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48
48. 경산 전투 발발 초읽기
내가 제갈근을 상용으로 보낸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얼마 후 벌어질 아군과 위군의 대전투에서 혹 제갈근이 간자 노릇을 할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방이 조그마한 구멍에 의해 무너지듯이 나의 완벽한 계획 또한 간자에 의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사전에 완전히 제거해 놓는 것이 좋다.
나는 제갈근을 상용으로 보내고 장비와 부관인 구부, 왕평, 미위, 황서 등을 불러 곧바로 ‘경산매복계’의 준비에 들어갔다.
“세작의 보고에 따르면 이미 위의 대군이 이곳 상용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세작의 보고가 있은 지 십 수여 일이 지났으니 이제 정말 얼마 있지 않으면 아군과 위 군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운을 뗀 다음, 우선 장비에게 나의 명대로 파서군을 경산에 잘 매복해 두었는지 물었다.
“장군, 계책대로 파서군 1만을 경산에 매복을 해두었습니까?”
나의 질문에 장비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상서령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파서군은 산과 관련된 것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어찌해야 할지 아는 군대입니다. 이미 상서령의 명대로 우리 파서군을 나무꾼을 위장하여 순차로 조금씩 경산으로 보내 은밀히 숨을 수 있는 참호를 파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참호로 이미 경산에 파서군 1만이 매복을 마쳤습니다.”
“매복 과정에서 근처 백성들이나 적의 척후에게 들키지는 않은 것이지요?”
나의 이러한 염려에 장비가 껄껄 웃었다.
“그럼요! 그런 것은 확실하게 점검하고 매복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파서군 척후의 보고에 따르면 상용 일대를 아국이 회복한 직후에 그 양양성 성주 하후상이 경산 주변의 백성들까지 모두 양양성으로 소개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경산 주위에는 백성들이 없었기 때문에 아군의 매복이 들킬 일이 없습니다. 또한 상서령이 항시 강조한 대로 수시로 아군을 감시하는 적의 척후는 없는지 살피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그 어떠한 적의 척후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후한 말의 시대는 백성의 수가 바로 국력의 척도였다.
특히 이 시대에는 인구수가 노동력과 군사력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하후상이 경산 주변의 백성들을 양양으로 소개한 것은 일견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위의 형주자사 하후상은 아군과 위 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백성들을 양양성으로 옮긴 것이다.
또한 이는 아군의 상용 함락으로 인해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아군의 상용과 양양 경계 위나라 백성의 상용 소개를 우려하여 아예 경계 인근의 백성들을 모두 양양성으로 옮긴 모양이었다.
바로 아군에 백성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하후상의 의지였던 것이다.
하나, 이로 인하여 아군의 ‘경산매복계’는 좀 더 수월해졌으니 이는 하후상이 나를 도운 격이나 마찬가지였다.
‘하후상 덕분에 나의 경산매복계가 더욱 성공할 확률이 높아졌군… 계획대로 매복계가 성공하여 위 군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한다면 하후상에게 감사의 선물이라도 보내야겠어.’
나는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장비의 말에 응답했다.
“역시 장군입니다. 내가 이리 기우에 가까운 걱정을 하는 것은 장군도 아시겠지만 이번 매복계는 최대한 적이 모르게 하는 것에 성공 여부가 달렸기 때문입니다.”
“상서령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서령의 계책은 언제나 그렇듯 완벽하고 아군은 강한 훈련을 받은 정예병이외다. 분명히 상서령의 매복계가 성공하여 적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것입니다.”
나는 장비의 말에 적이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장비처럼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유능한 장수가 아군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
나는 이어서 구부에게 장비를 보좌하여 매복계를 반드시 성공시킬 것을 명하였다.
“구 부관은 장 장군이 적 대군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장 장군을 옆에서 잘 보좌하도록 하게.”
“예, 상서령.”
그리고 나는 이미 지난번 부관이 된 황충의 아들 황서에 따로 무언가를 주문해놓았는데, 이는 경산 전투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경산 전투를 승리할 경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적의 대군을 아예 섬멸할 작전을 예의 지도를 펼쳐서 아군 참모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나의 또 다른 작전을 들은 장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관인 왕평도 이 작전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밝혔고, 이에 나는 왕평을 똑바로 바라보며 분명히 말하였다.
“이 작전은 자네가 주도적으로 나서야만이 적을 섬멸할 수 있는 것이네. 할 수 있겠는가?”
나의 투쟁심을 자극하는 물음에 왕평은 무릎을 꿇고 군례를 취하며 단호한 어조로 말하였다.
“상서령께서 소장을 중히 써주시고 큰일을 맡겨주시니 소장, 상서령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상서령의 계책을 반드시 실행해 보이겠습니다!”
내가 왕평에게 명한 작전은 무엇인지는 경산 전투에 이은 다음 전투에서 밝혀지게 될 것이다.
* * *
그리고 여기서 잠시 눈길을 돌려 상용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위 군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조비는 촉의 상용 전역 함락을 보고받고는 즉시 거기장군 조인을 정남장군(征南將軍) 가절로 임명하여 상용을 치게 하고, 우장군 서황으로 하여금 조인을 보좌하게 하였다.
조비의 명을 받은 정남장군 조인과 우장군 서황은 조비가 내어준 중앙군 3만을 이끌고 상용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고, 조인은 대군을 이끌고 강행군을 하고 있었다.
한 겨울 매서운 추위에 그냥 행군도 쉽지가 않은데 거기다 급속 행군을 이어가니 아무리 훈련이 잘 된 정예 중앙군이라 하더라도 이를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낙오되는 자의 수가 매일 불어갔던 것이다.
거기에 거의 쉼없이 * 강행군을 이어갔기에 병사들의 원성 또한 날이 갈수록 커졌던 것이다.
[* 고대의 군대가 하루에 행군하는 거리를 보통 30리(약 12km) 보고 이를 사(舍)라고 하였다. 이는 병사들의 휴식 시간과 병사들의 배식, 식사 시간 등을 고려한 하루 이동거리였다. 하나, 평소의 이러한 이동속도로는 위 군이 제때 상용에 도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최대 행군 속도를 내고 있었던 것인데 이 또한 하루에 28km를 넘기가 어려웠다. 바로 한 겨울의 혹한 때문이었다.]서황은 낙오되는 병사들이 계속 발생하고 병사들의 원망 또한 커지자 위나라의 상용 원정군 총사령관인 조인에게 말하였다.
“장군, 혹한의 날씨에 연일 강행군으로 병사들이 계속 낙오되고 있습니다. 거기다 병사들의 원망 또한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 생각에는 잠시 쉬면서 병사들의 체력과 사기를 올린 후에 상용으로 나가심이 어떨까 합니다.”
서황의 말에 조인은 고개를 저었다.
의견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우장군(右將軍, 서황의 직책 촉의 장비와 같은 직책이다.), 우장군도 알다시피 폐하께서는 하루속히 상용을 되찾으라 명하셨소. 폐하의 지엄하신 명을 받들어 3만이나 되는 정예병을 이끌고 상용을 회복해야 하는 우리 군이오. 어찌 쉴 수 있다는 말이오! 쉬는 것은 양양에 가서 쉬면 되는 것이오!”
그렇게 십 수여일에 이르는 지독한 고난의 강행군을 펼친 조인은 마침내 대군을 이끌고 양양에 도착하니 그때까지 낙오된 병력이 족히 삼천은 넘었다.
조인은 병사들을 잠시 쉬게 하고 형주자사 하후상으로부터 양양과 번성의 군권을 넘겨받아 양양과 번성에 주둔한 4만 병력 중 3만을 차출하여 상용 원정군에 배속시켰다.
그리고 조인은 나머지 1만을 나누어 양양과 번성에 각각 오천씩 주둔 시키고 형주자사 하후상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다.
이리하여 조인은 낙오된 병사 삼천을 제외하고 양양에서 추가된 3만 병력을 합쳐 모두 약 5만 7천 병마로 본격적인 상용 공략에 나섰던 것이다.
조인은 상용 공략을 나서기 전에 최종적으로 참모들과 함께 양양과 상용 일대의 지도를 펼치고서 어찌 상용을 공략해야 할지 회의를 하였다.
“폐하께서 상용을 빨리 찾으라 명하신 것은 그만큼 상용의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이오. 상용은 아국의 영토인 북형주의 양양과 번성으로 통한 길목에 위치한 곳이오. 특히 상용은 한수라는 수로로 양번과 이어져 있으니 빨리 적에게서 이곳을 찾지 않는다면 겨울이 지나고 얼어붙은 한수가 녹을 경우 적은 분명 수군을 이용하여 양번을 공격하려 할 것이오. 그리된다면 양번에서 적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오.
또한 작금의 빠른 공격을 통해 적이 재정비와 상용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할 수 있소. 즉, 정돈되지 않은 적을 치는 것보다 쉬운 것은 없다는 것이오. 폐하께서도 이를 아시기에 상용을 최대한 빨리 공격하라 명하신 것이오.”
조인이 이렇게 상용을 급습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며 ‘상용 공략 전략 회의’의 문을 열었다.
총사령관인 조인의 모두 발언(冒頭發言)을 들은 서황이 곧장 조인에게 물었다.
“장군 곧바로 상용을 들이치실 것입니까?”
서황의 물음에 조인이 말하였다.
“우장군의 말대로 상용을 곧장 들이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공격 방법일 것이오. 하나, 작금은 한 겨울로 한수가 모두 얼어붙어 상용으로 향하는 길이 모두 평지나 다름이 없소. 그리하여 아군 대군이 상용으로 곧장 진군하게 되면 필시 사방으로부터 수시로 적의 기습을 받을 수밖에 없소. 거기다 상용을 곧바로 들이치면 후방 신성(방릉)의 적군이 아군의 뒤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신성부터 공략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오.”
조인의 대답을 들은 서황은 신성을 먼저 친다는 조인의 전략에 대해 수긍하면서 신성을 어떤 경로로 공격할 것인지 물었다.
“소장에 생각 하기에도 장군의 전략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면 신성까지 어떠한 경로를 통해 공격해 들어가실 것입니까?”
서황의 질문을 받은 조인은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즉시 대답을 하였는데, 이는 이미 조인이 답을 정하고 있다는 뜻일 터였다.
즉, 조인은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산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은 이곳 양양에서 신성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지나는 경산이오. 병귀신속, 속전속결이라 하였소. 하여, 아군은 이곳 경산의 지름길을 통해 신성으로 나아가는 최단 진격로로 진군하여 적이 미처 대응하기 전에 신성을 들이칠 것이오!”
조인이 말한 진격로를 본 서황은 잠시 골똘히 지도에 나타난 지형을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이 진격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장군의 말씀처럼 병귀신속을 하려면 분명 경산을 지나가는 길이 최단 거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산 길을 지나게 되면 항시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적의 매복입니다. 만약 적이 경산에 매복을 한다면 어찌하실 것입니까?”
서황의 이러한 우려에 조인이 지도에서 신성군(상용 전역)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이곳이 얼마 전 적에게 빼앗긴 신성군 전역이오. 나는 적의 신성군 공격에 대해 나름 분석을 하였소. 그리하여 적의 지난 신성군 공략을 살펴보았더니 가장 중요한 상용을 공격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었소. 바로 신성군의 중심인 상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적은 알고 있다는 것이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상용에 대부분의 병력을 주둔하고 있을 것이오. 그리고 얼마 전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적은 재정비와 신성군의 안정을 위해 바쁠 것이기에 매복까지 생각할 여유도 없을 것이오. 또한 매복을 한다 한들 소수에 불과할 터이니 아군의 6만 대군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오.”
조인의 이러한 설명에 서황이 계속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다.
“장군, 소장이 보기에도 장군의 전략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하나 소장이 말씀드리기 외람되지만 장군께서는 촉의 책사 법정이 꾸밀 계략을 경계하셔야 합니다. 지난번 폐하께서 주재하신 편전 회의에서도 법정이 이번 상용 함락을 이끈 주범임을 주목하지 않았습니까. 분명 적의 책사 법정은 이번에도 사악한 수를 준비하여 아군을 옭아매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적의 매복이 있을 수 있는 경산의 지름길을 이용한 진군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서황의 말에 조인이 발끈하였다.
이는 자칭 타칭 상당한 지장이기도 한 조인의 자존심을 긁은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그 촉의 책사 법정이라는 자가 어찌어찌 요행으로 상용을 함락했을지 모르나 큰 전투만 적어도 수차례 승리로 이끈 나와 우장군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오. 그리고 법정이라도 설마 아군이 이리 빨리 상용을 공격할지 미처 예상하지 못할 것이오. 그러하니 법정이 미처 생각하지 못할 때 빠르게 들이쳐야 아군이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이오!”
“하나, 장군…”
서황이 무어라 말을 보태려 하자 조인은 손을 들어 제지하고는 즉시 부절을 들어 보이며 방릉을 칠 것을 명하였다.
“여기 폐하께서 내리신 부절이 있소! 제장들은 내 명에 따라 즉각 군을 이끌고 신성을 향해 진군하도록 하시오!”
“예, 장군, 명을 받들겠습니다…”
서황은 어쩔 수 없이 조인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으나, 마음속에 스며드는 불안감은 어찌할 수 없었다.
‘정남장군의 명이니 부하 장수인 내가 따라야겠지만 왜인지 모를 불안한 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