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25
25. 조비의 제위 찬탈
서량의 강족과 저족의 특징은 한족 중에서 자신들과 가까운 장군이 나오면 전적으로 지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까운’이란 혈연적으로나 아니면 함께 생활하며 친해진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량의 강족과 저족은 여전히 마초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있었기에 마초가 유비의 선봉장이 되어 군을 일으키게 되면 그들은 가장 먼저 호응하여 아국의 편이 될 것이다.
아무튼 나의 말에 마초는 어느 정도 기운을 차렸다.
“상서령께서 그리 말해주니 당장이라도 서량의 기병을 이끌고 역적들을 박살 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서 마초는 유비를 향해 군례를 올리며 이리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대왕, 신 좌장군 마초 대왕께서 그동안 주신 한없는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몰랐습니다. 한데, 대왕께서 상서령이 입안한 대전략을 실행하신다면 신은 대왕의 선봉장으로서 서량을 함락하고 이어서 북쪽의 역적들을 격파할 것입니다!”
유비는 마초의 다짐에 크게 기뻐하였다.
“좌장군이 그리해준다면 과인의 근심 걱정이 일 거에 해소될 것이오! 과인은 아군의 제1 목표인 서량 공략에 대해 오로지 좌장군만을 믿겠소!”
“소장, 대왕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비는 예전의 기세를 되찾은 마초를 보며 한없이 기뻐하면서 마초에게 서량의 공략을 부탁하였던 것이다.
* * *
이어서 나는 제갈량과 함께 제1, 2군의 준비 상황에 대해 서로 확인을 하면서 유비에게 설명을 하였는데 제갈량의 배려로 내가 먼저 2군의 준비 상황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유비에게 2만 병마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던 것이다.
“… 그렇게 제2군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2군은 우장군의 1만 파서군이 선봉을 맡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 대왕께서 2만 병마를 지원해 주신다면 총 3만 대군으로 상용 전역을 노리게 될 것입니다.”
유비는 나의 2만 병마의 지원 요청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과인 따로 훈련시킨 3만 정병 중 2만을 상서령의 제2군에 편재하도록 하겠소.”
“황공하옵니다 대왕.”
유비는 관우의 복수를 위해 친위군을 양성하였는데 그 수가 무려 3만이나 되었다.
그 3만 중 절반을 훨씬 상회하는 2만 병마를 내준다는 것은 그만큼 유비의 나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다 상용을 공략하여 맹달을 잡게 된다면 그것은 관우의 복수도 일부 하는 셈이니 유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2만을 내어주는 것이었다.
대신 유비가 이끄는 친위 정예부대인 백이병을 포함한 1만 정예는 그대로 유비를 수호하며 이번 북벌에 나서게 될 터였다.
여기서 잠깐 백이병에 대해 말하자면, 익주 일대에 거주하고 있던 소수민족 중 이족(彛族)이 있었는데 이들 이족의 병사들은 소과의 야크의 꼬리털로 만든 투구 깃털 장식을 하고 야크의 털로 꾸민 갑옷을 입어 이를 백이병(白彛兵)이라 불렀던 것이다.
이러한 백이병은 이족의 병사뿐만 아니라 유비가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합류하게 된 병사들도 포함이 되어 있어서 여러 지역 병사들의 혼합 부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유비의 친위부대였다.
유비의 친위부대였지만 따로 부르는 명칭이 없었으나, 유비가 입촉을 한 이후에는 익주 병사들과 익주의 소수민족인 이족의 병사들까지 합류하게 되었고, 이족의 갑옷 장식 방식을 친위부대가 채택하게 되면서 백이병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비의 최강 친위부대인 백이병단을 이끌던 주요 인물들은 조운(조자룡)과 촉의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용장인 진도가 있었다.
내가 먼저 이렇게 제2군의 준비상황을 말하고 유비로부터 2만 병력을 할당받은 후, 제갈량이 이어서 제1군의 준비 상태를 설명하였다.
나는 제갈량의 설명을 들으며 감탄을 하였는데 그것은 그 짧은 기간에 이미 많은 부분을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제갈량이야… 원 역사에서도 유비가 이릉에서 대패하며 수많은 병력과 인재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몇 년 만에 이를 복구하고 정예 병력을 길러 북벌에 나서는 저력을 보여줬지. 오늘 제갈량의 설명을 들으니 그것이 실제였던 것이 이해가 되는군…’
옆에서 제1, 2군의 준비상황을 처음으로 듣게 된 마초는 그저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였다.
“이야…! 이렇게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아휴…! 지난날 내 곁에 군사와 상서령 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내가 그때 조조를 죽였을 것인데…”
그렇게 마초는 한탄에 가까운 아쉬움을 드러내더니 유비를 향해 포권을 취하며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대왕께서는 천하의 책사와 기재를 다 가지고 계시니 분명 북쪽의 역적을 물리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유비는 마초가 빈말이라도 이리 말을 해주자 한껏 기뻐하였다.
“하하하! 좌장군이 그리 말해주니 과인은 그저 기쁠 뿐이오!!”
이렇게 아군의 북벌 준비는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 * *
나는 유비와 제갈량 등에게 이제 조비의 찬탈이 머지않았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으나, 실은 그때까지 약 한 달의 기간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음력과 양력 차 때문이었는데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양력 기준이고, 실제 역사에서 사건이 일어난 시기를 음력으로 기술하였으니, 음력과 양력 사이에 약 한 달 반의 시간 간격이 있었던 것이다.
하나 이 기간도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벌써 10월 말이 지나가고 11월에 진입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나는 성도와 파서를 오가며 제2군을 준비하였으니 나는 나의 몸이 두 개였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성도와 파서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이리라…
그리고 마침내 때가 다가왔고, 강북에서는 천하를 경악하게 하는 변고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 * *
서기 220년 12월 초, 위나라 허도.
위나라에서는 화흠, 왕랑, 가후, 유엽 등 문무백관 수십여 명이 연일 대전으로 들어 헌제를 알현하고 조비에게 선위할 것을 협박하고 있었다.
특히 화흠은 모질게 황제를 겁박하였다.
“폐하, 위왕의 인자함은 사해를 덮고도 남으며 천하 백성들은 위왕의 덕을 흠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왕은 요순에 버금가는 태평성세를 구가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도 위왕의 치세를 축하하여, 용봉(龍鳳, 용과 봉황)이 날아들게 하고 기린이 내려왔습니다. 이는 쇠망한 한을 대신하여 새로이 위왕이 황위에 오를 것을 권하는 하늘의 명이니 폐하께서는 어서 위왕에게 선양을 하십시오!”
이러한 신하들의 반협박에 헌제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들은 짐의 신하들이 아닌가? 경들은 어찌하여 짐을 겁박하여 제위를 찬탈하려 하는 것인가?”
이에 화흠 등은 헌제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더 강하게 밀어붙이니…
“폐하 찬탈이라니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미 신 등이 수차에 걸쳐 말씀 올리지 않았습니까. 이미 하늘의 뜻은 폐하께서 위왕에 선양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더 이상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마십시오! 만약 폐하께서 계속 천명을 거부하신다면 천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헌제는 자신들을 겁박하는 신하들을 바라보며 기가 막힌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짐이 조비에게 선양을 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선양을 하지 않는다면 짐을 시해할 수도 있다는 협박이 아닌가…’
“아… 알겠소… 내 경들의 간언을 받아들여 위왕에게 선양을 하도록 하겠소.”
드디어 헌제로부터 선양의 약속을 받아낸 화흠 등은 만면에 함박웃음을 띠면서 헌제에게 크게 절을 올리며 외쳤다.
“폐하, 참으로 영명하신 판단이옵니다!”
그렇게 헌제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조비에게 선양(禪讓, 혈통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에게 황위나 왕위를 물려주는 행위)을 하게 된 것이었다.
서기 220년 12월 10일(음력 10월 28일), 헌제는 허도(허창) 번양의 수선대에서 조비에게 제위를 넘기게 되었다.
조비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이러한 선양이 찬탈이나 마찬가지임을 알았는지 백성들이 모르게 새벽에 몰래 식을 거행하였다.
헌제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눈을 붙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병사들을 이끌고 대전으로 들이닥친 화흠에 의해 강제적으로 선양 의식을 위한 복장을 하게 되었다.
화흠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수선대로 향하게 된 헌제는 대낮처럼 주위를 밝히고 있는 횃불 아래 이미 만조백관이 도열해 있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수선대 아래에는 이미 선양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조비가 보였다.
어느새 헌제의 눈에는 굵은 물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헌제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하늘을 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한탄의 말을 내뱉었다.
“정녕 한의, 짐의 신하는 없는 것인가?”
화흠이 헌제의 이런 작은 탄식을 들었는지 헌제를 무섭게 째려보았다.
헌제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였고, 다시 어렵게 걸음을 내디뎌 수선대 위로 향하였다.
수선대에 오르자 선양 의식이 곧 진행되었고, 헌제는 화흠 등이 작성해서 들려준 선양책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나갔다.
“한왕조는 고조께서 개창하신 이래 400여 년이 흘렀도다. 자고로 천하는 흥망성쇠를 하면서 순환하는데 이미 한왕조는 쇠하여 천하의 질서가 무너지게 되었고, 이에 사방에 도적이 창궐하고 흉악한 무리들이 역모를 저지르며 천하는 더욱 혼란하게 되어 천하 만백성은 도탄에 빠지게 되었느니라. 이에 위왕은 2대에 걸쳐 짐과 이 강산을 구하고 천하를 다시 안정시켰으니 그 덕이 사해에 떨치게 되었도다. 하늘에서는 이러한 위왕의 업적을 기리며 용과 봉황을 내려보내니 이는 하늘이 짐에게 위왕에게 제위를 선양하라는 명일 것이다. 하여, 오늘 짐은 하늘의 명에 따라 위왕에 선양을 할 것이니 위왕은 앞으로 나와 천명을 받들어 제위에 오르도록 하라…”
이에 조비는 선례대로 세 번의 거절을 한 연후에 헌제로부터 옥새를 건네받았다.
이리하여 황위에 오른 조비는 헌제가 앉았던 용상에 앉았고 제위를 찬탈당한 헌제를 강등시켜 산양공에 봉하였다.
헌제는 너무나 상황이 황망하여 정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조비가 헌제를 산양공에 봉한다는 명을 내리는데도 헌제는 수선대에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조비는 여전히 수선대의 단위에 서 있는 헌제를 보더니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화흠을 향해 손짓을 하였다.
그러자 이번 조비의 제위 찬탈의 주부인 화흠이 조비의 명을 받들어 병사들에게 명하여 헌제를 수선대 단 아래로 끌어내리고는 헌제를 강제로 무릎 꿇렸다.
“이… 이놈들… 이게 무슨 짓이냐!!”
헌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저항을 하였으나 자신의 목소리가 통할 리 만무하였다.
화흠은 헌제에게 나아가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폐하께서 이미 그대를 산양공으로 봉하셨는데 어찌 폐하의 황은에 감사를 드리지 않는 것이오!”
헌제는 이제 정말 한나라의 사백여 년 사직이 마감됨을 느끼며 비통한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화흠은 헌제가 눈물을 쏟을 시간도 주지 않았다.
“어허! 어서 폐하의 황은에 감사를 드리라니까 산양공은 무얼 하는 것이오?”
그리하여 헌제는 억지로 두 손을 모아 조비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절을 하였다.
“폐하의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조비는 헌제와 말도 섞기 싫었는지 또다시 화흠에게 손짓을 하니, 화흠은 조비의 명에 따라 즉각 조치를 취하였다.
“폐하의 명이시오! 산양공은 당장 임지인 산양으로 떠나도록 하시오!”
그렇게 헌제는 산양으로 강제 유폐를 당하게 되었는데 헌제는 산양으로 끌려가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놓치려 하지 않았다.
헌제는 서쪽 하늘을 보면서 누군가를 떠올렸는데 그것은 바로 한중왕인 유비였던 것이다.
‘황숙! 어서 대군을 이끌고 와 저 역적 놈들을 처단하고 짐을 구해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