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9
19. 나, 오와 내통한 범강과 장달을 잡아들이다
“그렇다면 내가 바로 우리 정예 기병을 투입하여 저 진을 반드시 깨트려 보이겠소이다!”
장비는 즉시 기병을 이끄는 기병 부대장을 불러 진을 어떻게 공격해야 할지 명령을 내렸다.
내가 옆에서 얼핏 들으니 내가 왕평에게 말했던 바로 그 방법이었다.
즉, 진을 일제히 공격하는 동시에 기병으로 생문을 기습하는 전법을 장비는 명하는 것이었다.
‘역시 장비는 지장에 가깝구나. 팔문금쇄진의 약점을 대번에 파악하고 정확하게 대처하고 있어… 흠… 그렇다면 과연 왕평이 호언장담했던 것처럼 기병 공격까지 잘 막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군.’
그리하여 장비의 공격 측은 기병까지 투입되어 왕평의 팔문금쇄진을 향해 전면 공격에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
“적이 사방에서 일제 공격을 해온다! 모든 문을 열어 적에 대응하라!”
“예, 장군!”
왕평의 명으로 병사들이 진의 문을 모두 열어 적의 공격에 맞서 싸웠다.
그러자 공격 측은 모든 방면에서 포위돼 들어갔다.
그때…
장비가 투입한 기병이 빠르게 생문 쪽을 향해 공격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왕평은 즉각 예비대를 이끌고 생문 쪽을 향해 달렸다.
“예비대는 나를 따라 생문 쪽을 공격해 오는 기병을 막으라!”
“예, 장군!”
왕평과 예비대는 생문 쪽으로 들어오는 기병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기병의 말발굽이 무서울 법도 하지만 왕평과 예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맞섰고, 들고 있던 긴 장대를 이용해 사정없이 기수를 뚜드려 팼다.
그러자 기수들이 아픔을 참지 못하고 말에서 떨어지니 장비가 그토록 자신하던 기병의 생문 공격은 순식간에 막히고 말았던 것이다.
“이… 이런!! 기… 기병이 지다니!!”
비록 기병이 진짜 칼이 아닌 목검을 들고 싸웠기에 완벽한 위력을 펼치지 못했다고는 하나, 제대로 된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것은 수비 측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곧 수비 측 진법에 공격 측의 모든 공격은 무위로 돌아가면서 대부분이 포위 섬멸되니 모의 전투는 수비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왕평과 수비 병사들은 소리 높여 승리의 함성을 질러댔던 것이다.
* * *
이렇게 모의 전투가 수비 측인 나의 승리로 끝이 나자 장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표정을 하였다.
그러더니 장비는 나에게 즉시 달려오듯 다가와 군례를 올리며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소장 장비, 상서령의 신묘한 계책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소이다! 소장의 완벽한 패배이외다!”
나는 장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였으나 곧 손수 장비를 일으키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는 우장군의 승리기도 합니다.”
장비는 분명 모의 전투에서 자신이 패하였는데 내가 장비 또한 승리하였다고 말하자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 반문을 하였다.
“예? 상서령 그게 무슨 말씀인지..”
장비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나에게 반문하자, 나는 웃으며 설명하였다.
“우장군 생각해 보십시오. 이번 모의 전투의 수비 측 병사들도 우장군이 길러낸 병사가 아닙니까? 저렇듯 급하게 짜인 진을 순식간에 펼치고 완벽히 수행해 내는 병사들을 우장군이 육성해 냈으니 이는 또한 우장군의 승리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나의 칭찬은 빈말이 아니었다.
장비가 평소 병사들을 무섭게 훈련시켜 병사들은 기본진은 눈 감도고 움직일 정도로 숙달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팔문금쇄진도 기본진의 응용이었으니, 기본진에 익숙한 장비의 병사들이 왕평의 지휘에 따라 금시에 팔문금쇄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말뜻을 알아들은 장비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렇군요! 그래요!”
그러더니 장비는 즉시 술을 가져오게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내기는 내기입니다. 내가 졌으니 벌주를 마시겠소이다!”
평소 때라면 나는 이를 허락하지 않겠지만, 작금의 상황을 고려한 나는 이를 굳지 막지 않았다.
병사들이 술을 가져오자 장비는 술을 벌컥 벌컥 마시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지난 한중 전투에서 상서령의 계책이 그리도 신묘한 것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소이다! 내 이리 완벽한 진법은 본 적이 없소이다!”
장비가 나의 팔문금쇄진을 칭찬하자 나는 겸양을 표하였다.
“우장군 과찬입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잘 훈련된 우장군의 병사들과 이를 잘 이끈 왕 부장의 덕입니다.”
나는 이렇게 왕평을 왕 부장이라 칭하니 그것은 바로 왕평이 지금 이 순간부터 장비의 부장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장비는 그것을 알아듣고는 기뻐하면서 모의 전투에서 승리한 왕평을 불렀다.
“왕 부장 자네 정말 대단했네.”
“과찬이십니다 장군.”
“자 내 술 한잔 받게.”
왕평은 나를 쳐다봤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이를 허락했다.
“그럼 소장이 장군의 술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장비로부터 술을 받은 왕평은 모의 전투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었던 것이다.
* * *
이렇게 파서군의 사열에 이어 모의 전투까지 마치며 조성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지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촉의 국가 정보기관장으로 영입한 미축이 보낸 전령이 들고 온 급보 때문이었다.
“상서령! 안한장군부로부터 온 급보이옵니다!!”
“안한장군부에서 보낸 급보라고? 어서 가지고 오도록 하라!”
“예, 상서령.”
곧 연락병이 달려와 나에게 서신을 바쳤다.
나는 급히 서신을 펼쳐 읽었는데 옆에 있던 장비는 그게 무슨 내용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서신을 읽으며 나의 얼굴이 굳어졌으니 예의 나의 표정을 살피던 장비는 ‘이게 또 무슨 사달이 나겠구나’라고 예감하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나는 서신을 다 읽고는 그것을 접어 꽉 쥐고는 즉시 왕평에게 추상과 같은 명을 내렸다.
“왕 부장은 즉시 부장 범강과 장달을 잡아들이도록 하라!”
왕평은 갑작스러운 나의 명이었으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장 나의 명을 수행하였다.
“예, 상서령!”
왕평은 아까 모의 전투의 수비 측 병사들 중 예비대를 맡았던 병사들을 이끌고서 곧바로 범강과 장달을 잡아들였다.
범강과 장달은 갑자기 자신들이 잡히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장비를 바라보며 하소연했다.
“자… 장군! 저희가 왜 잡혀야 합니까? 억울합니다! 장군!!”
장비도 내가 범강과 장달을 잡아들이자 놀라며 나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상서령! 저들은 내 부장들이외다! 어찌 저들을 죄인 다루듯이 잡아들이는 것입니까?”
이에 나는 미축이 보낸 서신을 장비에게 건네며 말했다.
“여기 안한장군이 보낸 급보를 보시면 그 연유를 아시게 될 것입니다…”
장비는 나에게서 서신을 전달받아 즉시 이를 읽어보았는데 그의 얼굴에는 곧 경악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 이것은…?”
“그렇습니다 장군. 저들 부장인 범강과 장달은 적국인 오나라와 내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 * *
범강과 장달이 오나라와 내통을 한 것을 미축이 알아낸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미축은 자신의 일이 생기자 의욕적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나라의 간자를 색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축은 그 간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장비의 부장인 범강과 장달이 오나라에 포섭(包攝) 된 일을 발각하였던 것이다.
때마침 내가 장비의 진영으로 향한 것을 알게 된 미축은 날랜 병사를 통해 급보를 나에게 전달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원 역사에서 장비를 살해했던 범강과 장달을 미리 잡아 후환을 없애려고 했는데 이렇듯 미축에 의해 범강과 장달이 오와 내통하고 있음을 발각하게 되었으니, 오히려 잘 되었던 것이다.
나는 놀란 장비에게 미축이 보낸 급보를 보여주었고, 장비는 크게 놀라며 곧장 범강과 장달의 숙소를 뒤지게 하였다.
“이… 이놈들이! 감히 오나라와 내통을 해!! 여봐라! 즉시 저놈들의 숙소를 수색하도록 하라! 당장!!”
“예, 장군!”
그렇게 장비의 병사들이 범강과 장달의 숙소를 뒤지니 과연 범강과 장달이 오와 내통한 비밀 서신들이 발견되었다.
장비는 병사들이 가지고 온 범강과 장달이 오나라와 내통한 물증을 보고는 놀라면서 또 한편으로는 허탈해 했으나, 곧 크게 화를 내면서 범강들을 향해 고함을 질러댔다.
“감히! 감히 네놈들이 대왕을 그리고 나를 배신하고 오나라와 내통을 하다니! 이런 천하의 죽일 놈들 같으니라고!!”
그러자 오라에 묶여 무릎이 꿇려진 범강과 장달이 무릎을 질질 끌면서 장비에게 다가와 비굴하게 용서를 빌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 장군…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 장군… 용서를… 아니 사… 살려만 주십시오!!”
장비는 과연 어떠한 처분을 내릴 것인가…
* * *
장비는 비굴하게 용서를 비는 범강과 장달을 향해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이라도 두 놈을 참하려고 했으나, 무슨 생각에서인지 나에게 다가와 이리 물었다.
“상서령, 상서령의 생각에는 저들을 어찌 처결하면 좋겠소이까?”
장비의 이러한 물음에 나는 망설임 하나 없이 답하였다.
“우장군, 군법에 의하면 적국과 내통한 자의 처결은 참형뿐입니다. 다만 저들 말고 파서군 내에서 또 누가 오와 내통을 하는지 알아내고 또 배후는 없는지 살핀 후에 저들을 참해야 할 것입니다.”
나의 대답에 장비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리 명을 내렸다.
“저 두 놈들은 대왕과 우리 파서군 형제들을 배신한 역적들이다. 내 저놈들을 직접 신문할 것이다.”
그리하여 곧 신문장이 꾸려졌고, 장비는 범강과 장달을 신문하기 시작했다.
“네 이놈들! 대왕의 은혜를 받은 네놈들이 어찌 대왕을 배신하고 적국인 오에 붙을 수 있다는 말이냐?”
장비가 추상과 같은 목소리로 꾸짖었으나, 범강과 장달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이 없었다.
“저놈들이 내 물음에 대답조차 없구나! 여봐라! 저놈들을 어서 매우 쳐라!”
그렇게 매 타작이 시작되자 범강과 장달은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자! 어서 말해보아라! 네놈들 이외에 파서군에 오와 내통한 또 다른 놈들이 있느냐?”
장비가 범강들을 향해 또 다른 내통자가 있는지 묻자, 범강이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장비를 쳐다보며 말했다.
“장군! 우리가 왜 장군을 배신하고 오에 붙은지 아시오이까?”
“뭐? 이놈들이 뭘 잘했다고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묻는 것이냐?”
“장군은 병사들을 너무 혹독히 다루기만 하니 부장인 우리들에게 병사들이 항상 하소연을 하였소. 그리고 장군은 병사들뿐만 아니라 부장인 우리들도 툭하면 매질을 하지 않았소! 이러한데 어찌 장군에게 우리가 충성을 할 수 있다는 말이오!”
범강의 이러한 말에 장비는 찔리는지 말을 더듬으며 화를 냈다.
“이… 이놈들이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여봐라! 저놈들을 매우 쳐라!”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원 역사에서 유비는 장비에게 정말 여러 번 부하들을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경고를 하였으나, 장비는 이를 듣지 않고 부하 병사들을 혹독히 다루었다.
그리하여 장비에게 불만을 갖는 병사들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병사들을 장비보다 더 지근거리에서 이끌고 돌보는 부장들은 병사들의 불만을 들어야 했고, 자신들 또한 장비에게 당하는 것이 있으니 이래저래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오나라의 간자로부터 달콤한 제안이 들어오니 범강과 장달은 이에 혹해 오나라에 포섭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에는 원 역사처럼 장비가 군을 이끌고 전장에 나서는 그 시점에서 범강과 장달은 장비의 목을 베어 오나라로 도망칠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오나라에 의해 훨씬 예전에 포섭되었던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관우를 배신했던 미축의 동생 미방이었다.
정사에서도 미방이 오나라와 관우를 배신하기 훨씬 전부터 오나라와 내통을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들이 보이는 것이다.
이렇듯 오의 손권은 아국 촉의 인재들을 하나하나 몰래 포섭을 하여 촉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릴 작당을 하고 있었으니 실로 손권은 무서운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한데, 원 역사와는 다르게 나에 의해 미축이 촉의 정보기관장이 되면서 그러한 손권의 얕은수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즉, 미축은 나의 예상을 상회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일을 하였고, 이렇게나 빨리 오의 간자를 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간자로부터 범강과 장달이 오에 포섭되었음을 알아냈으니, 이제 손권의 그러한 못된 책동은 통하지 않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