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26
26화
유서진은 헛기침을 했고, 구 회장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재환을 쳐다봤다.
그들의 심정이야 어떻든 재환은 할 말을 했다.
“지금 비서 자리가 비었거든요. 편집국장 맡은 선배한테 부탁은 했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죠. 미안해 죽겠습니다.”
“그렇다고 내 비서를 뺏어가려고 해? 고얀 놈.”
“고얀 놈이면 어떻습니까. 귀하신 분 데려올 수만 있다면야 썩을 놈도 되어 드리죠.”
재환이 능글맞게 웃자 구 회장이 혀를 찼다.
하여간 이 능구렁이 놈의 욕심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구 회장은 뒤에 선 유서진을 돌아봤다.
“네 생각은 어떻냐.”
“회장님, 전 시키는 대로….”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주고, 아니라면 계속 있는 거고. 이건 내 의사보다 네 의사가 더 중요하지 않겠냐.”
“치사하게 그러시깁니까.”
유서진의 의사야 뻔한 것 아니겠는가.
애초에 구 회장과 재환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재력이든 사회적 지위든 재환이 비빌 수 있는 게 뭐가 있는가.
하나 있다면 성장 가능성 그 뿐이다.
“전 회장님을 보필하고 싶습니다.”
“들었냐? 안 된다는데?”
“더럽고 치사해서 원. 그럼 유서진 비서실장님만큼 유능한 비서 한 명만 찾아줘요.”
“그런 놈 없다, 이 자식아.”
티격태격하면서도 구 회장은 비서 한 명을 구해주라 유서진에게 일렀다.
“근데 이런 자질구레한 일까지 내 도움을 받아야 하냐?”
“구 회장님 빽이면 더 능력 좋은 사람 구할 수 있잖아요. 이럴 때 있는 빽 아닙니까.”
“하여간 저 조동아리는. 너 정보 하나라도 삐끗하면 끝인 건 아냐?”
“삐끗하겠어요? 절 뭐로 보고.”
오늘의 뉴스를 보는 중에 재미난 댓글이 있었다.
강재환을 기자왕으로 모시라는 그런 댓글이었는데, 어느 정도 눈살을 찌푸리게 할 답글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인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어감이 영 이상해서 애착은 가지 않지만 대중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 지는 확실했다.
“제 정보는 틀리지 않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언제든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거 알아둬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구 회장이 떠난 뒤 재환은 테이블에 올려둔 스마트폰의 시제품을 만지작거렸다.
초기 모델이라 투박하지만 조만간 세상이 뒤집힌다.
그 전에 움직여야 한다.
“어디로 가보면 좋을까.”
기기가 있으니 까톡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달란 의뢰는 넣기도 쉽고 결과물도 쉽게 받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내 밑에 두고 계속 굴릴 수 있는 인재가 있으면 했다.
그 인재를 어디서 구하느냐.
살짝 막막했다.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다가 전에 한결에게 부탁했던 일이 떠올랐다.
바람도 쐴 겸 국장의 사무실로 찾아가니 한결이 인상부터 썼다.
“또 왜? 무슨 일을 던져 줄려고?”
“사람을 악마처럼 보지 마. 그렇게 잔인하진 않다?”
한결에게 고생을 시킨 만큼 연봉을 올려줬다.
전의 두 배 가까이 올랐으니 상당히 파격적으로 올려준 셈이다.
“돈이 많으면 뭐하냐. 쓸 시간이 없잖아! 내가 여자 손을 만져 본 게 언젠지 가물가물하다.”
“뭐, 그건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겠어?”
안타깝지만 재환은 애매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회귀 전에는 동해에 수장되기 전까지도 한결은 솔로였다.
세상이 그대로 흘러간다면 이번에도 한결은 40살을 넘어서까지 솔로로 지내야 하는 셈이다.
“그 시간을 좀 달라고. 힘들어 죽겠다.”
“비서는 구했으니까 그 일은 줄어들 거야. 대신 신문사 규모를 늘릴 거니까 그 부분 일이 늘어나겠지.”
“그냥 나 취재 기자 하면 안되냐? 하다못해 편집장으로 낮춰줘라. 이건 못해 먹겠다.”
“난 선배말곤 아무도 못 믿어.”
괜히 중요한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갔다가 피곤해 질 순 없다.
리스크는 전면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간단한 잡담을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전에 내가 부탁한 강연같은 거 몇 번 열었어?”
“시간이 충분히 있긴 했냐? 지난주에 한 번 연 게 다야. 오늘 저녁에 한 번 더 열긴 할 건데, 그건 왜?”
“어디서 강연하는데.”
“서울대 소강당. 니 이름 팔아서 K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PD 땡겨왔다.”
“역시 선배! 일 잘하네. 믿고 맡겨도 되겠어.”
재환의 그 말에 한결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그저 열심히 일을 했을 뿐인데, 어째 자신의 무덤을 판 것 같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저녁에 내가 글로 갈게.”
“그래. 알겠다.”
회사를 나와 곧바로 서울대로 향했다.
핑계거리도 있겠다. 적당히 괜찮은 인재가 있을 만한 곳을 두들겨 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대학교를 돌아다니니 감회가 새로웠다.
재환은 산책 삼아 한 바퀴 걷고 공대 쪽으로 향했다.
만나봐야 하는 학생들은 소프트웨어 제작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다. 겸사겸사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면 더 좋다.
공대 방향으로 가는 길에 들린 웃음소리에 돌아보니 응원 동아리의 학생들이 웃으며 연습을 하는 게 보였다.
옛날에는 동아리에 드는 학생이 많았지만 지금은 별로 없다.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취미 활동은 사치스러운 걸로 보일 수도 있겠다.
저런 활동도 나중에는 돈이 되는데….
‘기회가 되면 인터넷 방송도 손을 대 봐야겠다.’
국내에 우가우가 방송국이 있긴 하지만 아직 인지도가 약하고, 문제점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 방송국을 흡수하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BJ들을 데리고 와서 사업을 확장시킨다면 또 하나의 트렌드를 만드는 회사가 된다.
인터넷 방송을 흡수할 계획을 대략적으로 짜다보니 컴공과 건물까지 도착했다.
기자 시절의 명함을 하나 준비해서 컴공과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신문 기자 강재환이라고 합니다.”
“어머, 기자분이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기자라는 말에 조교는 놀라는 척을 하며 되물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재환이 신문사 대표라는 걸 모르는 듯 했다.
“제가 취재를 위해서 하나 실험을 해 봐야 하는데, 소프트웨어에 대해 잘 아는 학생들이 있을까요? 하나 만들어 봤으면 하는 게 있거든요. 물론 보수는 있습니다.”
“그거라면 최 교수님 실험실 애들이 잘할 거에요. 잠시만요.”
조교는 곧바로 학생 한 명을 호출했다.
전형적인 공대생 룩을 입은 학생은 피로한 눈가를 문지르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쌤, 왜요?”
“이 분이 기자인데 요청할 게 있다네?”
“오늘의 신문 기자 강재환입니다.”
“기자… 강재환?”
학생은 재환과 명함을 번갈아봤다.
자신이 뉴스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강재환 이름은 아침 뉴스에 자주 거론 되는 인물이기에 알고 있다.
‘근데 기자잖아? 뉴스에 나온 건 대표였는데… 다른 사람인가?’
학생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재환을 훑어봤지만 대표라고 하기엔 너무 젊었다.
실제로 사진을 본 적도 없어서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도 이 자리에서는 불가능했다.
“학생?”
“아, 죄송합니다. 일단 저희 실험실로 가실래요?”
재환의 말에 학생은 생각을 멈추고 자신의 실험실로 안내했다.
꽤 많은 학생이 실험실에서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다.
이 공돌이들이 장차 나라를 밝히는 등불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한 명이라도 더 KG나 한성으로 가기 전에 빼가고 싶었다.
실험실의 구석에 놓인 테이블에 앉으니 학생이 믹스 커피를 내왔다.
“요청하실 게 뭔가요? 인터뷰라면 교수님을 통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그게 아니고 하나 만들어 봐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요.”
재환은 스마트폰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놨다.
다소 흐리멍덩하던 학생의 눈이 스마트폰을 보자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공돌이답게 본 적 없는 전자기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이게 뭐에요?”
“차세대 휴대폰인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이요?”
스마트폰이 신기한 지 한 손으로 만져보고 가볍게 조작도 해봤다.
“인터넷도 되네요.”
“지금 거는 와이파이를 통해서만 되는데, 출시하게 되면 통신사에 일정 요금제를 내고 바깥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거에요.”
“이런 휴대폰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이거랑 부탁하시려는 게 뭐에요? 기술 베끼는 건 불가능한데요.”
곧바로 불법적인 일부터 상상하는 건 인간이라 그런 걸까.
재환은 웃으며 고개를 젓고 회귀 전 대 히트를 쳤던 까톡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했다.
얘기를 모두 들은 학생의 표정은 묘했다.
“안되나요?”
“아뇨, 충분히 돼요. 되는데….음…, 이걸로 사업하시려는 거죠?”
“하하, 눈치채셨나요?”
실험이라 에둘러 말했는데 눈치를 챈 모양이다.
“약간 홈쇼핑 상품 듣는 느낌이었거든요. 거기다 실험용으로 쓰기엔 사업 모델도 너무 잘 갖춰져 있고요.”
재환은 자신의 실책이 어느 정도 있음을 알고 쓰게 웃었다.
너무 마음이 앞서 나가버리는 바람에 실수를 한 모양이다.
“일단 만들어 줄 수 있나요?”
“가능은 하죠. 기능 자체는 간단하니까요. 일주일도 안 걸릴걸요?”
“그럼 만들어 주신 다음에 얘기를 할까요? 보수는 이만큼을 선불로 드리죠.”
재환은 준비한 돈 봉투를 학생 앞에 내려놨다.
하얀 돈 봉투를 본 학생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한눈에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게 적잖은 돈이 들어 있을 것 같다.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학생은 떨리는 손으로 액수를 확인하고 눈을 부릅떴다.
간단한 소프트웨어 하나 만들어주고 300만원이라니.
이 정도 값이면 교수님 따라서 프로젝트 3개는 더 굴러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재환은 고작 300만원에 저리 놀라는 학생이 귀여웠다.
자신도 300만원에 기뻐하고 흥분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너무 옛날이 되어버렸다.
억 단위를 다루는 요즘, 고작 300만원으로 재환은 기뻐할 수가 없다.
“너무 많이 주신 거 아닌가요?”
“그거 만들면서 맛있는 것도 드시고, 후배들한테 얘기 좀 해주세요.”
“얘기요?”
재환은 그제야 오늘의 신문 대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대표 명함을 본 학생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단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놀랐다.
“저… 오늘의 신문이면 신문사 아닌가요?”
“네. 근데 사업 확장준비 중입니다. 이건 그 두 번째고요.”
첫 번째는 방송국이다.
첫 번째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벌어들일 돈이나 영향력은 그 이상에 버금 갈 것이다.
“그러니까 후배들이나 동기들한테 얘기해서 취직하고 싶은 사람 없나 물어봐 주세요.”
“프로그램 만들면 끝 아닌가요?”
“유지 보수도 계속 해줘야죠. 제가 원하는 기능도 업데이트 해줘야 하고요.”
까톡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이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인데 고작 메신저 기능으로 만족하겠는가.
재환의 의도를 읽은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생이야 완전히 넘어 온 것 같지만 다른 학생들도 낚을 수 있도록 달콤한 미끼를 하나 더 뿌렸다.
“연봉은 못해도 대기업 신입 수준으로 맞춰 줄 테니 고민 좀 해보라고 해요.”
“그, 그 정도로요?”
이 학생 오늘 놀라다가 하루가 다 가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확실히 신생 기업 치고는 연봉을 많이 주는 편이긴 하다.
물론 돈만 넉넉하게 주는 걸론 부족하다.
“휴가 언제든 사용 가능. 자율 근무제 도입. 야근 제한 제도 도입. 이 모든 혜택을 제공할 겁니다.”
“…그래도 돼요? 아니 제 말은…. 그러고도 회사가 굴러 갈까요?”
야근은 당연한 거고, 휴가도 번번이 잘리는 게 공돌이의 취직 후 일상이다.
재환은 이런 악의적인 관습은 재앙을 불러온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재환은 빙긋 웃으며 답해줬다.
“일하는 시간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하냐니까요. 일주일 동안 놀더라도 돈만 벌어준다면 장땡입니다.”
학생은 재환의 IT기업에 첫 사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