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34
134. 법정이 강릉을 노린다는 급보!
사람이란 존재는 선택지가 두 가지 일 때 어쩔 수 없이 나아 보이는 하나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육손도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려는 것이니 과연 그가 손권이 첫 번째 방책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한번 지켜보도록 하자.
* * *
“산월을 회유하라니, 대도독 그 무슨 말이오? 흉포하고 무도한 무리들을 회유한다니 그것은 아국이 산월에 항복하는 것과 무에 다르다는 말이오? 어찌 그런 굴욕을 과인에게 권하는가?”
손권의 노기가 잔뜩 섞인 하문에 육손이 잠시 생각을 하고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각오가 잔뜩 섞인 표정으로 손권에게 아뢰었다.
“대왕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군주는 잠깐의 굴욕을 참을 줄 알아야 하옵니다. 잠시뿐이옵니다. 산월의 우두머리를 관리로 삼고, 그들에게 적당한 식량을 제공한다면 작금 저들의 반란은 사그라들 것입니다. 하나, 산월은 산적과 다름이 없는 놈들이기에 필시 다시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하여, 아국은 놈들이 다시 반란을 일으키기 전까지 힘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말이옵니다. 그리하여 강한 대군이 준비되는 대로 방심하고 있을 산월을 친다면 놈들을 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리하여 잠깐의 치욕을 크게 설욕하게 되는 일로, 산월을 완전히 복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육손의 이러한 진언에도 불구하고 손권은 두 번째 안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과인은 그럴 수 없소. 어찌 무도(無道) 하고 무지몽매한 산적인 산월을 회유한다는 말인가! 과인은 절대 그럴 수 없소!”
이에 육손은 목숨을 걸고 손권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말을 하여 손권이 두 번째 안을 쳐다보지도 않게 만들려 하였다.
그것은 바로 손권이 자주 쓰는 책략인 *사항계였다.
[* 사항계(詐降計), 거짓 항복으로 적을 속이는 계책. 실제 역사에서 손권은 219년 교위였던 양우를 사자로 위나라에 보내 황실에 공물을 바치게 하였는데, 이는 양우가 조조로부터 벼슬을 받아 위에 머물며, 허도의 내부를 염탐하게 하는 첩자의 역할을 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조조는 이를 간파하고 양우에 벼슬만 내린 채 오나라로 돌려보낸다.]“대왕, 송구하오나 산월에 대한 회유를 사항계라 생각하시면 어떻겠사옵니까?”
육손이 사항계를 말하자 손권은 발끈하였다.
“대도독, 지금 과인에게 사항계를 말하는 것은 무슨 저의인가? 과인이 조조와 조비에 칭신한 일을 비꼬는 것인가?”
그랬다.
손권이 조조와 조비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그들의 뒤통수를 쳤던 것이다.
그리하여 한때 양양을 점거한 적이 있었으니(하지만 제대로 지키지 못해 금방 빼앗겼다.) 이 또한 사항계라 보아도 무방할 터였다.
마치 ‘도둑이 제발 저리다’라고 육손이 손권이 즐겨 쓰는(?) 계책인 사항계를 꺼내자, 손권은 화를 버럭 냈던 것이다.
손권이 이리 진노를 하자, 육손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손권에게 죄를 청하였다.
“대왕, 신이 실언을 하였나이다. 신을 벌하여주시옵소서!”
육손이 이리 죄를 청하자 손권은 약간 무안해졌고, 헛기침을 하며 육손을 용서하였다.
“대도독이 과인을 능멸하고자 말한 것이 아닐 것이니 용서를 하겠소.”
“망극하옵니다 대왕.”
하지만, 이렇게 되었기에 이제 손권이 두 번째 안을 선택할 경우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하여 육손은 손권에게 이리 권하는 것이다.
“대왕, 어찌 되었건 작금은 아국에게 상당히 불리한 상황입니다. 송구하오나 대왕, 신이 먼저 말씀드린 3만의 대군으로 산월을 점차 격파해 나가는 방안을 다시 한번 상량해 주시기를 간곡히 청하옵니다.”
육손의 주청에 손권은 한동안 생각이 깊어졌다.
손권에게 육손이 내민 선택지는 두 가지였으니, 첫째 안은 너무 오래 걸리고, 둘째 안은 손권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손권이기에 어쩔 수 없이 육손의 첫 번째 방책을 선택하였다.
“알겠소… 대도독, 그리하면 과인이 대도독이 말한 첫째 방법을 택하도록 하겠소.”
그러며 손권은 그 자리에서 즉시 육손에게 명을 내렸다.
“과인이 대도독에게 명한다. 대도독을 진압군의 총사로 임명할 것이니 속히 3만 병마를 이끌고 산월을 토벌하는데 그 기한은 2년으로 한다.”
“대왕, 신 대도독 육손이 대왕의 지엄한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렇듯 손권의 자존심이 강한 것을 이용하여, 육손은 손권이 첫째 안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손권은 어쩔 수 없이 육손을 진압군의 총사로 삼아 3만 병마를 주어 2년에 걸친 산월 진압을 명하였다.
이에 육손은 손권의 명을 받들어 즉시 군을 준비하려고 대전을 나서려고 하는데 강릉의 주연으로부터 급보가 전해지니, 손권과 육손(특히 육손은) 또 다른 위기에 순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과연 주연이 보내온 급보란 무엇일지…
* * *
육손이 손권에게 명을 받아 대군을 소집하기 위해 대전을 나서려는데 전령이 급히 대전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대왕, 강릉의 소무장군(주연의 관직)으로부터 온 급보이옵니다!”
주연이 급보를 보냈다는 말에 육손은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강릉의 주연이 급보를 보냈다면 보통 일이 아닐 것인데…’
손권은 전령에게 무슨 급한 일인지 물었다.
“무슨 급보인가?”
“예, 대왕. 촉이 강릉을 노리고 있다는 급보이옵니다!”
“무어라? 촉이 강릉을 노려?”
“예, 대왕 그렇사옵니다. 여기 소무장군이 올린 장계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전령을 통해 전해진 주연의 장계를 손권은 즉시 펼쳐 보더니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육손은 이번에도 손권에게 청하여 장계를 보게 되었으니, 주연의 장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촉이 양양 앞 한수에 백여 척의 함선을 정박하고 있음. 이어서 양번에 족히 수만의 병마를 추가로 보냈음. 거기다 백제성(영안)에 또 다른 촉의 함대가 당도하였음. 따라서 촉이 강릉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양양에서 촉이 함선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육손도 알고 있던 사실로, 이는 법정이 강릉을 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육손이 갖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이외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양번의 법정이었는데, 수만 병마가 양번에 증원되었다는 것은 이제 곧 함선에 병력을 실어 어딘가를 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백제성에 또 다른 함대를 촉이 준비해두고 있다는 것은 바로 법정이 양쪽에서 강릉을 공략해 들어가려 한다는 확실한 신호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육손이 우려했던 일이 기어코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즉, 법정이 오나라 내 이족(異族)인 산월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게 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오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 요충지인 강릉을 치려는 것이 확실해 보였던 것이다.
이리 되면 오로써는 양면 전선이 펼쳐지게 되니 크게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상대는 조위의 대군을 수차례 격파한 그 무시무시한 법정으로, 강릉에 적어도 수만의 대군을 지원하지 않으면 강릉은 법정의 양대 수군의 공격에 함락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손권은 법정이 두려운 자임을 계속하여 육손에게 들었던 탓에 양번에 추가로 촉의 대군이 이동하였고, 거기다 양양과 백제성에 촉의 함대가 준비되어 있다는 보고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주연의 보고처럼 법정이 정말 대군을 이끌고 강릉을 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손권은 작금의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에 정신이 없었고, 곧장 곁에 있던 육손에게 다급하게 대책을 물었다.
“대도독, 대도독이 그토록 경계하던 법정이 기어코 강릉을 공격할 것 같소. 이를 어찌하면 좋다는 말이오?”
이에 육손이 공수를 취하며 아뢰었다.
“대왕, 산월의 반란도 문제지만 법정이 만약 대군으로 강릉을 노린다면 작금 강릉의 병력으로는 이를 막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랬다.
작금 강릉의 주연이 거느린 병력은 불과 오천 병마이니, 양번의 최소 수만의 촉 대군이 그것도 수로를 통해 양쪽으로 공격해온다면 중과부적인데다, 상대는 누구도 아닌 바로 촉의 책사 법정인 것이다.
육손은 법정이 조위와의 여러 차례 전투에서 적은 병력으로 조위의 대군을 완파한 일을 알 고 있었다.
하물며 적어도 수배의 조위의 대군을 격파한 법정이니, 강릉의 오천 병력은 법정에게는 눈을 감고도 깨트릴 수 있는 것이리라.
이리 되자 육손의 입장에서 작금 가장 먼저 상대해야 할 대상은 산월이 아니라 법정이 되었다.
하여, 육손은 손권에게 이리 진언을 한 것이니.
“대왕, 만약 법정이 강릉을 함락한다면, 남형주의 나머지 지역 또한 위험하게 되는 것이옵니다. 하여, 신이 우선 1만 정병을 이끌고 강릉으로 가 소무장군과 함께 법정의 침공을 막아내겠습니다. 하오니 대왕 이를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 * *
산월의 대반란도 골치가 아픈데 이제는 법정이 강릉을 노린다니!
손권은 곧장 육손에게 방안을 물었고, 육손은 손권에게 자신이 1만 병마를 이끌고 강릉의 주연을 지원하여 법정을 막게 해달라고 주청을 하였다.
한데 손권이 육손의 요청을 받아준다면 산월은 어찌 상대해야 한다는 말인가.
손권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육손에게 방법을 물었다. 아니 재촉했다.
“대도독, 대도독이 소무장군을 지원하여 법정을 막으면 산월을 누가 막아야 한다는 말이오?”
이에 육손이 두 손을 모으며 손권에게 아뢰었다.
“예, 대왕 그것은 안동장군(하제의 관직)에게 2만 병마를 주어 신이 대왕께 진언 드렸던 방책으로 산월을 상대하게 하시면 될 것입니다.”
“안동장군을 말이오?”
“예, 대왕 그렇사옵니다.”
하제는 215년 2차 합비 공방전에서 장합에게 크게 패하고, 장합에 쫓겨 자칫 잘못했으면 목숨을 잃을 뻔한 손권을 3천 병마로 구한 바가 있고, 216년에는 조조로로부터 인수를 받고 오나라에 반기를 들며 반란을 일으킨 우돌을 육손과 함께 격파한 오의 맹장이다.
육손은 하제라면 충분히 자신을 대신해 이번 산월의 반란을 진압할 것이라 믿었기에 손권에 그를 산월의 진압 총사로 천거한 것이다.
손권도 하제가 자신을 구한 것 이외에도 하제가 오나라 내에서 발생한 여러 반란을 토벌하는 이른바 토벌에 특화된 장수인 것을 알기에, 육손의 추천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손권은 육손의 주청대로 그에게 1만 병마를 이끌고 강릉의 주연을 지원하여 함께 법정의 침공을 막으라 명하고, 하제를 불러 그를 산월 반란의 진압군 총사로 삼아 2만 병마를 맡겨 육손의 첫 번째 방책대로 산월을 진압할 것을 명하였다.
또한 육손은 따로 하제에게 어찌 산월을 상대해야 하는지 자세한 계책을 적은 문서를 전하여, 하제가 제대로 산월을 상대할 수 있게 배려하였다.
* * *
육손은 곧 1만 병마를 이끌고 강릉으로 최대한 빠르게 향하였다.
강릉의 주연은 육손이 1만 병력으로 지원해 오자 크게 기뻐하였다.
“대도독이 이렇게 직접 대군을 이끌고 도움을 주시기 위해 와주시니 소장은 그저 든든할 뿐입니다.”
육손과 주연은 이미 법정의 침공에 대비하여 협응을 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육손이 직접 군을 이끌고 주연을 지원하는 것은 처음인 것이다.
주연의 안내를 받아 강릉의 지휘소로 들게 된 육손은 장계를 통해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주연에게 더 상세한 사항을 물었다.
이에 주연이 육손에게 상세한 내용을 보고 하기 시작했다.
주연은 육손과 법정의 침공에 대비하여 협응을 하며 경계를 하고 있었기에 척후를 통해 양번의 동향을 살폈다.
그러자 양양을 접하고 있는 한수에 촉군이 만든 함선의 수가 점점 늘어나 백여 척에 달하게 되었다는 첩보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만이 아니었다. 약 2만에 달하는 촉의 대군이 양번에 증파되고, 거기다 척후로부터 백제성에도 촉의 함대가 당도하였다는 보고를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황(情況)을 종합해 볼 때, 주연은 이것이 육손이 걱정하던 법정의 강릉 침공의 전조라 생각을 하였고, 곧 이를 손권에게 급보로 알린 것이다.
육손은 주연으로부터 이렇게 자세한 보고를 받고서 한동안 말이 없이 생각이 깊어졌다.
그러더니 무언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이 된 육손이 입을 열고 주연에게 자신의 결심을 밝히니, 이에 주연은 크게 놀라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