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35
35. 황충의 아들 황서 등장
나는 상용 공략에 들어가기 전 꿈을 꾸었다.
꿈은 법정의 기억을 토대로 한 꿈이었는데 그것은 마치 내가 직접 겪었던 것처럼 생생하기만 하였다.
[법정의 꿈]꿈속으로 들어간 나는 예전 법정의 모습으로 분해 있었고 내 옆에는 맹달이 있었다.
지난날 나와 동향 사람인 맹달이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 익주로 향하는 상황이었다.
맹달이 나에게 이런 다짐과 같은 말을 하였다.
「효직, 천하의 기재인 그대가 계책을 내고 내가 그대의 계책대로 군을 이끈다면 격파하지 못할 적이 없을 것이오!」
나는 맹달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정녕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소.」
그러면서 나는 맹달과 다음과 같은 굳은 맹서를 하였다.
「자경, 우리가 비록 삶이 곤궁하여 어쩔 수 없이 익주로 들어가지만, 익주목인 유장의 밑에서 성실히 일하게 된다면 분명 우리의 능력을 금시에 유장이 알아보고 분명 우리를 크게 쓸 것이오. 그리고 우리가 익주에서 이름 날리면 언젠가 천하를 위해 우리를 크게 쓰는 분이 있을 것이오. 그때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그대의 말대로 나는 계책을 내고 그대는 나의 계책대로 군을 이끌고 천하의 적들을 섬멸시켜서, 반드시 천하를 안정시켜 만백성이 태평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합시다!」
「하하하! 우리 반드시 그럽시다 효직!」
그렇게 꿈은 나와 맹달은 의기투합하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나는 꿈을 꾸고 일어났는데 이것이 내가 꾼 꿈인지 아니면 법정이 꾼 꿈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로 온 이후 나는 어느새 자연스레 나 자신을 법정으로 칭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런 법정의 옛 기억이 마치 내가 직접 겪은 일인 것처럼 생생하기만 했던 것이다.
나는 이 꿈을 꾸고 난 뒤 갑작스레 현생에서 나의 친한 친구인 영훈을 눈앞에서 사고로 잃은 기억이 떠올랐다.
억지로 잊고 있었던 그 끔찍한 기억이 갑작스레 소환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 * *
나는 그렇게 한참을 주검이 된 맹달을 끌어안고 통곡을 하였다.
전쟁의 비극이 바로 이런 것이다.
동족이 싸우고, 형제가 싸우고, 친우가 싸우고…
이러한 비극이 없으려면 처음부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야만 사람 간 벌어질 수 있는 모진 비극이 되도록 적게 발생하는 것이다.
작금 유비가 역적 조비의 토벌에 나섰으니 꽤나 오랜 전쟁이 이어질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다 발휘하여 최대한 빨리 유비가 조비를 토벌하고 이어 강남의 손권까지 격파하여 반드시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게 할 것이다.
그것만이 나와 같은 꿈을 꾸던 친우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는 길이고, 또한 내 꿈이기도 만백성의 평안을 이루는 일일 터였다.
적의 구원군이 오지 않음을 확인한 장비가 입성을 하여 내가 맹달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을 보았다.
장비의 입장에서는 관우를 제때 구원하지 않은 맹달이 죽일 듯이 미울 것이나, 맹달이 나의 친우인 것을 그도 알기에 그저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보았다.
이렇게 내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 것은 현생에서의 경험과 그리고 법정의 기억이 나의 것과 마찬가지가 되면서 나도 모르게 맹달의 죽음에 과잉반응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감정을 추스르고는 부장에게 명하여 맹달을 양지바른 곳에 묻도록 하였다.
* * *
이로써 제2군의 첫 번째 목표인 상용 전역에 대한 공략은 완전한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나는 즉시 유비에게 상용 전체를 수복한 것과 장비가 방릉을 함락한 활약 그리고 상용의 공성전 중 적장 맹달이 사망한 것 등을 알리는 승전보를 보냈다.
이것 또한 유비에게 알려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아군은 이번 상용의 함락까지 약 1천여 명의 사상자가 있었는데 모두 이 상용성의 공성전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그에 반해 상용의 2만 위군 중 5천여 명이 사상하였는데 그것은 짧은 시간 벌어진 전투가 얼마나 격렬했는지 그리고 맹달이 얼마나 사력을 다해 막아내려 했는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머지 1만 5천여 명이 항복을 하였고, 나는 이중 정예를 골라 1만여의 상용 군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지휘를 임시로 왕평에게 맡기니 왕평은 자신은 그러한 능력이 없다며 사양을 하였다.
하지만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왕평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장비에게도 양해를 구하였기에 왕평은 명을 받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오천 중 삼천은 상용에 나머지 이천은 방릉으로 분산시켰다.
나는 서성의 장완과 보급 관리 일부를 상용으로 소환하여 서성에서 하였던 것처럼 중간 연계 보급을 담당하게 하였다.
또한 나는 성도에 표를 올려 상용과 방릉의 태수를 추천하였다.
작금 성도의 조정은 북벌을 나선 대왕 유비를 대신하여 세자 유선이 맡고 있었는데 실질적인 결정은 중신들에 의해 정해지고 유선에게 상신하면 유선은 이를 허하는 형식상의 행위만을 하였다.
유비는 북벌에 나서기 전 제1군과 2군의 연락이 힘들 것을 미리 생각했다.
나 또한 유비와 이에 대해 고민을 하였는데, 나는 유비에게 만약 2군이 상용 전역을 수복하게 되면 그곳을 관리할 태수들을 내가 추천할 수 있도록 해달라 주청을 하였다.
유비는 나의 주청을 윤허하였고, 한술 더 떠서 북벌에 오르기 전 유선에게 만약 상서령인 내가 표를 올려 요청하는 사항이 있으면 무조건 허락하라 명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추천한 태수들은 곧 성도에서 일단의 병력을 이끌고 출발하였는데 그들은 바로 황권과 장억이었다.
나는 황권을 가장 중요한 상용태수로, 장억을 방릉태수로 추천했던 것이다.
황권은 원 역사에서도 잘 알려지다시피 촉의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이 역사에서 유비가 이릉대전을 벌이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기에 황권이 위에 투항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황권에게 그가 촉에서 제대로 활약을 펼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장억은 그때까지 큰 활약이 없었기 때문에 깜짝 인사였는데 나는 원 역사에서 남쪽의 이민족을 토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장억을 원 역사보다 빨리 등용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황권과 장억은 각 1천 병사를 이끌고 성도에서 출발하여 임지로 향하였던 것이다.
* * *
나는 상용성의 정리를 어느 정도 끝낸 이후 곧장 맹달을 쏜 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게 하고 곧장 그 자를 잡아 끌고 오게 하였다.
그러자 곧 나의 앞으로 젊은 병사 하나가 끌려왔는데 바로 서성에서 합류한 사수병 중 하나였다.
‘네놈이었군! 자경을 쏘아 죽인 자가!!’
나는 병사에게 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곳 상용의 성주를 화살로 쏜 자 네놈이냐?”
나의 물음에 병사는 어떠한 망설임이나 떨림 없이 대답을 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나의 명을 어기고 적장을 죽인 것인가?”
“저희 서성의 사수병은 훈련이 철저히 되어 있어 아군의 수장이 적에 의해 위험에 처할 경우 즉시 적을 사살하는 훈련이 되어 있습니다.”
나는 병사의 당돌한 대답을 듣고는 화가 난 상태로 원칙을 말하였는데 감정이 섞였는지 호통처럼 말이 나오고 말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전장에서 지휘관의 명령을 어기는 것은 군법에 따른 참형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나의 호통에 병사는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듯하였다.
그러더니 병사는 무릎을 꿇은 상태로 단호한 눈빛으로 나를 똑똑히 쳐다보며 말했다.
“명령을 어기더라도 적장에 의해 위험에 처한 아군의 지휘관을 구하고, 적장을 죽이는 것이야말로 아군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제가 만약 적장을 화살로 쏘지 않았다면 상서령께서는 큰 부상을 당하여 아군 전체가 혼란에 빠졌을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소인은 소인이 한 행동에 대해 한치의 후회나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리고 상서령께서 군법대로 소인을 참하신다면 소인은 그저 명을 받들어 죽을 뿐입니다.”
‘어허! 이놈 봐라… 분명 진중에서 내가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안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것인데 전혀 내 앞에서 떠는 기색조차 없지 않은가. 음… 아무래도 범인(凡人)이 아닌 것 같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병사를 보았는데 순간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난 서성 공략 과정에서 나에게 날아왔던 한발의 화살이었다.
나는 그때 그 일을 그저 우발적인 일로 취급하여 그냥 넘어간 일이 있었다.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갑자기 날아온 강맹한 화살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놈이…’
나는 이 병사가 지난번 나에게 그리고 이번에는 맹달에게 화살을 날린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당장 병사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혹시 네가 지난번 서성에서 나를 화살로 맞추려 했던 서성의 사수인가?”
나의 물음에 병사가 지체 없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나는 순간 화가 끌어 올랐으나, 이렇게 정확하고 강맹한 화살을 쏠 수 있는 자의 이름을 묻고 싶었다.
“내 군법대로 네놈을 참하기 전에 네놈의 이름은 알아야겠다. 네놈의 이름은 무엇인가?”
나의 물음에 병사는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였다.
“제 이름은 황서입니다…”
‘황서? 혹! 요절했다던 황충의 아들?’
* * *
나는 지난 서성 공략과 상용 공성전에서 나와 맹달에게 화살을 날렸던 사수를 잡아들였다.
그런데 이 자의 이름이 황서라니…
‘황서라면 황충의 일찍 죽은 아들의 이름과 같지 않은가… 혹 그렇다면 이 자가 정녕 나에게 유언을 남기고 죽어간 황충의 아들일까?’
나는 급히 그 자를 붙잡고 두 눈을 똑똑히 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황서라니…! 자네의 이름이 정말 황서인가? 그렇다면 혹 자네가 돌아가신 황 장군의 자제인가?”
나의 물음에 병사는 여전히 고개를 떨군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황 장군의 아들인 황서입니다…”
나는 그가 황서라는 것을 시인하자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아니… 자네가 황 장군의 아들이라고? 황 장군의 아들은 이미 오래전에 요절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자네가 황 장군의 아들일 수 있는가?”
이에 황서라고 주장하는 병사가 어렵사리 사연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상서령… 그것이 말씀을 드리자면 조금은 긴 사연입니다.”
나는 손수 병사를 일으켜 앉히며 말했다.
“조금 길어도 되니 어서 말해보게…”
“예, 상서령 그러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다음은 황서라 주장하는 자가 말한 사연의 전말을 간략하게 축약한 것이다.
황충은 공무를 중시하여 늘 밖에 있었고 유비에게 등용된 이후에는 전장에 나서며 더욱 가정에 소홀하였다.
그리하여 황충의 아내가 사경을 헤매며 이승을 떠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황충은 오지 않았으니 그때는 더 어렸던 황충의 유일한 아들인 황서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너무나 커졌던 것이다.
어머니의 장례를 끝마치고도 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돌아온 황충은 황서를 무미건조하게만 대하였으니 황서는 더욱 비뚤어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황서는 유서를 남기고 강물에 몸을 던져 생을 끊으려고 했는데 ‘인명은 재천이라’라고 황서는 죽지 않고 살아났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강가에 떠내려 온 황서를 근처의 백성이 구한 것이었다.
그때부터 황서는 죽은 것으로 알려졌고, 황충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아들을 잃은 것이라 자책을 했던 것이다.
살아난 황서는 이름을 바꾸고 상용으로 향하였는데 거기서 상용의 호족 신의가 사병을 선발하였기에 이에 응시하여 합격이 하였고, 명궁 황충의 아들답게 사수병이 되었던 것이다.
상용을 잠시 촉이 점령하면서 황서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아버지인 황충을 보게 될지 몰라 한편으로는 불안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상용을 위가 탈취하니 황서는 황충을 다시 볼 기회를 잃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인 황충이 돌아가신 것을 얼마 전에야 황서는 알게 되었다.
황서는 아버지인 황충이 죽도록 미우면서도 너무나 보고 싶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한동안 실의에 빠졌으나, 황서는 곧 자신을 추스르고 신의의 사병으로서의 삶을 충실히 하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가…
이 역사에서 되살아난 나 법정이 이끈 제2군에 의해 서성이 다시금 촉의 것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위흥(서성) 태수 신의와 짜고 치는 판을 벌이는 데 황서는 평소에 하던 훈련대로 나에게 화살을 날리니 나는 미위가 아니었다면 거기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서성이 아군에 함락되면서 이제 아군의 일원이 되게 된 황서는 분명 자신의 목숨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화살을 쏜 자를 색출하지도 않고 그냥 넘어갔기 때문에 황서는 안도를 하였던 것이다.
이어서 황서는 신의의 사병으로 이번에는 아군에 편입되어 상용 공성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상황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된 것이로군…”
나는 황서의 말을 듣고 저간의 사연을 알게 되었으나 그가 정녕 황충의 아들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자네의 사연이 지어낸 것인지 어찌 알겠는가? 자네가 정말 황 장군의 아들인지 내가 어찌 알 수 있지?”
나의 물음에 황서는 자신의 품에서 옥패를 꺼내 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은 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옥패입니다. 거기에 아버지와 저의 이름을 아버지께서 새기셨습니다…”
나는 황충과 주고받았던 서신을 유품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서체를 알고 있었다.
때문에 작은 옥패에 새겨진 글자라도 황충의 서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즉시 옥패에 새겨진 황충과 황서의 이름을 살폈는데 과연 틀림없는 황충의 서체였다. 나는 이 병사가 진짜 황충의 아들임을 확인하고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 자네가 정녕 황 장군의 아들인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