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11)
자식이라는 조건 (5)
그러니 저런 주장을 한다고 해도 재판장이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그래서 몇 가지 확인해 보고자 화란연 씨를 증인으로 요청하고자 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오늘 불가능하다면 정식으로 다음 기일에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흠.”
판사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서 화란연을 바라보았다.
“화란연 씨, 가능하겠습니까?”
그 말에 화란연은 황마주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황마주는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 마요.”
“네? 하지만 어차피 다음번에 절 부른다고…….”
당사자인 자신이 증인으로 소환되었는데 다음 재판에서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는 없다.
“이쪽도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재판장님, 너무 갑작스러운 요청이라 이번 재판에서는 힘들 것 같습니다.”
“피고 측 변호인, 원고의 증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까?”
“그렇습니다, 재판장님.”
“그러면 다음 기일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애초에 오늘은 오래 재판할 생각이 없었다. 아직 화란연의 뒷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쪽에서 기일 변경 신청을 하는 건 하수지.’
그런 행동은 이쪽이 코너에 몰렸다고 저쪽이 착각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쪽에서 공격적으로 나가면 저쪽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
‘자, 다음 재판에서 두고 보자고, 후후후.’
결국 재판은 시작된 지 30분도 되지 않아서 끝났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서세영이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오빠, 어떻게 생각해?”
“황마주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생각보다 더 많이 받아먹기로 한 모양인데.”
“너무 좋아해서?”
“응.”
더군다나 기록을 보면 황마주는 실력이 좋은 변호사는 아니었다.
“애초에 변호사로서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너, 로스쿨 제도가 왜 생겼는지는 알지?”
“알지.”
“그 목적 중에는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변호 능력의 향상도 있거든.”
사법시험은 오로지 법률적 시험만을 기준으로 뽑다 보니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판단 능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그걸 보충하기 위해 로스쿨은 법대 출신이 아닌 다른 전공 출신이라고 해도 들어올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령 임진기처럼 의사 출신이라면, 의료 소송에서 전문적인 영역을 파고들 수 있다.
“그런데 황마주는 육사 출신이야.”
“응? 그게 상관있나?”
“상관있지.”
육사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공부는 잘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창의성? 그런 건 기대하기 힘들다.
“보통 육사 출신이 저 나이대에 나오는 이유는 초대형 사고를 치고 장기에서 떨어졌기 때문이거든.”
현재 황마주의 나이를 생각하면 대위를 간신히 달고 나왔다는 건데, 육사 출신은 최소 소령까지는 어지간하면 달아 주는 편이다.
왜냐하면 군대에서 연금 수령 조건이 20년 근속인데, 군대 시스템 특성상 소령은 달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이번 사건하고 무슨 관계야?”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잖아.”
상대방 변호사에 대해 잘 알면 당연히 재판에서도 유리해진다.
재판에서 중요한 건 상대방 의뢰인의 성향이 아니라 상대방 변호사의 성향일 정도다.
“저런 타입은 공부는 잘하지만 아마도 융통성은 없을 거야. 더군다나 군대란 조직은 융통성…… 아니다. 이 경우는 융통성보다는 창의성이라고 해야겠구나. 창의성이 없는 조직이지.”
그러면서 노형진은 나가는 황마주를 힐끔 보았다.
“그리고 변호사들에게 창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너도 알지?”
“알지.”
변호사 시험? 당연히 공부를 잘하는, 정확하게는 암기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하지만 현실 재판에서는 창의성이 떨어지면 거의 100% 두들겨 맞다가 패한다.
사건의 종류는 수천 건이고 각 사건마다 형태가 다른데 창의력이 떨어지는 변호사는 그걸 커버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쪽은 우리가 뭘 하려고 할지 꿈에도 생각 못 할걸.”
노형진은 씩 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