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21
21. 나, 명장 구부 발탁
파서군의 지휘소에서 장비와 나는 상용 공략에 대한 전술을 은밀히 논의하고 있었다.
“음…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적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과 장소를 공격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장군. 역시 장군은 실전에 강하시기 때문에 무슨 작전인지 금세 파악하시는군요.”
나의 칭찬에 장비는 기분이 좋아졌다.
“하하하, 상서령께서 그리 칭찬을 해주시니 기분이 참으로 좋소이다!”
그때였다.
전술을 논의하기 위해 주위에 아무도 들이지 않도록 하였는데 밖에서 급히 왕평이 우리를 만나기를 청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장군, 상서령, 왕 부장이 두 분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왕평이?”
장비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장비는 지난 모의 전투에서 보여준 왕평의 탁월한 지휘 능력에 반해 있었다.
거기다 병사들이 그를 잘 따르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장비는 왕평을 전적으로 신임하고 있었다.
한데 왕평이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 하니 장비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나는 장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장비는 곧 왕평을 안으로 들이게 하였다.
왕평은 안으로 들어와 군례를 올렸고, 장비는 어서 일어서라 말하며 우리를 찾은 연유를 물었다.
이에 왕평이 고하였다.
“예, 장군. 다름이 아니라 저와 같은 고향 출신인 구부라는 자가 있는데 그 능력이 출중하여 제가 감히 장군과 상서령께 그 자를 천거하려고 합니다…”
“구부?”
장비는 뜬금없는 왕평이 듣도 보도 못한 자의 이름을 언급하며 천거하자 그 이름을 반문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장군…”
“그 구부라는 자가 작금 어디 소속인가?”
장비의 물음에 왕평이 답했다.
“예, 장군 작금 구부는 이 파서군의 병사로 있습니다.”
여기서 장비의 평소 아랫사람을 하찮게 보는 못 된 습성이 다시 재발하였다.
“뭐라? 일개 병사라고? 그런 일개 병사가 무에 능력이 있다고 바쁜 나에게 천거를 하는 것인가?”
나는 장비의 이런 언사를 보면서, 사람의 본성은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렇다면 내가 나설 수밖에…
“왕 부장, 왕 부장이 천거할 정도면 상당한 능력을 가진 사람일 것 같은데 구부의 능력은 어떠한가?”
나의 물음에 왕평이 정성스럽게 답하였다.
“예, 상서령. 저는 구부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보고 자랐습니다. 어릴 적 전쟁놀이를 할 적에도 구부는 누구보다 용감하였습니다. 또한 웬만한 것에도 동요하지 않는 성정을 가지고 있는 데다 누구보다 너그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군… 잠깐 구부라고 했는가?”
“예, 상서령 왜 그러십니까?”
그러고 보니 구부는 연의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장수이지만 정사에는 꽤 중요한 장수였던 것 같다.
내가 일전에 정사를 보았을 때 구부의 이름을 본 적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었다.
거기에 보면 구부에 대한 평을 이리 하고 있었다.
정사 왕평전에 따르면 구부는 충성스럽고 용맹한데다 너그럽고 덕까지 지닌 덕장이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전장에 나아가 수차에 걸쳐 전공을 세우니 그 명예와 작위는 왕평에 버금갔고, 그 직은 좌장군에 이르렀다고 한다.
구부는 왕평과 같은 익주 파서군 한창현의 사람으로 제갈량의 북벌에 수시로 참가하여 전공을 세웠기에 왕평 다음가는 작위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나중에 장익과 요화가 대장군이 되었을 때 당시 뭇사람들이 평하기를 ‘전에는 왕평과 구부가 있었다면 후에는 장익과 요화가 있구나’라고 말하였다는 것이다.
‘그래 생각났어! 구부라면 촉의 명장 중 한 명인데!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되는 것인가?’
나는 작금 촉의 인재가 부족한 마당에 좋은 장수를 얻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즉시 왕평에게 구부를 데려오도록 명하였다.
“왕 부장이 그 정도로 보증을 하는 것을 보니 뛰어난 인재가 분명할 것 같군. 좋네! 왕 부장 어서 구부를 데리고 오게!”
내가 이리 명하자 왕평은 기쁜 표정으로 포권을 취하며 즉시 나의 명을 따랐다.
“예, 상서령! 당장 구부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왕평이 지휘소를 나서자, 장비는 고개를 저으며 나에게 물었다.
“아니, 상서령 일개 병사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직접 보자고 하시는 것입니까?”
“우장군, 장군도 왕 부장의 능력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구부는 그런 왕 부장이 보증하는 자이니 분명 출중한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인재를 얻기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정녕 왕평이 말한 대로 구부가 탁월한 자라면 즉시 발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 * *
잠시 후…
왕평이 구부를 데리고 지휘소로 들어왔다.
구부는 일개 병사였기 때문에 처음으로 지휘소에 들어온 데다 지휘관인 장비, 그리고 지난번 연병장에서 보았던 그 신비한 능력을 지닌 책사이자 상서령인 나 법정을 보고는 즉시 군례를 올리며 인사를 올렸던 것이다.
장비는 구부를 보면서 심드렁한 표정이었으나 나는 곧 구부를 일어나라 명하며 이리 말했다.
“어서 일어서게. 자네가 바로 왕 부장이 그토록 능력이 뛰어나다 칭찬한 구부라는 사람이군…”
구부는 왕평이 우리의 앞에서 자신을 높이 평했다는 말을 듣고는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뛰어난 자가 아닙니다.”
이에 왕평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상서령 효흥(구부의 자) 이 사람은 원래가 겸손한 사람입니다.”
“그렇군…”
나는 그러면서 왕평을 향해 구부를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하라 명하였다.
“예, 상서령 그러면 소장이 말씀 올리겠습니다. 여기 이 사람의 이름은 구부로 자는 효흥으로 저와 같은 이곳 파서 한창현의 사람입니다.”
왕평의 구부 소개에 장비가 구부를 다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능력이 뛰어나다니 무슨 능력이 있는 것인가?”
장비의 약간은 빈정거리는 물음에 왕평이 구부 대신 대답하였다.
“효흥은 저보다 더 침착한 사람으로 어떠한 위험한 전장이라도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휘하 병사들을 이끌고 전열(戰列 전투에서의 대열)을 지킬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지…
전장에서는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고 어떠한 위험이 닥쳐들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하여 무슨 상황이라도 전열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만약 당황하여 전열이 무너지게 되면 그쪽은 바로 아군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적의 집중된 공격이 그곳으로 향하게 됨을 의미한다.
또한 전열을 지키는 것은 패배할 때가 더 중요한 데, 패하더라도 아군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열을 계속 지켜 적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천천히 군을 물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만약 전열이 무너지게 되면 아군은 몰살에 가까운 패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전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원 역사에서 왕평이 보여준 일이 많았는데, 특히 마속의 등산으로 패하게 된 제갈량의 1차 북벌을 보면, 마속의 치명적인 실수로 패하게 된 가정 전투에서도 왕평은 수백의 병사들을 이끌고 끝까지 적장 장합의 대군에 맞서 싸우며 전열을 유지하였기에 그나마 촉군의 피해가 덜 할 수 있었다.
나는 구부가 왕평 못지않은 담대함과 침착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구부를 바라보았다.
구부는 처음에는 조금은 당황한 듯 하였으나, 곧 평정을 찾았고 나의 눈빛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역시 왕평의 말이 맞는 것 같군… 지난번 연병장에서 장비가 파서군의 전병사를 모아두고 나를 가리켜 심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였기에 병사들은 내가 분명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 나를 보면 두려움을 느끼는데, 구부는 나의 눈을 보고도 동요를 하지 않는 것을 보니 과연 왕평의 말대로 원래부터 타고난 침착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이어서 왕평은 구부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점이 있는 것을 하나 더 강조하였는데 그것은 왕평의 약점과도 관련 있었다.
“저… 그리고 효흥은 저보다 뛰어난 것이 또 있는데 그것은 바로 효흥은 글씨를 읽을 줄 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왕평은 구부를 위해서 자신의 약점인 난독증을 말하였으니, 그만큼 구부를 천거하는데 왕평은 진심이었다.
장비는 그때까지 왕평이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몰랐다.
왜냐하면 장비가 왕평에게 간혹 경전이나 병서의 구절을 시험하듯 물어보면 막힘없이 이야기했기에 설마 왕평이 난독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장비는 왕평을 보며 따지듯이 물었다.
“왕 부장 자네 글씨를 읽지 못하는가?”
장비의 추궁과 같은 물음에 왕평이 고개를 떨구며 답하였다.
“예… 장군…”
여기서 내가 또 나서지 않을 수 없군…
“우장군, 왕 부장이 비록 글씨를 읽는데 어려움이 있으나 어떠한 어려운 경전이라도 한번 들으면 그 뜻을 금시에 깨닫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여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는 지난번 모의 전투에서 명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왕 부장에게는 글자를 읽어주는 충실한 하인이 항상 동행하고 있으니 왕 부장의 난독은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나의 이러한 꽤 긴 설명을 듣고는 장비는 수긍을 하였다.
“그렇군요… 나는 왕 부장이 내가 묻는 구절을 막힘없이 해석하는 것을 보고는 당연히 글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그 구절들을 듣고 외었다는 말인데… 그런 뛰어난 암기력이 오히려 더 대단한 것 같소이다.”
그렇게 장비는 왕평이 뛰어난 암기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더 감탄하는 눈치였다.
어찌 되었건 왕평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서라도 구부를 천거하고자 하니 왕평의 노력이 참으로 가상하지 않은가.
하나 왕평의 노력은 노력이고, 실제 구부가 능력이 있는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터.
나는 주위를 물려 지휘소에 나, 장비, 왕평, 구부만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는 탁자 위에 커다란 한지를 펼치고는 붓을 들어 예의 일필휘지의 신들린 솜씨로 지도 한 장을 빠르고도 세밀하게 그렸다.
장비는 지난번 나의 품에서 나온 대전략 지도를 보고도 놀랐지만, 내가 아무것도 없는 종이 위에 마치 눈으로 보고 그리는 것 같은 상세한 지도를 그려대자 눈이 커질 대로 커지며 놀라고 말았다.
“사… 상서령 이… 이것은?”
왕평 또한 이미 나의 이러한 능력을 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구부는 오늘 윗분들을 직접 뵈는 것도 놀라운 데 나의 이러한 범인은 상상도 못하는 능력을 보고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지도를 그리는 것을 모두 마치고서 붓을 내려놓았다.
장비는 즉시 지도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 여기저기를 살피며 감탄을 하였다.
“이 지도는 지난번 나에게 보여준 그 지도보다 한중과 상용의 산세와 길이 더 자세히 나와 있군요. 어떻게 이리 눈으로 보는 것 같이 세세할 수 있는지… 역시 상서령은 천하의 기재시구려!”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나는 그렇게 장비의 칭찬에 웃으며 답하고는 곧 구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 자네에게 묻겠네.”
구부는 포권을 취하며 나에게 말했다.
“예 상서령. 소인에게 무엇이든 하문하소서.”
“이 지도는 만약 아군이 상용을 도모할 경우를 상정한 지도이네. 자네가 만약 지휘관으로서 상용을 공략한다면 어찌할 텐가?”
나는 이렇게 구부에게 만약 아군이 위의 영토가 된 상용을 노리게 된다면 어떠한 전술을 써야 할지 물었고, 장비와 왕평 등은 구부가 어떠한 답을 내놓을지 궁금해하였다.
나 또한 구부의 답변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구부는 한참 동안을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향해 포권을 취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그리고 그 답변은 내가 생각하는 작전과 거의 대동소이하였기에 나는 속으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왕평이 보증하고 원 역사에서도 입증되어 있는 것처럼 구부는 뛰어난 자로군…’
하나, 나는 크게 그러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구부에게 말했다.
“음… 그 정도면 됐네… 참으로 괜찮은 전술을 말했네.”
“과찬이십니다 상서령.”
나는 그 즉시 지도를 들어 예의 그랬던 것처럼 화로에 넣어 태웠고, 장비는 이를 아까워했다.
“저… 저 아까운 지도를…”
나는 그런 장비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이리 권하였던 것이다.
“우장군, 구부는 왕 부장의 보증대로 뛰어난 사람이니 어서 장군의 부장으로 발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