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47
47. 승자는 역시 법정!
나는 역적 조비를 토벌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킨 대왕 유비를 치켜세우는 한편 오의 사신 제갈근이 당황할 만한 질문을 하는데…
“한데 말입니다. 귀국의 오주(손권)께서는 한의 신하로 어찌 역적 조비가 금상폐하에게서 제위를 찬탈하는 대역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아국의 대왕처럼 분연히 일어서지 않는 것입니까?”
이러한 나의 물음에 제갈근은 당황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손권은 조조로부터 표기장군으로 임명되면서 스스로 조조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손권은 조조에 이어 위왕이 된 조비에게도 여전히 머리를 조아렸다.
거기다 손권은 아예 헌제에게서 제위를 찬탈한 조비의 신하임을 만방에 알리는 짓을 하니, 그것은 바로 손권이 조비의 오왕 책봉을 받는 굴욕을 그대로 감수하며 오왕이 된 것이다.
이는 역적 조비에 당당히 맞서는 대왕 유비에 비해 손권의 행보는 한없이 치욕스러운 것이었다.
제갈근은 이미 손권이 조비에 의해 오왕에 책봉된 것을 보고 왔기 때문에 나의 이러한 지적에 더욱 움찔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 그것이…”
나는 제갈근이 평정을 잃고 흔들리는 기미를 보이자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내가 손권이 조비에 의해 오왕에 임명된 것을 안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냈던 것이다.
“그리고 오의 사신께서는 어찌하여 오왕을 여전히 주군이라 칭하며 자신의 군주를 깎아내리는 것입니까?”
나의 이러한 질문에 제갈근은 완전히 평정을 잃고 놀라고 말았다.
“상서령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제갈근은 놀란 심장박동을 억누르며 최대한 모르는 척 나에게 반문을 하니, 나는 약간의 비웃음이 섞인 말투로 답하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사신은 알면서 어찌 그리도 모르는 척을 할 수 있소? 내가 역적 조비가 내린 ‘오왕 책봉조서’를 오주가 받들어 오왕이 된 일을 모르고 있는 줄 아시오?”
이렇게 내가 이미 손권이 조비의 책봉을 받아 오왕이 된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밝히자 제갈근은 나에게 농락당한 것을 알고는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해졌다.
제갈근은 또다시 억지로 평정을 유지하려 하였다.
하나 떨리는 그의 음성을 통해 제갈근이 꽤나 당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그… 그것은 내가 정식으로 상서령께 말씀을 드리는 것이 예의라 여겨서 아직 말을 꺼내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라도 상서령에게 제대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아국의 대왕께서는 위 황제의 책봉을 받아 오왕에 등극하셨습니다.”
나는 제갈근이 조비를 ‘위 황제’라 명확히 표현하자 일부러 목에 핏대를 세우며 제갈근을 똑바로 쳐다보며 꾸짖듯 말했다.
“위 황제라니… 역적 조비 말이로군요. 오주는 어찌하여 역적 조비가 저지른 천인공노할, 천자로부터 제위를 찬탈한 대역을 모르는 척하고 오히려 역적 조비를 황제로 받들다니요! 거기다 오주는 그것도 모자라 역적 조비의 신하를 자처하여 조비의 책봉을 받아 오왕이 되었단 말이오! 이는 천자를 배반하고 역적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이 아니오? 쯧쯧… 세상에 이런 수치스러운 일이 어디 있다는 말이오?”
내가 혀까지 끌끌 차며 배알도 없이 조비의 책봉을 받아 오왕이 된 손권을 비판하자, 제갈근은 속으로 크게 당황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화가 욱하고 치밀어 올랐다.
자국의 군주가 모욕당하는 것을 참는 신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하나, 이는 한의 신하인 손권이 역적 조비에게 고개를 숙이고 오왕이 된 것이니 이를 어찌 제갈근이 제대로 된 해명을 할 수 있으랴.
그리하여 제갈근은 어찌 대답을 할지 몰라 한참을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는 제갈근이 제대로 당황하여 평정을 완전히 잃은 것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제갈근이 완전히 평정을 잃었군. 이리 되면 이 회담의 추는 내 쪽으로 완전히 기운 셈이지. 그렇다면 내 마음대로 제갈근을 휘두를 수 있다는 말이렷다. 여기서 마무리할 수도 있으나 이참에 완전히 오 사신 제갈근을 눌러 놔야겠어…’
그렇게 판단한 나는 붉게 물든 홍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제갈근을 향해 강맹한 물리적 공격보다 더 강한 말의 공격을 하였다.
“한데 말이오. 오 사신은 어째서 아직도 오의 사신으로서 나를 찾아온 진짜 연유를 밝히지 않는 것이오?”
나의 질문에 제갈근은 억지로 억지로 침착하려 하면서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 그것을 내가 말을 안 했군요… 저… 그러니까 내가 사신으로 온 진짜 연유는 아국이 귀국과 관계를 다시 돈독히 하고자 온 것입니다.”
“양국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라… 그렇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단절되었던 양국의 관계를 다시금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기 위해 사신이 온 것이라는 것이 아니오? 다른 말로 하자면 양국의 무겁게 경색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말인데…”
나의 말에 제갈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바로 그렇습니다. 양국의 개선을 위해 이리 상서령을 내가 찾아온 것이지요.”
나는 제갈근의 대답을 듣고 코웃음이 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렇습니까? 관계 개선이 맞아요? 오 사신 그런데 말입니다. 오 사신이 한 말들을 생각하니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내가 ‘두 가지 궁금증’을 꺼내들자 제갈근이 즉각 그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되물었다.
“두 가지 궁금증이라니… 그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제갈근의 물음에 바로 답을 해주었다.
“첫째 아국과 귀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사신으로 왔다면 응당 아국의 수도인 성도로 향하여 아국의 대왕을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아까 사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국의 대왕께서 북벌에 오르신 것을 몰랐다고 했으니 이곳 상용이 아니라 성도로 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한 두 번째, 사신은 분명 아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사신으로 왔다고 하였는데 어찌 사신의 질문은 관계 개선과는 거리가 먼 것 같소이다.”
이러한 나의 답변에 제갈근은 어찌 대답을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래 고민이 되겠지. 하나 쉽게 답을 찾기 쉽지 않을걸. 제갈근이 어찌 대답할지 한번 볼까?’
나에게 어떠한 대답을 할지 전전긍긍하는 제갈근에 비해 나는 여유롭게 제갈근의 답변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제갈근이 어렵사리 입을 열며 억지 대답을 하려고 하였다.
“저… 그러니까 내가 성도가 아닌 이곳 상용… 아니 이곳 방릉으로 온 것은 말이오… 그것이 그러니까…’
‘흥,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군.’
나는 제갈근의 답변을 거기서 끼어들어 끊으며 제갈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한 어조로 분명히 말하기 시작했다.
“사신은 내가 두 가지 의문점을 이야기했을 때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나를 놀리기 위해 얼버무리려 하는군요. 그렇다면 내가 그 두 가지가 무엇인지 말해볼까요?
첫째, 사신이 성도가 아닌 이곳 상용으로 온 것은 대왕이 성도에 계신 것의 여부와는 무관할 것이오. 그것은 바로 사신이 성도로 가서 대왕께 알현을 요청하더라도 대왕께서 사신의 방문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사신은 이미 알고 있다는 말일 것이오. 즉, 아국의 대왕께서는 지난날 오주(손권)가 아국을 배신하고 관공을 해한 일을 잊지 않고 계시요. 오주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사신을 성도로 보내지 않은 것이오. 사신을 성도로 보낸다 한들 대왕이 만나 주지 않아 헛심을 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오.
한데 오주와 오주의 모사들이 보기에 아국의 대왕을 누구보다 잘 설득할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것이오. 이는 분명 지난 한중공방전에서 내가 대왕을 설득한 일화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오. 그리하여 알현 자체가 어렵고, 설사 알현을 하더라도 대화 자체를 나누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한 대왕을 찾아가는 것보다 대왕의 설득이 가능한 신하인 나 법정을 찾아와 양국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것을 설복하고, 이어 나를 통해 아국의 대왕을 설득하려 한 것이 아니오?”
제갈근은 부도독 육손이 손권의 앞에서 말했던 이유에 대해 내가 마치 그 장면을 쳐다본 것처럼 말하자 눈이 커질 정도로 놀라서 말을 더듬으며 자신도 모르게 인정을 하고 말았다.
“어… 어떻게 그것을…”
나는 곧바로 두 번째 이유의 답 또한 스스로 내놓았다.
“그리고 두 번째, 사신이 여태껏 한 말이 아국과 과연 관계 개선을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내가 말해 보겠소. 사신, 내가 보기에 사신은 아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니라 진짜 목적은 아국의, 아니 이곳 상용의 우리 군의 사정을 염탐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오?”
나의 말에 제갈근이 손사래까지 치며 부정했다.
“아… 아닙니다. 그런 것이 절대 아니올시다! 저는 아국 대왕의 명을 받아 그저 양국의 관계 개선만을 위해 이리 사신으로 온 것입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했던가.
‘제갈근이 저리 손사래까지 치는 것을 보니 역시 아군의 실정을 살피기 위해 온 것이 분명하군…’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제갈근의 손사래에 응대했다.
“그렇소이까.”
제갈근은 이제 나의 반응까지 일일이 살필 여력도 없는지 그저 자신의 의문을 물어댔다.
“그런데… 그런데 어찌 상서령은 아국의 *변화된 상황에 대해 그리 잘 알고 계십니까?”
[*제갈근이 말한 변화된 상황이란 손권이 조비의 책봉을 받아 오왕이 된 일을 말하는 것으로 이미 법정에게 제대로 창피를 당하였기 때문에 차마 이를 직접 꺼내지 못하고 다른 말로 표현하였던 것이다.]나는 제갈근의 볼멘 물음에 어이없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사신, 사신은 아까 나와 만나면서 일부러 나를 ‘책사’라 칭하였소. 사신이 말한 것처럼 나는 책사가 맞소. 그리고 한 나라의 책사라면 타국의 일을 항시 예의 주시하고 변화가 생긴다면 이를 파악해 두는 것이 기본일 것이오. 이는 타국의 변화가 아국에 끼칠 영향에 대해 어찌 대처해야 할지 미리 분석하고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오. 하여 오나라의 변화를 이미 나는 파악을 해두고 있었던 것이오.
이는 책사뿐만 아니라 타국으로 향하는 사신 또한 갖추어야 할 덕목일 것이오. 한데 오 사신, 종사중랑은 어찌 아국의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소이다. 아니, 모르는 척하는 것이겠지…”
내가 제갈근의 사신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함을 비꼬고 있었으나 제갈근은 모골이 다 송연할 뿐이었다.
‘법정이 어떻게 아국의 사정을 이리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편전 회의에서 대왕(손권)에게 부도독이 아뢴 말까지 법정이 알고 있다니… 혹 조정 신료 중에 촉과 내통하는 자가 있는 것인가…!’
제갈근은 그러한 생각까지 하면서 어렵사리 대답을 하였다.
“제가 모른 척하다니요 아닙니다. 제가… 제가 사신으로서 능력은 부족할지는 모르나 양국을 위해 이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습니다. 하니 상서령, 제 노력을 보아서라도 양국의 관계 개선의 물고를 틀 수 있도록 상서령께서 귀국의 대왕께 잘 말씀드려 주십시오…”
나는 제갈근의 대답이 우스웠다.
“스스로 사신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면 오주의 명이라도 다른 능력 있는 이를 사신으로 추천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오? 아…! 종사중랑 말고는 오에 사신을 할 만한 인재가 없는 것인가.”
나의 이러한 조롱섞인 말에 제갈근이 버럭 화를 냈다.
“상서령! 어찌 그런 모욕적인 말을…!”
제갈근이 화를 내자 내가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사신, 사신의 지금까지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신은 양국의 관계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아국을 염탐하기 위해 온 간자가 분명하오!”
내가 제갈근을 아예 ‘세작’으로 칭하자 제갈근이 아까보다 더 손사래를 쳐댔다.
“가… 간자라니! 그 말은 천부당만부당합니다!”
“그래요? 간자가 아니라고? 흠… 이걸 어찌 확인한다라…”
내가 그리 말하며 제갈근을 날카롭게 쳐다보자 제갈근은 혹시 내가 자신을 고신(拷訊, 숨긴 사실을 토설하도록 하는 고문을 동반한 신문)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사… 상서령… 타국의 사신을 고신하는 법은 없소이다!”
“내가 언제 사신을 고신한다고 하였소? 어허! 사신이라는 사람이 이리 담이 작아서야 쓰겠소.”
나의 말에 제갈근은 밀려오는 창피함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어찌 되었건 사신의 말과 행태를 보면 정녕 아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온 것인지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소. 하나, 또한 나는 사신이 양국의 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온 것이라는 것을 완전히 불신을 하지는 않소. 하여 나는 사신과 더 많은 대화의 자리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는 싶소. 하나 말이요 작금은 내가 사신과 대화를 자주 갖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오.”
나의 말에 제갈근이 반문했다.
“상황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아무튼 내가 사신과 다시 대화를 나누려면 시일이 걸릴 것 같으니 사신은 이곳 방릉이 아닌 상용으로 가서 내가 볼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셔야겠소.”
나는 제갈근이 일어나며 무어라 말하려고 하자 그의 말을 듣지 않고 곧장 밖에 대기하고 있는 부관을 불러 명을 내렸다.
“어서 오의 사신을 상용으로 모시도록 하게.”
“예, 상서령.”
나의 명대로 부관과 병사들이 제갈근을 호위(?) 하여 상용으로 데려가려 하자, 제갈근이 다급하게 나에게 소리치듯 말하였다.
“상서령, 상용으로 가 있으라니 이게 무슨 말이고 이게 무슨 짓입니까?”
“종사중랑, 잠시 상용에 가 있으면 내가 볼 일 다 보고 사신을 찾아갈 것이오.”
나의 대답에 제갈근이 핏대를 세웠다.
“성서령 이것은 사신에 대한, 아국에 대한 모독입니다!”
“어차피 종사중랑은 상용으로 가려던 것이 아니었소? 그리고 아국과 관계 개선를 하고 싶다면서요. 또한 나를 찾아온 것은 내가 대왕을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이 아니오. 그러니 내가 볼 일을 다 마칠 때까지 상용에 가 계시오. 상용은 이곳 방릉보다 더 큰 성으로 사신이 머물 객관 또한 잘 준비가 되어 있으니 내가 볼 일을 마치고 사신을 방문할 때까지 편히 쉬면서 기다리도록 하시오.”
제갈근이 또 무어라 말을 하려 하였으나 나는 부관에게 명하여 제갈근을 반강제적으로 상용으로 모시게(?)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