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78
180화
중국의 주석과 국방부 장관을 암살한 루 왕은 놀랍게도 살아있었다.
어떻게 살아있었느냐가 가장 큰 의문이었는데, 루 왕은 아주 쉽게 말했다.
“핵 발사 장치를 거래 키카드로 썼습니다.”
“받아들이던가요?”
“안 받아들일 수가 없게 했죠.”
루 왕은 자세한 방법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들어봐야 좋은 소리 안 나올 얘기들이 오고갔다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 아직 중국 정부를 위해 일하시는 중입니까?”
“설마요. 무슨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중국을 위해 일하는 것도 지긋지긋하고요.”
루 왕은 몸서리를 친 뒤 말했다.
“지금은 독립한 국가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없으면 중국에게 휘둘릴 테니까요.”
각자의 이익만을 생각하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경우는 많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루 왕이 앞에 나서서 막고 있다는 말이었다.
저 말을 들으니 문득 궁금해졌다.
“중국 내부는 좀 어떻습니까.”
여러 특파원들이 기사를 써내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정보는 없었다.
그냥 협의가 논의중이다란 내용만 매일 볼 뿐이니까.
루 왕은 한숨을 내쉬고 답했다.
“여전합니다. 솔직한 생각으로는 그 때 핵을 쐈어야 했는데 하는 미련도 남고요.”
“그랬다가는 이런 담소도 못 나눴을 겁니다.”
중국 내에 핵 방공호가 존재한다지만 루 왕이 그런 곳으로 피신했을 리는 없다.
다 같이 죽자는 심정이었을 테니까. 재환의 말에 루 왕도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중국 내부는 조만간 안정 될 겁니다. 권력 다툼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중국을 안정화 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거든요.”
공산당이 오랫동안 집권해 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재환은 루 왕의 짐을 서진에게 넘기며 재차 물었다.
“그럼 중국이 독립 허가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가능성은 터무니없이 낮을 겁니다. 아직 보는 눈이 많지 않습니까.”
그 말대로 중국이 사실상 항복 선언을 했지만, 잠시 앓는 척을 했을 뿐이고, 다시 시치미 떼고 원상복구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 말이 도는 상황에서 중국이 무리하게 움직일 이유는 없겠지.
루 왕은 그리 말하면서도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반대 상황을 조장하려는 낌새는 보입니다.”
“반대 상황을 조장한다뇨?”
“세뇌입니다.”
세뇌란 단어가 상당히 낯설었다.
평상시에 들을 일이 없는 일이지만, 이 상황에서 저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선뜻 감이 안 오는 것도 그 이유였다.
“어떤 세뇌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문화 교육소란 이름 아래에 여러 민족들을 학대하고 탄압하던 시설이 존재하던 건 아실 겁니다. 그 시설에서 중국 정부만이 정의다란 세뇌 교육을 진행한 걸로 밝혀졌습니다.”
독재 국가일수록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건 중요하다.
왕권은 무조건 옳다 라던가, 대단한 일족이니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한다던가.
이건 중국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번에 그 문화 교육소들을 1차적으로 폐쇄했지만, 그 안에 있던 청년들이 선동을 하는 낌새가 있다더군요. 독립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라면서요.”
“허 참….”
그런 말이 있다.
악보다 무서운 건 잘못된 신념을 가진 정의라고.
왜냐면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무서울 수밖에 없다고.
“그래도 독립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법이죠.”
재환의 말에 루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모로 피곤한 상황일 터다.
“거기다 중국 내의 스파이들이 분쟁을 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제보도 속속 들어오는 중이라서 난감합니다.”
겉으로는 평화를 종용했지만, 그들의 야망은 무너지지 않았다.
도리어 더 커졌다면 더 커졌으리라.
일어난 이들을 모조리 밟아버리면 하나의 중국을 완성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말이다.
루 왕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위 쪽 지도자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독립과 동시에 이권도 같이 가져가려고 하는데, 중국은 이 부분을 이용해 서로를 적이라 인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에 지배를 받던 이들이다.
사실상 착취에 가깝게 휘둘리던 이들이기 때문에 자리를 잡기까지 어느 정도의 원조가 필요한 상황인데, 중국은 그러기 싫다는 입장이다.
그러니 너희들이 이권을 더 챙기지 못하는 건 쟤네들 때문이라고 트집을 잡고 있는 거다.
어리석은 짓이다.
“그 말에 흔들리는 건 아니죠?”
“지금은 서로를 전우에 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의 개짓거리라며 웃어넘기고 있죠.”
재환은 루 왕의 말에 담긴 걱정을 읽어냈다.
지금은 괜찮다. 하지만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루 왕이 힘내줘야 겠군요.”
“안 그래도 중간에서 조율하느라 힘듭니다. 좀 더 중국을 압박할 카드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는 그리 말하고 재환을 슬쩍 봤다.
그러니까 재환이 나서서 중국의 지지부진한 행동을 지적해 달라 이런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재환은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준비한 패를 모두 쓴 상황에서 중국과 맞부딪치는 건 리스크가 상당한 일이다. 괜히 폭풍을 맞아 쓸려나가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문제는 이 준비 과정 자체가 적대 행위로 인식될 수 있으니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답이었다.
이 화제에 대해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재환이 슬쩍 말을 돌렸다.
“그리고 보니 한국에는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자세한 내용은 듣질 못했었네요.”
“아, 이거 중국 얘기 하느라 말씀을 안 드렸었군요.”
루 왕은 재환에게 하나의 서류를 건넸다.
중국어로 쭉 적힌 서류여서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넘겨보니 한글로 번역된 페이지도 나와 있었다.
내용은 심플했다.
KG 그룹에게 어떤 이권을 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이번에 여러 민족들이 강재환 회장에게 큰 빚을 졌죠. 이에 대해 대가로 KG 그룹과 거래를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번역된 서류에는 필요한 건물의 설계 및 건설, 더불어 전체적인 지원 등등이 있다.
국가적인 규모다 보니 들어가는 비용이 다른 일감들과 비교할 여지가 없다.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던 사안이기에 대응 지시는 미리 내려둔 상태다.
구체적인 값을 비교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정도의 여유는 줄 터다.
“아마 이번 일로 KG 그룹은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될 겁니다. 향후 10년은 일감이 끊기지 않을 테니까요.”
루 왕의 말은 묘했다.
지금 당장의 일들이 제법 시간이 걸리는 것들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것과 일감이 끊기지 않는 다는 건 또 다른 일 아니겠는가.
재환의 눈초리를 읽은 루 왕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영업을 좀 했습니다.”
“영업이라뇨?”
“제가 원래는 해외 감시팀의 일원이었지 않습니까. 여러 나라들의 사정을 어느 정도 눈에 훤히 담고 있죠.”
중국의 정보력을 손에 가지고 있던 이였으니 어느 누구보다 다른 나라의 사정에 대해선 잘 알 터다.
“그러니까 KG 그룹의 일이 될 것 같다, 싶은 곳에 제가 다 말을 해놨습니다. 필요하다면 KG 그룹과 논의해보라고 말이죠.”
“허, 허허.”
그 말에 재환은 그저 웃었다.
저 말이 맞다면 진짜 향후 10년, 아니 20년은 넘게 일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에 따른 수입과 정치적인 이익들을 계산하니 그냥 웃음만 나왔다.
“이거 루 왕씨를 저희 회사의 사업팀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은데요.”
“그러기엔 제가 몸값이 좀 비싸고, 할 일도 많아서요.”
웃으며 거절한 루 왕에게 재환은 재차 제안한 뒤 아까 건넨 서류들을 다시 살폈다.
하나같이 좋은 제안들이다. 이 일들을 모조리 착수해서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돈은 계속 불어나겠지.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만 않으면 된다.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루 왕은 정중하게 재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오랜 숙원은 강재환 회장님 덕에 이룰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비웃고 손가락질 하던 일은 강재환 회장님만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도와주셨죠.”
“그건 저도 뜻이 같았으니까요. 딱히 루 왕씨를 돕기 위해 했다는 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회장님 덕분에 구원받았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구원이란 단어까지 들으니 괜히 머쓱해졌다.
그렇게 거창한 일을 했다는 자각은 없다. 그저 자신은 루 왕을 이용했을 뿐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해주면 고마울 뿐이다.
“그러니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더 크게 빚을 갚을 날이 올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그런 일보다도 전 그냥 이런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으면 좋겠군요.”
“그거야 말로 제 쪽에서 부탁드리고 싶은 말 입니다.”
재환과 루 왕은 악수를 한 뒤 가볍게 양주로 회포를 풀었다.
지금까진 공적으로, 사업적으로만 만난 두 사람이었지만 술과 함께 친구가 되었단 느낌을 받았다.
다음 날, 재환은 서진으로부터 즐거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각 계열사에서 서류를 검토한 결과에 대한 예상 순이익이 나왔습니다.”
“어떻던가요.”
“작년 대비 350% 가까이 성장시킬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3.5배나 되는 폭등.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지만, 국가적인 규모의 사업을 연달아 맡아 진행하니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재환은 주먹을 불끈 쥐고 루 왕에게 한 번 더 고마움을 표했다.
기쁨도 잠시 냉정하게 생각에 들어갔다.
“그에 대해 중국 쪽에서 반발이 들어올 여지는 없나요?”
“없습니다. 그럴 여지가 있는 일은 모조리 차단해놨습니다.”
하나도 없다지만 재환은 만에 하나란 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추가로 내려놨다.
서진은 전달하겠다고 한 뒤 다음 말을 이었다.
“대통령이 국책 사업을 맡아 달라고 하더군요.”
“무슨 국책 사업이요.”
“전자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에 대한 기술을 가진 게 저희밖에 없다보니 요청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흥, 쓰면 뱉고 달면 삼키고 딱 그 짝이네요.”
하여간 그 인간은 마음에 안 든다.
정재계랑 붙어먹어서 한국을 왕국으로 만들겠다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당만을 생각하는 꼬라지가 영 달갑지 않다.
하지만 일은 감정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
“전자 쪽에 연락해서 이익 계산 해보라고 하세요. 더불어서 저희한테만 연락했다고 하는 거 뻥일 거에요. 한성에도 연락 갔을 거니까, 그 쪽에도 연락해 보고요.”
“알겠습니다.”
재환은 대략적인 조율을 마친 뒤 기지개를 켰다.
이제 슬 큼지막한 일들이 마무리 지어 가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면 조만간 드라마에 나오는 회장들처럼 느긋한 여생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 그리고 손님이 와 계십니다.”
“누구요?”
“이정진 회장님이요.”
이정진이란 말에 재환은 슬쩍 웃었다.
전에 KG 유통을 넘기면서 했던 거래를 이야기하기 위해 온 게 아닌가 싶다.
마침 잘 됐다.
“들어오라 하세요.”
사업의 판을 조금 더 키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