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40
40. 조비 손권 오왕 임명 / 육손 법정 언급
유비에 맞서 2로 대군을 일으킨 조비는 사마의를 즉시 어사중승으로 승진시키고 독군 직을 더해 독군 어사중승으로 삼아 군의 전반적 관리 감독을 맡기고, 사마의와 함께 7만에 달하는 친정군을 이끌고 장안으로 향하였다.
한편 출정에 앞서 사마의는 조비에게 한 가지 더 계책을 내놓았다.
“폐하 손권이 유비의 격문을 보고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확인하시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사마의의 진언에 조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그렇지 않아도 짐 또한 귀 큰 놈이 감히 천하에 띄운 격문을 손권 놈이 보고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하던 참이었소. 짐이 유비 촉적 놈을 토벌하기 위해 친정을 한 것을 알면 손권 놈이 또 지난번처럼 짐의 뒤통수를 칠지 모르지. 손권 놈의 반응을 잘 보고 놈이 또 한 번 짐을 능멸하고 모반을 꾀할 기미가 보이면 어사중승이 입안한 계책에 따라 아군이 대응을 해야 할 것이오. 어사중승 그러면 손권 놈의 반응을 어떠한 방법으로 살피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조비의 하문에 사마의가 두 손을 모으며 아뢰길.
“폐하, 지난날 선제(조조)께서 손권을 표기 장군으로 삼으시니 손권은 공물을 바치며 선제의 환심을 사고자 하였습니다. 선제께서는 이때 *위왕으로서 손권을 표기장군으로 삼으셨습니다. 폐하께서 이제 사해의 주인이신 천자가 되셨사오니 마땅히 신하인 손권에게 표기장군보다 윗자리의 관직을 하사하시어 폐하의 하해와 같은 아량을 손권에게 보이십시오. 신이 생각하기에 손권에게 오왕의 관직을 하사하시고, 폐하의 ‘오왕 책봉 조서’를 사신을 통해 손권에게 내리십시오. 그와 함께 사신으로 하여금 손권이 유비의 격문을 보고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손권의 자세한 동태를 파악하게 하시면 될 것입니다.”
[*형식은 위왕인 조조가 천자인 헌제에게 상신하여 이를 받아 받아들인 헌제가 황명으로 손권을 표기장군으로 임명하였으나 실상은 조조가 손권을 임명한 것과 마찬가지였다.]사마의의 주청을 들은 조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마의의 의견을 채택하였다.
“알겠소. 짐이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어 손권에게 오왕의 직위 내리도록 하고 짐의 책봉 조서를 사신을 통해 손권에게 내려 손권의 동태를 살피도록 하겠소.”
그리하여 원 역사보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조비는 손권을 오왕에 책봉하였던 것이다.
* * *
한편 오에서는…
오주 손권 또한 제위를 찬탈한 조비의 토벌을 천하 만민에게 청하는 유비의 격문을 보게 되었다.
손권은 격문대로 유비가 정녕 대군을 일으킨 것인지 확인을 하려고 하였으나, 촉에 심어 놓은 간자들로부터 별다른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언제인가부터 촉에 나아가 있는 아국의 첩자들로부터 촉의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그리하여 손권은 촉에 심어 둔 간자 이외에 또 다른 간자들을 촉에 파견하였다.
그러면서 손권은 유비가 조비 토벌의 명분으로 군을 일으키고 격문을 전국에 띄운 것에 대해 단 두 명만을 불러 상의를 하였는데 그것은 손권 휘하 문관 중 최고위 직인 비서령 장소와 무관 중 으뜸인 부도독 육손이었다.
지난날 손권은 나라 안의 일은 장소에게 그리고 나라 밖의 일은 주유에게 상의한 바 있었다.
그러나 주유가 죽고 그다음은 노숙에게, 노숙이 죽고는 여몽에게 물었으나 이제 여몽마저 죽고 나니 손권은 여몽의 후임으로 생각하고 있는(사실상 후임이나 마찬가지인) 육손을 불러 장소와 함께 의견을 듣기로 한 것이다.
육손은 이때 부도독으로 사망한 대도독 여몽을 대신하여 군을 책임지고 있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손권은 지난 220년 봄에 조비의 실책을 틈타 잠시 양양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양양을 조비가 버렸다고 착각하고 양양에 중한 장수를 보내지 않으니 곧 조비가 보낸 조인에 의해 양양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로써 손권은 양양을 오의 영역으로 만드는데 실패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쉬운 성공에 손권은 또다시 호시탐탐 조비의 실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조비가 헌제에게서 제위를 찬탈하여 위의 황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조비의 제위 찬탈 소식이 오에 들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비가 전국에 띄운 격문이 오에도 전해졌다.
손권은 유비의 격문을 보고서 유비의 결단력과 실행력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였다.
하나, 곧 유비의 행동이 무모하다고 판단을 하였다.
‘유비가 대군을 일으켜 조비를 친다고 나서는 결단력과 실행력은 꽤 대단하지만 글쎄… 내가 포섭한 옹개 하나 제대로 토벌하지 못하는 유비가 어찌 조비를 상대한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손권은 오히려 이것이 촉을 완전히 집어삼킬 기회처럼 보였다.
바로 무모하게 대군을 일으킨 유비가 조비에게 무참히 패하게 되면 그때를 노려 오군을 촉으로 진출시켜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이다.
손권이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자, 비서령 장소가 손권의 생각에 동조하였는데 육손은 반대를 하며 손권에게 이리 아뢰는 것이었다.
“주공(손권은 위 황제 조비로부터 아직 오왕으로 임명을 받지 못하였기에, 표기장군 형주목이었다. 그리하여 손권의 신하들은 아직도 손권을 주공으로 불렀던 것이다.) 신 부도독 육손이 아룁니다. 신의 생각에 유비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번 일에 임하는 것 같습니다. 신의 생각에는 유비가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둘 것 같습니다. 이는 유비가 내건 명분이 워낙 완벽하기에 천하 백성이 유비에 동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한 군대를 가진 세력이라도 백성들의 민심을 얻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패망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유비는 영리하게 조비의 제위 찬탈을 기회로 조비를 역적으로 규정하고 조비 토벌을 천명하고 나섰으니 이보다 좋은 명분은 없을 것입니다.”
이에 손권이 육손의 예상처럼 유비가 성공을 거둘 시 오나라는, 손권은 어찌 대처해야 할지 물었고 손권이 답했다.
“주공의 하문에 신이 말씀 올리겠습니다. 유비가 만약 신의 예상대로 조비를 위기에 몰아넣는다면 그 즉시 조비와의 관계를 끊고, 단절된 유비와의 관계를 복원하여 다시금 손유동맹을 맺어 오와 촉이 함께 군을 일으켜 조비를 쳐야 할 것입니다.”
육손의 진언을 들은 손권은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마음에 안든다는 뜻이다.
“유비와 관계를 복원하라니… 유비 그놈이 내가 손을 다시 내민다고 받아주겠소? 유비 놈한테는 어찌 되었건 내가 관우를 죽인 원수인데 말이오.”
손권의 말에 육손이 아뢰었다.
“주공,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는 적과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유비 또한 작은 촉이지만 한 나라의 군주입니다. 비록 주공과는 원수의 사이가 되었으나 유비 또한 대국인 위의 조비를 토벌하기 위해서는 주공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비가 이를 꺼려 한다고 하더라도 유비의 책사들이 유비를 결국은 설득할 것입니다.”
“그러한가… 음… 부도독의 말이 일리가 있으나 유비가 그리 쉽게 마음을 돌릴 것 같지는 않은데. 한데 유비의 책사들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제갈량? 제갈량 말고 또 누가 촉의 책사라는 말이오?”
손권의 하문에 육손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주공, 제갈량과 함께 작금 촉에서 유비가 가장 아끼는 책사가 있는데 그가 바로 법정입니다.”
“법정?”
“그렇습니다 주공. 주공께서도 지난날 유비가 한중을 두고 조조와 커다란 싸움을 벌인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때 유비가 승리할 수 있는 계책을 낸 이가 바로 법정입니다. 또한 한중공방전에서 유비가 조조의 대군에 맞섰으나 불리하여 잠시 퇴각을 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유비는 고집을 피우며 군을 물릴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신하들 중 누구도 유비를 말릴 생각을 못 하였는데 법정만이 유비의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법정은 적의 화살에 맞을 위험에 노출되었고, 유비가 급히 법정에게 피하라 말하자 법정은 ‘주공이 피하지 않으면 저 또한 피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결국 유비는 고집을 꺾고 군을 물렸다고 합니다. 이후 유비는 법정의 계책을 받아들여 황충이 하후연을 척살하게 하니 한중은 그로써 유비의 땅이 되었던 것입니다.”
육손의 설명에 손권이 말했다.
“유비가 무슨 재주가 있어 한중을 차지했나 했더니 그런 책사가 있었구려. 그러니까 부도독의 말은 촉의 책사 제갈량과 법정이 유비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말이 아니오?”
“예, 주공 그렇습니다. 특히 법정은 손익을 따지는데 확실한 자입니다. 아국과 손을 잡는 것이 이득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안다면 법정은 분명 유비를 설득하여 다시금 손유연합을 결성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육손은 만약 유비가 조비를 몰아붙인다면 그때가 바로 손권의 숙원인 합비를 점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진언하였다.
“주공, 유비가 신의 예상처럼 조비를 몰아세운다면 그때가 바로 주공의 오랜 숙원인 합비를 얻으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육손이 손권이 꿈에도 그리는 ‘합비병탄’을 꺼내들자 손권은 구미가 당기는 듯하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부도독의 예상처럼 유비가 조비에게 타격을 주는 것에 성공한다면 부도독의 주청대로 그때가 바로 합비를 함락할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것이오. 하나, 유비의 성공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그것은 확신을 할 수 없는 것이오. 하여 나는 좀 더 유비와 조비의 싸움을 관망한 후에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온 다음 군을 일으킬지를 정하고자 하오.”
손권의 이런 결정에 육손이 더 말을 보태려 하였으나, 손권은 두 신하(장소와 육손)의 의견을 잘 들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육손은 우선 유비와 관계 개선이라도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 손권에게 간언을 하려 하였으나 손권이 자리를 파하였으니 이에 큰 아쉬움이 남았다.
‘너무나 명백하고 좋은 명분을 가지고 유비가 군을 일으켰으니 내 생각에는 유비가 실패하기보다 어느 정도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지금 유비와 어느 정도 관계를 개선해 놓는다면 다시금 유비와 손을 잡는 일이 쉬울 것인데. 주공께서 나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시니 너무나 아쉽구나… 어쩐지 주공의 지금 결정이 나중에 후회할 일로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
* * *
그렇게 손권이 촉에 새로운 간자들을 보내고 유비의 ‘조비 토벌 촉구 격문’과 관련 장소와 육손을 불러 상의를 한 지 얼마 있지 않아 위의 조비가 손권을 오왕으로 책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하여 조비가 내린 책봉조서를 받들고 위의 사신이 오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위의 조비가 손권을 오왕으로 임명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손권은 오의 조정 신료들과 의논을 하였다.
신료들은 조비가 손권을 오왕으로 임명하는 것에 반대를 하며 조비가 내리는 왕위를 거부하고, 대신 손권 스스로 상장군(上將軍) *구주백(九州伯)이라 칭할 것을 주청하였다.
[*구주백이란 9개 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천자와 동일한 직책이다. 이는 오의 신하들이 위 조비의 그늘에서 벗어나 손권이 독립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이러한 신하들의 주청에 손권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구주백이란 직책은 옛날에는 들어보지 못한 것이오. 한제국을 세운 한고조(유방) 조차 패왕 항우로부터 한왕에 책봉되었고 패공(유방) 또한 이를 받아들였으니 이로써 패공이 무슨 손해를 입었다는 말이오?”
손권은 그렇게 신하들을 꾸짖고 위의 사자를 나아가 맞이하기로 하였다.
손권이 직접 나와 위의 사자 태상 형정을 기다렸는데 형정은 궁궐 안까지 수레를 타고 들어왔으나 수레에서 내리지 않았다.
손권은 이를 보고 얼굴을 찌푸리니 이를 본 장소가 격분하며 여전히 수레에 앉아 있는 형정에게 나가 따졌다.
“아무리 상국의 사신이라고 하나 어찌 우리 주군을 하찮게 여기고 이리 무례하게 구는 것이오? 우리 주군이 지금 힘이 없어 그대를 나와 반기는 줄 아시오?”
이에 형정이 급히 수레에서 내려 손권에게 나아가 사과하니 손권은 웃으며 사신을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