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68
68화
재환은 답신을 보며 웃었다.
고글에 보냈던 메일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답신이 왔다. 그쪽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면 한다는 거다.
자세한 얘기는 가서 나눠야겠지만, 이 정도면 50%이상 문제는 해결된 것 같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편 하나 알아둬 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아, 가족들 것도 다 같이 끊어주시면 감사하고요.”
“구해두겠습니다.”
전생에서는 가족 여행으로 제주도도 못 가봤다. 이번 기회에 해외 여행이라도 같이 가 볼 생각으로 서진을 통해 비행기 표를 같이 끊었다.
문제가 되는 건 이제 2개월 된 소이였지만, 그 문제도 잘 해결됐다.
“감사합니다.”
“아유, 우리 회장 사위님을 위해서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아예 소율이도 같이 봐줄까? 신혼여행 느낌이라도 내게?”
“하하, 소율이는 같이 데리고 가려고요. 해외 구경 한 번 시켜줘야죠.”
장모님이 호쾌히 웃으며 재환의 어깨를 두드렸다. 회귀를 하고 난 이후 워낙 바쁘게 지낸 터라 장모님을 제대로 찾아보질 못해다. 이번 명절 때도 예희 혼자 시댁으로 갔었기에 재환은 그저 미안했다.
장인어른은 소이를 안으며 싱글싱글 웃다가도 굳은 얼굴로 재환을 바라봤다.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신분이 높아진다해도 가족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법이야. 자네 이번 명절에도 안 찾아오고 말야. 그래서 되겠어?”
“죄송합니다.”
재환이 머쓱하게 웃으니 장모님이 장인어른의 등짝을 소리나게 후려쳤다.
“아유, 당신도 참. 우리 사위님이 이번에 얼마나 바빴겠어. 신문사 대표된 지 얼마 안 되서 방송국 사장되고, 이젠 KG 그룹 회장님이야.”
“크흠. 그건 그거고….”
“그리고 사위님이 회장 되고 입 싹 닦고 우리 모른 척 했어? 방송국 사장 됐을 땐 차 바꿔주고, 이번에 회장되면서 이 집도 줬잖아! 거기서 더 바라면 사람이 양심이 없는겨!”
“끄응, 아니. 난 우리 예희 생각해서….”
“아빠, 제 핑계대지 마요.”
근엄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장인어른은 장모님과 예희의 구박을 못 견디고 슬쩍 자리를 피했다.
그 뒤를 따라간 재환은 슬쩍 장인어른께 봉투를 찔러 드렸다.
“별 건 아니고, 아버님 요새 낚시에 재미들리셨다 해서 낚싯대 하나 장만하시라고 드리는 겁니다.”
“크흠…. 내가 우리 사위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장인어른은 재환의 어깨를 두드리고 잠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모여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재환은 흐뭇하게 웃었다. 이런 따스한 풍경을 잊고 산 전생이 후회스럽기도 했고, 지금이라도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다.
며칠 후, 재환의 가족은 KG 전자의 직원 몇 명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두 번의 환승을 거치고 나서야 고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 출구로 나왔을 때, 재환은 나와 있는 인물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브란?”
“Yes! Welcome to California!”
브란은 재환을 알아보고 호쾌하게 악수를 청했다. 그 악수에 담긴 힘에 재환은 살짝 놀랐지만 자신도 그에 맞춰 힘을 줬다. 재환의 억센 손아귀 힘에 브란도 눈을 크게 떴다가 호탕하게 웃었다.
“오느라 피곤하실 텐데 오늘은 쉬시고 내일 얘기 나누죠. 호텔은 좋은 곳으로 예약해뒀습니다.”
“저희 쪽에서 할 일을 덜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환의 영어로 능숙하게 답을 하니 브란의 눈썹이 부드럽게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영어를 잘하시는군요.”
“이번 미팅을 위해 열심히 연습해뒀죠.”
해외로 나갈 경우도 있을 거라 생각해 미리 열심히 연습해둔 보람이 있었다.
브란은 손수 호텔로 안내를 도와줬는데, 무려 5성급 호텔이었다.
“VIP들을 위한 숙소입니다. 만족하실지 모르겠군요. 아, 레스토랑도 괜찮은 곳으로 예약해 뒀으니 그 쪽을 이용해 주세요.”
“많이 준비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
브란은 1층에서 떠났고, 재환은 가족과 함께 짐을 풀고 가볍게 걸어다니며 관광을 했다. 이후 브란이 예약해 뒀다는 레스토랑으로 안내 받았다. 레스토랑 역시 호텔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급스러웠는데 이를 통해 고글에서 이번 계약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지 느껴졌다.
“엄마, 이거 맛있어!”
“진짜. 맨날 이런 것만 먹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줄까? 캘리포니아에 집 하나 구하면 될 거 같은데.”
미국 집 값도 나중에 꽤 크게 뛰어 오르니 집 하나 사두면 부동산 가치는 충분하다. 소규모 투자로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식사는 입맛에 맞으신가요?”
질문을 던져 온 건 레스토랑 웨이터가 아닌 브란이었다.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곳이군요. 아이도 마음에 들어하고요.”
“간혹 가다 먹으면 이만한 별미가 없죠. 매일 먹으면 저처럼 살이 엄청 찝니다만. 잠시 합석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괜찮지?”
예희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답했고, 소율이도 브란이 싫지 않은 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의자를 가져온 브란은 와인 하나를 시켜서 재환과 예희의 앞에 한 잔씩 따라줬다. 잔을 가볍게 부딪친 뒤 재환이 먼저 물었다.
“이거 너무 호의를 많이 받았는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하하, 너무 감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게 다 내일 계약을 위한 포석이니까요.”
장난 반 진담 반인 그 말을 재환은 웃으며 넘겼다. 이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고 중요한 거래에서 호구 짓을 할 만큼 그는 유약하지 않다.
브란도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사실 미스터 강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를 했습니다. 음, 아니 조사라는 표현은 조금 그렇고 한국 뉴스에 나온 정보들을 접했다고 하는 편이 좋겠군요.”
“그럼 좋은 정보만 본 건 아니겠는데요?”
“정보들을 보다가 꽤 놀랐습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행보를 걸어오셨더군요. 그 얘기를 좀 듣고 좀 친하게 지내고 싶어졌습니다.”
재환은 브란의 음흉한 속셈을 약간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고글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부를 설립했지만 적극적으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제스쳐는 취하지 않았다. 기억이 맞다면 D포털 사이트와 협력해서 그들의 검색 능력을 한국 시장에 보여주려 했던 걸로 기억한다.
D포털 사이트의 위상이 전만 못해지면서 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지만 그건 내년이나 내후년의 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고글은 KG 그룹의 스마트폰에 들어갈 OS를 같이 공동 개발했다. 본래 위치인 검색 엔진으로서의 위용은 비슷할지 몰라도 이름값은 확실히 올라갔다. 이 점을 잘 이용하면 고글의 서비스 일부를 KG 그룹을 통해 유통하는 게 가능할 지도 모른다.
“별로 말씀 드릴 게 없군요. 차라리 이번 스마트폰에 대해 얘기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제가 가장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스타일이라서요. 그래도 이번 OS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거 같아 다행입니다. 저희 쪽에서 만들면서도 불안불안했거든요.”
“큰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래서 고글과 계속 협력하고 싶단 생각이 있습니다. 고글의 검색 엔진도 같이 활용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재환이 검색 엔진 쪽으로 운을 떼니 브란이 잠시 쓴 웃음을 지었다.
“그건 한국시장에서 반쯤 포기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에게 맞는 자료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탄식에 재환은 고민하다가 슬쩍 제안을 하나 했다.
“실은 KG 그룹 산하에도 소프트 웨어 개발 팀이 있습니다. 까톡을 개발한 팀인데.”
재환은 까톡의 기능과 현재 한국 시장의 장악력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해줬다. 브란은 그 설명을 모두 듣고 상당히 흥미를 보였다.
“메신저 기능에 저희 검색 기능까지 갖추겠다라. 그러면 어플리케이션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겠습니까?”
“그 무거운 걸 빨리 해결하는 건 KG 전자에서 할 일이죠.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내년, 내후년 즈음엔 가능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브란은 재환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가산점을 줬다.
“그 점은 내일 또 얘기를 나눠보기로 하죠. 이런 일 얘기를 저녁 밥상 앞에서 하면 아내분의 표정이 계속 안 좋을 거 같거든요.”
브란이 위트있게 말을 돌려서 재환은 웃으며 일 얘기는 여기까지로 했다. 이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가볼 만한 곳과 즐길만한 것들에 대해 애기를 나눴다. 소율이는 조금 지루해 했지만 놀이동산 얘기가 나왔을 때는 눈을 크게 떴다.
“아빠! 꼭 가는 거에요!”
“물론이지. 아빠 일 끝나고도 며칠 일정 비워뒀으니까, 같이 가자.”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던 브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가족들이 보고 싶어져서 안 되겠군요. 내일 뵙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재환은 예희와 함께 와인 한 잔을 더 곁들였다.
“요즘 지내는 게 꿈만 같아.”
“이게?”
“아냐? 반 년 전만 해도 우린 전세 대출 받던 집에서 살았어. 내 집 마련이 꿈이던 소시민이었잖아. 근데 지금은 집도 있고, 차도 있고. 해외 여행도 이렇게 다니고 말야.”
예희의 아련한 말에 재환은 그녀를 안아줬다. 예희는 그런 재환의 손을 슬슬 쓸다가 꼬집었다.
“근데 꿈이라도 괜찮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다치지 좀 마.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미치겠어.”
재환은 예희가 걱정할 걸 알기에 히트맨에 대한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육감으로 재환이 무리하고 있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했다.
“조심할게.”
“말만 하지 말고.”
“하하.”
“웃지 마. 정들어.”
한참을 투닥거린 밤이 지나가고 재환은 고글 본사로 향했다. 어제 만났던 브란이 먼저 내려와 간단히 고글 본사에 대해 설명을 나누고 회의실로 향했다.
재환이 말문을 여는 걸로 회의는 시작됐다.
“고글 맞춤형 스마트폰을 만들고 싶으시다고요?”
“맞습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최대의 검색 엔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뭘 하든 검색을 할 때 고글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건가요? 아니면 외부 버튼을 눌렀을 때, 고글로 연결 되어야 한다는 건가요. 모든 어플리케이션에서 고글로 연결 되는 건 꽤 까다로운 일입니다.”
첫 말문을 재환이 열었지만 자세한 현실적인 사안들은 같이 온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재환은 기자지 개발자는 아니니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대략적인 개발 방향에 대해 방향성이 잡힌 뒤 재환은 브란에게 물었다.
“이 기획으로 저희가 얻게 될 게 뭔지 알고 싶군요.”
“저희의 스마트폰 생산을 KG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제품 설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개발력, 더해 생산 라인까지요.”
브란의 말에 재환은 미간이 좁혀졌다. 말이 좋아 맡긴다는 거지 아예 우리 스마트폰 라인을 통으로 뜯어가겠다는 소리였다.
‘어째 좋게 대해 준다 했더니….’
재환은 숨을 한 번 고르고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