.
“그 때 오게 되면 저희 인편을 통해 따로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가능할 겁니다.”
“그게 제일 빠른 길인 것 같네요.”
빠르게 진행되는 얘기는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그 학술회의 준비는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음…. 빠르면 일주일 정도 아니겠습니까.”
“늦는다면 한 달 정도 걸리지 않을까요.”
“너무 늦어요.”
한 달이면 중국에서 이미 연구실을 폐쇄하고 손 다 털고 난 다음일 터다.
재환은 마른세수를 하고 물었다.
“하루 만에 볼 수 있는 방법 없겠습니까. 좀 강압적인 방법이어도 됩니다.”
지금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다. 과속 딱지가 끊기더라도 과속을 해야만 하는 때인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브란이 역발상으로 의견을 제안했다.
“그럼 대통령이 가는 곳에 가면 되겠네. 말을 잠깐 전하기만 하면 독대는 할 수 있을 사안이니까요.”
“그럴 경우 긴 시간을 내기는 힘들 겁니다. 대통령의 스케줄 중간에 끼어드는 거니까요.”
짧은 시간 밖에 내지 못한다. 이건 아쉬운 점이었지만, 재환은 충분히 만족했다.
일단 자리를 만든다는 게 중요했다.
“그 방식대로면 당장 내일이라도 만날 수 있겠네요.”
처음 나온 계획보단 막무가내 식이었지만, 제법 그럴 듯한 구색을 갖춰나갔다. 기업을 이끄는 세 수장이 머리를 맞대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기엔 한참 부족했지만.
다음 날, 서진은 운전대를 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될까요.”
“두 사람이 잘 움직여 줘야죠.”
어제 얘기에서 확정된 계획은 대부분 브란과 스티븐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아무런 연이 없는 재환이나 서진이 다짜고짜 찾아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환은 공항의 주차장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고 있는 중 주차장으로 경호원이 다가왔다. 그는 주위를 쭉 둘러보다가 재환이 탄 차를 발견하고 곧장 다가왔다.
“강재환, 맞습니까?”
“네. 접니다.”
“대통령님께서 찾으십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 작게 주먹을 쥐었다.
옆에 놔둔 자료를 챙겨들고 서진과 함께 차에서 내리니 경호원이 제지했다.
“강재환만 오라고 하셨습니다.”
“통역이 필요합니다.”
“저희 쪽에서 대신 할 수 있습니다.”
서진은 한 마디 하려 했으나 재환이 말렸다.
“괜찮아요. 자료 주세요.”
“혼자 가시는 건 위험합니다.”
“한 나라의 대표지 않습니까. 여기 왔다는 기록도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서진이 최악의 상황을 걱정했지만, 재환은 괜찮다며 그를 다독였다.
수첩을 통해 죽지 않는다는 걸 미리 안 덕이다. 서진은 주저하다가 서류를 재환에게 넘겨줬다.
“다녀오세요.”
서진의 배웅을 받고 재환은 경호원을 따라 갔다.
한참을 따라가면서 금속 탐지기를 비롯해 몇 번의 검문을 받아야 했다.
“시간이 없는데요.”
“혹시 모를 테러의 가능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재환은 경호가 가져갔던 외투를 받아들고 두꺼운 유리문을 통과했다. 그 안에는 그토록 만나보고 싶던 대통령이 있었다.
“오셨군요. 한국 기업의 CEO라 들었습니다.”
“강재환이라고 합니다. 편히 강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고 난 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세계 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죠.”
“네, 각하. 그 전에….”
재환은 뒤에 선 경호원을 슬쩍 봤다. 무슨 의미인지 안 대통령은 손짓으로 그를 내보내려 했다.
“각하, 안됩니다.”
“그에게 무기가 없는 건 이미 확인했지 않습니까. 괜찮으니까 시간 뺏지 말고 얼른 나가세요.”
대통령이 딱 잘라 말하니 경호는 별 수 없이 방을 나가야했다. 이제 방에는 둘 만이 남았다.
“이제 얘기해 보시죠. 아, 도청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이미 꼼꼼히 확인했으니까요.”
“그 부분은 믿겠습니다.”
재환은 가져온 서류뭉치를 넘겨주면서 화두를 꺼냈다.
“중국에선 비밀리에 인체 실험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 실험의 목적은 생화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고요.”
아담이 목숨 걸고 구해온 자료들에 재환이 살을 붙여서 이야기를 전달했다. 대통령은 재환의 말을 들으면서 자료들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아담이 찍은 그로테스크한 사진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끔찍하군요.”
“합성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현실이죠.”
대통령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고 내려놨다.
“이것들을 세계 언론에 터트리면 반향이 크게 일어나겠네요.”
“국경없는 기자회와 손을 잡고 3일 내로 기사를 터트릴 생각입니다. 기사가 나가면 중국은 발 빠르게 증거를 없애려고 할 텐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협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재환의 말에 대통령은 턱을 괴고 상념에 잠겼다.
대통령이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재환은 기다렸다. 정치라면 자신보다 더 뛰어날 게 분명하니 괜히 나서는 것보다 기다리는 게 옳은 선택이라 여겼다.
체감 상 10분 정도가 지나자 그는 꾹 닫았던 말문을 열었다.
“미스터 강. 이런 귀중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측근들과 얘기를 조금 더 나눠봐야겠지만, 아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얘기를 진행시킬 수 있을 겁니다.”
“고마우시면 나중에 KG 그룹의 제품을 애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연스럽게 재환은 KG 그룹의 제품을 푸쉬했다. 대통령이 KG 그룹의 물건을 써준다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될 거고, 작은 불로소득이 생길 터다.
재환의 대답에 그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였다.
“안 그래도 KG 전자에서 나오는 스마트폰이 뛰어나다는 얘길 들어서 바꿔볼까 싶습니다.”
“말만 하시죠. 최고의 제품으로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가벼운 대화를 나눈 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케줄 사이의 짧은 틈에 재환을 볼 시간을 만든 것이기에 그도 이동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미스터 강 같은 사람이 미국에 있으면 좋을 텐데요. 어떠세요. 이민 오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고민해보겠습니다.”
“긍정적인 결론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얘기를 마치고 서진이 기다리는 차로 돌아온 재환은 넥타이를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건 해결했다는 생각에 피로감이 한 번에 밀려왔다.
“얘기는 잘 풀렸습니까?”
“일단은요.”
어디까지나 일단은 이다.
아직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고 그를 위한 보험들을 들어두려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숨을 돌려도 되겠죠.”
한국행 비행기에 탄 동안은 아무 생각 않고 편히 쉬어볼 생각이다.
재환의 그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