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91
92화
재환과 최현철이 만났다는 소식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금방 퍼져나갔다. 소식을 접한 이들의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였다.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가.
이걸 먼저 떠올리는 이들은 카르텔에 속하지도 못하고, 겉에서 떠도는 이들이다. 그들은 카르텔의 존재도, 재환이 그들과 적대하고 있단 사실도 모르기에 그저 새로운 사업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리고 그 사업이 무엇인지 자신이 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건지 알아보기 위해 발품을 팔고 다녔다.
반면 카르텔에 속한 이들과 눈치껏 그들의 관계를 알아챈 이들은 다른 부분에 관심을 가졌다.
두 사람이 손을 잡았는가.
만약 재환과 최현철이 한 배를 타기로 했다면 국내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 지는 뻔했다. 여당의 입김이 더 거세질 것이고, 그들을 막을 수단이 전무해진다. 감이 좋은 이라면 그들에게 붙어 이익을 취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 반대의 상황 때문이다.
재환과 최현철이 갈라서서 적이 되었다면?
둘 중에 한 명의 편에 붙어야 하는데 누구에게 붙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 남는다.
“KG 그룹의 성장세를 생각하면 당연히 KG 그룹에 붙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최현철 의원의 뒤에 누가 있는 지 알잖아. 아무리 KG 그룹 회장이라도 혼자서는 안 되지.”
“그리고 우리가 재벌들을 눈치 보는 것보다 최현철 의원님의 눈치를 더 봐야지. 그 분이 당에 가지는 입김이 얼마나 쎈데.”
정계가 들썩이는 와중에 코웃음을 친 이가 있었다.
“최현철 의원님도 많이 죽으셨네. 아니 늙으면 다 그렇게 되나?”
재환을 끌어들이려다가 역으로 한 대 맞았다는 걸 들은 그는 얼마 전 시장에서 재환이 만났던 한국당 당원인 박민혁이었다.
그는 담배 연기를 한 번 후욱 뱉으니 색기 가득한 중년 여성이 그에게 다가왔다.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해.”
“아, 별 거 아니에요. 그냥 한국당이 예전만 못한 거 같아서 좀 아쉬워서요.”
박민혁은 그 여성의 눈길에서 느껴지는 애정에 살짝 닭살이 돋았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그에 상응하는 감정을 담아 그녀를 바라봤다.
배우가 됐다면 대성했을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배우라는 선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난 한국을 쥐락펴락하는 남자가 될 거다.’
그런 야망을 가진 박민혁은 야당인 한국당의 당원이 되었다. 밑바닥에서 늙은이들의 수발을 드는 건 짜증이 났지만, 그 고생을 한 덕에 다음 대통령이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거란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그녀의 연인이라는 위치에 오르게 됐다. 물론 사회적인 이미지가 있기에 당 내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연인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자신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
커피 심부름과 청소만 시키던 의원이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 아부하기 시작했고, 다른 당원들은 알아서 기었다.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권력의 짜릿한 맛에 그는 취해갔다.
그 권력이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이란 착각 속에서 오만해져갔다.
“한국당이 왜 예전만 못해? 한국당 이름 대면 환장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건 그렇지만, 이번에 최현철 의원 얘기 들으셨잖아요. 한국당하면 기업들이 껌뻑 죽었는데, 역으로 한 방 먹었잖아요.”
박민혁의 말에 그녀는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에 재환을 찔러보긴 했지만, 그녀가 보기엔 어디까지나 찔러 본 것에 불과했다. 어차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KG 그룹을 무너트리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그림까지 박민혁은 그리지 못했다.
“차라리 제가 찔러 볼 까요?”
“음….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에이 한국당의 위신이 걸린 일인데 제가 가만있을 순 없죠.”
박민혁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이번 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해 나갔다. 자신이 질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박민혁을 보며 애매하게 웃었다.
그녀로서는 잘 되면 좋고, 안 되도 적당히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래, 한 번 해봐.”
연인이라 생각하는 건 그저 박민혁뿐이다.
* * * * *
최현철과 면담을 하고 몇 주가 지났다. KG 그룹의 주가 그래프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기를 멈추고 안정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 나갔다. 재환은 그걸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안심하고 고기 구워먹어도 되겠네.”
“회장님이 고기 못 구워 먹을 정도로 못 산다고 말하면 서민들이 들고 일어날 겁니다.”
서진의 말에 재환은 피식 웃었다.
1년 전이었으면 자신도 서민이었을 텐데.
재환은 KG 주가 그래프를 치우고 서진에게 물었다.
“요즘은 주변이 잠잠하네요?”
“어느 편에 설지 정해야 할 시간인 거겠죠.”
KG 그룹에 붙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한성에 붙을 것인가 말 것인가.
누군가는 KG 그룹이 모난 돌이 되어가는 것 같아 걱정했고, 누군가는 KG 그룹의 진취적인 성장에 환호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키는 건 신도 못한 일인걸요. 저희 쪽에 붙으려는 사람들만 잘 챙기면 돼요. 물론 그 중에 뒤통수를 치려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도 확인 잘 해야 하고요.”
“……그렇죠.”
한 번 뒤통수를 친 경험이 있기에 서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재환은 이제 이 정도 농담은 할 수 있을 정도로 관대해 졌지만, 아직 서진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협력사들은 어때요? 계약 유지한다고 해요?”
“네, 아직까지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이번에 광고를 빼면서 비율을 유리하게 조정해 준 게 그들에겐 이점으로 작용한 모양입니다.”
KG 그룹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통 크게 비율을 늘려줬다. 덕분에 말이 나오진 않았다.
“그 사람들 뒤로 거래 틀수도 있으니까 경계는 늦추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재환은 펜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쁘던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가고 약간의 여유가 생긴 오늘이다. 마침 날도 좋으니 이런 날 가족과 날을 보내야 한다.
“댁까지 모셔다 드릴까요?”
“아니요. 서진씨도 일 적당히 보고 퇴근하세요.”
재환은 회장실을 나서다가 멈칫하며 돌아봤다.
“정말로 요즘 주변엔 별 일 없죠?”
“네, 없습니다.”
“그래요. 수고해요.”
재환은 지하 주차장으로 가면서 서진의 말을 곱씹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주변에 날파리가 엉겨 붙기 딱 좋은 시기다. 카르텔에 속하지 않은 의원들이 자신에게 접촉해 올 법도 한데, 그럴 기미가 안 보이는 건 서진이 미리 차단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서진이란 벽을 뚫고 접근해 올 정도의 인물이면 좀 거물이어야 하는데, 거물들이야 엉덩이가 무거우니 만날 일이 없다.
진짜 회장이 되고 난 뒤 거의 처음으로 쾌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장이 되면서 새로 뽑은 차를 몰고 집으로 가고 있으니 어수선한 소음이 들려왔다.
창문 틈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에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다.
“한국당 당원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재환은 차를 세우고 소음의 진원지를 확인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노트와 펜을 꺼내는 건 기자로서의 습관이었다.
“여러분! 소상공인이 살아나려면 뭐가 먼저 바뀌어야 겠습니까? 법?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습니까. 바로 상생하려는 마음 입니다!”
약쟁이의 목소리로 하는 웅변을 듣고 정리하자면 그거였다.
소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생계를 위협하는 대기업들에 맞서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KG를 그 타겟으로 삼고 있었다.
“흐음…. 이상하다.”
지금 목소리를 내는 것만 보면 몇 년 뒤에 카르텔에서 한 가닥 할 인물이 될 것 같다. 근데 자신의 기억에는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지난번에 시장에서 봤을 때도 재환이 그를 알지 못했다. 재환은 펜으로 노트를 톡톡 두드리면서 한국당에 속한 의원들의 명단을 쭉 떠올려 봤지만 여전히 머릿속에는 없었다.
“이거 참. 별종이라 이거지.”
“언제까지 저희가 당하고만 살아야 겠습니까!”
“의원도 아닌 놈이 의원인 척을 하네.”
재환이 보기엔 싹수가 노랬다. 저런 놈들은 내버려둬도 알아서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긴 하다. 특히 지금 KG 그룹에 덤빈다는 건 불 무서운 줄 모르는 불나방이 할 짓이다.
“가만 내버려두기보다 먹잇감으로 쓰는 게 좋겠지?”
재환은 하나의 시나리오를 그렸다. 이번 시나리오에서 자신은 판만 깔 뿐이다. 주인공이 되는 건 다른 인물이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재환은 문체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문체원씨. 저 강재환입니다.”
“강재환 회장님?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드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직권을 조금 남용했습니다. 좋은 제안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직접 찾아갈 수가 없어서요.”
대놓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말에 문체원은 어이가 없었다.
이 전화를 계속 받아야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내용을 들어보기로 했다. 자신의 호감을 사려는 이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할 리는 없을 테니까.
“지금 미리 표를 좀 구해두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 판을 한 번 짜보려고 합니다.”
“판…이요?”
“네. 지금 약쟁이가 하나 설치는 데, 그 약쟁이를 잡아 보시는 게 어떨까요.”
재환은 거기까지 말하고 그려놓은 스케치를 문체원에게 전했다.
그 내용을 쭉 들은 문체원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하고 있었다.
“강재환 회장님. 제가 좀 못 배우고 어수룩해 보여도 이게 될 건 지 안 될 건지는 압니다.”
“그래요? 그럼 이건 어떤 거 같아요?”
“안 될 거입니다.”
단호한 말에 재환은 웃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정치란 뭔지, 안목을 넓혀 보시는 것도 좋죠.”
“아니, 안 될 거라고 하는데 왜 진행하시려는 겁니까?”
“그게 저에게도 문체원씨에게도 좋을 테니까요.”
재환의 머릿속에 문체원이 이 일을 안 받아들인다는 내용은 없다.
안된다고 해도 하게 할 생각이다.
그는 재환이 쓸 소중한 말 중 하나니까.
‘이번에 성장시켜 놔야 진짜 대선 전쟁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되지.’
재환이 그리는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한 획을 그어야 하는 사람이다. 어수룩해서는 안된다.
“한 번 믿어보시죠. 지난번에 받으신 돈도 좋은 곳에 쓰셨잖아요. 그런 의미로 한 번 해보는 겁니다.”
“……하아. 뒷조사 하신 겁니까?”
“뒷조사 하고 말고도 없습니다. 들려오는 이야기가 있는 걸요.”
그럴듯한 재환의 말에 문체원은 더 말하지 않았다. 말해봐야 자신만 손해 같았기에.
재환의 고집을 꺾지 못한 문체원은 결국 양손을 들었다.
“좋습니다. 대신 이번에 회장님 생각대로 안 되면 저하고 회장님은 다시 안 보는 겁니다.”
“그렇게 하죠.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되면 계속 같이 가시는 겁니다.”
“……그건 또 두고 볼 일이죠.”
새침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문체원을 보고 재환은 가볍게 웃었다.
사람이 이렇게 튕기는 맛도 있긴 해야 한다. 평면적이면 재미없지 않은가.
“그럼 무대를 좀 꾸며 볼까.”
재환은 멀리서 약을 계속 팔고 있는 박민혁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