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85
85화
기자들이 신나서 싸질러 놓는 기사를 본 재환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리 될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두통이 일긴 했다.
“어떻게 대응할까요?”
“TBS의 리포터로 오늘의 신문 기자 몇 명을 세우세요. 그리고 인터넷에 댓글로 적당히 반박하고요. 기레기들이라고 욕하면서 팩트를 들이대면 될 겁니다.”
이럴 땐 재환이 직접 나서서 반박하는 것보다 익명성의 입을 빌려서 기자들을 욕하고 팩트를 뿌리는 게 더 효과적이다.
서진은 그러겠노라 답하고 김현태 시장이 가져온 정보를 일러줬다.
“국민당 의원 몇 명과 한국당 의원 몇 명이 활동했던 봉사단체가 사실상 골프 회동이라고 합니다.”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한 바네요.”
“그리고 최현철 의원이 그 봉사단체의 수장이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현철 의원이면 한국당의 6선 의원으로 조만간 대통령 직에도 출마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다. 경기권에서 인망이 두터워서 표도 제법 모을 거란 예측이 됐다.
그런 사람이 수장으로 있는 봉사단체가 있다라….
“제가 기억하기로 최현철 의원의 딸이 이강철의 부인 이었죠?”
“맞습니다.”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정략 결혼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들의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 동맹 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그들의 딸과 아들이 쓰여졌다.
재환도 그 혼인 구도에 대해선 잘 꾀고 있다.
“관련된 자료와 그 골프 회동의 증거를 좀 모아주세요. 저만 당할 수는 없죠.”
“알겠습니다.”
서진이 나간 뒤 재환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저쪽에서 시비를 걸어오는데 무시하는 건 자신답지 않았다. 똑같이 갚아 줄 필요가 있다.
“기레기 청소를 한 번 할까?”
기레기 청소야 어렵지 않다. 기레기들이 물법한 기사를 한 번 뿌리고, 나중에 팩트를 터트리는 것이다.
그러면 기레기들이 욕을 쳐먹고 당분간 조용해지기는 무슨, 항상 찌라시랑 자극적인 정보만 뿌리는 놈들인데.
상대해 봐야 자신만 피곤해 질뿐이다.
기레기들을 상대하는 건 지금 정도의 수준이면 충분하다.
재환의 생각과 달리 기레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KG 그룹에서 오늘의 신문을 접도록 압력을 넣어.
-대기업의 언론사 탄압! 언제까지 지켜봐야만 하는가.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기사는 조금만 알아보면 팩트를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기사만 얼핏 본 사람들은 거짓 기사에 홀리기 십상이었다.
그렇게 잘못된 신념을 가진 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며 KG 그룹의 이미지가 조금씩 깎여 나갔다.
“회장님, 기레기들 좀 정리하는 게 어떻습니까?”
오죽하면 임원 회의에서 저 말이 튀어나왔다.
이미 계열사 사장들은 단단히 뿔이 난 상태였다.
“요즘 기레기들이 KG 산하 기업들도 싸잡아서 욕을 하고 있는데 적극적인 대응을 안 하니 평판에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거짓 기사에 대한 정정 보도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먹히질 않습니다.”
이런 건 국가기관에서 나서서 경고를 때리는 게 가장 좋지만, 애초에 언론사들이 미쳐 날뛰는 배후에 있는 게 정부다.
재환은 눈가를 문지르며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방법을 생각해 보죠.”
회의가 끝난 직후 재환에게 발신인 미정의 전화 한 통이 왔다.
“누구십니까?”
“나, 최현철 의원이요.”
최현철 의원이란 말에 재환은 턱을 슬 쓸었다. 최현철 의원이 먼저 연락이 올 줄은 몰랐는데.
“6선 의원이나 되시는 분이 이렇게 쥐새끼처럼 조용히 전화를 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혹시 번호를 잘못 아신 거 아닙니까?”
“……어려서 그런지 예의도 못 차릴 줄이야.”
“상대 얼굴 보는 것도 아닌데 예의 차릴게 뭐 있습니까. 당신이 진짜 최현철인지 알지도 못하는데요.”
재환은 상대가 최현철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그 말로 농락했다. 최현철의 심기가 거슬렸지만 그 말에 반박할 마땅한 말이 또 없긴 했다.
재환은 농락을 그쯤 하고 역으로 물었다.
“그래서 자칭 최현철 의원님이 무슨 일이십니까?”
“……우리 뒤를 캐고 있다고 들었는데, 굳이 벌집을 들쑤시는 이유가 뭡니까?”
“벌집을 쑤시는 이유라…. 거기에 달달한 꿀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한 번 털어버리면 달달한 꿀이 터져 나올 거 같은데 가만있을 이유가 있겠는가. 겸사겸사 자리 차지하고 위협하는 벌들도 처리해야 하고.
“좋은 게 좋은 거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서로 건드리지 말고 조용히 넘어가는 게 어떻습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 그런 모호한 말이 어딨습니까.”
재환은 삐딱하게 앉아서 본격적으로 협박했다.
“제가 뭘 얻을 수 있는지 말해주시죠. 가진 거 다 털어버리고 싶지 않으면. 아, 제 신상을 위협하는 짓은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전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두거든요. 그 기록을 세상에 널리 알려줄 사람들도 많고요.”
“……돈이라도 바라는 겁니까?”
늙으면 남는 건 고집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최현철 의원은 달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여기서 고집 부려봐야 얻을 수 있는게 없다는 걸 아는 눈치기도 했고.
“지금 누구하고 전화하고 있는 지 잊으신 건 아니죠? 필요없습니다.”
“그럼 개정할 법안 내용에 대해서 알려주면….”
“사퇴하고 시골 같은 곳에 박혀서 조용히 죽어가세요.”
재환의 말은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최현철 의원은 길게 한숨을 뱉고 중얼거렸다.
“지금 KG 그룹 평판이 계속 깎여 나가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이게 그 하락세를 막을 마지막 방법일 겁니다.”
최현철 의원의 말에 재환은 코웃음 쳤다.
여기서 순순히 물러난다고 카르텔이 언플을 멈출 리 없단 걸 재환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이 물어뜯기로 작정한 이상 넝마가 될 때까지 물어뜯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공세를 막으려면 이빨을 완전히 뽑아 버리는 게 답이다.
“후회할 거면 처음부터 이 짓거리 안했습니다. 그리고 아랫분들 입 단속 철저히 해두시죠.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당신의 목을 죌 거니까요.”
전화를 멋대로 끊은 재환은 휴대폰을 던졌다.
서진은 그를 보고 물었다.
“어쩌실 겁니까. 당장 그들의 목줄을 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언론사부터 조지긴 해야겠네요. 한 번 협상을 해보죠.”
말이 협상이지 언론사 문 닫기 싫으면 알아서 기어라라고 말할 생각이다.
서진이 자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으나 그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사들은 더더욱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KG 그룹의 회장, 언론사들과 저녁 약속을 잡으려 해….
-대기업의 갑질, 어디까지 인가.
모든 말은 날조되어 재환을 역으로 공격해 왔다. 이쯤되면 그 날 기사에 재환의 이름이 안 들어 가있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전부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세요. 덤으로 TBS를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비난 성명하고요.”
“그리 지시하겠습니다.”
모든 언론사를 뿌리 뽑는 건 할 수 없다. 그건 재환 자신이 싫어하는 독재 체제를 이룩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테니까.
결국 저들이 확성기를 들고 설치는 걸 지켜봐야 한단 소리다.
“저 지시를 내린 게 최현철 의원이겠죠.”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고 올라가면 또 한성이 나오겠지만, 일이 이렇게 됐는데 한성이고 최현철이고 구분하는 게 의미 없다.
결국 카르텔에 한 방 먹여야 한다는 건 같다.
“조사한 결과는 어때요?”
“어느 정도 증거가 나왔습니다.”
서진은 가져온 사진을 내밀어 보였다. 골프장에 모여 희희낙락하는 그들의 얼굴은 봉사단체에 이름을 올린 이들 이었다.
“최근에 편부모 가정에 지원금을 전해줬다고 하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 부분을 조금 더 알아봐주세요.”
“알겠습니다.”
서진이 회장실에서 나간 뒤 재환은 눈가를 문질렀다.
날파리가 귓가에서 계속 웽웽거리니 없던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갔다.
휴가라도 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으니 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에도 번호는 발신인 미정이었다.
“네.”
“회장님, 전에 조사하라고 시키신 것 메일로 보내 놨습니다. 확인하시기 전에 구두로 먼저 알려드릴까요?”
전화 걸어 온 이는 다른 이도 아닌 재환이 고용해 둔 해커였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 해커의 존재는 오로지 재환만이 알고 있었다.
“먼저 알려주시죠.”
“그럼 답해드리겠습니다. 유서진 비서실장은 현재 협박을 당하고 있는 걸로 판명됩니다.”
재환은 혹시나 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었단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서진이 협박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받은 건 최현철 의원의 봉사단체에 대해 조사할 때였다.
묘하게 재환이 조사한 내용과 서진이 가져온 내용에 갭이 존재했다. 그 갭이 그리 크지 않았다. 얼핏 봤으면 서진이 조금 더 조사를 많이 했구나 하고 넘길 정도로.
하지만 서진이 뒤통수를 후린다는 걸 이미 아는 재환이기에 조금 더 면밀히 조사를 했고, 그 결과가 이거다.
“어떤 협박이죠?”
“현재 같이 거주하고 계신 분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분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서진이 마음을 줬던 이로 결혼약속까지 나눈 걸로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사라졌다….
카르텔의 깡패 조직은 힘이 많이 약해졌지만 그렇다고 아무 힘도 없는 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몇 단계 건너서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은 손쉽게 납치 할 수 있다.
“후우….”
“그리고 모종의 번호로 몇 차례 비서실장님에게 연락이 갔습니다. 그에 대한 녹취록도 제가 확인해서 보내놨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비용은 말씀드린 방법으로 전해드리죠.”
재환은 전화를 끊고 이 사실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고민에 빠졌다.
해커의 실력은 이미 다른 방법으로 검증을 마친 상태니 이 정보에 대해 의심할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교차 검증을 거쳐야지만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아니면 본인 입으로 직접 듣거나.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
재환은 메일을 열어 해커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 그 안에는 서진이 가져다 준 자료도 있었다. 그 사진이 합성된 것이라는 증거와 함께.
한숨을 내쉬고 앞에 놓인 사진을 봤다. 이 증거가 자신을 구렁텅이에 처넣을 사진이다.
이걸 증거 삼아 보도를 하는 순간 오보로 인해 TBS는 여론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오늘의 신문도 폐간된 지금 TBS가 신뢰를 잃는 건 상당히 치명적이다.
재환은 고민에 빠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진의 배신을 계속 모른 척하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까놓고 말해야 하는가.
어느 쪽으로 가도 자신이 잃게 될 것들은 상당했다. 그렇다보니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고민이 이어지다가 재환은 한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이.
“어, 선배. 술 마실래?”
“아니, 싫어. 또 뭐 시키려고!”
오늘의 신문이 폐간되고 한결은 TBS의 부국장 역할을 맡게 됐다. 낙하산이라는 소리 안 듣기 위해 요즘 낮이고 밤이고 고생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뭐 시킬 건 아니고… 선배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내 의견?”
재환은 사건을 전부 말해야 할 지 맥락만 말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에둘러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어떻게 하는 게 이익이지.”
“간단하네.”
“간단해?”
“어.”
한결은 마치 부서진 초콜릿을 다시 붙이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역으로 이용하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