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재환은 KG 본사로 향하며 상념에 잠겼다. 히트맨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이쪽에서도 히트맨을 고용하면 된다. 그걸로 이한성을 죽이거나 자신을 죽이려는 히트맨을 처리하면 된다. 아니면 저쪽에서 고용한 히트맨에게 더 큰 돈을 쥐어주거나.
다만 이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잃을 게 없던 전과 달리 지금은 잃을 게 많기에 리스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안 돼. 길게 봐야지. 살인 사주를 했다는 정보가 흘러나가면 모든 걸 잃게 된다.’
카르텔 놈들과 같은 짓을 하고 싶지는 않다. 감정을 앞세워 복수를 하려 했으면 진작 피의 복수를 일으켜서 싸그리 날려버렸을 거다.
들끓는 피를 심호흡해서 진정시키고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봤다.
올해가 3개월도 안 남았다. 내년이 되면 대선이 시작된다. 대선이 정해진 결과대로 흘러가게 되면 선거 조작과 더불어 한성에서 대통령에게 돈을 먹였다는 기사를 터트린다. 한성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기 전, 한성에서 돈을 받아먹은 의원들까지 줄줄이 기사에 엮어버리면 카르텔은 괴멸하게 될 거다.
이 계획을 진행하려면 히트맨을 무시하거나, 그 전에 히트맨을 잡아야만 한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
“여전히 히트맨의 증거는 못 발견했죠?”
“아쉽지만…. 네. 오히려 안 좋은 소식으로 박한결 지부장의 사무실에서 서류 몇 개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후우….”
재한은 턱을 쓸다가 서진에게 물었다.
“비서실장님이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라면 히트맨을 고용한 사람과 담판을 짓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적절히 교섭을 하든, 아예 꿇리든 말이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답안이다. 하지만 재환의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뭔가 다른 방법이 없나….’
재환이 대안을 찾는 중 휴대폰에 전화가 왔다. 처음 보는 번호에 재환은 묘한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여보세요.”
“강 회장, 나야. 오랜만이지?”
목소리를 듣자마자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재환은 곧바로 전화를 끊고 이어서 번호 차단까지 해버렸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너무하네. 강 회장 번호 알아낸다고 내가 고생 좀 했는데 말야.”
“이강철 사장님.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저희가 사담을 나눌 사이는 아니잖아요?”
시장실에서 개쪽을 줬는데도, 친한 척 다가오는 게 영 마뜩치 않다. 차라리 이한철이 적의를 아낌없이 드러내서 상대하기가 편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강철은 본심을 숨기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렇긴 하지. 내가 서울시청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열이 뻗쳐. 고혈압으로 쓰러지면 강 회장님이 범인이 아닐까 싶어.”
이강철은 목소리에 감정의 편린을 드러냈다. 그것도 잠시 능글맞은 사업가의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사적인 감정과 이성적인 비즈니스는 별개로 봐야 하잖아? 내가 강 회장님에게 필요한 비즈니스 하나를 알거든. 요즘 회장님 괴롭히는 사람이 있지? 칼잽이인지 총잽이인지 하는 놈 말야.”
“이강철 네 짓이냐?”
재환이 목소리를 깔고 살벌하게 물었지만 이강철은 유유히 빠져나갔다.
“아냐. 나였으면 이렇게 전화를 했겠어? 직접 찾아가서 당신 일그러지는 표정을 직접 봤겠지.”
묘하게 일리 있는 말이다. 어차피 재환이 생각한 후보 중에 이강철은 없었으니 그냥 던진 말이다.
“그럼 무슨 일로 전화했지?”
“좋은 비즈니스가 있다고 했잖아. 우리 잠시 손을 잡는 게 어떨까 해서 말야.”
평소라면 귓등으로 들었을 말이건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손을 잡자라…. 이강철 사장님이 뭘 해줄 수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에는 꽤 부담스러운 제안인데?”
“그 놈 누가 고용했는지 알아?”
“이한철 아니면 이재명이겠지.”
재환의 추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한철이야. 이거 말해주는 이유 알겠지? 나랑 손잡는 게 큰 도움이 될 거야.”
“글쎄. 내가 아는 이강철 사장은 별 능력이 없거든. 게다가 이강철 사장과 이한철 사장이 같은 배에서 나온 앙숙이란 걸 알 사람은 다 아는 정보고 말야. 이강철 사장과 손잡는 게 어떤 메리트가 있는 지 잘 모르겠네.”
“팩트를 들이대면 반박할 수 없지. 하지만 나도 눈과 귀가 있단 말이지.”
이강철은 당첨 복권을 쥔 사람처럼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강 회장님한테 꽤 유리한 정보가 있어.”
“정보라….”
한성의 내부에서 나오는 정보는 귀중하다. 그게 또 이강철발 정보면 한성에서도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제가 그 정보를 어떻게 믿을 수 있죠? 이강철 사장님은 저하고 다르게 신뢰도가 별로 없으신데요.”
다른 현물과 달리 정보는 그걸 뒷받침할만한 신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강철은 정보를 거래할 만한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강철은 짧게 숨을 뱉고 말했다.
“까놓고 말해서 믿든 말든 그건 전적으로 강 회장님 선택이야. 하지만 이 정보를 알고 말고의 차이는 꽤 클 걸?”
“정보의 가치는 상대적인 건 아시겠죠? 이강철 사장님이 보기에 중요한 정보라도 저에겐 쓸모없는 정보일 수 있죠.”
재환이 계속 발을 빼니 이강철은 결국 강수를 뒀다.
“그럼 정보를 듣고 쓸모가 없다면 아무것도 안 주셔도 됩니다.”
“……조금 있다가 전화 다시 드리죠.”
재환은 전화를 끊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강철이 정말로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정보를 줄 리 없다. 즉,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도 이강철은 이익을 본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정보는 이한철에 관한 것일 확률이 높았다. 후계자 경쟁에서 그를 완전히 배제시키려는 걸 테니까.
이한철이 히트맨을 사주한 놈이란 확신이 생겼으니 이한철의 정보는 귀중하다. 하지만 그 정보를 얻음으로서 이강철의 힘을 키워주는 꼴이 된다는 건 썩 좋지 못했다.
재환은 고민을 하다가 전화를 다시 걸었다.
“그 쪽에서 원하는 게 뭔지도 일단 들어야 겠네요.”
“간단합니다. 이재명 회장, 저희 아버지의 사임이죠.”
자신의 야욕을 숨김없이 드러낸 이강철을 보며 재환은 헛웃음을 지었다. 회장이 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실추시킨다라, 패륜도 이런 패륜이 또 없다.
“그건 어지간한 정보로 안 되겠네요.”
“그러니 일단 들어보고 정하라는 겁니다. 어차피 강 회장님은 저희 아버지도 쳐내실 거잖아요? 그게 강 회장님의 목표에 부합하니까.”
재환의 계획을 다 안다는 듯 말하는 게 영 마뜩치 않았지만, 감정적인 부분은 넘어가기로 했다. 이성적으로 저울질을 한 뒤 재환이 딜을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강 회장님. 후회 안 할 거야. 메일로 보내 둘 테니 확인해봐.”
거기까지 말하고 전화는 끊겼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전화를 끊는 꼬라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운전석에서 상황을 살피던 서진이 백미러로 재환을 바라봤다.
“이강철 사장이 무슨 일로 연락해온 겁니까?”
“그 집안이 콩가루인 거 하루 이틀인가요. 이한철 무너트리려고 그런 거죠.”
콩가루 집안이란 말에 서진은 뻣뻣하게 웃었다. KG 그룹을 이끌었던 구씨 일가 역시 콩가루 집안이었으니.
재환은 메일로 온 내용을 보고 인상을 썼다.
“일이 참 꼬이네.”
“무슨 내용입니까?”
“한성과 차기 VIP 사이의 거래내역 확보한 걸 걸렸다는 거 같습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차기 VIP는 확정된 상태 아닙니까. 걸려도 문제가 없을 거 같은데요.”
“저 쪽에서 더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단 게 문제죠.”
메일을 몇 번 더 찬찬히 뜯어보니 왜 이강철이 자신에게 이런 딜을 넣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한철 쪽으로 무게가 넘어가느니 이전과 같이 원점으로 되돌리겠단 거네.’
그에 더해 재환이 이한철에게 한 방 먹여주면 더 좋아하겠지만, 이 정보만으로 뭔가를 하기는 어려웠다.
재환은 자신이 정리해 둔 자료를 쭉 살피고 서진에게 말했다.
“이한철과 미팅 날짜 잡아주세요. 명목은 스마트폰 사업에 관해 연구협약을 논의 하고 싶다는 걸로요.”
“최대한 빨리 날짜 잡아드리겠습니다. 박학도 사장에게도 얘기를 전해 둘까요?”
“네, 그게 좋을 거 같네요.”
혼자가는 것보단 둘이 가는 게 신변의 안전을 위해 좋아보였다. 이한철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그리고 몇 가지 정보 좀 팩트 체크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며칠 뒤, 재환은 박학도 사장과 같이 한성을 찾았다. 박학도 사장은 한성 본사 건물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사옥은 저희보다 좋군요.”
“규모 면에서는 아직 한성이 더 크니까요. 하지만 2년 내로 따라잡을 겁니다.”
재환의 확신하는 말투에 박학도 사장은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재환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그도 약간 납득했다.
한성 안으로 들어가니 몇몇 기자들이 있었다.
한성과 스마트폰 관련 연구 협약 소식을 뿌려둔 덕이다. 미리 언질을 받았던 오늘의 신문 기자가 강재환에게 다가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강재환 회장님. KG그룹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한성과 스마트폰 개발 협력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한성 그룹에서 KG 전자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스마트폰 사업의 규모가 얼마나 될 지 예상하십니까?”
한 명이 말을 꺼내니 그 뒤로 다른 기자들이 우수수 따라 붙어 질문을 던져왔다. 재환의 뒤를 따르던 안재범이 그들의 접촉을 막았지만, 혼자서 전부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재환은 여유롭게 마이크 하나를 낚아채고 질문 일부에 답했다.
“스마트폰은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변화시킬 차세대 기기입니다. 이익을 생각하면 KG 그룹에서 이 연구와 기술을 독점하는 게 맞겠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더 넓게 보고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보다 한국 산업 수준이 크게 성장할 거라 확신합니다. 또한 한성에서 저희 전자를 인수하려 한다는 건 루머입니다.”
분명 한성 본사 건물인데, 강재환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그가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휘어잡고 있으니 KG 본사 한 가운데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재환이 기자들을 쥐락펴락 하고 있을 때, 안내 데스크에 있던 이가 쭈뼛쭈뼛 거리며 다가왔다.
“강재환 회장님, 이한철 사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아, 너무 시간을 지체했네요. 기자 분들께는 이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적당히 약을 치고 난 뒤 재환은 자리를 떴다. 기자들과 충분히 떨어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니 박학도 사장이 물었다.
“기업 이미지가 쭉쭉 상승하겠군요? 매출과도 연관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될 겁니다. 어차피 스마트폰은 KG란 얘기가 나오게 만들거니까요.”
재환의 말에 박학도 사장은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는 재환이 그리는 큰 그림을 전부 읽어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미리 기다리고 있던 비서가 두 사람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에는 이한철이 비릿한 웃음을 띠고 먼저 앉아 있었다.
“강재환 회장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고생까지도 아닙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위해서면 반드시 와야 했으니까요.”
재환은 이한철과 악수를 한 뒤 마주보고 앉았다. 둘은 속내를 숨기고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담판 지을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