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6
6화
“강재환, 그거 확실해? 그 배우가 너한테 물 먹이려는 건 아니고?”
정보의 무게가 무게다 보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구 회장은 재환과 직접 만났다.
재환은 수첩에 끼워둔 리스트를 구 회장에게 보여줬다.
“장미래씨하고 천대성 대표가 만난 건 두 번이에요. 한 번은 김장준 대표가 마련한 식사 자리, 두 번째는 천대성 대표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술자리, 이 접대 이후 김장준 소속사 배우가 대성 그룹의 광고 모델이 됐어요.”
“재주는 곰이 부렸는데 돈은 엉뚱한 놈이 챙겼네?”
구 회장은 리스트를 쭉 보고 다시 재환에게 넘겼다.
저 리스트에서 거물급이라 할 수 있는 건 천대성 대표가 유일했다.
“나머진 찌끄래기지 뭐.”
“회장님, 이번 기회에 식자재 쪽에도 판을 키워보실래요?”
재환이 슬쩍 묻자 구 회장은 콧방귀를 꼈다.
“이걸로 대성 박살나면 그 부스러기 주워 먹자고?”
“부스러기도 맛나면 그만 아닙니까? 식자재가 덜 탐스러워 보여도 유통망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 아닐까요?”
“이놈아. 지금 우리 여유 자금 전부 스마트폰이랑 반도체에 들어간 건 아냐? 그런 부스러기 주워 먹을 여력도 없다.”
구 회장의 엄살에 재환은 피식 웃었다.
어떤 여윳돈 없는 이가 몇 시간 만에 억 단위의 돈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싶은 구 회장의 마음도 이해했다.
대성 기업을 날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인수합병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도 있고, 피곤하게 엮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재환은 구 회장을 더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던졌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시나리오 드릴 테니까 반 주세요.”
“반? 얌마, 욕심이 많이 크다? 그보다 네가 어떻게 판을 짤 건데.”
“가서 딜 해보려고요. 넘겨주면 당신들 빼주겠다면서요.”
그 말에 구 회장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그러지 마라. 짐승 잡자고 인간이 짐승 노릇을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짐승 가죽만 홀라당 벗겨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잃을 게 없는 놈들이 더 위험한 놈들이야.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 포기해라.”
구 회장은 단칼에 잘라내고 비서실장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유서진은 차 문을 열어서 재환이 내리게끔 유도했다.
“다시 말하는데 괜한 욕심 부리지 마라. 너 다친다.”
“구 회장님의 말씀 잘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시나리오는 안 위험한 선에서 짜볼게요. 그럼 들어가 쉬십쇼.”
구 회장을 태운 차가 떠나고 재환은 골목 담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구 회장이 저렇게 말은 했지만 유통망을 얻을 방법이 없나 따로 머리를 쓸 것이다.
그 판을 짜기 전에 숟가락을 얹어야 한다.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퍼즐을 다 맞춰 가는데 조각이 몇 개 모자라는 것처럼 갑갑했다.
그 퍼즐 조각이 어디에 있을까.
밤새 수첩에 기록한 2009년 정보를 쭉 정리했지만 명쾌한 해답을 찾아내지는 못 했다.
피로한 눈가를 문지르고 있으니 예희가 아침을 준비하면서 걱정스레 물었다.
“당신 자긴 잤어?”
“한 시간 반? 두 시간 정도?”
“미쳤나봐. 뭐 때문에 그러는데? 기사 쓰라고 위에서 갈궈?”
“그건 뭐 늘 있는 일이고, 그냥 뭐 좀 찾느라 그랬어.”
밥을 입안에 우겨 넣고 있으니 예희가 부드럽게 어깨를 마사지했다.
“요즘 무리하는 거 같은데 건강 챙기면서 해. 정 힘들면 이직 준비도 해보고, 돈 좀 못 벌면 나도 나가서 돈 벌면 되는 문제니까.”
저런 말 한마디만으로도 재환에게는 큰 위로가 됐다.
어깨에 올려진 예희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있으니 일어난 소율이가 쪼르르 다가왔다.
“아빠. 오늘도 일찍 왕?”
“소율이랑 놀아주려면 일찍 와야지.”
“그래, 소율이가 더 커서 아빠 싫다고 말하기 전에 잘 놀아줘.”
“윽….”
실제로 회귀 전에 소율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대사가 그런 류의 대사였기에 괜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소율이를 끌어안았다.
“숨 막혀.”
“그러다 애 잡겠다. 소율이 너도 얼른 씻고, 학교 갈 준비 해야지.”
소율이가 도망치듯 화장실로 들어가고 재환은 그 뒤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7살 차이면 동생 좀 잘 돌보려나?”
“당신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자꾸 그런 소리를 해? 지금 소율이한테 들어가는 돈만 해도 얼만 줄 알아? 아니면 뭐 숨겨둔 애라도 있어?”
예희의 타박이 날아들면서 동시에 머릿속을 갑갑하게 채우고 있던 안개 속에서 하나의 빛이 번뜩였다.
재환은 그 빛을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노트북을 켜서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놓치고 있던 파편.
그걸 찾아냈다.
“여보, 나 가 볼게.”
“어? 숨겨둔 애 얘기하니까 도망가는 거야? 진짜야?”
“아, 그런 거 아냐. 급히 만나볼 사람이 있어! 다녀올게!”
집을 뛰쳐나온 재환은 곧바로 차에 올라타 곧바로 구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이놈의 새끼야.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할래? 나도 밥 좀 먹자. 밥 좀.”
“시나리오 짰습니다.”
“하이고, 밤새 그거 생각한 거냐? 내가 포기하라 했지? 정말로 피 보고 싶어서 그래?”
구 회장은 역정을 냈지만 동시에 호기심이 들었다.
이 대담한 기자놈이 또 어떤 정보를 물었기에 이렇게 호언장담하는 걸까.
또 무슨 말로 이 늙은이의 심장을 들었다 놓을 것인가.
“구 회장님, 천대성 대표 산하의 자녀가 몇 명인지 아십니까?”
“두 놈 아냐? 천지환이 하고 천유환이. 아, 딸도 하나 있던가? 그 국회의원 부인으로 있는 놈.”
“이름 안 알려진 한 명이 더 있어요. 천대성 대표하고 의절하고 나온 아들이요.”
“그런 놈이 있어?”
구 회장은 헛웃음을 지으며 수저를 내려놨다.
“그놈이 뭐 어쨌다고. 그런다고 달라지는 거 없잖아.”
“그 막내아들이 지금 어디에 있냐면 KG금융의 기획팀 과장으로 있습니다.”
“우리 계열사네?”
“네.”
구 회장은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이용해서 재환이 생각한 시나리오를 똑같이 그려냈다.
“그놈을 우리 밑에 넣고 판에 밀어 넣어서 3분의 1을 날름하자 이건가?”
“3분의 1이라뇨.”
재환은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
“다 먹어야죠.”
“요 놈, 요 놈 또 욕심 부린다.”
“욕심낼 만 하니까요. 구 회장님, 생각해보세요. 이번 사건에 정말로 천 대표만 연루되었을까요?”
리스트에 적힌 건 천대성 대표뿐이다.
하지만 대성 그룹에서 정말로 성상납을 받은 게 그뿐일까?
“잘나간다고 해봐야 연예 기획사 대표입니다. 구 회장님 표현을 빌리면 딴따라 대가리죠. 딴따라를 취급하는 불확실한 대표를 대기업 대표가 어떻게 바로 만나겠습니까. 중간 다리가 있을 겁니다.”
“…리스트에 없지만 존재하는 놈이라는 거지?”
“처음에는 두 아들 중 한 명의 부하 직원이 상납을 받았을 겁니다. 그리고 천 대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리를 만든 거죠. 누군지는 모르지만 치밀한 놈이에요.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해 장미래씨와 직접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으니까요.”
구 회장은 얘기를 다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속을 위해 위에 잘 보이려 한다.
이건 재벌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좋아. 그럼 그 한 놈을 찾아내서 쳐내면 절반까지 먹을 수 있겠어. 이걸로도 만족 못 하냐?”
“제가 기자 생활하면서 들은 말이 있거든요. 대중의 관심은 만들어지는 거란 말이요. 한 놈이 더러운데 그 옆에 있던 놈이라고 깨끗하겠냐. 들쑤시면 제가 안 나서도 다른 신문사에서 혀 빼물고 달려들 겁니다. 그럼 게임 끝이죠.”
“지독한 놈. 잠깐 기다려.”
구 회장의 전화는 끊겼다.
아마 최측근들과 이 건에 관해 논의하는 중일 것이다.
말로 하는 것과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
그들로서도 감수해야 할 리스크와 그로 인해 얻을 이득을 충분히 계산해야 할 터다.
‘이걸로 구 회장에게 빚 하나 더 얹었다. 이 유통망 일부라도 먹을 수 있으면 나중에 굿즈 팔이 같은 것도 유용하겠지.’
연예인 수익의 5할 이상은 굿즈에서 발생하니 이 유통망은 실크로드로 변모할 것이다.
구 회장이 순순히 내놓을 리는 없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을 좀 짜긴 해야 한다.
큰 그림의 스케치를 마친 재환은 구 회장의 전화를 기다리지 않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구 회장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동안 가만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
그리 생각해 향한 곳은 장미래의 소속사였다.
기사가 나가면 그들은 진실을 덮기 위해 모든 수를 쓸 게 분명하다.
증거를 은폐하고, 관련된 사람의 입을 막고, 장미래를 거짓말쟁이로 몰 것이다.
대중들이야 진실보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소음에 즐거움을 느낄 테니 진실성에 호소해서는 이길 수 없다.
“위험한 짓은 안 하기로 했지만 할 땐 해야지.”
재환은 녹음기를 챙겨서 품에 넣었다.
진흙탕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빠져나갈 수 없는 확실한 증거다.
연예 기획사야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라지만 재환이 들어서자마자 재떨이가 날아들 줄은 몰랐다.
“워씨, 뭐야.”
“우리 말고 너 받아줄 곳이 있을 것 같아!”
안에서 쏟아져 나온 호통에 재환은 곧바로 그쪽을 돌아봤다.
보아하니 자신에게 날아온 재떨이의 출발지점도 저쪽인 모양이다.
재환은 몸을 낮춰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제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호통 당하는 인물은 재환도 아는 인물이었다.
장미래의 로드 매니저인 이동훈이었다.
그의 앞에 선 중년 남성은 담배를 새로 입에 꼬나물고 불을 붙였다.
갑갑한지 연기를 깊게 들이마신 뒤 이동훈의 얼굴에 내뿜었다.
“이 바닥 좁은 건 알고 있지? 처자식도 있는 놈이 갑자기 왜 이래.”
“과장님, 진절머리가 나서 더 못 해 먹겠습니다.”
“뭐? 진절머리가 나?”
“네. 저를 위해서라지만 미연이와 다른 배우, 가수들이 그런 꼴을 당하는 걸 더 지켜볼 수만 없습니다.”
“장미래가 그러디? 더 못 하겠다고? 하여간 배부르니까 지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생각도 안 나지.”
과장은 장미래에 대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늘어놨다.
그 욕설을 묵묵히 듣고 있던 이동훈 이 한마디 했다.
“지금 미연이가 얼마나 마음고생 하는지 아십니까?”
“그게 다 배때기가 불러서 그런 거라고! 야, 걔만 그 고생한 줄 알아? 다 그래. 그게 관례야, 관례. 까놓고 말해서 봐라.”
과장은 책상 위에 놓인 파일 하나를 집어서 이동훈에게 던졌다.
“거기 있는 애들이 이번에 연예인 하겠다고 들어온 애들이야. 얘네가 백날 발 벗고 뛰어봤자 TV에 얼굴 한 번 비출 것 같아?”
바닥에 날린 종이들을 발로 지근지근 밟으면서 말을 뱉었다.
“안 돼. 어디 공장에서 다 찍어 나온 것 같은 놈들이 되겠어? 그러니까 이건 서로에게 좋은 거라고. 눈 한 번 딱 감고 몸 팔면 걔네는 TV에 나가서 이름 알릴 수 있어서 좋고, 방송사 놈들이나 광고주 놈들은 예쁘고 잘생긴 년놈들이랑 한 번 잘 수 있어서 좋고!”
“과장님 그건 합리화일 뿐입니다.”
과장은 코웃음 치고 이동훈의 뺨을 날렸다.
어찌나 세게 쳤는지 목이 꺾일 기세로 고개가 돌아갔다.
“뭔 말을 해도 들어 먹지 않을 것 같으니까 안 할란다. 그래, 사직서 받아 줄 테니까 꺼져라.”
이동훈은 얼얼한 뺨을 붙잡고 과장에게 목례를 한 뒤 자리를 벗어났다.
그 과정에서 파티션에 숨어있던 재환과 눈이 마주쳤다.
재환은 입에 손가락을 대서 조용히 할 것을 요구했고, 이동훈은 눈치껏 그 사인을 읽어냈다.
이동훈이 사무실을 빠져나간 뒤에도 재환은 숨을 고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연하게 지금 막 사무실에 들어온 것처럼 행동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신문의 기자 강재환입니다.”
“기자요? 기자분이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과장은 화가 덜 풀렸는지 성난 콧김을 뿜어대며 물었다.
그 모습이 성난 들소 같아 재환은 웃음이 나려는 걸 참느라 고생했다.
“이번에 K방송사에서 준비하는 예능에 장미래씨가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단독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인터뷰라. 좋죠. 근데 지금 미연이가 바빠서 다음에 할 수 있을까요?”
“아, 그런가요. 오늘 스케줄 없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급한 일정이 생겼어요. 그러니 다음에 하시죠.”
재환은 짐짓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의견을 가장한 덫을 깔았다.
“일단 김장준 대표님의 소감이나 메시지를 담아가면 어떨까요. 지금 대표님은 자리에 계시는 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