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26
26. 조비의 찬탈이 전해진 촉
이렇게 서기 220년 12월 10일(음력 10월 28일) 조비가 헌제에게서 제위를 찬탈한다.
제위를 찬탈한 조비는 국호를 대위(大魏), 연호를 황초(黃初)로 정하고 수도인 허도를 허창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비의 제위 찬탈이 백성들에게 알려진 것은 며칠이 지난 후였다.
사백여 년 길고 긴 한 왕조가 이리도 허무하게 끝났다는 것을 백성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조비의 찬탈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 못하였으나 백성들은 모이기만 하면 이를 이야기하며 알게 모르게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 * *
220년 12월 하순, 촉 성도.
이때쯤 나는 강북에서 소식을 기다리며 제2군의 상용 공략에 대한 준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마량의 집무실을 직접 찾아가 제2군의 병참 담당인 마량과 함께 보급 문제를 상의하고 있었다.
특히 나는 마량과 군량 수송 문제를 상의했는데 만약 예정대로 아군의 대군이 북벌에 나서게 된다면 아군의 기동이 겨울철에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군량 보급이 수월하지 않을 것을 마량은 크게 걱정하였다.
“상서령, 대왕께서 북벌에 나서시게 되면 아무리 봄 가을철이라도 보급선이 너무나 길어지고 거기다 제1군의 경우 잔도를 거쳐 보급을 해야 하기에 제때 보급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입니다. 이는 우리 제2군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한 겨울에 북벌이 시작된다면 보급 문제는 더욱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 또한 마량의 말에 동의를 하였다.
“마 복야의 말이 맞소. 아국은 적이 쳐들어오기도 힘들지만 밖으로 공격 나가기도 힘든 형상을 하고 있소. 내가 매번 강조하는 것이지만 전쟁에서 보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아군의 패배로 직결되는 것이오. 하여, 보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쟁의 승리 조건의 첫 번째 요소라 할 수 있소.”
마량은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내 표정을 조심스레 살피더니 내가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나에게 넌지시 질문을 하기를.
“송구하오나 제 생각에는 상서령께서 이 보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마량의 말에 너털웃음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이제 마 복야가 내 속을 다 들여다보는 것 같구려. 맞소! 완전한 해결 방안은 아닐 것이나 나 나름대로의 방안이 있소.”
“그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재촉하는 마량의 물음에 곧바로 대답했다.
“육포요.”
나의 대답에 마량은 ‘아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군요! 육포라면 식량 보급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랬다.
보급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군량 보급의 문제일 것인데, 나는 이것을 육포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나는 그리하여 마량에게 익주의 소과 동물인 야크 고기로 만든 육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라는 명을 내렸다.
“마 복야, 육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도록 하시오.”
“예, 상서령 바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아군 병사들 특히, 우리 제2군의 병사들은 육포를 뜯으며 행군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와 마량이 보급 문제를 상의하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급히 나를 찾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서령! 보고입니다! 상서령 급한 보고입니다!”
‘급보라면 분명 조비의 제위 찬탈인가?’
그리 생각한 나는 즉시 연락병을 안으로 들이라 명했다.
“어서 안으로 들라!”
전령은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와 군례를 올리며 미축이 보낸 서신을 나에게 건넸다.
나는 서신을 펼쳐 보았다.
과연 거기에는 지난 12월 10일 조비가 마침내 제위를 찬탈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국 조비가 대역을 저지르고 말았구나!”
내가 이리 탄식을 하자, 마량이 나에게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상서령, 조비가 대역을 저지르고 말았다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에 나는 미축이 보낸 급보를 마량에게 건넸다.
마량은 내가 건넨 급보를 펼쳐보고는 곧 경악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이럴 수가!! 감히 조비가… 그 역적이 천자를 폐위하고 제놈이 제위를 찬탈하는 천인공노할 역모를 저지르다니!!”
마량 또한 한나라의 선비였기에 조비의 제위 찬탈 소식을 접하자 분노를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조비의 제위 찬탈이라는 역모 소식이 촉에 전해지기까지 약 보름의 시간이 걸렸다.
원래대로 조비의 찬탈 소식이 알려진다면 당시 삼국의 교통 사정을 고려하여 적어도 한 달이 걸릴 것이나, 미축이 미리 가동한 정보망 덕에 약 보름 만에 촉의 수도 성도로 이러한 좋지 않은 급보가 전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허도(허창)에서는 아예 헌제가 붕어하였다면서 하얀 상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허창의 분위기는 뒤숭숭할 터였다.
한데 미축의 급보에는 내가 당부했던 사항이 나와 있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헌제의 안위였는데 급보에는 헌제의 폐위는 나와 있으나 헌제가 현재 무사한 것인지 그리고 무사하다면 어디로 유폐가 되었는지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야 역사를 알기에 헌제가 산양으로 유폐가 된 것을 알고 있지만 아국의 정보기관장인 미축이 파악하여 정식으로 보고가 되어야 촉의 유비를 포함한 군신들이 헌제가 살아있음을 믿을 터였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아차! 지난번 미축에게 헌제의 안위를 살피라 당부를 할 때 혹시 산양으로 유폐를 당하게 될 수도 있으니 이를 주시하라 말해둘 것을 잘못하였어. 지난번 미축이 오나라의 간자들을 단번에 적발하는 것을 보고 미축의 정보망을 너무도 과신한 것이 문제였어. 내가 조비라도 헌제를 백성들 몰래 산양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유폐시켰을 테니 이를 미축이 알아내는 것은 좀 더 시간이 흘러서야 가능하겠지.’
그런 생각을 한 나는 즉시 미축을 만나 산양에 장사꾼들을 보낼 것을 말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미축은 나보다 빨리 유비와 제갈량에게 조비의 제위 찬탈을 알렸던 것이니…
이것이 촉 내부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 * *
세상에 뜻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아무리 계획을 잘 짜고 준비를 하더라도 한두 가지 위기는 오게 마련이다.
바로 내가 기획한 유비의 북벌 또한 그런 과정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미축을 만나기 위해 마량의 집무실을 나서고 있을 때, 저기서 나의 주부인 구부와 미위가 나에게 달려와 급히 알리는 것이었다.
“상서령 여기 계셨군요. 상서령 들으셨습니까? 강북에서 역적 조비가 폐하를 시해하고 제위를 찬탈하는 역모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나는 내가 제일 먼저 미축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거기다 헌제가 시해를 당했다니…
어디서 그런 잘못된 정보가 함께 보고가 된 것인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축의 아들인 미위에게 먼저 물었다.
“미 주부 자네가 안한장군께 비보를 전해 들은 것인가?”
나의 물음에 미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상서령…”
“그러면 자네들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가?”
나의 물음에 구부가 답했다.
“예, 상서령 저희들은 대전에서 보낸 태감을 통해 비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태감에 따르면 이미 오전에 안한장군이 대왕께 보고를 올렸고, 대왕께서는 대행황제(大行皇帝 붕어한 황제)께서 승하하셨다는 소식을 들으시고는 크게 통곡하시며 잠시 혼절을 하셨다고 합니다.”
나는 유비가 혼절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크게 놀라 구부에게 소리쳤다.
“아니! 그 이야기를 왜 지금 전하는 것인가?”
이에 구부가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대왕의 곁에 계시던 군사 장군께서 급히 태의를 불러 대왕을 치료하게 하였고, 그와 함께 대왕의 혼절을 대전 밖으로 알리지 못하도록 잠시 조치를 취하였다고 합니다.”
‘유비의 곁에 제갈량이 있어서 제때 조치를 취하였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로군…’
나는 구부에게 지금 유비의 상태는 어떠한지 물었다.
“대왕께서는… 지금 대왕께서는 정신을 차리신 것인가?”
나의 물음에 역시 구부가 답하였다.
“예, 상서령. 그렇지 않아도 대왕께서 정신을 차리시고는 급히 상서령을 부르셨고 이렇게 저희들이 상서령을 모시러 온 것입니다.”
“알겠네. 그렇다면 어서 대전으로 가야겠군…”
그렇게 나는 급히 대전으로 향하게 되었던 것이다.
* * *
대전 앞에 도착하니 안절부절못해 하며 나를 기다리던 태감이 나를 맞이하였다.
“상서령, 어서 오십시오! 대왕께서 급히 상서령을 찾고 계십니다!”
“대왕께서는… 대왕의 옥체는 별 탈 없으신 것이오?”
나의 물음에 태감은 유비의 명을 전할 뿐이었다.
“대왕께서 군사 장군과 상서령만을 따로 만나신다고 하시니 어서 들어가 보십시오.”
그리하여 나는 대전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하얀 상복 입은 유비가 용상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역시 상복을 입은 제갈량이 있었다.
나는 급히 유비에게 인사를 올리며 유비를 살폈는데 방금 전까지 혼절해 있던 사람치고는 혈색이 나쁘지 않았다.
“대… 대왕 잠시 혼절을 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왕 괜찮으신 것이옵니까?”
나의 이러한 걱정에 유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안심시켰다.
“과인은 괜찮소. 역적 조비가 제위를 찬탈하고 대행황제를 시해하였다는 비보(悲報)를 듣고 잠시 과인이 정신을 잃었을 뿐이오. 지금은 과인이 기운을 차렸으니 상서령은 안심하도록 하오.”
“예, 대왕…”
그러면서 나는 유비에게 한 가지 용서를 빌었다.
“대왕, 신이 대왕께서 잠시 옥체가 미령(靡寧) 하시다는 급보를 전해 듣고 너무나 황망하여 미처 대행황제를 기리는 상복을 입지 못하였나이다. 신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아니오. 상서령도 대행황제의 비보를 듣고 얼마나 놀랐을 것이오. 거기다 과인이 정신까지 잠시 잃었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당연히 정신이 없었을 터이지…’
그러면서 유비는 나와 제갈량을 따로 부른 이유를 말하였다.
“과인이 이리 군사와 상서령을 따로 부른 것은 상서령의 예언대로 정녕 북쪽의 역적 조비가 대행황제를 시해하고 제위를 찬탈하였기 때문이오. 하여, 과인은 이후 아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두 고굉지신(股城之臣)과 허심탄회하게 상의를 하고자 하오.”
나는 유비의 말을 듣고는 그것이 상의할 필요가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일전에 여러 번 조비가 제위를 찬탈하게 되면 즉시 대군을 일으켜 천하의 역적인 조비를 치기로 다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째서 유비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것 같지…?’
이러한 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유비에게 작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전에 나의 대전략대로 어서 유비가 대군을 이끌고 북벌에 나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려 하였다.
그런데 제갈량이 먼저 나보다 선수를 치며 이렇게 유비에게 권하는 것이 아닌가!
“대왕! 역적 조비가 대행황제를 시해하여 작금 천하에는 천자가 공석이 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역적 조비가 제위를 찬탈하여 한 황실의 맥이 끊기게 생겼으니 응당 한중왕인 대왕께서 제위에 오르셔서 한을 계승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