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58
160화
아담을 진정시킨 뒤 재환은 스위트룸을 빠져 나왔다.
서진은 아까 파일들을 보존하기 위해 먼저 나갔기 때문에 재환은 홀로 집으로 향해야 했다.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가면서 재환은 많은 생각에 잠겼다.
호기롭게 아담에게는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재환의 눈에는 아직 퍼즐 조각이 모자랐다.
100% 확률로 중국을 먹어치우기 위해선 부족한 것들이 많았다.
“사람과 시간이 부족하지.”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이들이 많았다면 이리 불안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해 줄 테니까. 하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더 있었다면 보다 여유롭게 계획을 짜고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을 회유하고, 그들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틀어쥘 수 있는 약점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을 거다.
재환은 길게 숨을 뱉어내고 고개를 털어냈다.
만에 하나의 상황에서 일어날 변수들에 대해 고민하자면 끝도 없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인편이 중요해진다.
그리 판단을 내리고 재환은 서진에게 연락했다.
“네, 회장님.”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90% 정도 완료했습니다. 1차 백업은 완료해서 비밀 금고에 보관해뒀고, 2차 백업은 회장님도 모르시는 곳에 은폐해 둘 예정입니다.”
재환도 모르는 곳에 숨기라 했던 건 한참 전에 재환이 직접 지시를 내린 사안이었다. 서진은 그 때의 지시를 기억하고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서진은 유능하다.
“원본 자료들도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보관해 두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VIP와의 미팅을 잡아두세요.”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제대로 굴리기 위해선 결국 강대국들이 모인 자리에서 판을 얼마나 잘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거기에 재환이 관여할 여지가 없다.
‘미리 VIP를 제대로 잡아놔야 해.’
그 일념 하에 재환은 VIP와 어떤 얘기를 나눠야 하는지, 어느 선까지의 정보를 풀어서 그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들지를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그 모든 고민은 의미가 없었다.
“강재환 회장님.”
“네.”
“전 아무것도 못 들었고, 못 본 겁니다.”
VIP는 긴 재환의 말을 듣고 그리 말했다. 철저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지 알면서도 재환은 물었다.
“어째서죠.”
“강 회장님, 지금 한국이 중국의 눈 밖에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시는 거 아니잖습니까.”
“아뇨, 모르겠습니다.”
VIP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그 나름대로 재환을 설득하기 위한 말을 늘어놨다.
“객관적으로 봐서 한국은 중국에 비하면 약소국입니다. 그들이 전쟁을 하자고 마음먹으면 곧바로 쓸려 나가는 게 저희란 말입니다.”
“그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대통령님이 필요한 겁니다.”
“그로 인해 경제 보복이라도 일어난다면 버티실 수 있습니까? 국민들이 입을 타격은 생각도 안합니까? 그러고도 당신이 한 기업의 대표라는 겁니까.”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은 휘황찬란한 말을 이어 늘어놨지만, 요지는 그거였다.
이 일을 진행하면 내가 위험해진다. 이 자리를 놓칠 수 없으니 절대로 함께하지 않겠다.
진보적인 인물도 권력을 잡으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데, 지금이 딱 그 모양새였다.
“그러니 강 회장님을 위해서 이번 일은 듣지 못한 걸로 하겠습니다. 어지간하면 강 회장님도 이번 일은 묻고 지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대통령님. 혹시 어떻게 그 자리에 앉게 된 건지 잊으신 건 아니시죠?”
재환의 한 마디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대통령이 딱 굳었다.
어떻게 그가 대통령이 되었는가. 원래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그가 말이다.
그는 눈가를 좁히고 재환을 내려다봤다.
“협박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협박이라뇨. 제가 어떻게 한 나라의 수장께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재환은 능청스리 그리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똑같은 눈높이에서 그를 마주보고 말을 천천히 씹어 뱉었다.
“그런 짓은 안합니다. 근데 저희 나라를 대표해 줄 수장이 정말로 수장 자격이 있는지는 국민 여러분께 물어볼 수 있겠죠.”
재환의 수첩에 적힌 정보들에는 지금처럼 바뀐 미래에 관한 정보가 없다. 그렇기에 재환은 비서실의 규모를 늘리고 많은 사람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습득했다.
그 과정에서 현 대통령의 어두운 부분도 알아낼 수 있었다.
‘크게 보면 별 거 아니긴 하지.’
고작해야 아들의 병역 비리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재환은 그 포장을 아주, 잘 할 능력이 있다.
“그러니까 대통령님, 대통령이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경고의 말을 남기고 재환은 VIP와의 은밀한 미팅을 마쳤다.
재환의 옆을 따른 서진은 응접실을 벗어난 뒤 조용히 물었다.
“VIP가 움직일까요.”
“아뇨, 안 움직일 겁니다.”
재환 나름대로의 강수를 뒀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 일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탓이다.
참으로 도움이 안 되는 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원도 하지 않는 건데.”
정치 자금만 홀라당 챙겨 먹고 제 멋대로 구는 꼴을 보자면 속이 뒤집어졌다. 조만간 이 일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결심이 섰지만, 그건 이번 일이 끝난 다음의 일이다.
재환은 한숨을 내쉬고 서진에게 물었다.
“중국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알아낸 것 있습니까. 북한의 실험실을 은폐하려고 하면 안 되는데요.”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아담이 말한 대로 중국 내부에 조력자가 있는 게 확실해 보입니다.”
그게 누구인지 알 방도가 없어서 답답하긴 하지만, 재환은 상황이 더 나쁜 쪽으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했다.
차에 올라탄 뒤 서진이 재환에게 물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당장 생각나는 건 두 가지에요.”
대통령의 약점을 쥐고 흔들어서 그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과 다른 하나는 다른 나라의 원수들과 협상을 하는 것이다.
두 개 다 쉽지 않겠지만, 그나마 전자가 더 가능성이 높았다.
국내의 언론사들은 재환의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니, 적당히 정보를 흘려주면 신나서 기사를 써낼 것이다. TBS도 거기에 화력을 보태면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화제를 진화해야 할 터다.
“근데 생각보다 불길이 더 거세졌을 때가 문제인거죠.”
부정 선거라는 일을 한 번 거쳐 온 사람들은 지금 대통령에게 더 빡빡한 잣대를 들이대리란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니 사실을 적당히 부풀리면 사람들은 곧바로 들고 일어나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할지도 모른다. 한 번 해봤는데, 두 번이라고 못 하겠는가.
그런데 그리 되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게 된다.
“내부에서 소란이 일어나면 많은 시간을 소모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시간 역시 한정적인 자원이니 조심할 수밖에 없다.
서진은 액셀을 밟으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양쪽을 다 시도해 봐야죠.”
하나의 플랜에만 기대기에는 지금 걸린 것들이 너무 많다.
양쪽을 동시에 찔러 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된다.
“TBS로 먼저 가죠. 그리고 미국행 비행기 표도 끊어주시고요…….”
TBS의 한결의 사무실로 쳐들어 간 재환은 곧바로 지시했다.
“대통령 스캔들 보도 준비해.”
“……또 무시무시한 건을 들고 왔네.”
한결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추가적인 정보를 요구했다.
“병역 비리가 메인이야.”
“아, 그 아들이 면제 받았다는 거? 근데 그건 이미 한 번 다뤘던 거라 추가적인 보도 자료가 없으면 힘들 것 같은데.”
한 때 논란이 됐었던 화제라 TBS에서도 정보를 조사해서 기사를 낸 적이 있다. 그에 따른 파장도 있긴 했지만, 대통령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어갔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기에 지금 와서 한 번 더 보도해도 안 될 건 없지만, 타당한 이유가 필요했다.
“자료는 있어. 그것도 확실한 증거가.”
대통령과 국방장관 사이의 밀담을 녹취한 자료가 있다. 범죄 냄새가 풀풀 풍기는 방법으로 얻었지만, 따로 알리바이도 마련해놨으니 문제는 없다.
“그럼 보도 안 할 이유가 없지.”
“그렇지. 보도 해야겠지?”
“근데 네가 이 타이밍에 그걸 들고 온 이유가 궁금하다. 그냥 대통령 끌어내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지?”
재환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읽어낸 한결이 떠 묻자 재환이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기사로 대통령과 딜을 해야 할 게 있거든.”
“살다 살다 대통령하고 딜을 해보려는 인간은 너 밖에 없을 거다.”
이 녀석이 원래 이렇게 담이 큰 녀석이었던가. 아니면 자리가 자리다보니 담이 크게 된 건가.
어느 쪽이든 한 마디는 해야 했다.
“너 아주 한국을 주무르는 왕이구나.”
“뭔 소리야.”
“대통령도 쥐락펴락에 의원들도 니 눈치 살살 보지. 사람들은 KG 그룹 제품 사서 쓰지. 네 천하인데?”
한결의 말에 재환은 피식 웃었다.
이렇게 살 생각은 아니었는데, 지내고 보니 그렇게 됐다.
“그러게. 내 목표는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었는데 말야.”
“너무 권력에 취하지 마라.”
“그럴 생각 없어.”
변명처럼도 들리겠지만, 이렇게 과감하게 나가는 이유는 한국을 지키기 위해서다.
중국의 자본에 휘둘리지 않게, 그들의 무력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다른 강대국에게 얕보이지 않는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야만 KG 그룹도 지키고 나도 지킨다.’
재환은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내가 그러면 선배가 기사 쓸 거잖아.”
“어, 어떻게 알았지? 바로 내가 네 이름 대문짝하게 걸어서 기사화해줄 생각이다.”
“선배 좋은 일은 절대로 해줄 수 없지.”
둘은 가볍게 웃다가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걸 TBS에서 터트리면 문제가 좀 많이 커질 건데, 감당할 수 있겠어? 여차하면 대선 다시 치를 지도 모르는데.”
“그런 상황까진 안 가게 화력 조절 잘해야지. 그건 선배가 전문가잖아.”
“슬쩍 떠넘기지 마라.”
“폭탄 돌리기야 우리가 자주 하는 거 아니겠어?”
전에 폭탄을 돌린 건 한결이었으니 이번엔 재환이 폭탄을 돌린다는 것이다.
한결은 투덜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의 내용을 기사화하고 화력 조절을 하려면 보도부 쪽과 얘기를 나눠봐야 할 듯하다.
“언제까지 처리해주면 되냐.”
“빠를수록 좋지.”
아쉽게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이 옳다. 한결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 주 내로 보도해주겠다고 확답 해줬다.
TBS를 나온 재환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의 대통령과도 만나봐야겠단 생각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인데….
“대통령을 어떻게 만나야 하지.”
한국도 아니고 미국의 대통령을 어떻게 만나야 할 지가 관건이었다.
재환이 살짝 앓는 소리를 내니 서진이 조언을 했다.
“일단 브란과 스티븐에게 연락을 해놨습니다. 두 사람을 만나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게 좋긴 하겠죠.”
미국 내에서도 이름 있는 기업들이니 그들이라면 방책이 있지 않을까 마련한 기대감을 가졌다.
“누굴 만나겠다고요?”
“대통령을요.”
“허어….”
재환이 미국 땅을 밟았단 말에 브란이 먼저 시간을 내서 재환을 만나러왔다. 그리고 재환이 원하는 바를 듣고 복슬복슬한 턱수염을 쓸었다.
고민하던 그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