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64
64화
경찰청장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 한 대를 태우는 동안 생각을 정리한 그는 서랍에서 대포폰을 꺼냈다.
대포폰에 저장된 하나의 번호에 전화를 거니 짧은 신호음이 지나고 상대방과 연결됐다. 그는 서론을 빼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회장님, 강재환이 찾아 왔었습니다. 자기하고 손을 잡자더군요.”
“……주제도 모르는 놈이군.”
“문제는 놈이 손에 든 패가 좀 쎕니다.”
경찰청장은 재환의 정보 수집 능력을 인정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 검찰총장처럼 날아갈 수 있음을 인지했다.
“조만간 제 목이 날아갈 겁니다. 그리고 회장님도 위험할 겁니다.”
카르텔의 자금 대부분은 한성에서 나온다. 몇 번의 세탁과정을 거치면서 그 자금 흐름을 알기 어렵게 만들어놨지만, 재환이라면 전부 알아챘을 거라 그는 확신했다. 그리고 그 자금 흐름이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카르텔은 끝이다.
다행스럽게도 카르텔은 이런 상황에 대비한 메뉴얼을 갖춰놨다.
“자네가 옷을 벗는 게 모양새가 좋겠지?”
“……회장님, 일 처리하고 입 싹 닫으시면 곤란합니다.”
경찰청장 이 모든 비리를 짊어지는 걸로 그들은 얘기를 마무리했다. 예삿일이면 아래 직급의 인원을 서넛 옷 벗기는 걸로 무마했겠지만, 강재환이 그걸로 만족할 리 없다.
“별 걱정을 다하는 군. 자네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도 자네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 보호할 걸세.”
“회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어차피 이 일로 재판장에 간다해도 명확한 증거가 없고, 경찰청장의 자백만으로 재판이 진행되게 된다. 그 점을 이용해서 카르텔은 최대한 형량을 가볍게 때릴 것이고, 상황을 보고 보석금을 넣는 걸로 빵에서 풀려나게 만든다.
다만 경찰청장이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카르텔은 그에게 안락한 삶을 약속했지만, 그런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혹여나 그들의 정보 일부가 발설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사고사를 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까딱했다. 그 몸짓을 읽은 전략기획실 팀장이 보고를 이어 나갔다. 한성의 앞일에 상당히 도움이 될 정보들이건만 지금은 이재명 귀에 닿지 않았다.
‘판이 너무 엎어졌군.’
당장의 급한 불은 경찰청장이 손을 털고 떠나는 걸로 해결할 수 있지만, 카르텔의 피해가 막심하다. 새로운 인사들을 채워넣는 것도 채워넣는 거지만, 그들이 믿을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입막음으로 돈도 먹여야 하고….
“후우….”
“회장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잠시 쉬었다 갈까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던 전략지원 팀의 팀장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계속하라는 의미로 손을 내저었는데, 가만히 있던 이한철이 치고 들어왔다.
“회장님, 건강을 생각하셔서 잠시 휴식하도록 하죠.”
“내 핑계 대지 말고 보고나 나가고 싶으면 나갔다 와.”
이재명의 말에 전략팀장이 슬쩍 눈치를 봤다. 여기서 나가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이한철의 눈이 그를 쏘아붙이고 있었다.
무슨 말을 나누려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빠져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말일터다. 이한철이 한성에서 발언권이 많이 약해졌고, 한성의 후계자리에서 거리가 조금 멀어진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아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습니다.”
작은 저울질을 한 뒤 그는 서재를 빠져 나갔다. 이한철은 문이 확실하게 닫히는 걸 지켜보다가 이재명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슬슬 승계 생각을 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갑작스레 튀어나온 승계란 단어에 이재명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누구 피 아니랄까봐 이한철의 눈에는 돈과 명예에 대한 탐욕이 가득했다. 그나마 이 자리에 이강철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둘째 놈도 있었으면 이 자리는 완전히 개판이 됐을거다.
“이한철, 한성전자의 실추된 이미지가 아직까지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단 사실을 까먹은 거냐?”
“그건 스마트폰 사업이 조금 더 자리 잡으면….”
“멍청한 새끼!”
이재명의 호통이 터져 나오면서 책상 위의 물건이 비산했다. 이한철이 급히 피하긴 했지만, 표정 관리를 못해 얼굴이 일그러졌다.
“스마트폰 사업이 자리를 잡아? 퍽이나 자리를 잡을 수 있겠군.”
이재명은 전략팀장이 건넸던 보고서를 꺼내 이한철에게 집어던졌다. 허공에 흩뿌려진 보고서의 상단에는 스마트폰 사업 관련 보고서라 적혀 있었다.
“눈이 멀쩡히 달려 있으면 읽을 수 있겠지.”
이한철은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바닥에 흩뿌려진 서류를 주워서 내용을 확인했다. 언제 이렇게 조사했나 싶을 정도로 전략팀장이 가져온 보고서는 자세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66.3%! 그 중 한성 전자에서 나온 제품을 쓰는 사람은 고작 26%야! 26%!”
이재명은 보고서의 내용을 친히 읊어준 뒤 코웃음을 쳤다. 이한철은 다 읽은 보고서를 내리고 이재명을 바라봤다.
이재명은 자신의 지팡이로 이한철의 얼굴을 툭툭 쳤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사업이 자리를 잡아? KG 그룹에 밀려서 사업 접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한심한 새끼.”
이재명은 한껏 비아냥대며 이한철의 자존심을 깎아 내렸다.
“스마트폰 보급률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뭔지는 아냐? KG 전자에서 먼저 제품을 내놨다지만 우리가 내놓은 시기와 큰 차이가 없지. 그 뿐 아니라 우린 더 좋은 스펙으로 제품을 내놨는데 왜 밀린 건지 아냐고!”
이한철은 입이 열 개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보급률에 차이를 보인 이유는 하나다. 한성의 이미지 문제.
상반기에 한성이 입었던 이미지의 타격은 현재까지 피해를 줬다.
이재명은 이한성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한성 전체 중 달랑 하나인 전자사업도 제대로 못 하는 놈에게 한성을 줄 것 같냐? 분수를 알아야지.”
이한철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짓은 아니지만 대를 위해선 소를 희생해야 했다.
“아버지. 강재환, 그 놈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습니까. 열심히 일궈둔 커넥션도 다 잃게 생기셨고, 투자한 것들도 돈만 날린 꼴이 되는 거 같고요.”
“허, 멍청한 자식. 아니다, 너한테 전자를 맡길 생각을 한 내가 멍청한 거지.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건데! 빙 돌지 말고 똑바로 말해!”
모욕적인 언사에도 이한성은 꿋꿋이 이재명을 바라봤다. 그도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이 아니다.
“강재환이 아버지가 VIP가 될 사람에게 적잖은 선물을 했단 사실을 알아챘어요.”
이한철은 품에서 서류 몇 개를 꺼내 내놨다. 거기에는 한성에서 자금이 흘러나간 경로, 세탁 과정 등이 적혀 있었다.
이재명은 지시만 내리는 입장이기에 이 중간 과정이 확실한지 아닌지는 대략적인 짐작만 가능했고, 그 짐작에 따르면 이건 확실했다.
“이게 뭐냐.”
“오늘의 신문 지부장이자 TBS 이사인 박한결의 사무실에서 나온 겁니다. 강재환 회장이 전해 준걸로 유추하고 있고요.”
이한철이 고용한 히트맨이 한결을 처리하고 나올 때 챙겨온 문서들이다. 재환이 줬을 거라는 증거는 없지만 재환에게서 정보가 나왔을 거란 추측 정도는 가능했다.
“……허.”
자료를 꼼꼼히 읽어본 이재명은 혀를 찼다. 이 정보를 강재환이 가지고 있다면 한성으로서는 상당히, 아주 많이 곤란했다.
다음 대선에 대해서 한성은 이미 배팅을 끝났고,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문제는 재환이 이미 그 정보를 알고 있기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한성으로서는 크나큰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다음 VIP가 배팅한 대로 나오면 재환이 기사를 터트릴 거고, 한성의 이미지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타격을 입는다. 그렇다고 다른 인물이 VIP가 되면 투자한 돈은 전부 물거품이 되는 거다.
그 돈이 없다고 한성이 무너지지는 않지만, 뒤로 굴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 그만큼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
“아버지.”
적당히 뜸을 들인 뒤 이한성이 운을 뗐다.
“제가 강재환을 처리해보겠습니다. 제대로.”
“어떻게? 그 놈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네놈이?”
“그런 놈이 거슬리는 거 하나 해결해 주면 아버지 입장에서도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니까요.”
이재명은 턱을 슬슬 쓸면서 이한철을 바라봤다. 분명 자신은 잃을 게 없는 딜이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네가 맨입으로 해결해 주겠단 것도 아닐 거고.”
“다음 회장 자리, 저 주시죠.”
이건 이한철이 걸 수 있는 최대한의 딜이었다. 이미 강재환에게서 잽을 몇 번 맞은 이한철은 한성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졌을 뿐 아니라, 회장 자리와도 멀어졌다.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이강철이 몇 걸음 앞서 나가게 됐다.
제일 좋은 건 한성 전자가 커져서 발언권을 확보하는 거지만, KG에 재환이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요원치 않다. 모든 면에서 궁지에 몰린 이한철에게 남은 방법은 죽이는 것뿐이었다.
이재명은 손가락을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네가? 너보단 이강철이 더 낫지.”
“아버지. 이강철은 강재환을 비호하고 나섰습니다.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울 뻔한 놈이죠. 거기다 강재환만 없었으면 스마트폰을 먼저 출시해서 선점할 수 있었겠죠. 강재환만 없으면 제가 더 한성에 어울리는 인재였단 소립니다.”
이재명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가 돌아섰다.
“맘대로 해라. 대신 이번에도 한성의 이름에 먹칠을 하면 내 손으로 널 자를 거다!”
이한철은 허리 숙여 감사를 표하고 작게 미소지었다.
* * * * *
“선배는 좀 어떻죠?”
“의사 소견으로는 기적적으로 뇌손상은 없다고 합니다. 천만다행이죠.”
간호사의 말을 들은 재환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곧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 까요?”
“짧아도 2주는 병원에서 회복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2주라고 했지만 재환은 넉넉잡아 한 달 정도는 한결에게 쉴 시간을 줄 생각이다. 맨날 자신을 굴려먹는다고 투정 부렸는데, 이번 기회에 그 정도는 해줘도 될 거다.
보너스도 좀 넉넉히 넣어주고.
“회장님.”
“경찰 쪽에선 어때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서진은 가져온 동아 신문을 건넸다.
거기에는 경찰청장의 사임 소식이 1면에 실려 있었다.
그 뿐 아니라 그 뒷면으로는 경찰의 큼지막한 비리들이 같이 담겨 있었다. 이 기사가 동아 신문에서 나왔기에 사람들은 진위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지만, 재환은 달랐다.
“회장님, 이건….”
“전부 진실입니다.”
이 쪽에서 까발리기 전에 먼저 패를 까발렸다. 어설프게 꼬리를 자르는 걸로는 해답이 안 된다고 여긴 모양이다.
“피곤하게 됐네요.”
재환은 눈가를 문질렀다. 경찰청장의 비리를 터트려서 끌어내리는 것도 계획에는 있지만 지금 내려오는 건 계획과 조금 다르다. 이렇게 되면 한결을 습격한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워진다.
적당히 겁만 먹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경찰을 못 움직이게 됐지만, 그렇다고 그 히트맨을 가만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