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77
179화
경매가 대충 마감되고 난 뒤 재환은 미대통령과 따로 자리를 가졌다.
VIP룸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재환이 먼저 물었다.
“너무 큰 혜택을 주시는 것 같은데,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저에게 원하시는 게 뭡니까.”
지금 미 대통령이 제시한 건 메달 오브 아너뿐 아니라 세금 혜택과 국책 사업에 우선으로 입찰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했다.
재환이 미국으로 옮겨가기만 해도 수 조원 대의 반사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대통령은 웃으며 말했다.
“이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강재환 회장의 그 정보 수집 능력과 그걸 활용하는 능력을 원하는 겁니다.
타국의 기밀 정보를 습득하고 그걸 활용하여 국가를 붕괴시키기까지 한 재환이다.
그 능력을 탐내지 않을 수가 없다.
재환은 턱을 슬슬 쓸며 답했다.
“하지만 전 국가를 위해 일할 생각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국가를 위해 일해 달라 말할 생각도 없고요.”
“알고 있다고요?”
그럼 여기서 상황이 이상해진다.
대통령의 요구 조건을 위해선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재환이 의심이 깊어지니 그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전 강재환 회장이 다른 나라에 넘어갔을 때가 더 걱정인 겁니다.”
“다른 나라로 넘어갔을 때라…. 제가 전략병기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무기는 쓸 일이 없더라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이 된다.
지금 재환이 그런 위치에 있다고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르지도 않지 않습니까. 타국에 넘어가지 않고도 그 나라의 기밀을 입수할 수 있는 능력은 위험하단 말을 넘어서 반드시 제거해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는 말미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특히나 제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러시아는 반드시 당신을 죽일 겁니다.”
섬뜩한 그 말에 재환의 미간이 좁혀졌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모든 나라에서 견제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소름이 돋는다.
“한국은 당신을 보호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가족도 마찬가지죠. 그럴만한 능력도, 머리도 없으니까요.”
“신랄한 평가군요.”
“이에 대해선 당신도 동의하지 않습니까.”
씁쓸한 웃음이 입가에 걸렸다.
저 말대로 한국이 자신의 가족과 자신을 보호해 줄 거란 생각이 안 든다.
오히려 뒷거래를 해서 자신의 목숨을 팔면 팔았지.
그리 생각하니 입맛이 썼다.
“하지만 전 다릅니다. 최선을 다해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보호하겠습니다.”
“그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말이죠?”
“당신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니까 말이죠.”
재환은 턱을 슬슬 쓸면서 미 대통령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자신이 내놓은 패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재환도 그리 녹록치는 않다.
“반대로 묻죠. 미국에서 절 안 죽일 거란 보장이 있습니까.”
“지금까지 얘기 했지 않습니까. 당신은 죽는 것보다 살아서 저희에게 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가장 안전한 길은 제가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메달 오브 아너를 준다는 것도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거기다 재환과 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로 인력과 시간을 써야 한다?
반대가 극심하리란 건 안 봐도 뻔하다.
거기다 겉으로는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골칫덩이라 여기고 있단 것도 이미 잘 알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죽고, 그 일을 러시아의 탓으로 돌려 외교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겠죠. 아니면 분리된 중국의 탓으로 돌리던가요.”
재환은 이미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이건 적을 많이 만들지 않는 게 현명한 길이지만, 어차피 정치라는 건 적이 안 생길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많은 적을 만들어 서로를 견제하게 만든다.
“그건 너무 지나친 생각이십니다.”
“아뇨, 이상할 것도 없죠. 저란 이레귤러만 없으면 세상은 편안하게 여러분이 그리는 그림대로 그릴 수 있을 테니까요.”
재환이 가진 패가 바로 이것이다.
당신이 나를 데려가서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어떻게 믿겠는가.
“모든 거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원하는 바가 뭡니까.”
재환은 주도권을 어느 정도 가져왔다 생각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어디까지나 협상의 갑이 자신이 됐다 뿐 협상이 끝났다는 건 아니니까.
“전 대통령께서 제안한 것들을 받지 않을 겁니다. 물론 앞으로 미국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때 적절한 대가를 받고 도와드리도록 하죠.
“그 말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가 접근해도 그러겠다는 말 아닙니까.”
“조금 다릅니다.”
재환은 여기서 준비한 패를 깠다.
“제가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됩니다.”
겉으로는 중립 선언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위험한 수다.
미 대통령 역시 그 사실을 알기에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절 신뢰할 수 없듯, 저도 당신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좋은 조건이 앞에 놓이면 움직이는 게 사람이고, 사업가 아니겠습니까.”
그는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셔서 목을 축이고 말을 이었다.
“겉으로는 중립을 유지하되 미국과는 은밀하게 도움을 주겠다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게도 은밀하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말로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건 겉으로 보여지는 게 중요한 겁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 자리를 어렵게 만든 것이죠.”
세상의 주목을 끌면서까지 각국의 정상을 모은 이유.
그건 가장 큰 딜을 한 사람의 딜을 거절하기 위함이다.
“각국의 정상들이 많은 것들을 바쳐서 절 데려가려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미국이 제게 주겠다 했죠.”
“그렇습니다.”
“제가 중립 선언을 한다는 건 그 미국의 제안도 거절한다는 말과 같은 겁니다.”
“아….”
재환의 말에 담긴 의도를 대통령은 그제야 어렴풋이 알아챘다.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니 어떻게 흔들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겁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죠.”
단 과실 뒤에는 언제나 더러운 수작질이 존재한다.
그러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만 한다.
“흐음….”
“한 번 믿어보시죠.”
그는 한참동안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하다가 물었다.
“제가 내놓은 제안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예입니다. 그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하는 것보다 저희의 손을 잡는 게 더 이로울 거라 생각하는데요.”
“아까 말했듯 저도 미국을 온전히 믿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살아날 비상구의 여지는 만들어 놔야겠죠.”
미국 내에서 수작을 부리면 진짜 소리 소문 없이 죽을지도 모르지만, 타국이라면 다르다.
그들이 조용히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티가 날 수 밖에 없으니까.
그 티를 찾아내면 재환은 곧바로 숨을 것이다.
“흐음….”
“나쁘지 않죠?”
“좋습니다. 그렇게 하는 걸로 하죠.”
대통령이 내민 손을 보고 재환은 빙긋 웃었다.
“그 전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죠.”
“뭘 말입니까.”
“제가 미국과 비밀리에 거래를 한다. 이 조건을 얻기 위해서 미국은 뭘 주실 겁니까.”
도움을 요청할 때 주는 돈 따로, 이번 협상에서 오케이를 받아내기 위한 돈 따로다.
“……나중에 비서편으로 말하시죠. 적당한 선에서 드리겠습니다.”
“현명하십니다.”
협상을 마치는 악수를 하고 난 뒤 미 대통령은 파티장으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재환은 폐에 묵은 숨을 토해내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진짜 못해 먹을 짓이네.”
“그래도 훌륭하게 해내신 것 같습니다.”
상황을 엿듣던 서진이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땀을 닦아낸 뒤 눈가를 문질렀다.
“어쨌든 손해 본 건 없고, 목줄도 안 잡혔죠.”
“최대의 이익 아닌가요.”
“미국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지만, 견제는 할 겁니다.”
재환이 한 말을 지키는가 아닌가.
그걸 확인하기 위한 몇 가지의 수작질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당면한 문제는 해결했지만, 일이 더 커지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네요.”
“회장님이라면 잘 해내실 겁니다.”
서진의 무조건적인 신뢰를 담은 말에 재환은 피식 웃었다.
저 말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징징대는 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재환은 서진에게 물었다.
“물고기들 상태는 어때요.”
“아쉬워하면서도 다들 회장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저마다 밀담을 나누는 모습도 보이고요.”
“내용은 체크하고 있죠?”
“물론입니다.”
여기서 나누는 대화는 각 나라들의 외교적 우호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물론 그 내용들도 소중한 자산인건 틀림없다.
“그 대화 내용들 우선도를 싹 정리해서 나중에 가져다주세요. 검토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대화 내용이 내용인 만큼 비서실을 통해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테니까요.”
재환과 한통속인 서진이 직접 듣고 일일이 구분을 해야 하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알기에 재환이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저었다.
“급한 건만 빼고 적당히 처리해주세요. 어차피 전부 듣고 확인해야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재환은 적당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파티장으로 내려갔다.
내려가서 준비한 클라이막스의 막을 올렸다.
“미 대통령님과 여러 얘기를 나눠본 결과 아무래도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좋겠다 생각 들었습니다.”
미리 약속한 대로의 중립 선언에 일부 나라들의 불만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수긍했다.
이게 중세시대의 노예 거래도 아니고, 재환이 거절하려면 거절할 수 있어야 하니까.
오히려 좋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미국으로 재환이 넘어갔다면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 피곤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다들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파티를 계속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남긴 뒤 사람들 사이에 섞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이 사담이었지만, 간혹 가다 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날아들었다.
“혹시 우리나라의 기밀도 입수한 거 아닌가?”
“쪼개진 중국이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누가 자네를 예언자라고 하던데, 내가 언제 죽는지 알 수 있나?”
‘언제 죽는지가 대체 왜 궁금하십니까.’
재환은 이러한 질문들을 웃으며 적당히 흘려 넘겼다.
그 과정에서 입수하는 주요한 정보들을 머릿속 한 켠에 정리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별들의 파티도 시간이 지나 끝이 다가왔다.
하나둘 자리를 뜨고 재환 역시 적당한 때를 봐서 자리를 떴다.
“댁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뇨, 갈 곳이 있습니다.”
재환은 그리 말하고 공항으로 데려다 달라 말했다.
서진은 의구심이 들었으나 재환의 지시를 군소리 없이 이행했다.
공항에 도착해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재환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바쁘실 텐데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뭘요. 귀한 손님 오셨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재환은 그에게 악수를 건네며 물었다.
“오는 길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루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