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67
67화
한성 본사에서 나온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탄 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박학도 사장은 원수를 보듯 재환을 노려봤다.
“이런 자리에 절 대체 왜 데려 오신 겁니까?”
“스마트폰 사업을 빼먹으려면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스마트폰이란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강 회장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제공한 건 어디까지나 아이디어죠. 자세한 내용은 사장님이 더 잘 아실 테니까요.”
서진은 시원한 물을 내민 뒤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박학도는 물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제야 회의실에서 물도 제대로 못 마셨단 사실을 상기했다.
어찌나 숨이 막히던지 물을 안마시고도 심해에 가라앉아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한철 사장도 통이 제법 크긴 하더군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줄은 몰랐는데요.”
결과만 놓고 보자면 박학도 사장이 제안한 내용은 양측이 오케이 했다. 물론 각자 사업에 투자한 비용이라던가 사업 규모가 다르기에 구체적인 사안은 차후에 조정하기로 했지만, 일단 이대로 진행한다는 점에서는 합의를 마쳤다.
“저쪽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재환은 한성에서 전자 사업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단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나치게 자신감을 보이는 게 걸린다. 카르텔이 주로 하는 화전양면의 전술인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이 있는 건가.
어느 쪽이든 재환이 할 일은 같다. 일말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고 대응한다.
“일단 박학도 사장님도 경호를 붙이세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자고 일어났는데 사고사처리 되어 있을 수 있어요.”
“강 회장님은 가끔가다 보면 무서운 농담을 하는군요.”
“농담이 아닌데요. 이한철 그 놈이 뭘 했었는지 생각해봐요.”
재환의 말에 박학도는 괜히 소름이 돋았다. 재환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농담이 아니라곤 했지만 80퍼센트는 농담이 맞다.
재환을 건드렸을 때 생기는 리스크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기에 이한철이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막 나가지는 못할 거다. 내년 1분기가 지나고 스마트폰 사업을 접게 되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나올 순 있지만, 그 전까지 대응책을 충분히 마련해 볼 전망이다.
재환은 창 밖을 보면서 회의실에서 나오기 전 이한철과 나눈 말을 떠올렸다.
“강재환, 목숨이 귀중하면 적당히 날뛰는 게 좋을 거야.”
“이한철, 네가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런 착각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지은 죄를 전부 돌려받게 될 거야.”
재환은 이한철의 죄들을 대략적으로 떠올려봤다.
횡령, 회계 조작, 살인 청탁, 뇌물 수수…. 일이년 깜빵에 가는 수준이 아니라 무기징역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려면 살인 청탁 부분에 대한 증거부터 제대로 수집해야 한다.
“비서실장님, 이한철에 대해 조사 좀 꼼꼼히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박학도를 KG 전자에 내려준 뒤 재환은 경찰청으로 향했다. 본래라면 재환이 직접 경찰청에 오는 건 구설수에 오르기 좋았으나 지금은 마땅한 이유가 있기에 괜찮았다.
재환은 특수범죄 수사팀을 지나 다시 경찰청장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 거침없는 행보에 괜히 서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바뀐 경찰청장을 상대로 협박이라도 하시려고 하십니까?”
“그냥 알려주는 거죠. 왜 그 사람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나가야 했는가 말이죠.”
굳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은 없다. 그런 사람들이 컨트롤 하기 더 힘든 법이니까. 대신 카르텔이란 조직이 얼마나 위험한 조직인지에 대해선 인지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내분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해야 한결 선배를 죽이려 한 놈을 더 빨리 찾지 않겠어요?”
“박한결 지부장을 상당히 좋아하시는군요.”
“전 와이프랑 가족에게 일편단심입니다. 그저 그런 선배를 두 번이나 잃고 싶진 않거든요.”
두 번이나란 말에 서진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재환은 손을 내저었다. 전생에 대해서 아는 건 자신뿐이니까.
기껏 돌아와서 소중한 사람을 또 잃을 순 없다.
경찰청장과의 면담은 짧게 이뤄졌다. 카르텔에 이미 합류한 그는 재환을 적으로서 인지하고 있었기에 말을 대부분 귓등으로 들었던 탓이다. 처음부터 말을 잘 들어줄 거라 기대도 안 했기에 재환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정신없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재환은 회장실에 앉아 밖을 바라봤다.
피로가 쌓였기 때문인지 창 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오늘따라 아련했다.
“올해 내로 카르텔을 뿌리 뽑기는 힘들겠네.”
반년이 조금 넘는 사이 많은 것들을 이룩했지만 카르텔은 건재했다. 비록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바뀌었지만 딱 그 뿐이다. 카르텔은 여전했고, 그들의 세력은 암암리에 더 커졌다.
재환은 품에서 노트를 꺼내 천천히 훑었다.
이 중에는 이미 일어난 일들도 있고, 일어나지 않은 일들도 있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현재에는 일어난 일들도 있다.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고 있다. 나비효과란 표현이 이럴 때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오래 걸리면 안 돼.”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이 바뀌고 나서도 카르텔을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재환이 가진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무기는 정보다. 이 정보가 바닥나는 순간, 정보가 신뢰를 잃어버리는 순간 그가 이룩한 업적은 위태로워진다. KG 회장 자리에 영원히 앉아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태에서 내려오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내년, 늦어도 3년 내로 해결하자.”
그 이후의 일들은 너무 많이 바뀌어서 써먹지 못할 거라 판단했다. 과감히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취할 부분은 취한다.
재환은 목표를 재점검한 뒤 다음 구체적인 계획을 그려나갔다.
‘KG 그룹이면 될 줄 알았는데….’
KG 그룹이면 한성과 견주어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카르텔은 한성을 돈줄로 국가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KG 그룹의 회장이 된 걸로는 부족했다. 적어도 한성을 찍어누를 정도의 자본은 갖춰야 한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 하나….’
연예계 쪽은 아직 물이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몇 년 뒤에 긁어서 대박이 나는 게 확실한 복권이지만 아직은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고.
재환은 좀 더 고민하다가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해외로 투자를 해볼까.”
국내에서 성공할 사업들을 미리 선점해서 KG 그룹의 힘을 키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국내라는 점이 걸린다.
카르텔에서 마음 먹으면 법률을 바꿔서 족쇄를 채워버릴 가능성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해외에서 돈을 번다면 얘기가 다르다. 외화를 벌어오는데 그걸 막겠다는 건 자충수나 다름없으니까.
문제는 이 시기에 해외 정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전생에 관심을 가지던 건 오로지 카르텔에 관한 것뿐이니까.
물론 한성이나 YK 그룹의 해외 사업에 관한 정보가 있긴 하지만…. 이걸로는 약하다.
“스마트폰 사업을 해외로 확장을 시켜야겠지만….”
그럴 경우 발생하는 사건이 파인애플사와의 특허권 전쟁이다. 전생에서 한성이 파인애플사와 특허권 전쟁을 벌이다가 막대한 손해비용을 청구했던 걸 생각하면 골치 아프다.
차라리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스마트폰 사업의 규모를 키우면 좋겠지만, 파인애플사가 스마트폰을 출시한 건 2년 전의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특허권 전쟁에서 이익보다 손해를 많이 보리란 걸 예감할 수 있었다.
“다른 방법….”
재환은 노트북을 켜서 해외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당장 해외의 기업 중 생각나는 건 고글 사다. 스마트폰의 OS인 안드로이드를 만들 때도 협력했던 만큼 고글 사 역시 스마트폰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다만 전생에서는 그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고 사업을 접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만약 이번에 KG 그룹과 손을 잡는다면?
“괜찮을 거 같은데.”
자본측면에서 고글 사에 상당히 밀리긴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고글 사의 자본력을 이용해서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소리다.
재환은 대략적인 계획서를 짠 뒤 서진에게 전달했다.
밑져야 본전이다.
* * * * *
“FUXX! 래리, 내 말 좀 쳐 들으라고!”
“어차피 네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데 듣고 말고가 어딨어.”
고글 사의 최고 경영진에 해당하는 래리와 브란은 회의실에서 하나의 논제를 두고 격렬하게 토론했다. 토론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브란이 자신의 의견을 열렬히 어필하고 래리가 퇴짜를 놓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검색 엔진 사이트 그 이상을 노리자고 했잖아. 이거야 말로 그에 걸맞은 일이라고. 진짜 되는 사업이라니까!”
“후우, 좋아. 브란, 네가 스마트폰에 얼마나 큰 기대를 품고 있는지는 알겠어. 하지만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야.”
자신들만의 스마트폰을 만들기를 원하는 브란이었지만 CEO인 래리는 그 결정에 반대했다. 반대하는 이유는 지극히 이성적이었다.
“우리에게 충분한 자본은 있지만, 기술력을 어디서 확보할 건데. 지금 잘 나가는 모토로라? 오, 거기서 우리 얘길 퍽이나 들어주겠다. 돈만 받고 자기들 맘대로 하겠지. 아니면 애플? 씨알도 안 먹힐 소리란 걸 알거야. 델이나 레이저는 말할 것도 없지. 기술력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손 놓고 있자고? 눈이 없어? 바로 앞에 맛있는 파이가 있고, 시시각각 사라져 가는게 보이는데! 포크를 쥘 힘이 없어서 그게 사라지는 걸 보고 있을 거냐고!”
언쟁이 격화되어 가다가 둘은 동시에 숨을 뱉어냈다. 지금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이성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감정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언제나 망하기 마련이다.
래리는 브란을 보다가 항복 선언을 했다.
“브란, 그럼 스마트폰을 만들 기술력 있는 기업을 추려와. 그리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자.”
“래리! 너라면 믿어줄 줄 알았어.”
“방금 전까지 눈이 없냐고 했던 게 누구더라.”
브란은 래리를 힘껏 포옹하고 난 뒤 회의실을 나왔다. 래리는 그 뒤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브란이 하자고 한 사업이 아주 망한 적은 없지만, 이번 건은 스케일이 달랐다. 뭣보다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크기에 래리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파인애플사와 싸우고 싶진 않은데….’
래리는 머리를 긁다가 신경을 껐다. 어차피 브란이 생각해 볼 회사는 한정되어 있다. 사실상 답이 어느 정도 나온 문제를 푸는 거니 래리도 그에 맞는 답을 준비해 두면 될 일이었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브란은 본격적으로 IT기업들을 분석하고 비교했다. 당장 휴대폰에 실적이 없더라도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이면 모조리 후보군에 올려놓고 비교했다.
그렇게 스스로가 만든 정보의 산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시니어 펠로우 한 명이 그를 찾아왔다.
“브란, 바빠요?”
“보면 몰라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델, 휴펫 페커드? 컴퓨터라도 만들려고요? 닌텐도스가 포함된 거 보면 그건 또 아닌데? 뭘 조사하는 거에요?”
브란은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떼고 기지개를 켜면서 답했다.
“컴퓨터랑 비슷하긴 하지. 고글만의 스마트폰을 만들어보고 싶거든. 그래서 협력 업체를 찾아보는 중이었어.”
“그거라면 파인애플 사가 제일 낫지 않아요?”
“그 자존심 쎈 놈들이 우리한테 맞는 걸 개발해 주겠어? 지들 멋대로 만들고 그게 멋이라고 하겠지.”
파인애플 사에 대한 비아냥을 던지고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잠시 잡담을 나누니 서류에 빠져있던 정신이 현실로 돌아오는 것 같다.
“근데 무슨 일이야?”
“사실 한국 쪽 기업에서 개발 협력 제안이 왔는데 시니어 펠로우들만으로는 결정이 안 나서요. 근데….”
그는 사무실을 쭉 보고 피식 웃은 뒤 서류를 브란에게 넘겼다.
“지금 브란 사무실을 보니 답은 안 봐도 나온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