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재환이 김영도와 만나고 이틀 후, TBS의 아침 뉴스에서 구정혁이 KG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는 특종을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당연하다 여겼다. 직접적으로 범죄에 연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 상황을 침묵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니까.
자연스럽게 다음 KG 그룹의 회장이 누가 되는가에 이목이 쏠렸다. 처음에는 당연히 KG 그룹의 가장 큰 산업인 전자쪽 사장이 될 거라는 찌라시가 돌았지만, 어디까지나 찌라시다.
“누가 됐건 KG 그룹은 전만 못할 거야, 그래도 구정혁 회장이 사업 안목은 좋았잖아.”
“스마트폰 사업도 구정혁 회장이 밀어붙여서 성공시킨 거라던데. 아들 농사 잘못 지어서 한 방에 가네.”
“아예 KG 그룹이 해산하지 않을까? 구정혁 회장을 대신할 사람도 없고, 계열사들도 독립하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겠는데.”
누구도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않으니 카더라 하는 소문만 무성해져갔다. 사람들의 반응에 이어 KG 그룹의 주가를 확인한 서진이 재환에게 물었다.
“아침 뉴스로 한 번에 발표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주가가 너무 많이 떨어졌습니다.”
“더 떨어질 주가가 있어요? 이미 바닥을 기고 있는데?”
“그래도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에 주가가 이 상태라면, 오늘 다시 임원 회의가 소집될 지도 모릅니다.”
서진의 걱정은 타당했다. 새로운 회장이 취임하면 주가가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 특히나 재환같이 사업에 대한 경력이 없는 이가 위에 서게 되면 높은 확률로 떨어지게 된다. 다른 임원들도 어느 정도 알고 받아들였지만 이렇게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야….
“비서실장님.”
“네?”
“오늘 오후 뉴스 나가고 한 번 봐요. 전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만회할 수 있을 거에요.”
서진은 재환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TBS 건이나 재환이 직접 보도하는 기사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적기 때문이다.
“그보다 그 인간은 오늘 나온대요?”
그 인간은 전자 사장인 박학도를 의미했다.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일단 박학도 사장이 좋아하는 곳으로 예약을 잡아뒀습니다.”
“안 그래도 된다니까요.”
“상대에 대해 잘 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서진의 말에 재환은 피식 웃었다. 서진이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은 재환이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과 상당히 유사했다.
재환은 세상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약하다. 그런 부분을 서진이 채워 주고 있으니 전보다 부담감이 한결 덜 했다.
“그럼 그 부분은 비서실장님께 맡길게요.”
“네. 아, 그리고 방송 쪽 비서는 새로 고용하고, KG의 비서진은 지금처럼 유지해도 되겠죠?”
“그렇게 해주세요.”
오전은 그런 세부적인 사안을 조율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만나봐야 할 사람과 사업 목록들을 쭉 둘러보고 있으니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회장직은 안 이랬었는데.”
“당장은 조금 바쁠 겁니다만, 조금 지나면 지금보단 나아지실 겁니다.”
“그러면 좋겠네요.”
재환이 스튜디오로 들어서니 촬영장이 조용해졌다.
이미 재환이 KG 회장이 됐다는 기사를 다 돌려봤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를 받으며 데스크로 가서 앉았다. 보도할 내용을 쭉 훑고 있으니 선임 아나운서가 다가와서 뻣뻣하게 인사했다.
“회, 회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밖에 비 오는데요?”
“으윽….”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직책만 회장이 된 거지, 하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그건 그러시죠.”
심호흡을 몇 번 한 아나운서는 그제야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재환은 부드럽게 웃어준 뒤, 다시 뉴스 내용을 입에서 되풀이해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서진은 그 모습이 꽤 기이했다. 아무리 안심하라고 해도 그게 그리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밑의 사람들에게 그만큼 신임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
머릿속에 자리잡은 작은 의문은 온에어 불이 켜지고 몇 분 후에 사라졌다.
“KG 그룹의 신임 회장으로 TBS 강재환 대표가 신임되었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방송을 타는 것과 동시에 한결 역시 준비한 기사를 뿌렸다.
점심을 먹으러 나온 많은 직장인들이 그 소식을 접하고 입을 떡 벌렸다.
“와…. 미친 거 아냐?”
“아니, 방송국 사장이 무슨 수로?”
“구정혁 회장 약점이라도 잡고 있는 거 아냐? 아니고서야 저게 가능할 리 없잖아.”
“그랬으면 다른 임원들이 반대했겠지. 다른 임원들도 동의했으니 된 거 아냐. 이게 뭔 상황이래.”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이례적인 사례는 드물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요소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KG 그룹 대표인 강재환입니다. 단독 뉴스입니다. KG 그룹의 이사가 검찰과 밀회를 가졌다는 소식입니다.”
카메라 너머에 서 있던 서진은 그 말을 듣고 식은땀을 흘렸다. 재환이 수가 있다고 해서 믿고 맡기고 있었는데, 이런 폭탄을 터트릴 줄은 몰랐다.
재환은 결정적 증거들을 보여주며 그들이 처벌을 받아야 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그 덕에 뉴스를 보고 있던 사람들만 멘붕에 빠졌다.
“아니, 자기가 KG 대표라매? 근데 KG 그룹의 비리를 폭로해? 뭐 저래?”
“그래도 강재환답지 않냐? 어떤 자리에 있어도 불의는 못 참는다 이거 아냐.”
“야, 처음에만 저렇지 조금 지나봐라. 다른 놈들이랑 똑같을 걸? 자리가 사람 만든다는 말 모르냐.”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일종의 쇼라고 보는 사람들이 반, 그래도 강재환이니 믿어볼 만 하지 않은가 하는 의견이 반. 그런 사람들의 심정은 증시에 그대로 반영됐다.
KG 그룹의 주식은 빠르게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일정 선을 유지했다. 좋은 징조는 아니지만 전보다는 나아지긴 했다.
뉴스를 마치고 일어선 재환에게 서진이 다가가 넥타이를 정리해줬다. 어디까지나 척이며 본심으로는 그대로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다.
“회장님? 이런 사안은 저하고도 논의를 해주셨으면 하는데요?”
“하하, 비서실장님께 말했으면 하지 말라 했을 거잖아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런 불확실성이 많은 일을 벌이도록 놔둘 수 없다. 특히나 사람들은 리스크에 민감하다. 좋은 일도 아닌 일들을 스스로 털어내는 건 아무리 다시 보아도 자충수다.
그나마 지금까지 재환이 쌓아온 이미지가 있기에 버틸 수 있는 것뿐이다.
두 사람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스튜디오를 나왔다. 곧장 대표실로 올라간 뒤 서진은 재환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몇 번을 검토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괜히 저희가 전략팀을 두고 있는 게 아니에요.”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 그랬죠.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니까요.”
“그래도 충분한 검토 과정을 가져주세요. 문제가 생기면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서진의 화가 어느 정도 풀어진 뒤 재환이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그래도 KG 그룹의 회장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굳혔죠. 동시에 TBS가 KG 그룹의 홍보를 돕는 방송국이 아니란 것도 알렸고요. 양쪽으로 플러스 요소가 생겼네요.”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이익이죠. 이 지지도가 떨어지기 전에 확실하게 건수를 올리는 게 중요할 거 같네요.”
“통신과도 이야기는 잘 끝났으니 전자만 확실하게 공략하면 되는 일이네요.”
* * * * *
생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 박학도 사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강재환 대표가 뭐라하든, KG 전자는 계열 분리를 할 거다.”
그 뜻이 워낙 완고했기에 재환은 마른 안주를 씹으며 되물었다.
“기존에 있는 가전 제품들을 개선하는 건 한계에 달했으니 스마트폰을 주력 사업으로 삼아야 하는데, 연구에 투자할 돈이 부족하시지 않겠어요? 1년만 지나도 한성에서 기술력을 추월해 나갈 겁니다. 그럼 망하는 것도 시간 문제죠. 아니면 한성에 그대로 잡아먹히실 거에요? 가진 거 다 내놓으셔야 할 텐데.”
한성은 박학도에게 딜을 했지만, 화학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갑이 된 순간이 되면 180도 돌변한다. 결국 전자가 계열 분리를 하고 나면 혼자서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배에 타라? 그게 더 미친 짓 같은데.”
“자금이란 안전 줄이 있으니 좀 낫지 않겠어요?
뜻을 조금도 굽히지 않는 박학도 사장을 보니 갑갑했다. 이래서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려고 한 거지만, 서진을 생각해서 한 번 더 당근을 꺼내 흔들었다.
“박학도 사장님, 하나만 말씀드리죠.”
“뭐지?”
“전 사실 박학도 사장님 그렇게 안 싫어해요. 오히려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성은 잘 모르겠지만 됨됨이는 괜찮은 사람이다. 전자 쪽에는 약점을 잡을만한 비리가 하나도 없다는 게 박학도 사장이 어떤 인간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계열 분리 역시 그게 KG 전자에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한 행동일 뿐이다, 물론 그 편이 자신의 이익이기도 하지만.
“그러니 감정적으로 말고 이성적으로 좀 더 생각해 보시죠. 제가 보내드린 보고서는 사업팀 통해서 검증 마치셨을 거 아닙니까.”
박학도 사장은 입가에 묻은 맥주 거품을 닦아 내고 재환을 찬찬히 바라봤다.
재환 말대로 보고서를 사업팀에 넘겨서 꼼꼼히 체크해보니 대부분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가 떨어졌다. 사업성을 판단하기 애매하다는 부분도 단기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보면 또 다른 결과를 보일 것이라 하였다.
박학도 사장은 그 보고를 억지로 기억에서 지워냈다.
“형편없다던데, 고등학생도 그거보다는 잘 쓰겠다는 평가가 왔지.”
“그래요? 제법 고심해서 작성한 건데 말이죠.”
“그러니 포기하지.”
박학도 사장이 일어나려 하자 재환은 태도를 바꿨다. 당근을 내미는 건 여기까지다.
“한성에서 꽤 큰 딜을 걸었더라고요.”
재환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박학도 사장은 딱 굳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회의실에서 보였던 그 엉거주춤한 자세를 또 취하게 됐다.
그 모습을 보며 미끼를 던졌다.
“전자를 넘겨주면 금융을 주겠다고요.”
박학도 사장은 이를 빠득 갈았다.
한성의 금융은 캐시 카우다. 시장에서 독점은 아니지만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는 사업인데, 그걸 전자와 트레이드하자고 했다.
전자의 성장 가능성을 따지면 고려할 가치도 없는 제안이지만 박학도 사장을 쥐고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왜, 한성에서 당연히 당신한테만 딜을 했을 줄 알았어요?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 그에 대비를 해야죠.”
“이 자식….”
“전자를 계열 분리 하게 되면 한성에서는 딜에 콜한 줄 알고 움직일 거에요. 근데 당신이 버티고 있으면 한성은 불평을 보내올 거고, 저희는 어떻게 나가야겠어요? 아, 박학도 그 인간이 몸값 올리려고 버티는 거다. 우린 모르는 일이다. 하겠죠?”
“하….”
재환은 오징어 다리 하나를 더 씹으며 박학도를 바라봤다.
“한성에서 법적인 조치 들어가게 될 겁니다. 소송에 휘말려서 시간과 돈을 낭비해버리면 지금 가진 것들 전부 개박살나서, 먼지 몇 톨 가지고 그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겠죠. 미래가 딱 안 그려지세요?”
“……협박이냐?”
“협박은 니가 먼저 했지, 새끼야.”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박학도를 내려다봤다. 어차피 박학도는 재환을 못 이긴다.
정보와 지위, 명성 모든 것에서 재환이 압도한다.
“살고 싶으면 머리 조아려, 이 새끼야.”
협상에서 당근보다 채찍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