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20
20. 나, 장비에 다짐을 받다
장비는 유비로부터 우장군(右將軍), 가절(假節)로 임명되었기 때문에, 군영에서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 이는 장비의 아랫사람을 함부로 다루는 성정으로 인해 가절이 된 장비가 부하들을 더 마구 다루게 되는 요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범강과 장달은 자신들의 배반이 결국 장비의 부하를 험하게 다루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고, 장비는 그 말을 듣고는 불같이 화를 내며 범강들을 더 세게 치도록 명하였다.
“저놈들을 매우 쳐라!”
장비의 명에 따라 병사들이 범강과 장달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크헉!!”
범강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이놈들! 어서 불지 못할까? 네놈들 이외에 또 오와 내통한 놈들이 있느냐?”
장비의 다그침에 범강과 장달은 이를 악물고 반항하듯이 소리쳤다.
“우리들이 오와 내통을 한 것은 다 장군이 부덕한 탓이오! 그리고 우리 말고 오와 접촉한 이들은 없소!”
나는 범강들이 말하는 것이 거짓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지.
그리하여 나는 장비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들의 앞으로 나아가 묻기를.
“네놈들은 적국 오의 사주로 신정후(장비)가 군을 일으키면 그때에 맞춰 신정후를 죽이기로 한 것이냐?”
나의 물음에 범강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 어떻게 그것을…”
역시 그랬군…
내 예상이 맞았어.
이러한 나의 예상이 맞았음을 놈들이 시인하자 장비는 더욱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이라도 놈들의 목을 꺾어 버릴 것처럼 길길이 날뛰었다.
“뭣이 어쩌고 어째? 뭐? 네놈들이 감히 내가 군을 일으키면 몰래 나를 죽이려 해? 이놈들이 아주 오의 쥐새끼 놈(손권)에게 세뇌(洗腦) 되어 못할 말과 못 할 짓을 하려고 했구나! 오냐! 네놈들이 그런 짓을 못하도록 내가 이 자리에서 네놈들의 모가지를 사정없이 비틀어 다시는 그딴 몹쓸 말과 몹쓸 짓을 못 하게 해주마!”
이에 나는 장비를 진정시켰다.
“우장군, 진정하십시오. 아직 저놈들에게서 또 다른 배반자는 없는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어휴! 성질 뻗쳐! 어휴!!”
장비는 화를 계속 내기는 하였으나 나의 말을 따라 억지로 화를 추슬렀다.
“내 상서령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서 네놈들을 당장이라도 도륙 냈을 것이야!”
이렇게 장비를 진정시킨 나는 놈들의 앞으로 다가가 놈들을 잠시 쳐다보았다.
놈들은 나의 눈을 의도적으로 피하였는데, 이는 저놈들이 내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내 물음에 답할 때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곧바로 또 다른 배반자들은 없는지 놈들에게 재차 물었다.
“네놈들 이외에 정녕 더 배반한 놈들은 없는 것이냐?”
나의 물음에 범강들이 답했다.
“저희 이외에는 정말 없습니다…”
나는 놈들의 표정을 살폈는데 놈들은 네가 마치 제놈들의 속을 들여다본다고 느끼는지 매질을 당할 때보다 더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놈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장비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이리 말을 하였다.
[장군, 제가 저놈들의 말을 들어보고 안색을 살펴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놈들은 이미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들과 함께 오와 내통한 자가 있는지 살피는 것은 부장 왕평에게 명해 우선 부장들의 숙소를 수색하는 것으로 하십시오. 그리고 그 결과 또 다른 배신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저들에 대한 심문은 그쯤에서 끝마치고 저들을 병사들 앞으로 데리고 가 저놈들이 행한 잘못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군법대로 참형에 처하여 병사들이 경계를 삼게 하십시오.] [알겠소이다 상서령 내 상서령의 말대로 하겠소.]그리하여 장비는 즉각 부장인 왕평에게 명하여 병사들과 함께 부장들의 숙소를 수색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왕평이 부장들의 숙소를 수색한 결과 범강들과 같이 아국을 배반하고 오와 내통한 서신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장비는 곧 병사들을 모두 모이게 한 다음 그들의 앞으로 오라에 묶인 범강과 장달을 끌고 간 다음 놈들의 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혔다.
“파서군의 형제들이여! 형제들은 여기를 이놈들을 보도록 하라! 이놈들은 감히 대왕과 나를 배반하고 오와 내통한 파렴치한 역적 놈들이다! 그리하여 이놈들은 오와 내통한 데로 몰래 나를 죽이려 했으니 군법에 따라 이놈들을 참형에 처하도록 하겠다!”
그리하여 장비는 도부수들을 불러 병사들 앞에서 범강과 장달을 참하도록 명했다.
그렇게 장비는 범강과 장달을 목을 베고 그들의 수급을 군영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내 걸게 하여 병사들이 이를 보고 경계를 삼게 하였다.
장비는 이러한 조치를 즉각 취하는 것과 함께 병사들 앞에서 이번 배신자 색출은 모두 나의 공이라 치켜세웠다.
“형제들은 또한 들을지어다! 이번 범강과 장달 놈들이 배신자였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모두 여기 계신 상서령이 하신 일이다!”
장비는 그렇게 나를 띄우며, 아니 나를 이용하여 병사들에게 이러한 말을 하였다.
“파서군의 형제들이여! 형제들이 아까 모의 전투에서 보았듯이 여기 계신 상서령은 천하제일의 책사시다. 상서령은 신기묘묘한 책략을 펼치는 것은 물론, 아국을 배신하는 자들의 마음을 한 번에 들여다보는 심안(心眼)을 가지신 분이다. 하여, 상서령은 이렇듯 심안으로 오와 내통한 배신자 놈들을 그 자리에서 적발해냈던 것이다. 그리하여 상서령이 계시는 한 앞으로는 감히 누구라도 함부로 적과 내통하여 배신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장비는 나를 관심법을 쓰는 무슨 도사나 요술사(妖術師)와 같이 소개를 하였고, 병사들은 자신들의 눈으로 본 것이 있었기에 이를 전적으로 믿는 눈치였다.
“장군, 상서령! 저희들은 그저 아국과 대왕께 충성을 할 뿐입니다!”
부장들이 이렇게 선창을 하니 병사들이 이를 따라 외쳤고, 연병장은 이러한 병사들의 우렁찬 목소리로 덮였다.
장비는 나의 등을 떠밀며 병사들에게 한마디 할 것을 권유(?) 했다.
“상서령 이쯤에서 상서령이 병사들에게 한마디를 하셔야겠소이다.”
나는 그렇게 장비에게 떠밀려 병사들의 앞에 서서 한마디를 하게 되었다.
“파서군의 형제들이여. 나는 이 나라의 상서령인 법정이다. 내 나의 직책인 상서령을 걸고 그대들에게 약속하겠다. 그대들이 대왕과 장군께 충성하고 공을 세우면 상을 내릴 것이고, 죄를 지으면 벌을 내릴 것인데 그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것이다. 또한 전장에 나가 적의 수급을 많이 베는 자가 있다면 비록 병사라 할지라도 그 즉시 포상을 할 것이며 그 공이 매우 크다면 내가 대왕께 직접 고하여 장군으로 삼을 것이다.”
나의 말을 들은 파서 군 병사들이 소리 높여 외쳤다.
“상서령, 상서령의 말씀대로 행하겠습니다!!”
나는 병사들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며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장비가 병사들을 잘 조련하고 군기 또한 바짝 들어 있어서 어떠한 전장에 나가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병사들이 명을 잘 수행할 수 있겠어…’
* * *
이리하여 범강과 장달의 배신 건은 일단락 지어졌고, 나는 이를 즉시 유비에게 보고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를 장비에게 대놓고 알렸다.
“내 대왕께 이번 일을 보고드려야겠습니다.”
이는 내가 유비의 신하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상서령… 그… 그것은…”
장비는 나의 보고로 인해 유비에게 벌을 받을까 겁이 나는 모양이다.
이에 나는 웃으며 장비를 안심시켰다.
“우장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 우장군이 대왕께 벌을 받지 않도록 전후 사정을 잘 말해두겠습니다.”
“상서령이 그렇게 해준다면 고맙겠소이다.”
그리하여 이번 사건의 전후를 자세히 담은 나의 보고서는 곧 연락병에 의해 수도인 성도로 전해지게 되었다.
유비는 파서군에서 있었던 범강들의 내통 사건을 보고받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익덕 이놈이 끝내 사달을 벌이고 말았군…”
유비는 곧 장비에게 교서(敎書) 보내 앞으로 병사들을 절대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교서를 받은 장비는 꽤나 풀 죽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장비에게 유비는 하늘과 같은 존재였고, 그런 유비에게 교서를 통해서라지만 심한 꾸중을 들었으니 풀이 죽을 수밖에…
하나, 직을 강등 당한다거나 녹봉을 감하는 어떠한 벌도 받지 않았으니 이는 내가 유비에게 간언한 내용 대로였다.
장비는 나에게 교서를 보여주며 애써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상서령이 이번 일로 나를 벌하지 말라 대왕께 상신을 올렸기에 나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게 되었소이다. 상서령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오.”
나는 장비가 풀이 죽은 것이 안쓰럽기는 했지만 이참에 장비가 부하들을 함부로 다루는 것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장비의 다짐을 받기 위해 이런 말을 하였던 것이다.
“우장군, 장군은 앞으로 있을 대위 공략에서 제2군의 가장 핵심인 선봉장을 맡게 될 분입니다. 하여, 장군의 안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나, 그런 장군의 안위를 장군이 누구보다 믿어야 할 장군의 병사들이 위협을 한다는 것은 절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또한 병사들이 있어야 군대가 있을 수 있고, 그런 군대를 이끄는 지휘관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여, 제가 말씀드립니다. 장군, 앞으로는 절대 병사들을 함부로 다루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나의 이러한 요구에 장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단히 다짐을 하였다.
“알겠소이다 상서령… 그렇지 않아도 여기 교서를 보면 분명히 대왕께서 나에게 상서령이 말한 것과 같은 엄명을 내리고 있습니다. 내 대왕의 명을 따라 앞으로는 절대 휘하 장졸들을 함부로 다루지 않겠소이다.”
* * *
나는 왕평에게 즉시 장비의 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라 명하였고 왕평은 장비에게 나아가 정식으로 군례를 올리니, 장비 또한 왕평을 정식으로 자신의 직속 부장으로 임명하였다.
그리하여 왕평은 장비의 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배신자 범강과 장달 놈의 처단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표면상으로 파서군은 다시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지휘관인 장비부터 일개 병사들까지 꽤나 충격을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비는 믿고 있던 수하 부장들이 배반을 한 것이었고, 병사들 또한 자신들의 수장이자 지휘관인 장비보다 더 믿고 따르던 부장들이 배신자였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고 동요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병사들이 동요를 할 때는 지근거리에 있는 부장들이 이를 다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왕평에게 명하여 병사들의 동요를 잠재우게 하였는데, 왕평은 거의 일일이 병사들을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들어 주었으니, 병사들은 곧 왕평을 의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왕평은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 * *
그날도 왕평은 파서군의 병영을 돌며 병사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런데 병사들 중에 왕평에 눈에 낯익은 이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왕평은 그 병사에게 다가가 이리 물었다.
“아니 이게 누구인가? 효흥(孝興, 구부의 자)이 아닌가?”
그러자 그 병사가 고개를 들어 왕평을 바라보더니 놀랐지만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자균이 아닌가? 아니, 자네가 바로 새로 온 부장인가?”
“그렇다네. 그런데 어찌하여 자네와 같이 출중한 사람이 아직 병사로 있는 것인가?”
왕평의 물음에 구부는 고개를 떨구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만 언젠가는 신정후께서 나를 알아봐 주시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네…”
구부의 말에 왕평은 발끈하였다.
“그러면 안 되지. 자네처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 능력에 맞는 자리에 있어야 하는 법이네. 내가 지금 당장 윗분들께 달려가 자네를 천거하도록 하겠네!”
그리하여 왕평은 그 즉시 나에게 달려와 구부를 천거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