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79
181화
이정진은 재환을 보고 빙긋 웃었다.
“전 강 회장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진심입니까?”
“아니면 그런 거래를 했겠습니까.”
진위를 알 수 없지만, 재환은 그런 걸로 쳤다.
그리고 루 왕에게서 받았던 서류의 일부를 넘겨줬다.
“보시면 독립된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일들입니다. 사업 아이템인 거죠.”
재환이 이 일들을 전부 먹으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혼자서 독식하다보면 배탈이 날 수 있다.
이제는 아군도 충분히 만들어야 하는데, SJ 그룹은 손을 잡기에 충분한 상대다.
“어떻습니까.”
“얘기를 나눠봐야 겠지만, 하나같이 탐나는 사업들이군요.”
국책사업들이니 하나라도 갖출 수만 있다면 막대한 이득을 보리란 건 당연했다.
이정진은 웃으며 서류를 내려놓고 재환에게 물었다.
“그냥 받기엔 죄송한 걸요?”
“죄송스러우시면 해주실 게 좀 있는데요.”
“해주실 거라…. 어떤 거죠?”
“여깄습니다.”
재환은 미리 준비해둔 서류를 추가로 건넸다.
옆에 있던 서진은 그 서류를 보고 흠칫 놀랐다.
“회장님. 그건….”
“왜요, 무슨 내용이길래 비서실장님이 저렇게 놀라신데요?”
이정진은 서진의 반응에 서류를 빠르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CEO에 걸맞는 인재를 찾는다라….”
“어떻습니까.”
“솔직한 심정으로 답해도 됩니까?”
“네.”
“미치셨습니까?”
이정진은 말하고도 놀랐다. 자신의 입에서 이 정도로 과격한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목을 가다듬고 손을 내저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아뇨, 이해합니다. 충분히 당황스러우실만 하죠.”
재환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나도 태평한 재환의 반응에 이정진은 헛웃음이 나왔다.
“회장님은 회장직을 사임하려는 겁니까?”
“네, 명예 회장이 되고 싶은 게 본심입니다. 그걸 위한 계획이고요.”
끊임없이 가져왔던 생각이 이 자리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잘 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힘을 잃게 되면 후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내놓은 대안이 이것이었다.
“경영권을 어느 정도 넘겨주고, 전 뒤에서 결정만 내릴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의 힘은 가지되 대부분은 놓는다.
자신의 그릇에 맞는 수준으로 내려가겠다는 것이다.
“전 기자가 제 그릇에 맞는 것 같단 생각을 자주 해왔거든요.”
“그런 말 하면 세상의 많은 사업가들이 목 매야할 겁니다. KG 그룹의 회장으로서 성공한 일들이 많지 않습니까.”
재환이 기자로서의 활약 외에도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비롯한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이름이 알려졌다. 특히 KG 건설이 해외로 발을 넓히면서 KG 건설의 입지가 많이 상승한 것도 사실이다.
“KG 그룹 덕분에 국내에 독보적인 기술을 지닌 여러 사업체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고요.”
“그건 시간이 지나면 누구라도 할 일이었습니다.”
“그걸 해냈다는 게 중요하죠.”
이정진은 몸을 살짝 앞으로 내밀며 재환의 의사를 되물었다.
“왜 그만두시려는 겁니까.”
“방금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전 기자가 제 그릇에 맞는 것 같다고요.”
“허, 참….”
재환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지만, 이정진 입장에서는 무언가 숨기기 위해 저런 말을 하는 걸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자신이 알 도리가 없었다.
중국을 무너트릴 거대한 계획도 누구에게 발설하지 않았던 재환이니까. 무거운 입을 열게 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사람 속은 잘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나 확실한 건 누구라도 강재환 회장님을 보고 저하고 비슷한 질문을 할 거란 겁니다.”
미쳤냐는 말이 절로 나올 거란 말에 재환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정진은 사업과 관련된 서류만 챙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에 그대로 둔 CEO 구직 건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 건에 대해선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죠?”
“맞습니다.”
“나 참….”
이정진은 머리를 긁고 재환을 빤히 바라봤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 건은 다음에 다시 듣겠습니다. 아니, 안 들었으면 좋겠는 이야기군요.”
그리 말하고 이정진은 자리를 떴다.
둘만 남은 회장실에서 서진이 재환을 돌아봤다.
“회장님. 진심이십니까.”
“거짓으로 이런 짓을 하겠습니까.”
재환은 응접 테이블에 놓인 서류를 잡아들었다.
안목 있는 이정진이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보인 패였는데, 패로도 안 먹일 줄은 몰랐다.
“회장님, 이거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요?”
“주식 문제도 있고, 전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그럴 수 있겠죠.”
재환은 자신이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 KG 그룹의 힘이 한 풀 꺾이리란 걸 알고 있다.
지나치게 자신이 가진 정보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게 보이니까. 그렇기에 재환은 조만간 이 상황이 끝날 거라 확신했다.
아무리 자신이 새롭게 정보를 구할 루트를 뚫는다고 하더라도 전에 가진 정보 루트보다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 때가 와서 이리저리 휘둘릴 바에는 미리 어느 정도 정리를 해두는 게 옳다.
“당장도 미국과의 정보 거래는 위험한 거래였어요.”
미 대통령과의 은밀한 거래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는 은밀하게 이런저런 요청을 해왔다.
그 내용이 대부분 타국의 기밀에 관한 것이라 재환으로서는 상당히 처리하기 난감했다.
이런 건 알려줘도 문제, 안 알려줘도 문제니까.
여기서 재환은 한계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최소한의 힘은 갖추되, 전면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제가 아주 나간다는 건 아니잖습니까. 아 비서실장님이 이 자리에 앉으시겠어요?”
“회장님.”
“생각해보니 전에 그러기로도 얘기했었으니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절대 안 할 겁니다. 그 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앉기엔 너무 무거운 자리입니다.”
서진의 말이 이거다.
왕의 자리에 앉으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그 왕좌에 앉아 무게를 견뎌낼 수 있는 건 재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른 이가 회장이 된다고 해보죠. 그럼 KG 그룹이 어디로 갈 것 같습니까. 옛날 한성과 비슷한 처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서진은 재환의 손에서 서류를 뺏어 들었다.
곧바로 비서실로 내려가 서류를 파쇄기에 넣고 완전히 갈아버렸다.
회장실로 돌아온 서진이 단호히 말했다.
“전 그 꼴은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절대로 그런 생각 말아주세요.”
“이렇게까지 과격하게 나오시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네요.”
“그럴 만한 일이니까요.”
재환은 씁쓸하게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가 눕듯이 앉았다.
“비서실장님, 저한테도 이 왕관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회장님이 아니었으면 다른 사람들은 진작 깔려 죽었을 거니까요.”
서진의 말에 재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진에게는 말 못하지만 이미 일은 진행 중이었다.
“회장님이 그만 두신다던데?”
“어? 진짜? 왜?”
“쉬고 싶으시다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하긴 회장님은 좀 쉬셔도 돼. 내가 듣기로 작년에 휴가도 못 가셨다는데.”
KG 그룹의 각 계열사에선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루머가 떠돌았다.
그 내용은 재환이 회장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어디서 흘러 나왔는지도 모르고, 어떤 부분이 진실이고 어떤 부분이 거짓인지는 모르지만 붕뜬 내용만으로도 충분한 가십 거리였다.
기자들도 이 가십거리를 물었는데, 보도를 할 지 말지에 대해선 고민했다.
“괜히 KG 그룹과 척을 지는 것도….”
“한국에서 KG 그룹과 척을 지면 못 살아가지.”
“특히 강재환 회장에게 밉보이면 끝이야, 끝.”
이미 거대 언론사가 박살난 전적이 있다.
물론 그들의 잘못이 밝혀진 것이고, 재환이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재환을 건드려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KG 그룹과 관련된 사안을 보도하는 건 반쯤 금기시 됐다.
보도하더라도 좋은 내용만 잘 포장해서 보도하는 것만이 허용 됐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가십거리를 보도해도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여러 차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론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한 통의 전화가 들어왔다.
“이거 증권사에서 크게 떠돌고 있다는데요.”
“KG 그룹의 주가가 흔들리는 이유를 설명할 게 이거 밖에 없어요.”
“그리고 익명의 제보도 여러 차례 들어와서 무시하기 힘들겠는데요.”
사건을 키우는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확 받자 기자들의 고민이 더 커졌다.
“계륵이다. 보도 잘 못하면 목에 뼈 박혀서 죽을지도 몰라.”
“에이씨. 어차피 사람들은 우리 신문사 보지도 않는데, 그냥 보도해. 보도하고 다 죽자.”
일부 언론사들은 보도를 결정했고, 국내에 이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소식에 가장 놀란 건 당연히도 서진이었다.
“회장님.”
“네.”
“언제부터 플랜 짜신 겁니까.”
서진은 뉴스를 접하자마자 재환의 수작임을 직감했다.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사건의 규모가 커질 리 없으니까.
재환의 퇴진을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재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비서실장님이 안 도와주겠다고 하시니 혼자 할 수밖에.”
“회장님!”
“저 아직 귀 안 먹었습니다.”
재환이 귀를 막으며 말하자 서진이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이러려고 회장님한테 회장님 자리 드린 건 아닌데 말입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마세요. 제가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것도 아니고, 경영에 손을 안 대겠다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냥 원맨팀으로 지내는 게 힘드니 제대로 팀을 꾸리겠다는 거죠.”
“그리고 그 팀의 뒤에서 지켜보다가 적당한 때에 물러나겠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서진은 눈가를 문지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내쉰 한숨이 올 한 해 동안 내쉰 한숨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전 몇 년이 지나도 회장님 속은 모를 것 같습니다.”
“그럼 도와주시는 거죠?”
“아뇨. 절대로 안 도와줄 겁니다.”
서진은 회장실에 놓인 전화기를 들고 비서실에 연락했다.
“지금 당장 언론사에 보도해. 회장님이 물러난다는 건 그저 루머에 불과하고 거짓 보도를 계속한다면 법적 대응을 할 거라고.”
“알겠습니다.”
“이거 참….”
서진은 재환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한동안 회장님과 관련된 스케줄 다 빼버려. 휴가라고 생각하고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 말고는 전부 다른 곳으로 돌려.”
지시를 전부 내린 뒤 서진은 재환의 옷을 챙겨서 억지로 들려줬다.
“제가 봤을 땐, 회장님은 너무 열심히 달려오셔서 바람 쐴 시간도 없어서 지치신 것 뿐입니다. 조금 쉬고 오셔서 다시 힘내시면 될 뿐입니다.”
“그건 또….”
“회장님. 다시금 못 박습니다만, 전 절대 회장님을 못 보내드립니다.”
서진은 재환의 손에 차 키까지 넘겨 준 뒤 회장실에서 내보냈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은 KG 본사에 오시지 마시고 쉬시죠. 일들은 제가 처리해 두겠습니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축객령을 맞은 재환은 헛웃음을 지으며 차키를 손에서 빙빙 돌렸다.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재환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정했다.
지금 플랜으로는 그저 휘둘릴 뿐이다. 그러니 판을 조금 더 키워야겠다.
결정하자마자 재환은 어딘가로 전화를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