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4)
기껏해야 과한 장난 정도다. 절도가 성립되려면 의사에 반해서 가지고 도망가야 하는데 핸드폰들은 모두 그들의 시선 안에 들어 있었으니까 그마저도 성립하지 않는다.
“너희가 우리를 묶어 놓고 갔잖아! 묶는 건 둘째치고 고정시키라고는 안 했다고!”
상황이 불리하다고 생각한 허만수는 그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노형진에게 화를 버럭 냈다. 하지만 도리어 그게 그의 실수였다.
“열쇠 드리고 가지 않았습니까?”
“뭐?”
“아까 말입니다. 저희가 열쇠 드리고 갔잖습니까?”
“무슨 개소리야! 열쇠가 있을 리가 없…….”
자신도 모르게 잠바의 주머니를 뒤지자 그 안에서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열쇠.
“어? 언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들어가 있던 열쇠에 당황하는 허만수.
“거 봐요. 들어 있었잖아요.”
“그…… 그럴 리가 없어. 난 받은 적이…….”
하지만 노형진은 바닥에 놓여 있는 열쇠를 들어서 바로 옆에 있는 자물쇠를 풀었다. 그러자 좌르륵 소리와 함께 풀리는 쇠사슬.
“아니, 열쇠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안 풀었어요?”
“어…….”
허만수는 당황해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자신은 받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준 적은 없다. 아까 묶던 사람들이 슬쩍 그의 주머니 안에 넣어 둔 것뿐이다.
“말 안 했어! 안 했다고!”
“진짜요? 했을 텐데?”
“거짓말하지 마!”
“옆 사람에게 물어보죠. 어르신, 아까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알아서 풀라고…….”
“그러니까 열쇠가 있다는 소리네요.”
“어…….”
“보세요. 열쇠를 드리고 갔는데 안 푼 건 허만수 저 사람이라고요.”
“그게…….”
확실히 그렇다.
“확실하게 말씀하세요. 주는 거 보셨어요? 못 보셨어요?”
“그…… 글쎄…….”
“못 보셨다면 저 사람 주머니에 열쇠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그걸 못 본 척했다는 건 한패라는 뜻입니다.”
그 말에 노인은 찔끔했다. 나이를 먹으면 겁이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노인은 한번 자신이 정한 쪽은 절대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고집이 늘기 때문이다.
“줬지.”
“뭐라고?”
“줬어. 분명히 주는 거 봤어.”
“이런 썅! 미친 늙은이가!”
노인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허만수를 잡아채서 쓰러트리는 노형진.
“어르신에게 그러면 쓰나.”
“이런 썅놈의 새끼!”
“아니, 열쇠를 줬는데 무슨 억한 심정이 있어서 노인들을 이 날씨에 이렇게 고생을 시킵니까?”
“아오, 씨발! 이 새끼가 증말!”
길길이 날뛰는 허만수. 물론 모든 노인들이 그렇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당장 경찰 불러! 내 아들이 누군지 알아? 엉? 우리 마을 계장이야! 계장! 너 다 죽은 줄 알아!”
길길이 날뛰는 노인들도 있었다. 그 말에 노형진인 피식 웃었다.
“감방에 가고 싶으시면 그러십시오.”
“뭐라고?”
“이번 일은 단순한 장난입니다. 열쇠도 드렸고 핸드폰도 여러분들 시선 안에 있지요. 묶는 것도 여러분들이 선택하신 거고요.”
“그…… 그게…….”
맞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자신들의 의견에 반해서 행해진 것은 없다.
“그에 반해 여러분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서 범죄 단체를 구성하여 무력시위를 했습니다. 그걸 보통 조폭이라고 하지요.”
“뭐라고?”
“부정하십니까? 그럴 수 있을까요?”
노형진은 노트북을 꺼내서 아까 싸우던 노인들의 모습을 틀어 줬다.
“보다시피 여러분들이 먼저 범죄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아, 그리고 보니 이걸 공개하면 여러분들이 다 커서 똥오줌 싸고 다닌 걸 가족들이 알겠네요. 돈을 뜯어내려다가 똥오줌 싸고 다닌 여러분들을 자녀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헉!”
“이…… 이런…….”
그들은 말도 하지 못한 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노형진의 말마따나 이건 단순한 장난 수준이다. 그나마도 열쇠를 줬기 때문에 처벌받기도 애매하다. 그에 비해 노인들과 허만수는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애초부터 범죄 단체를 만든 셈이다. 그게 그대로 녹화가 되었기 때문에 그건 피할 수 없는 범죄다. 더군다나 이런 장면이 바깥으로 나가게 되면 자신들에게는 소위 말하는 동네에 창피한 일이 된다. 그것도 동네 전체가 전국에서 창피한 꼴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신고하세요. 그럼 저희도 법적으로 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 말에 슬그머니 핸드폰을 내려놓는 사람들.
“자, 그럼 허만수 씨?”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할 말이 있을 거 같은데요?”
노형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오자 허만수의 얼굴을 점점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씨발…….”
그는 이번에는 잘못 걸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8장.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공사는 어때?”
“잘되어 갑니다. 방해도 없고요.”
“그나저나 거의 사기인 거 알지?”
“말씀드렸잖습니까, 변호사와 사기꾼은 한 끝 차이라고?”
노형진은 장난에 가까운 계획으로 그들은 분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정체는 까발려졌고 열쇠를 가지고 있단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서로 금이 갔다. 그 후에 그들의 반대는 흐지부지되었다. 아니, 이제는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기가 막히는구만.”
“세상은 그런 거죠. 원래 인간은 간사한 법입니다.”
젊은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생긴다는 것만으로 주변에 가게가 생기고 가게가 생기자 비어 있던 집들이 차면서 주민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땅값이 오르는 현상이 생기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품을 물고 반대하던 마을에는 ‘기숙사형 학교의 설립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결국은 돈이 문제입니다.”
“돈이라……. 후우, 그나저나 이 문제는 그렇다고 치고 아이들을 뽑는 건 어떤가?”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그 정도야?”
“한 해에 3만이라잖습니까? 솔직히 우리가 건립한 곳으로는 1만도 수용하지 못합니다. 더 늘려야겠네요.”
“끄응, 나라가 미쳐 가나.”
“그러게 말입니다.”
송정한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건 가출 청소년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노형진과 대룡은 가출 청소년은 받을지언정 불량 청소년은 받을 생각이 없었다. 물론 장기적으로 봐서는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기숙학교 같은 데에서 심리 치료등을 동반해서 함으로써 범죄를 낮출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이미 불량해진 아이들을 함께 받아서 멀쩡한 아이들을 곪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출해서 갈 곳이 없는 아이들 중 진짜 집안이 비정상적인 경우에만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너무 많은 것이다.
“다 돌려보내야 하나…….”
“글쎄요……. 좀 무리해서 4인 1실을 해 볼까요?”
“여건이 좀 안 좋은데.”
“임시로요. 다른 곳에 폐교나 망한 건물을 알아봐야지요.”
“끄응…….”
너무 많은 아이들이 왔기 때문에 차마 그들을 버릴 수가 없었다. 얼마나 불쌍한 아이들이 많은지 심사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은 매일같이 눈이 퉁퉁 불어서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맞는 건 기본이고 아버지 같은 인간에게 강간당하는 일도 흔했다. 심지어 강간당하던 언니가 동생은 그 꼴을 당하게 할 수 없어서 데리고 도망친 경우까지 있었다.
“도대체 나라가…… 미쳐 가…….”
송정한이 탄식하는 건 그런 것이었다. 이런 건 정부에서 걸러 줘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못해서 아이들이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고통받는 것이다.
“뭐, 일단은 이게 잘되면 상당히 도움은 될 겁니다.”
“그렇겠지.”
도망쳐서 도움이 되는 곳이 있다는 것. 그건 엄청난 이득이다. 물론 다른 쉼터도 있다. 하지만 다른 쉼터와 다르게 이곳은 새론이라는 변호사들이 그들을 법적으로 도와주기 때문에 다른 쉼터처럼 다시 끌려갈 일도 없었다. 그저 보호만 하는 다른 곳과 다르게 변호사들에게 정식으로 수임하면 법정대리인을 따로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송으로 받은 양육비를 꼬박꼬박 받아서 마치지 못한 학업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숙식만 해결하는 다른 곳과는 많이 달랐다.
“그나저나 소식 들었나?”
“무슨 소식요?”
“유민택 회장 말일세. 이번에 훈장을 받게 되었다고 하더군.”
“훈장요?”
“몰랐나?”
“뭐, 그쪽으로는 관심이 없으니까요.”
노형진이 정치 쪽으로는 관심이 전혀 없다는 걸 알고 있던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우리와 함께하면서 유회장이 좋은 일을 많이 했잖나?”
“그렇지요.”
“그래서 경제인의 밤인지 뭔지 하는 날 훈장을 받게 되었다고 하더군. 아무래도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대통령이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뭔가를 보여 줘야 하니까.”
그 말에 노형진의 얼굴에 약간 비웃음이 떠올랐다.
‘전혀 그쪽이 아닌데.’
노형진의 기억 속의 현직 대통령은 대룡이 추구하는 형태의 발전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도리어 반대였다.
‘뭐, 정치 놀음이란 그런 거지.’
하지만 이제 막 대통령이 된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박아야 하니 그 대상으로 정한 사람이 유민택 회장일 것이다.
“어찌 되었건 유민택 회장이 이번에 상당히 운이 좋았어.”
“하긴 그렇겠네요. 훈장을 받으면 성화와의 싸움에 조금이라도 유리해지겠지요.”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 선택된 이유가 이번 일 때문인 모양이더군.”
“이번 일?”
“아이들을 위한 숙소 말일세.”
“그런가요?”
“그래.”
“뭐, 좋은 일이라면 좋은 거죠.”
노형진은 그 말이 나중에 얼마나 문제가 될지 못한 채로 무심하게 넘어갔다. 지금 급한 것은 다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압류 쪽은 어떻게 되어 갑니까?”
“말도 마. 버티기야.”
부모, 아니 부모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인간들. 그 녀석들이 과연 자신의 품에서 벗어난 아이들에게 양육비를 줄까? 줄 리가 없다. 애초에 그럴 녀석들이라면 아이들을 학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가요?”
“그래, 일단 우리가 승소했으니 받으려고 하는데 워낙 버티기로 들어가니.”
이기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었다. 문제는 그 후에 그걸 받아 내는 게 문제였다. 원래 민사도 이기는 게 30이면 받는 게 70이라고 할 만큼 소송에서 진 인간들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안 받으려고 한다.
“뭐, 그럼 제가 잠깐 몸을 풀어볼까요?”
“몸을 풀어?”
“네.”
“아니, 자네, 압류도 하나?”
“말씀 안 드렸나요?”
“전혀.”
“가끔 저도 스트레스 풀어야 하거든요.”
“엥?”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 * *
“이거 이거, 제가 나설 일인가요?”
“어차피 소시민적 사건을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러면 이제 이런 사건을 자주 하게 되실 겁니다. 그러니까 이참에 좀 봐 두시면 좋지요.”
“그런가요?”
“네, 압류는 일반적인 시민들 사이에서는 빠질 수 없는 법률 집행 과정이니까요.”
성관중 변호사는 오랜만에 노형진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노형진과 다르게 소소한 서민들의 사건을 담당하고자 했기 때문에 주로 큰 사건을 담당하는 노형진과 일할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오늘 있는 놈은 누굽니까?”
“에…… 허만수라고.”
“네? 잠깐만? 허만수요?”
“네, 아는 사람입니까?”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건들거리면서 자신에게 돈 내놓으라고 깐죽거리던 사람이 생각난 것이다.
“설마 그 인간이 나이 한 마흔다섯 살쯤 먹고 깐죽거리고 다니는 놈 아닙니까?”
“어? 아십니까?”
“허허허…… 이거 참…… 인연이라는 게 우습네요.”
“네?”
“그런 게 있습니다.”
설마 그런 곳이 생기는 것을 결사반대하면서 깽판을 친 허만수에게 가출한 아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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