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26
126. 마량, 나에게 마속 천거
마량은 나와 독대를 하자, 조금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나는 마량과, 내가 만든 남중의 차를 같이 마시며 그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마량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크게 호흡을 한 후에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상서령, 인재가 부족한 아국의 입장에서는 능력이 있는 자를 중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여 제가 한 사람을 천거하고자 합니다.”
“그게 누구요?”
“예, 상서령. 그는 다름이 아닌 저의 막냇동생인 유상입니다.”
“유상이라…”
나는 뜻밖에 마량이 마속을 천거하자 나도 모르게 마뜩잖아 하는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에 마량은 정성스럽게 두 손을 모으며 나에게 마속을 천거하는 이유를 진심을 담아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상서령, 제가 제 입으로 제 동생을 천거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줄 잘 압니다. 하지만, 유상은 제 아우라서가 아니라 충분히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상서령께서 상량하시어 한번 유상을 써 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나는 원 역사에서 마속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제갈량의 대업을 망친 일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쓰기가 저어 되었다.
거기다 원 역사에서 유비 또한 유언으로까지 제갈량에게 마속을 크게 중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지 않았던가.
인재를 보는 눈이 뛰어난 유비가 마속을 살펴보고 아니라 평가한 것이니 이는 거의 맞을 터였다.
하여, 나는 여전히 마속을 중한 자리에 임용하는 것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마량에게 약간은 짜증이 담긴 어투로 반문하였으니.
“마 복야, 지금 나에게 인사청탁을 하는 것이오?”
나의 말에 마량이 여전히 두 손을 모은 채로 답을 하였다.
“상서령께서 그리 말씀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제 동생이지만 유상의 능력이 너무 아까워 이리 천거를 드리는 것이니 상서령께서 유상을 한번 기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남정 과정에서 마량은 조금의 차질도 없이 아군의 보급을 책임졌기에 아군이 승리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전쟁에서 보급은 중요한 것이다. 비록 그것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만약 보급에 문제가 생기면 어떠한 강한 군대라도 이길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이번 남정 과정에서 보급 문제가 하나도 거론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군수담당자인 마량이 일을 잘하였다는 말일 터. 거기다 마량은 함대의 관리 또한 차질 없이 하였으니 역시 백미라 할만하다.
그리하여 나는 성도에 장수들의 공에 대해 표를 올릴 때 마량의 공을 높게 평가하여 보내지 않았던가.
하여, 이번 남만평정에서 큰 공을 세운 마량의 면을 봐서라도 나는 마량의 마속 천거를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나는 마량이 나에게 마속을 천거하게 된 사연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그에게 연유를 물으니, 마량은 어렵사리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아래의 내용은 마량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적은 것이다.
지난번 내가 남정을 준비하며 성도에 잠시 머물렀을 때 마량과 마속이 나를 찾아왔다. 그때, 마속은 나에게 ‘공심위상’의 계책을 진언하였다.
나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촉금을 내주며 돌려보냈고, 마량은 밖에서 마속을 기다렸는데 나의 집을 나서는 마속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고는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집으로 돌아온 마량은 마속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고, 마속은 무거워진 입을 열며 이야기를 하였으니.
마속은 자신이 나에게 계책을 진언하면 분명 내가 그를 등용할 것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촉금을 선물로 내주며 돌려보내니 마속은 실망을 하였다.
이에 마량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남중 반란의 진압이 모두 끝나 성도로 돌아가게 되자, 나에게 독대를 청해 마속을 직접 추천한 것이다.
“음… 그렇게 된 것이구려…”
나는 다른 사람도 아닌 마량이 천거를 하는 것이기에 다시금 마속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마량의 말대로 작금 인재가 부족한 촉에서 마속 정도의 능력을 지닌 자를 찾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며 나는 원 역사의 상황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원 역사에서 유비는 이릉대전에서 촉의 유능한 장수와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들 상당수를 잃게 만들었고, 이때 마량도 사망한 것이다.
그리하여 가뜩이나 인재가 부족하던 촉은 승상인 제갈량이 거의 모든 분야를 직접 살펴야 했다.
북벌 또한 제갈량이 전장의 사령관으로 직접 나서지 않았던가.
제1차 북벌 때 인재가 부족했던 제갈량은 유비가 유언으로 말린 마속을 쓸 정도였다.
그리하여 마속은 전장에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가정을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니, 어찌 보면 그의 경험 부족이 패배를 만든 것일 수 있다.
‘그래, 만약 원 역사에서 마속이 경험이 쌓여 있었다면 그렇게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음… 그렇다면 우선 마속에게 여러 경험을 쌓게 할 필요가 있겠어.’
그렇게 판단을 한 나는 꽤 오랜 침묵을 깨고 마량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 복야가 이렇게 정성을 다해 천거를 하니, 내가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는 수밖에…”
나의 말에 마량은 눈이 커지며 표정이 밝아졌다.
“상서령, 그 말씀은…”
“그렇소. 내가 유상을 중용하도록 하겠소. 하나, 유상은 경험이 적으니 우선은 그가 여러 방면의 경력을 쌓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하여, 나는 유상을 건녕태수 겸 오부도위를 관리하는 일을 맡기고자 하오. 그리고 유상이 건녕에서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잘한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 내가 유상을 직접 부르도록 하겠소.”
즉, 나는 마속에게 수습 기간을 주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나의 인재 등용 방식은 이미 해오던 것으로 일단 해낼 수 있는 범위의 일을 맡겨 본 후, 그 일을 잘 처리할 경우 좀 더 책임 범위가 넓은 일을 맡기는 것이다.
왕평과 구부 등이 그러했고, 곧 익주자사가 될 이엄 또한 그러한 것이다.
나는 마속도 나의 등용 방식에 따라 임무를 주어 그것을 완수하는 것을 볼 참이다. 특히 그에게 맡긴 이번 일은 건녕태수를 겸하여, 남중의 둔전 사무를 관리하는 오부도위까지 관장하게 하여 군량의 생산을 책임져야 하는 어찌 보면 막중한 임무이기에, 이를 처리하는 것을 보면 마속이 얼마나 괜찮은 인재인지 확실히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리고 전술한 바처럼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군량을 관리하는 경험을 우선 마속에게 쌓게 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는 마속을 남중 군량의 관리자로 삼아 수습 기간을 거치게 한 다음 나의 전장에서 군수관리를 맡겨 볼 참이다.
마량은 나의 의도를 한 번에 알아채고는 나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상서령께서 그리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는 성도로 돌아가 관리들 중 건녕태수를 찾으려던 것을 접고, 곧장 성도에 표를 올려 마속을 건녕태수 겸 오부도위 관리자로 천거를 하고 그에게 병력 5천을 주어 건녕으로 가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얼마 있지 않아 성도에서는…
성도현령인 마속에게 교지가 갑자기 내려졌고, 마속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하나, 한중왕(유비)의 명이니 받들 수밖에.
“성도현령 마속은 대왕의 교지를 받으시오!”
마속은 교지를 든 내관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교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귀를 쫑긋 세웠다.
내관은 교지를 펼쳐 읽기 시작하였다.
“과인은 성도현령 마속을 건녕태수로 임명하노니, 오부도위의 관리를 겸하도록 하라. 또한 성도에서 오천 병력을 이끌고 건녕에 주둔하도록 하라.”
교지를 다 읽은 내관이 교지를 마속에게 건넸다.
“신 마속 대왕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속이 교지를 전달받자, 내관이 말했다.
“신임 건녕태수는 어서 오천의 병력을 이끌고 속히 임지로 향하도록 하십시오.”
그러며 내관이 돌아가려 하자, 마속이 내관에게 물었다.
“대왕께서 이러한 명을 내리신데는 어느 분의 상주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것이 누구입니까?”
마속의 물음에 내관이 웃으며 말하였다.
“건녕태수의 임명을 대왕께 진언한 분은 다름이 아닌 상서령입니다.”
내관의 대답에 마속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상서령이 나를 건녕태수로 삼게 하였다고? 어째서?’
곧 교지를 전한 내관이 돌아갔고, 마속은 법정이 자신을 건녕태수로 추천한 까닭을 생각하였다.
그러자 마속은 곧 법정의 의도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기에 표정이 밝아졌다.
마속은 법정에게 나름 공심위상이라는 좋은 계책을 진언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쓰지 않자 크게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법정의 천거로 병마 5천을 이끌고 오부도위까지 관리하는 건녕태수로 임명되자, 마속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금시에 깨닫고는 크게 기뻐하며 곧장 병력을 이끌고 임지인 건녕으로 향한 것이다.
* * *
계절이 여름에 들어서는 시점에 남정을 시작한 나는 약 3개월간의 전투 끝에 남중의 대반란을 완전히 진압하였다.
실제 역사에서 제갈량의 남만정벌은 봄에 시작되어 가을에 끝났으니, 이 역사의 나의 남정이 좀 더 짧은 기간에 끝이 난 것이다.
그리고 원 역사에서 제갈량이 진압한 곳은 남중 지역 중 *2개 군뿐이었다.
[* 월수지역은 외곽의 몇몇 현만 회복을 하였고, 영창의 경우 토호관리인 영창태수 여개가 끝까지 배신을 하지 않았기에, 제갈량이 실제 난을 진압한 곳은 익주군과 장가군 두 곳이었다.]하나, 이 역사에서는 옹개가 원 역사보다 이른 시기에 그것도 더 대규모로 반란을 일으켰고, 그 뒤를 이은 맹획까지 남은 남만의 반란군을 싹싹 긁어모아 나에게 대항하였으니, 나는 이를 모두 격퇴하며 남중 지역 전역을 아국의 영역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성공적인 남정을 마치고 나는 마침내 성도로 회군을 하게 되었다.
성도에 거의 다다르자, 세자 유선과 군사장군 제갈량이 친히 나와 우리를 반겼다.
나는 장비 등의 제장과 함께 유선의 앞으로 나아가 군례를 올렸다.
이에 유선은 우리가 남중의 대반란을 진압하고 무사히 돌아온 것을 크게 치하하였다.
제갈량 또한 우리의 노고로 남중의 근심을 없앨 수 있게 되었다며 우리의 공을 칭찬하였다.
이렇게 우리 남정군이 성도에 돌아오자 새로이 아군에 편입된 남만 정예병 1만과 코끼리 부대가 큰 화제가 되었다. 특히 성도에서는 볼 수 없는 코끼리를 보게 된 백성들은 이 동물에 대해 연신 이야기를 하며, 이러한 상서로운 동물이 성도에 이르른 것은 한중왕의 덕이 천하에 펼쳐진 결과라며 입이 마르게 유비를 칭송하였다.
* * *
그렇게 성도로 돌아온 나는 그동안 고생을 한 장비 등의 제장들과 병사들에게 잠시 동안이나마 휴식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나 또한 피로 많이 쌓여 있었기에 성도의 집에서 며칠을 거의 정신없이 잠만 자고 말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다음 내가 겨우 기운을 차렸을 때, 제갈량이 나를 찾아온 일을 알게 되었다.
제갈량은 나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자택을 찾아왔는데, 내가 곤히 잠에 들어있다는 말을 듣고는 나를 깨우지 않고 돌아갔다는 것으로, 이는 제갈량이 나를 배려한 것이리라.
그리하여 나는 곧 의관을 정제하고 제갈량의 저택을 찾아갔고, 예의 학창의를 입은 제갈량이 나를 밝은 낯으로 반겼다.
나는 내가 피로 때문에 잠에 취하여 제갈량의 방문을 알지 못했다며 사과를 하였고, 제갈량은 그럴 수도 있다며 웃어넘겼다.
그러고 나서 제갈량은 나의 성공적인 남정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서령이 남만의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을 하였으니 이는 아국의 근심거리 중 하나를 없앤 크나큰 공이요.”
“군사, 과찬이십니다.”
그러며 제갈량은 내가 상주한 남중 재편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상서령이 상주한 남중 재편안을 보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소. 만약 내가 남중을 정벌할 경우 남중을 다스리기 위해 준비한 방안과 어찌 그리도 비슷하다는 말이오? 하여 나는 상서령이 나의 생각을 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오.”
그도 그럴 것이 원 역사의 제갈량이 남정 후 실시한 남중의 재편을 내가 많이 참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원 역사와 다른 점은 제갈량이 익주와 월수를 나누어 운남을, 그리고 익주와 장가를 나누어 흥고군을 설치한데 반해, 나는 영창과 월수에서 땅을 떼내어 운남을 신설하고 익주와 장가를 나누어 흥고군을 설치한 것이다.
나는 제갈량의 이러한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군사의 마음과 제 마음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런 것 같소.”
그렇게 나와 함께 웃기는 하였으나, 제갈량은 이번 남중의 대반란을 뒤에서 사주한 손권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았다.
“오주(손권)의 사주로 이번 남만의 반란이 일어난 것이 확실하다는 것은 이미 나와 상서령의 일치된 생각일 것이오. 상서령의 성공적인 진압으로 오주의 사특한 술수가 깨지게 되었으니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나, 곧 오주가 이 일을 알게 될 것이니 또 그때는 오주가 어떠한 술책을 꾸밀지 걱정이 되는구려.”
이는 나도 제갈량과 같은 생각이었다.
손권은 필시 아국이 남중의 반란을 진압한 것도 모자라 남중 전역을 오롯이 손에 넣은 것을 크게 분해할 것이다.
그리되면 또 손권이 어떤 수작을 부리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데 손권만 문제가 아니었으니, 그것은 아국의 대왕인 유비가 이번 남중 반란의 배후가 손권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