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41
41. 오에 전해진 법정 제2군의 상용 함락
위 사신 형정은 조비의 명을 받들어 손권에게 오왕 책봉 조서를 내리기 위해 손권을 만나러 왔다.
형정은 일부러 무례하게 굴며 손권의 반응을 살폈는데 손권이 웃으며 반기자 역시 손권은 보통 인물이 아니라 생각했다.
‘내가 일부러 무례하게 굴어도 손권이 저리 나를 웃으며 반기니 역시 손권은 범인(凡人)이 아니구나!’
손권이 위 사신 형정을 손수 안내하여 편전으로 들었다.
형정은 손권에게 조비가 내린 책봉 조서를 내리겠다 하였고, 손권은 위 사신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책봉 조서를 받을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는 오나라 신하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특히 아까 형정이 궐 안까지 수레를 타고 들어와 기다리는 손권을 앞에 두고도 내리지 않는 무례를 범할 때 이를 보고 크게 노하며 눈물까지 흘렸던 서성(오나라 장수)은 억지로 입술을 깨물며 화를 삭였다.
형정의 무례를 꾸짖었던 오나라 조정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장소 또한 주군인 손권이 위 사신 앞에서 무릎을 꿇자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나, 이미 손권이 조비로부터 오왕 책봉을 받는 것을 확정 지었기 때문에 차마 말을 못 하고 그저 얼굴이 붉어질 뿐이었다.
위 사신 형정은 그런 오나라 조정의 분위기를 감지했다.
‘오주 손권이 위 사신인 나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을 지켜보는 오나라 신하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화가 잔뜩 나 있군그래.’
형정은 곧 책봉 조서를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하였다.
“천자인 짐이 표기장군 손권에게 이르노라. 짐은 짐을 도와 남쪽의 이족을 토벌하여 짐의 근심을 덜어주고 있는 표기장군 손권을 오왕에 봉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오왕 손권은 앞으로도 짐을 도와 천하를 편안케 할지어다.”
위 사신이 책봉 조서와 오왕의 인장을 손권에게 건네자 손권은 이를 받으며 말했다.
“신 손권이 폐하께서 내리신 오왕 책봉 조서와 오왕의 인장을 받잡습니다.”
* * *
이리하여 오왕이 된 손권을 향해 신하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대왕, 오왕에 등극하신 것을 경하 드리옵니다.”
“경하 드리옵니다 대왕…”
손권이 오왕이 된 것을 신하들은 축하한다고 말하였으나 대부분이 화를 참으며 말을 하였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였다.
손권은 신하들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폐하로부터 책봉 조서를 받아 이렇게 오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경들 덕분이오.”
“망극하옵니다 대왕…”
손권의 정식 오왕 등극식은 위 사신이 떠난 이후에 정식으로 갖기로 했고, 손권 또한 위나라 조비의 책봉으로 오왕이 된 것이 실상은 편치 않았기 때문에 그쯤에서 자리를 파하였다.
이어서 손권은 사신 형정을 대전으로 안내하니 이미 대전에는 사신을 위한 연회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위 사신을 위한 연회의 자리에는 오나라 신료 중 장소를 비롯한 몇몇 중신들만이 참석을 하였다.
오나라 중신들은 위 사신을 접대하는 일을 치욕으로 여겼으나 오왕인 손권의 면을 봐서 억지로 그 자리에 참석하였던 것이다.
손권은 이 자리에 작금 오나라의 포로로 잡혀 있는 우금을 불러 배석을 시켰는데, 이는 손권이 위의 조비에 대해 겉으로는 머리를 숙이되 속으로는 조비의 신하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오자양장(五子良將 조조 휘하에서의 뛰어난 다섯 장수를 말하는 것으로 장료, 악진, 우금, 장합, 서황을 일컫는다.) 중 한 명인 우금을 포로로 잡을 정도로 손권 자신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연회가 무르익어 술이 몇 순배 돈 다음 우금은 조심스럽게 위 사신 형정에게 다가가 물었다.
“태상, 혹 폐하께서 나를 찾지는 않으시오?”
우금의 물음에 위 사신 형정이 냉담하게 답하였다.
“폐하께서는 우 장군에 대해 어떠한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군요…”
우금은 형정의 대답에 그저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손권은 그 모습을 보았는데 우금의 물음에 답하는 위 사신 형정의 냉담한 반응을 보고 조비의 우금에 대한 반응 또한 위 사신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위 사신이 한때 조조가 아끼던 뛰어난 장수인 우금을 저리도 냉담히 대하는 것을 보면 조비 또한 그러할 터이지. 만약 내가 우금을 돌려보낸다면 조비가 어떻게 대할까 그것이 조금은 궁금해지는군…’
손권은 연회가 막바지에 이르자 신하들과 우금을 내보내고 사신과 따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 * *
위 사신 형정이 손권을 찾은 진짜 이유는 바로 사마의가 조비에게 간언했던 대로, 유비의 격문을 보고 손권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형정은 손권과 따로 독대를 할 기회를 엿보았고, 일부러 술 또한 많이 마시지 않으며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손권이 자신을 따로 부르자 형정은 손권에게 덕담 몇 마디를 한 후에 곧 자신이 묻고 싶은 말(조비가 궁금해하는 말)을 물었던 것이다.
“오왕도 감히 폐하의 토벌을 운운하는 유비의 조잡한 격문을 보았을 것입니다. 오왕은 유비의 격문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손권은 형정의 물음을 받고는 그제야 형정이 자신을 찾아온 연유를 눈치챘다.
‘이제 보니 조비가 나에게 오왕 책봉 조서를 내린 것은 허울일 뿐이고 실상은 내가 유비의 격문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구나… 여기서 내가 어찌 반응하느냐를 보고 위 사신이 이를 조비에게 보고하여 우리 오에 대한 대응을 어찌할 것인지 정하겠지. 그렇다면 내 대답은…’
손권은 잠시 동안 생각을 한 후에 입을 열었다.
“이미 폐하께서 새 세상을 여시고 천자가 되시어 사해의 주인이 되셨는데 궁벽한 시골인 촉의 유비가 감히 그따위 격문을 보낸다고 천하 백성이 눈 하나 깜빡할 것 같지 않소.”
이러한 손권의 답변에 형정이 기뻐하며 말했다.
“폐하께서도 오왕이 그리 말씀해 주길 바라고 계셨습니다. 폐하께서는 오왕이 감히 폐하의 토벌을 운운하며 격문을 띄운 유비를 토멸(討滅) 해주기를 기대하고 계십니다. 오왕은 당연히 폐하의 신하로서 폐하의 기대에 부응하여 즉시 군을 일으켜 유비를 토벌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오왕. 제 말이 맞지요?”
형정의 대답에 손권은 속으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반응을 떠보면서 만약 내가 유비의 격문을 폄하한다면, 명목상 신하인 나에게 유비의 토벌을 명하려는 조비의 술책이구나… 이런…!’
그랬다.
이는 조비의 술책이었고, 그 계략을 내놓은 이가 바로 사마의였던 것이다.
* * *
사신 형정이 오로 향하기 전 사마의는 조비에게 하나의 계책을 더 내놓았다.
“폐하 이왕 사신이 손권을 찾아가는 김에 사신을 통해 손권에게 명하시어 손권이 유비를 치게 하십시오.”
사마의의 진언(進言)에 조비가 물었다.
“손권더러 유비를 치라 명하라… 음… 짐이 손권에게 그러한 명을 직접 내리게 되면 손권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고 행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오.”
“손권이 유비를 칠 수밖에 없는 대답을 하도록 유도하면 됩니다.”
“어떻게 유도를 한다는 말이오?”
“예, 폐하 그것은…”
그렇게 위 사신 형정은 사마의가 진언한 교묘한 말로 손권을 끌어들여 손권의 유비 공격을 확답하게 만들려 했던 것이다.
손권은 형정의 물음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손권을 살리는 급보가 대전으로 전해졌다.
바로 유비의 제2군이 상용 전역을 함락했다는 급보였다.
“폐하! 급보입니다! 촉군이 상용 일대를 모조리 함락했다고 합니다!”
손권은 갑작스레 날아온 급보에 크게 놀라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뭣이? 촉군이 상용을 함락해?”
위 사신은 막 손권의 대답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전해진 급보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손권이 결국 유비의 상용 함락을 알게 되었구나… 이로써 손권은 폐하의 하문에 답을 하지 않게 되겠지…’
손권은 위의 사신이 있었기에 억지로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는 사신을 향해 공손히 말했다.
“태상 아무래도 과인이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소. 하니 태상은 사신관으로 돌아가 쉬도록 하시오.”
“예, 오왕…”
손권은 위 사신을 내보내고, 즉시 중신들을 모아 유비의 상용 함락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던 것이다.
* * *
이때 부도독 육손은 국경에 주둔한 병력을 이끌고 있었기에 손권의 참모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손권이 급히 소집한 참모회의에는 장소, 서성, 제갈근 등이 참석하였는데 이들 참모들도 유비가 상용을 함락하였다는 급보를 듣고는 크게 놀라고 있었다.
특히 지난번 육손과 함께 손권이 은밀히 불러 상의했던 장소는 육손의 예측대로 유비가 상용을 함락하는 성공을 거두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인은 유비가 조비를 토벌을 촉구하는 격문을 전국에 띄운 것을 보고 그저 유비의 허풍인지 알았소. 하나, 유비가 상용 일대를 함락하였으니 이는 절대 유비의 허세가 아니었소.”
손권의 말에 장소가 아뢰었다.
“신 또한 대왕과 같이 유비가 그저 큰 소리를 치는 줄 알았습니다. 하온데 정말로 유비가 군을 일으켜 위의 상용을 쳐서 함락까지 시켰으니 유비가 상당한 준비를 한 것 같사옵니다.”
이번에는 사신 형정의 무례를 보고 크게 분노하여 눈물까지 흘렸던 서성이 나섰다.
“신이 대왕께 아뢰옵니다. 대왕 신이 감히 말씀 올리기 망극하오나 궁벽한 촉의 유비조차 저리 제위를 찬탈한 조비를 역적으로 규정하고 군을 일으키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왕! 대왕께서는 양주(揚州)와 형주, 교주를 아우르는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계신 오나라의 왕이십니다! 대왕! 신이 목숨을 걸고 간청 드리옵니다! 대왕! 조비와 같은 역적에게 고개를 숙이지 마시고 즉시 조비와 관계를 끊고 군을 일으켜 조비를 치십시오!!”
서성이 다소 과격한 언사로 손권에게 간언을 하였으나 이는 사실 손권도 듣고 싶어 하는 말이었다.
하나, 나라의 일을 최종적으로 정하는 지존이 감정대로 결정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리하여 손권이 다른 신하들의 의견 또한 들으니 당장 조비와 손을 끊고 조비를 쳐야 한다는 의견이 반, 조비와 관계를 어느 정도 유지하되 조비가 유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본 연후에 대응하자는 의견이 반이었다.
이렇게 손권의 참모들 사이에서 강경론과 신중론이 대립하며 결론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편전 안으로 손권이 당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당도했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대왕, 부도독 육손이 대왕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육손이? 어서 들라 하라!”
곧 육손이 안으로 들어왔고 육손은 우선 손권에게 오왕이 된 것을 축하드렸다.
“대왕 우선 오왕에 등극하신 것을 경하 드리옵니다.”
손권은 손수 육손을 일으키며 육손이 온 것을 기뻐하였다.
“오호! 부도독이 왔구려! 그렇지 않아도 과인이 부도독을 부르려 했는데 이렇게 오다니 군신의 마음이 서로 통했구려.”
“예 대왕.”
손권은 육손을 자리하게 하고 육손의 의견을 들었다.
“부도독이 급보를 먼저 전해 듣고 이리 온 모양이오. 과연 부도독의 지난번 예상대로 유비가 정말로 조비를 공략하는데 일부 성공하고 있는 모양새요. 유비가 상용 전역을 함락하다니 말이오.”
“그렇사옵니다 대왕. 유비가 대군을 일으켜 금시에 상용을 함락한 것은 이미 유비가 꽤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다는 말입니다.”
“과인을 포함한 여기 모인 신료들도 부도독과 같은 생각이오. 유비가 정말 준비를 철저히 한 모양이오. 그런데 아무리 준비를 잘하였다 한들 어떻게 그리 전광석화처럼 상용 일대를 함락하였다는 말인지…”
손권이 이리 유비가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상용 전역을 함락시킬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자 육손이 아뢰었다.
“대왕, 지난번 신이 대왕께 말씀드렸던 촉의 책사 법정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랬지. 촉의 책사 법정이 유비를 설득하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또한 한중을 유비가 얻을 수 있게 계책을 낸 이도 법정이라 하였지.”
“예, 그렇습니다 대왕. 이번에도 유비의 책사 법정이었습니다. 법정이 대군을 직접 이끌고 장비를 선봉장으로 내세워 상용 일대를 공격한 것입니다. 거기다 법정의 신출귀몰한 계책이 그대로 적중하여 상용의 위군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육손의 보고에 손권은 놀라고 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과연 그 두 가지 이유가 무엇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