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36
36. 상용 함락 소식에 발칵 뒤집힌 조비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
세상의 이치다.
나는 맹달을 잃고 황충의 아들 황서를 얻은 것이다.
“자.. 자네가 정말 황 장군의 아들이 맞았구나!!”
내가 황서를 다시 자세히 보니 그제야 황충의 청년 시절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이제 보니 정녕 자네에게서 황 장군의 모습이 뚜렷이 보이는군그래…”
황서는 내가 자신에게서 아버지인 황충을 보자 울컥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황서에게 황충이 나를 따로 불러 황충 사후 당신의 장례 상주를 부탁하며 유언을 남겼던 일을 말하였다.
그러자 황서는 억지로 억눌렀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아… 아버지의…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은 무엇이었습니까?”
“황 장군께서는 내게 당신을 대신하여 대왕의 대업을 반드시 이루어달라고 하셨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대왕에 대한 충성을 바치시며 가셨군요.”
황서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서에게 아버지 황충은 한 번도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황충이 이 세상을 등지는 그 순간까지도 유비의 대업만 생각하면서도 아들인 자신은 역시 염두도 두지 않은 황충이 못내 서운했던 것이다.
나는 그런 황서의 마음을 읽고는 황서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황 장군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자네가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났음을 너무나도 안타까워하시며 슬퍼하셨네. 자네의 아버지는 절대 자네를 잊지 않으셨네… 이 옥패에 당신의 이름과 자네의 이름을 아로새겨 넣으신 것은 분명 당신의 뒤를 자네가 그대로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황 장군의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네.”
나의 이러한 위로에 황서는 말없이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였다.
그렇게 감정을 추스른 황서는 무릎을 꿇으며 나에게 벌을 내려달라 청하였다.
“상서령, 군법을 어긴 저를 어서 처벌하여 주십시오.”
이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닐세. 사실 처음부터 처벌할 생각이 없었다네. 그것은 자네가 황 장군의 아들이 아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네. 나는 다만 적장을 죽인 이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네. 그리고 그러한 활 솜씨를 지닌 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아군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기에 나는 자네가 황 장군의 아들이 아니었더라도 적당히 겁을 준 다음 등용했을 것이네.”
“상서령 그 말씀은…”
“그렇다네. 내가 자네를 등용할 것일세.”
이리하여 나는 명궁 황충의 아들인 황서를 만나게 되었고, 젊고 뛰어난 무장을 얻게 된 것이다.
나는 황충의 아들인 황서의 죄를 용서하고, 곧 그를 나의 또 다른 부관으로 삼았다.
장비 또한 황충의 아들이 살아 있음을 알고 크게 기뻐하였다.
* * *
여기서 잠깐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조비에게 알려질 상용 전역의 급보와 관련된 것으로, 나는 맹달이 보낸 두 번의 급보 이외에 내가 따로 조비에게 급보를 보내기로 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모두 나의 다음 계책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
나는 상용을 함락하고 곧바로 항복한 상용의 병사들 중 적당히 말 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병사를 골랐다.
그리고 그 자에게 상용을 함락한 촉의 병력이 적어도 오만이 넘는 대군으로 일시에 상용 전역을 함락한 강맹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조비에게 알리도록 하였다.
이 또한 나의 허장성세 계책이었다.
나는 그러면서 연락병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였다.
“네가 살아남으려면 나의 말대로 해야 할 것이다. 우선 너는 맹 장군(맹달)의 최후를 목격한 포로였다. 그러다 감시가 소홀한 틈에 몰래 말을 훔쳐타고 달아난 것이다. 그리하여 간신히 허창으로 와 조비에게 상용 함락을 알리게 되는 것이다. 맹 장군이 이미 기병을 내보내 상용이 함락되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렸을 것이기에 조비는 너의 말을 믿을 것이다.”
내가 조비에게 보내는 소식은 대부분이 사실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병력이 부풀려지는 것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보내는 연락병은 아군의 정확한 병력을 알 리 만무했기에 내가 말하는 내용을 고스란히 조비에게 말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예…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와 조비 사이에 전령이 된 상용의 병사에게 나는 좋은 말을 내주어 허도에 보냈던 것이다.
한편 장비는 내가 맹달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털고 일어서는 것을 보고는 의형인 관우의 죽음이 떠올랐는지 나를 찾아와 위로하였다.
그러면서 장비는 나에게 맹달과의 지난 일을 물으니 나는 내가 맹달과 다짐했던 굳은 맹서(盟誓)를 말하였다.
이를 들은 장비는 진지한 표정이 되더니 나에게 자신의 결심을 말하는 것이었다.
“상서령, 이제부터 내가 상서령과 함께 상서령의 그 꿈을 이루도록 하겠소이다! 상서령이 계책을 내면 나는 상서령의 계책대로 움직여 역적을 토벌할 것이외다!”
나는 장비의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뿌듯하고 기쁜 감정이 들었다.
역시 촉은 의리가 있다.
낭만이 있다.
그래서 촉을 떠올리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 *
여기서 이야기는 유비의 북벌로 위기에 봉착하게 된 위나라로 향하도록 하겠다.
한편 위의 수도 허창에서는…
제위를 찬탈한 조비는 얼마 있지 않아 유비가 전국에 띄운 ‘대 조비 토벌 촉구 격문’을 보게 되었다.
조비는 유비가 전국에 띄운 격문을 보고는 실소를 금하지 못하였다.
“하하 하하!! 유비 촉적 그 귀 큰 놈이 무슨 힘이 있어 감히 짐을 벌한다고 난리라는 말인가?”
조비는 유비가 관우의 패배로 남형주 일대 전부를 빼앗긴 데 이어서 상용마저도 힘조차 쓰지 못하고 위에 빼앗겼기 때문에, 유비는 이제 치고 나올 여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조비는 유비를 궁벽한 촉 지역의 일개 반란군에 지나지 않다고 여기며 깔보고 있었으니 그깟 유비의 격문 따위를 보고는 실컷 비웃을 수밖에…
이러한 조비의 유비의 격문에 대한 실소는 대소신료들이 모인 편전 회의에서 있었다.
신료들은 조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하나같이 유비를 꾸짖으며 비웃었다.
“폐하의 말씀이 참으로 옳사옵니다. 유비 그놈이 무슨 힘이 있어서 감히 위 제국의 황제인 폐하를 어찌한다는 말입니까.”
“유비 그놈이 허풍을 부리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국에 연전연패하며 알토란 같은 땅이란 땅은 모조리 빼앗긴 유비 놈이 폐하께서 황위에 오르신 것을 시기하여 벌인 일입니다. 폐하께서는 개 짖는 소리로 생각하시고 무시하시옵소서!”
신료들의 맞장구에 조비는 더욱 유비를 조롱하며 한바탕 웃어댔다.
“하하하! 경들의 말이 맞소! 유비 제깟 놈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짐을 벌한다는 말이오. 짐의 천하가 열린 것에 시샘을 하여 어린 아해처럼 유비 놈이 징징대고 있으니 정말로 이런 웃긴 일이 있다는 말인가! 하하하!!”
하나,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은 조비와 신료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그 한 사람은 바로 원로대신인 태위 가후와 이제 40대의 신료인 상서 사마의였다.
특히 사마의는 유비의 격문을 보고는 이것이 위를 큰 위기로 빠트릴 것이라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유비의 격문을 누가 썼는지는 모르나 논리정연한 말로 폐하를 역적으로 규정하고 유비가 대군을 일으키는 명분을 확실히 설명하고 있어. 가뜩이나 전 왕조(한제국)가 멸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백성들의 민심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리 유비가 격문을 띄웠으니 자칫 잘못하면 민심이 한 황실의 부활을 내세우는 유비에게 향할 수 있어. 아국은 북방의 이민족을 처리하는 데도 아직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유비의 격문이 제대로 먹혀들어 자국 내에서 반란이라도 일어난다면 이것을 막기도 쉽지가 않을 것이야. 거기다 아무리 유비가 힘이 없다고 한들 최소 수만에서 십여 만에 달하는 병력을 가지고 있으니 대군이라 할만하지. 그 병력을 모두 이끌고 아국을 공격한다면 이를 막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야. 왜인지 이 유비의 격문이 아국에 일으킬 파장이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것 같다는 말이야…’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조비가 유비를 한참을 유비를 비웃던 그 순간…
사마의의 불안한 예감이 적중한 것이었다.
갑자기 편전 안으로 급보가 날아들었던 것이다.
“폐하! 급보입니다! 위흥(서성)이 촉군에 의해 함락되었습니다. 거기다 촉군이 상용을 공격하기 위해 계속하여 진군하고 있습니다!”
조비는 갑자기 전해진 급보를 듣고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무… 무어라? 지금 무어라 했는가? 촉이 뭐? 위흥을 함락해?”
“예, 폐하… 촉의 대군이 위흥을 에워싸고 공격을 하여 위흥태수 신의가 항복을 하였다고 합니다.”
서성이 함락되었다는 급보를 들은 대소신료들 또한 이것이 어찌 된 일인지 동요하며 웅성거렸다.
하지만 조비는 상용의 신성군 태수 맹달을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촉군이 서성을 함락하고 상용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는 보고에 충분히 맹달이 막아낼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뭐… 위흥정도야… 신성군에서 중요한 곳은 바로 상용이다. 상용태수 평양정후(맹달)가 있으니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평양정후가 촉적들을 막는 동안 짐이 구원군을 보내면 적들을 충분히 격퇴시키고 지난번처럼 위흥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비의 자신감에 보고를 올린 연락병(맹달이 보낸 첫 번째 보고를 들고 온 연락병)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 그것이 적의 대군이 상용의 지척까지 이를 정도로 너무나 갑자기 들이닥치고 있었고, 그 군세가 대단하여 평양정후가 저를 보내 상용의 상황을 알리게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용이, 평양정후가 적을 막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더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다! 평양정후면 충분히 짐이 구원군을 보낼 동안 막아낼 수 있느니라! 그래! 평양정후인데 그 정도는 해주겠지! 하하하!!”
조비가 이렇게 맹달을 믿으며 웃자, 곧 다른 급보가 편전 안으로 전해졌다.
“폐하! 급보… 급보입니다!!”
이번에 편전으로 뛰어들어오는 연락병의 다급함은 전자를 넘어섰다.
“또 무슨 급보라는 말이냐?”
“폐하… 위흥, 신성이 함락되고 상용도 함락 직전… 아니, 함락되었습니다!!”
조비는 위흥에 이어 신성(방릉)이 함락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급보에 더해 상용도 함락되었다는 보고를 받고는 도저히 믿지 못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무슨…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냐? 위흥에 이어서 뭐? 신성이 함락돼? 거기다 상용까지 함락되었다니? 이 무슨 거짓 보고라는 말이냐?”
이에 두 번째 전령(맹달이 상용 함락 직전에 보낸 부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조비에게 고하였다.
“폐하… 평양정후가 상용이 함락되기 직전에 상용의 위급한 상황을 소장을 통해 폐하에게 알리게 한 것입니다. 평양정후는 분명 소장에게 이르기를 폐하께 신성군 전체가 촉에게 함락되었음을 알리라 명하였습니다. 촉군의 대군은 2로 군으로 1로 대군의 공격에 이어 2로군의 적장 장비가 협공을 하였습니다. 분명 소장이 상용을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용이 함락되었을 것입니다.”
“장비…? 관우 놈의 의형제 놈 말이냐? 그놈이 어떻게 갑자기 상용에 나타나? 나타나길… 이… 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야! 무슨… 상용이 장비 놈 따위에게 함락이 된다는 말이냐?”
조비가 도저히 믿지 못해 고개를 저어대자 맹달의 부관이 맹달이 마지막으로 조비에게 전하라는 말을 고하였다.
“폐하… 그리고 평양정후가 폐하께 반드시 말씀 올리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맹달이 전하라는 말이 있다고 하니 조비는 당장 용상에서 일어나 부관의 앞으로 성큼 다가가 재촉하였다.
“평양정후가…? 그래 그 말이 무엇이더냐?”
“예, 폐하. 평양정후는 촉의 대군을 이끌고 신성군 전역을 함락한 이가 바로 촉의 책사 법정이라는 것을 폐하께 반드시 알려 드리라 신신당부하였습니다…”
맹달이 반드시 조비에게 전하라는 말이 촉의 책사 법정이라니…
조비는 고개를 계속 흔들며 이 상황을 믿지 못하였다.
“아니다… 아니야… 평양정후가 그따위 촉의 책사에게 당할 리가 없어! 암! 그렇고말고!!”
조비의 부정에 부관이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이는 소장 또한 확인한 사항입니다. 틀림없이 평양정후의 말대로 촉의 책사 법정이 대군을 이끌고 상용까지 함락하였을 것입니다.”
조비가 부관의 고함에 눈이 커지며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상용이 함락이 돼? 함락이 되었다고? 그렇다면 평양정후가 무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래…! 그런 위급한 상황이라면 평양정후가 우선 빠져나왔어야지! 네놈은 무얼 하였길래 네놈 혼자 이곳으로 도망쳐 왔다는 말이냐?”
조비의 어처구니없는 물음에 맹달의 부관은 간신히 참고 있던 굵은 눈물을 흘리며 피를 토하듯 조비에게 고하였다.
“소장이 평양정후에게 어서 피할 것을 권하였지만… 평양정후는… 신성군의 태수로서 끝까지 촉군에 맞서 싸우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조비는 고개를 더 저어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아니야! 아니라고!! 뭐? 평양정후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그… 그렇다는 이야기는 상용이 함락되면 평양정후가… 맹달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더냐? 안 돼!! 맹달이 죽으면 아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