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23
123. 나, 이 역사에서 칠종칠금에 나서다
“내가 대성을 풀어줄 것이니 어디 한번 나에게 도전해 보시오!”
이러한 나의 제안을 들은 맹획은 처음에는 나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나 내가 거짓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 아닌가.
“공이 분명 나에게 말한 것이오! 좋소! 나를 풀어주면 내가 당장 우리 용사들을 다시 모아 공과 승부를 겨루어 보겠소!”
* * *
그렇게 나는 성 밖으로 맹획을 풀어 주며 그가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말 한 필까지 내주었다.
맹획은 자신을 풀어주는 나를 한번 힐끗 보더니 말을 몰아 어디론가 달려나갔다.
필시 그는 자신의 근거지로 돌아가 병력을 다시 모아 나에게 도전을 해올 것이다.
나는 맹획이 병력을 다시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러며 나는 어째서 맹획이 이리 자신을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였다.
‘맹획은 나에게 지난 미현전투에서 패하고, 이번 전지성 공방전에서는 아예 그가 가지고 있는 정예 병력 대부분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터인데, 어찌 저리도 나와 다시 싸우면 승산이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 음… 몇 번 싸워보지는 않았지만 맹획은 중원의 장수 못지않게 심계(審計)가 있는 장수야. 그렇다면 분명 맹획이 믿는 구석이 있기에 그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겠지. 아무래도 포로가 된 맹획의 병사들을 신문해서 맹획의 그 자신심(自信心)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아봐야겠어.’
그리하여 나는 포로들을 신문한 결과 작금 전지성의 병력은 절반이 옹개의 병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옹개가 남만의 호족들을 끌어들여 남중 반란을 일으켰을 때, 월수의 고정이 1만 병력을, 장가의 주포가 역시 1만 병사를 이끌고 있었고, 반란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옹개는 2만 병마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총 4만의 반란군이었으니, 여기에 맹획의 군대가 일부 참여한 것이다.
그런데 옹개와 고정이 나의 반간계에 걸려들어 자중지란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무주공산이 된 익주군을 꿀꺽 삼킨 맹획은 옹개의 2만 병사를 자신의 휘하로 들이게 되었다.
맹획은 이끌고 있는 약 2만 군대를 절반으로 나누어 1만을 익주군으로 보내고, 전지성에서 1만을 데려온 것이니, 이로써 2만은 자신의 본거지에 또 2만은 익주군의 치소인 이곳 전지성에 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난 미현전투에서 맹획은 정예 1만과 코끼리 부대 수백을 이끌고 아군을 기습하였으나 나에게 패배하고, 이번에는 이곳 전지성에서 아군에 또다시 패하며 맹획은 아예 생포까지 된 것으로.
그러나 맹획은 여전히 본거지에 2만 병력을 가지고 있으니, 아군과 싸워볼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 * *
공심위상 계책을 실행하기 위해 맹획을 풀어준 나는 곧장 참모들과 함께 곧 있으면 벌어질 맹획과의 또 다른 전투에 대한 작전회의(作戰會議)를 열었다.
이미 나에게 공심위상 계책에 대해 들은 장비였으나, 작전회의의 시작 전 못내 맹획을 제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였다.
“총사, 총사께서 이미 ‘적의 마음을 치는 것’이 가장 좋은 계책이라 말씀하시며 맹획을 붙잡을 경우 그를 풀어줄 것이라 말씀을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총사는 말씀을 지키셨습니다. 한데, 소장은 적장을 척살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무장인 장비의 입장에서는 머리로는 이해를 하려고 할지 모르겠으나, 못내 아쉬워할 만하다. 하여, 나는 다시 그 연유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장군께서 아쉬워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 맹획을 제거한다고 하여 남만인들의 반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즉, 맹획을 없애고 당장의 반란은 진압할 수 있지만 대신 아국에 대한 남만인들의 증오심은 더욱 불타오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남중 지역은 계속하여 남만의 반란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하여, 작금 남만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남만의 대호족 맹획의 마음을 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즉, 남만이 아국에 대항하는 것은 패배만이 있다는 것을 맹획이 확실히 각인할 정도로, 그를 굴복시킨다면 다시는 작금과 같은 남중의 대반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남중 전역의 상황이 담긴 지도를 가리키며 맹획이 어찌 움직일 것인지, 그리고 이에 아군은 어떻게 대응하여 맹획을 격파할 것인지 나의 전략과 전술을 참모들에게 설명하였다.
“아군이 맹획과 싸울 전장은 바로 이곳 익주군의 또 다른 요충지인 건녕 인근이 될 것입니다. 분명 맹획은 근거지로 돌아가 최대한 병력을 모아 아군에 맞서려 할 것입니다. 그리되면 아군에 비해 병력 면에서 맹획은 확실한 우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전투는 병력의 수만으로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군은 병력이 적보다 적을지는 몰라도 계속하여 적을 격파한 승군입니다. 즉, 우장군의 정예 파서군 오천, 강 장군의 기마대 수백, 황 장군(황서)의 궁수대 2천 등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 계속하여 이번 전투의 전략을 말하였다.
“아군은 우장군의 파서군과 황 장군의 궁수대가 중앙에 위치하여 적 대군에 맞설 것입니다. 우선 황 장군의 궁수대가 앞으로 서서 적이 아군에게 달려들 때 화살 공격을 퍼부어 적에게 상당한 타격을 가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하여도 적들은 도망치지 않고 아군을 향해 공격해 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적들이 아군의 진영에 다다르면 황 장군의 궁수대는 측면으로 빠져 아군을 향해 공격해 오는 적들을 계속하여 화살로 피해를 입힐 것입니다. 이때 우장군의 파서군은 적의 주력과 부딪치게 되며 백병전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우장군의 파서군은 워낙 강력하기에 분명히 적의 주력군을 격파할 것입니다. 그리고 파서군의 좌우와 뒤에 배치된 신병도 파서군과 함께 적과 싸우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아군과 적군의 주력이 전투를 벌일 때, 아군의 왼편에 있던 강 장군의 별동 기마대 수백이 적의 측면을 공격해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되면 적은 와해되기 시작할 것이고 아군은 분명 승리를 할 것입니다.”
그러며 나는 이번 싸움에서도 맹획을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렇게 아군이 승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장 맹획을 생포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이에 장비는 그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느꼈는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총사, 총사의 말씀처럼 대규모 회전이 펼쳐지게 되어 적이 격퇴되면 맹획은 필시 달아날 것인데, 그리되면 적장을 사로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장비의 우려를 들은 나는 웃으며 장비에게 나의 또 다른 계책을 말하였고, 장비는 그것을 듣더니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나는 장비 등의 제장에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원 역사와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행하였던 ‘칠종칠금’을 이 역사에서도 재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즉, 칠종칠금만큼 적장 맹획의 마음을 칠 수 있는 좋은 계책이 없다고 여긴 것이다.
‘이번 전투에서 나의 계획대로 맹획을 사로잡아 또다시 풀어준다면 칠종칠금의 두 번째 단계가 행해지는 셈이 되겠지. 칠종칠금은 적장 맹획이 더는 싸워봤자 소용이 없다고 여길 정도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니, 이것만큼 좋은 맹획의 마음을 치는 계책이 없는 것이지. 그래, 내가 이 역사에서 칠종칠금을 재현하는 것이야.’
* * *
한편, 법정이 목숨을 빼앗지 않고 풀어주며 다시 도전하도록 배려를 한 맹획은 쉬지 않고 말을 달려 마침내 근거지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근거지에는 맹획의 병사 1만과 옹개의 병사 1만 등 총 2만이 주둔하고 있었다.
이렇게 2만 병사들은 그들의 수장인 맹획이 돌아오자 환호성을 질러댔다.
맹획은 그들의 앞에 서서 자신이 열심히 싸웠으나, 촉군의 흉계에 걸려들어 패하고 간신히 도망을 쳐 근거지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며 맹획은 다시 촉군과 싸워 이번에는 반드시 촉군을 격멸하고 남중의 독립을 이룰 것이라며 목에 핏대를 올렸다.
이렇듯 맹획 또한 옹개와 같이 남만의 독립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독립을 이루는 것은 반드시 맹획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만 병사들은 맹획의 일장 연설에 함성을 지르며 맹획에 호응을 하였다.
한편 맹획이 근거지로 돌아오자, 주변의 남만 호족들까지 상당한 병력을 이끌고 맹획에게 합류하니 금시에 맹획의 병력은 옹개가 반란을 일으켰을 당시의 군세를 넘어섰다.
맹획은 법정의 배려로 촉군의 진영을 확인하였기에 촉군의 병력이 생각보다 적은 2만에서 많아 보았자 3만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작금 모인 4만 이상의 병력이면 충분히 법정의 촉군을 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 법정이라는 촉장이 무슨 자신감에서 나에게 자신의 진영을 보여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진영에 크기와 막사의 수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촉군의 수는 많아야 3만일 것이야. 지금 내가 모은 아군 병력은 최소 4만이니 병력 면에서 확실히 촉군에 비해 우위에 있어. 이 정도 병력이면 아군에 승산이 있으니 싸워볼 만한 것이야!’
그리하여 맹획은 수만 병력의 정비를 서둘러 끝내고, 법정을 치기 위해 전지성을 향해 전군을 진군시켰다.
* * *
그렇게 행군을 한 맹획의 수만 대군은 건녕에 도착하였고, 맹획은 즉시 척후를 풀어 촉군의 상황을 살폈고, 전지성을 나온 촉의 대군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이에 맹획은 촉군과 어찌 싸워야 할지 대책을 강구하였다.
‘여태까지 내가 촉군과 싸우면서 기습과 매복 그리고 성을 두고도 싸워 보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촉장 법정에 나는 지고 말았지. 생각해 보면 여태까지 아군이 촉군과 싸울 때의 병력은 촉군보다 부족하였어. 그렇기 때문에 수만 병력을 모두 투입하여 촉군과 싸워 보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최선이고 그것이 가장 좋은 계책이라 할 수 있지. 이곳 건녕에서 전지성 사이는 거리가 가까우니 곧 촉군이 들이닥칠 터이지. 건녕 앞 땅이 꽤 넓으니 거기서 적을 맞아 싸워야겠어.’
그렇게 결론을 내린 맹획은 곧 대군을 이끌고 요충지 건녕 근처의 평야에 진을 치고 촉군과 대결을 펼칠 준비를 하였다.
* * *
나는 수비 병력을 제외한 약 2만 3천 병마를 이끌고 맹획과 전투를 펼치기 위해 진군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예의 그리하였던 것처럼 나는 척후를 사방으로 풀어 맹획 군대의 위치를 살폈는데, 나의 예상대로 건녕 근처의 평지에 맹획이 진영을 펼치고 아군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이에 나는 진군 속도를 조금 늦추며 혹시 모를 맹획의 기습에 대비를 하며 신중하게 이동하였다.
그렇게 속도를 늦추었는데도 얼마 가지 않아 저기 맹획 대군의 진영이 한눈에 들어왔으니, 그만큼 전지성과 건녕의 거리는 여태껏 아군이 싸워왔던 이동거리보다는 짧았다.
나는 맹획군의 기습 공격에 여전히 대비하면서 곧 아군의 대열을 갖추도록 명을 하였는데, 역시 나는 아군의 중앙에서 미위의 호위를 받으며 수레에 올라앉아 학우선을 들어 명을 내렸다.
맹획은 아군을 기습해 보았자 분명 법정이 대비를 하고 있어 자칫 병력만 잃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여 그는 병력의 우위를 통한 정공법으로 법정을 격파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한 맹획의 눈에 촉의 대군이 도착하는 것이 들어왔고, 곧 이어서 촉 대군의 중앙에 호위를 받으며 수레에 앉아 있는 법정이 확연하게 보이는 것이다.
맹획은 법정에게 눈을 떼지 못하였고, 그러자 법정은 마치 맹획이 보라는 듯이 학우선을 펼치니, 그 많은 촉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대열을 갖추었다. 그리고 이를 본 맹획은 속으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저 많은 촉의 대군이 촉장 법정의 지시 한 번에 저리도 빨리 대열을 갖추다니! 역시 촉장 법정은 대단한 장수로구나!’
하지만 법정에 감탄하는 것은 거기까지 만으로, 맹획은 곧 전군에 공격령을 내려 촉군을 총공격하게 하였다.
이렇게 법정과 맹획의 대회전이 펼쳐지게 되었으니, 과연 법정의 의도대로 이 역사에서도 칠종칠금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