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76
178화
“저희 KG 그룹에서도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으니 너무 재촉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돌려 말한 말에 대통령은 묘하게 웃었다.
보좌관은 저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오는 것임을 알고 있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올라가셔서 차를 좀 대접해 드릴까요.”
“아닙니다. 다음 기회로 하죠.”
대통령은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 뒤를 지켜보고 재환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강수를 둘 줄은 몰랐다.
“내일 언론들이 시끄럽겠군요.”
“위에서도 대서특필하라고 할 게 분명하니까요. 기레기들도 양껏 나오겠죠.”
재환의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미 대통령이 재환을 직접 보기 위해 KG 그룹 본사까지 찾아왔다는 기사가 TBS를 제외한 모든 언론사에서 다뤘고, 그 내용 역시 재환을 미국에 스카웃하기 위함이란 사실 역시 크게 터트렸다.
그 중에는 악의적으로 재환이 미국으로 갈 것처럼 써놓은 기사도 존재했다.
그저 추측이지만, 미 대통령은 이 상황을 노린 게 아닐까 싶다.
어떻게든 자신들 쪽으로 재환을 끌어오고 싶다는 거겠지.
“어떻게 대응할까요.”
“무시하세요. 어차피 며칠 지나면 잠잠해질 겁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선 재환의 예측이 벗어났다.
미 대통령을 마주한 지 며칠 후 재환은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만나야 했다.
최근 며칠 동안 만난 이들을 쭉 나열하면 정상 회담 두어 번은 개최하고도 남을 거다.
상당히 껄끄러웠지만, 바쁘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는데 그들이 직접 KG 본사까지 찾아온 탓이다.
이에 대해 매스컴들은 신나서 재환에 대해 떠들고 다녔다.
무슨 스포츠 선수의 이적 향방을 두고 논의하는 것만 같았다.
“다들 왜 이러는 건지, 원.”
“아마 미국에 뺏기고 싶지 않다는 거겠죠.”
“제가 무슨… 에휴.”
재환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연일 계속된 이 논란 덕분에 안전함의 대명사인 KG 그룹의 주식도 휘청였다.
작은 찌라시가 돌 때마다 재환이 떠나느냐 마느냐가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제가 조용히 조사해봤는데, 사람들은 회장님이 떠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반 정도는요.”
“나머지 반은 뭡니까.”
“이런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 못할 것 같으니 해외로 가서 더 크게 성장하길 바란다. 뭐 그런 느낌이더군요.”
그게 다는 아닐 거다.
추측일 뿐이지만 한성이나 SJ 그룹이 그 배후에 있지 않을까.
그들 입장에서 KG 그룹은 넘기 힘든 산이기에 KG 그룹을 넘어선다는 건 포기한지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 KG 그룹이 알아서 증발해 준다면? KG 그룹의 지분을 흡수할 수 있으니 기쁠 수밖에 없다.
이전에 손을 잡고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일 뿐이다.
사업에서 영원한 아군은 없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상황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 되지 않을까요?”
“이미 완곡하게 말해도 못 알아먹는 척을 하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한국 정부가 우리 기업을 비호할 생각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고요.”
한국 정부가 날 보내려고 하는 게 가장 큰 문제긴 하다.
국가적인 규모로 장기적으로 봤을 땐 나와 같이 가는 게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현 대통령은 그런 비전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
그저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무사히 끝나고, 현재의 당이 여당으로 계속 남아있길 바라는 욕심만이 있을 뿐이다.
이래서야 전에 있던 사람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그럼 어떻게 대처할까요.”
“판을 키워봅시다.”
“판을 키우자고요?”
“네.”
재환은 씨익 웃으며 수화기를 들었다.
몇 곳에 전화를 쭉 돌리고 있으니 서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최근 재환의 상태가 좋지 못해서 이번 일처리가 좋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거야 말로 할 이유가 없는 걱정이었다.
재환은 전처럼 노빠꾸로 뒤없이 일을 밀어붙였으니까.
“대충 판은 깔았으니까, 비서실장님이 세세한 것 좀 조율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서진이 세세적인 조율을 마치고 며칠이 지난 뒤 한국으로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재환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원하시니 아무래도 경매 비슷한 형태로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다.”
재환의 말이 퍼지면서 그들은 여러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재환의 수준에 못 미치는 곳도 있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외교적인 힘을 기르기 위해 오는 것이다.
일종의 정상들의 파티가 된 셈이었기에 여러 나라에서 이 일을 보도했다.
“회장님이 상품이군요.”
“그런 표현은 다소 불쾌합니다, 비서실장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만큼 적절한 표현도 없다고 생각 되서요.”
전보다 다소 능글맞아진 서진을 보고 재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흐트러진 정장을 정리하고 있으니 서진이 추가로 물었다.
“만약 미국이나 러시아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해오시면 어쩔 겁니까.”
“어떤 제안 말이죠.”
“메달 오브 아너 같은 걸 준다고 하면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를 위해 주어지는 가장 영광스런 칭호가 메달 오브 아너다. 그런 메달 오브 아너를 얻기 위해선 죽는 게 빠르단 말이 돌 정도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죠. 생각이 있으면 말이죠.”
쉽게 얻기 힘든 영광인 만큼 그런 걸 선뜻 내준다면 국민들의 반발을 얻을 게 분명하다. 대통령의 연임을 노린다면 그런 미친 짓까진 하지 않을 거다.
“만에 하나지 않습니까. 그에 견줄만한 것을 준다하면….”
“안 갈 겁니다.”
“단호하시군요.”
그는 헛헛하게 웃은 뒤 이유를 물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족이 있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에서 자리 잡는 건 또 힘든 일인데, 가족을 고생시키고 싶진 않습니다.”
“회장님다운 말씀이네요.”
“그런가요?”
“회장님이 다른 건 몰라도 가족에 대해서만큼은 양보가 없으신 분이니까요.”
서진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을 전부 잃는 경험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두 번이나 그런 고통은 겪고 싶지가 않다.
“그럼 가볼까요.”
서진의 차를 타고 곧바로 파티가 이뤄지는 장소로 향했다.
장소는 비밀리에 마련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일부 기자들이 입구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강재환 회장님, 오늘 어떤 얘기가 오고 가는 지 알 수 있을까요!”
“회장님, 비밀리에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이번 회담에 대통령이 빠지셨는데 이에 대해선….”
그들은 어떻게든 재환에게서 하나라도 건져보기 위해 마이크를 들이밀었지만, 재환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만큼 피곤해지는 일은 없으니까.
대신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에게 한 마디만 전했다.
“안에서 중요한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겁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멋대로 출입하는 일이 없게 하세요.”
“걱정 붙들어 매시기 바랍니다.”
각국의 정상들이 모인 만큼 밀담이 오고갈 수 있다.
단순 흥밋거리의 소재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이런 정보가 새어나간다면 이번 파티를 주최한 KG 그룹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가게 된다.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할 일이다.
안으로 들어가 먼저 와 있던 각국의 정상들은 재환을 보며 아는 척 다가왔다.
“조금 늦었군. 아, 탓하려는 게 아니네.”
“준비할 게 있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재환은 그들의 말에 일일이 답해준 뒤 파티장에 마련된 단상으로 나아갔다.
두어 계단 위로 올라가니 모인 이들의 면면이 전부 보였다.
그들이 재환을 보는 눈에는 저마다의 탐욕으로 가득했다.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한 것 같은데 전부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환은 인사말을 하고 이어 말했다.
“이 자리에 모신 이유는 여러분이 절 각국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점 때문입니다. 최근 그 일 때문에 제가 다른 일을 하기가 힘들어 이 자리에서 그 논쟁을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의 질문에 재환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옛날 방식으로 해보죠. 절두고 경매를 하시면 됩니다. 노예 경매 같은 느낌이군요.”
“돈을 내란 말인가?”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선 돈을 써야한다.
이게 기본이지만 여기서 쓸 건 돈이 아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줄 수 있는 이익입니다. 특권이라고도 하죠.”
재환에게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세금 혜택, 혹은 국가적인 지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가.
이것에 대해 물어봤다.
몇 몇 이들은 방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지만, 불만이 있다면 나가면 된다.
“저에게 그 정도의 인풋도 제공할 수 없으면 제가 그 나라로 왜 가야하죠?”
재환의 한 마디에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회장의 분위기가 정리되자 재환은 서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제부터 사회는 서진이 보게 된다.
“사람이 많으신 관계로 우선 제공할 수 있는 이점들을 적어서 전달해주시면 그걸 보고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진의 말과 함께 미리 준비하고 있던 스태프들이 각국의 정상들에게 종이와 펜을 넘겨줬다.
재환은 한 쪽에 빠져 그들이 어떤 내용을 써 낼지를 상상해봤다.
“그런데 이 방식으로 가면 낙찰 받은 나라와는 어떻게 협상하실 겁니까.”
서진이 마이크에 들리지 않도록 작게 물었다.
재환은 그에 대해 입에 손가락을 올렸다.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서진은 살짝 갑갑했지만, 재환이 어련히 잘 하겠지란 생각을 가지고 넘어갔다.
이후 경매는 제법 원활하고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재환을 데려가기 위해 내놓은 것들은 대부분이 세금 혜택이었다. 거기서 조금 더 하면 국가의 한 자리를 준다는 건데, 그건 재환이 원치 않았다.
‘말이야 좋지. 목줄을 채우겠단 소리니까.’
사회적 신분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재환이 원하는 건 오로지 실리뿐이다.
그런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안을 내놓는 일들도 있었다.
“훈장을 수여하지.”
“……훈장이라니.”
“훈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볼 수 있는 혜택들이 많으니까. 물론 곧바로 주긴 힘들지만, 적당한 때에 적당한 이유를 둬서 주면 될 일이겠지.”
서진은 재환의 눈치를 살짝 봤고, 재환은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재환의 허락이 떨어지고 곧바로 각국의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훈장을 제시하고 나섰다.
경쟁이 과열될 즈음 미국이 움직였다.
“메달 오브 아너 어떤가.”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물론이지.”
재환은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그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는 것처럼 말했다.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뻔한 위기가 왔다는 건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지. 그걸 막아낸 영웅이 강재환 당신이란 것도 말야.”
“제가 한 거라곤 움직이지 말라고 전달한 것 밖에 없는데요.”
“그 사이 자네가 따로 움직여서 중국을 알아서 붕괴시켰지 않나. 이게 전쟁을 막은 주역이지, 아니면 뭔가.”
전쟁에서 공을 세우는 것보다 전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은 게 더 큰일이라 그는 말하고 있었다.
재환이 헛웃음을 지으니 서진이 빤히 바라봤다.
농담으로 한 소리가 진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결정났네.”
그 어떤 나라가 이 이상의 혜택을 주려고 해도 메달 오브 아너보다 더 큰 훈장을 주긴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