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60)
“우리를 배신한 사람들이 그들뿐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노조 회의. 그곳에서 박운현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지요?”
“그놈들이 우리를 배신했는데, 그게 그들뿐이 아니라니요?”
“그들은 신분을 감추고 수년간 우리와 일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를 배신했죠. 그런데 그런 놈들이 다 나갔을까요? 저라면 내부에 누군가 사람을 두고 나가겠습니다. 그래야 계속 정보를 캐낼 수 있으니까.”
“으음…….”
다들 입을 다물었다.
박운현의 말이 맞다. 누군가를 두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캐내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똑같은 놈들이 모조리 나갔을 거라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죠.”
“그러면…….”
박운현의 말에 노조 위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안에 누군가 배신자가 있을 것이라는 말.
의심을 하면서도 속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건 너무 억측 아닙니까?”
“억측이 아닙니다. 그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사 측의 부당 행위에 대해 분노하지 않았습니까?”
아이들의 인생을 망칠 수 없다며 극렬 투쟁을 주장하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가서 사 측과 붙어, 아이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하고 있다.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
다들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과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문제가 되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그들을 감시합시다.”
“어떻게요? 우리가 무슨 흥신소도 아니고.”
“흥신소는 아니죠.”
박운현은 입술을 혀로 적시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법.
하지만 계획대로 된다면 자신들을 버리고 간 자들을 철저하게 고립시킬 수 있다.
“흥신소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동지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현상금을 겁시다.”
“현상금요?”
“네. 노조에 그 정도 자금은 있으니까요.”
4천 명의 노동자들. 그들에게 현상금을 걸자는 것이다.
“그들과 접촉하는 사람들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오면 1천만 원을 준다고 하는 겁니다. 프락치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당연히 그들과 접촉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어째서요?”
“인권침해입니다, 그건!”
인권 운운하면서 벌떡 일어나는 한 남자.
그러자 박운현은 그런 그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그러면 회사 측에서 하고 있는 행위는 합법이라 생각합니까? 이건 명백하게 노조 파괴 행위고, 또한 인권침해 사항입니다.”
“그건…….”
“아니면? 그래서는 안 되는 뭐 다른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러자 남자는 침만 꿀꺽 삼킬 뿐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이미 이 안에 프락치가 있을 거라 의심받고 있는 상황인데.
“무조건 전부 조사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저 의심스러운 사람만 이야기해 주면 됩니다. 그건 불법 사찰이 아니지요.”
사람을 붙인 것도 아니다.
다만 의심스러운 장면을 보면 신고하라고 권고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신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뿐이고 말이다.
“그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남자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현상금을 걸겠습니다. 그리고 프락치가 누군지 찾아봐야지요.”
박운현은 확실하게 못을 박아 놨다.
* * *
“이게 효과가 있을까?”
손채림은 벽에 붙어 있는 현상금 공고를 보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신노조와 이야기하거나 뭔가 하는 장면을 본다면, 그리고 그 증거를 가지고 오면 현상금을 300만 원에서 최대 1천만 원까지 차등 지급하겠다는 공고.
“뭐, 다들 의심은 할 테니까.”
내부에서 배신자가 나왔다.
그 상황에서 프락치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당장 노동청만 봐도, 있지도 않은 내부 고발자를 찾는다고 게거품을 물면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건 알겠는데 말이야, 그런다고 신노조에 가려는 사람들을 막을 수 있을까? 현상금은 확실히 군침이 당기는 거긴 하지만 말이야, 사실 시간을 늦출 수는 있어도, 아예 막지는 못할 것 같은데.”
“그건 그렇지.”
이런 식으로 현상금을 올려 두면 신노조에서 다른 노조원들을 포섭하기 힘들어진다.
내부에서 누군가 만나거나 하면 다른 누군가가 찍어서 증거로 들고 갈 수 있고, 그러한 행동을 하면 조직에서 배척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노조와 접촉을 꺼릴 테지. 하지만 영원히 막지는 못해. 그건 그래.”
회사 내부에서 만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지금의 구조 때문에 충분히 막을 수 있겠지만, 회사 바깥에서 만나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거기에다 아예 척을 지더라도 저쪽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시간을 끄는 건 중요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
“물론 이러한 현상금이 상황을 바꿔 주지는 못해. 하지만 이건 미끼일 뿐이야.”
“미끼?”
“그래, 후후후.”
노형진은 현상금 공고를 바라보면서 미소 지었다.
“이걸 보고 누군가는 증거를 가지고 올 거야. 물론 그 증거를 가지고 온 사람의 신분은 철저하게 보호하게 되어 있으니 누군지는 알 수가 없지.”
심지어 그게 누군지, 박운현도 모른다.
그 증거를 받는 사람은 노조가 아닌 새론이다.
게다가 새론은 그 증거를 받아서 모을 뿐이다.
처음에 노조에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쓰지도 못하는 증거를 모아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법이지.”
“응?”
“두고 봐. 그나저나 그 건은 어떻게 되어 가?”
“아, 조사는 이미 해 놨어. 그들이 동원할 만한 용역은 주변에서 뻔하니까.”
저들의 최후의 방법은 다름 아닌 용역이다.
물론 그 방법을 쓸 때가 되면 최후의 발악이나 마찬가지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말이다.
“잘했어. 사람들도 다 배치해 놨지?”
“어. 그런데 이거 확실한 거야?”
“확실한 거야. 어차피 그들이 일하는 방식은 뻔하거든. 용역이라는 게, 매일 일이 있는 게 아니잖아.”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증거를 모아 올지, 두고 보자고, 후후후.”
이미 거미줄은 쳐 둔 상황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거기에 걸리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