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46
46. 법정 對 제갈근… 격화되는 심리전
‘역시 부도독의 우려가 맞았어… 법정은 책략뿐만 아니라 내정도 또한 능한 인물이야…’
제갈근이 방릉성 안을 둘러보며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장비가 두리번거리는 제갈근을 향해 물었다.
“오의 사신은 뭐가 그리 신기하다고 연신 두리번거리는지 모르겠소이다.”
장비의 이러한 지적(?)에 제갈근이 헛기침을 하였다.
“흠흠… 내가 방릉에 온 것은 처음인지라 그저 호기심이 발동했을 뿐이오.”
‘호기심이 그 호기심이 아니겠지… 아군이 함락한 방릉의 치안이 어떠한지, 그리고 백성의 생활은 어떻게 되고 민심은 또 어떠한지 살피는 것이겠지. 제갈근의 예상보다 방릉의 내정이 잘 되고 있는 것을 보고 제갈근은 내심 놀라고 있는 것이 분명해.’
나는 장비 등과 함께 제갈근을 방릉성의 집무청으로 데려갔고, 이어서 집무실로 안내하였다.
* * *
방릉성의 집무실로 든 다음 자리를 한 제갈근은 우선 나에게 상용 일대를 되찾은 것에 대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상서령, 아까는 내가 경황이 없어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이곳 방릉을 포함한 상용 일대를 수복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는 아국의 대왕께서 미리 계획하시고 준비하신 것을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사실상 아국의 대왕께서 상용 땅을 다시 찾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두 손을 모으며 유비를 언급할 때 대왕인 유비에 대한 예를 취하면서 상용의 함락을 유비의 공으로 돌렸다.
이는 유교가 근본인 이 시대, 이 역사에서 당연히 신하가 자신의 공을 주군의 공으로 돌리는 것이 상례이며 미덕인 것을 따른 것이다.
나의 이러한 답변에 제갈근이 말하였다.
“역시 귀국의 대왕께서는 천하의 영웅 중 한 분임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리 장 장군 같은 만인지적(萬人之敵)의 장수가 있고 거기다 상서령과 같이 신묘한 책략을 내는 분까지 귀국의 대왕께서는 휘하에 두시니 이리 상용 땅을 쉬이 찾을 수 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제갈근이 은근히 나와 장비를 띄워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나와 장비의 기분을 좋게 하여 우리가 제갈근 자신이 듣고자 하는 것을 털어놓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대왕을 칭찬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나와 장비에게 아부를 하는 것이로군. 그렇게 우리의 기분을 풀게 하여 나와 장비가 제갈근이 알고 싶은 것을 털어놓게 하려는 수작이렷다… 그리고 대왕이 천하의 영웅 중 한 명이라니… 이는 곧 대왕뿐만 아니라 손권 또한 영웅이라는 것을 은연중 드러내며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나는 이런 제갈근의 얄팍한 수가 보였기에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을 수 있으나, 장비는 칭찬에 조금 약한 편으로 자칫 제갈근에게 아군의 실정을 털어놓는 우를 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나의 생각처럼 제갈근이 자신을 ‘만익지적’이라 극찬하자 장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제갈근을 향해 말했다.
“오 사신이 나를 만인을 대적할 만한 사람이라 칭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외다. 뭐 딴은 만인은 안되더라도 천인지적(千人之敵)은 될 것이외다.”
‘역시 장비가 제갈근의 칭찬에 혹하고 있군. 안 되겠어 장비를 내보내야겠군…’
그리하여 나는 장비를 내보내고 제갈근과 단둘이 회담을 가지기로 하였다.
“장 장군, 아까 말했던 일을 마저 해야 하지 않습니까?”
나는 장비를 향해 일부러 목소리를 한 단계 높여서 말했다.
장비는 나의 의중을 꽤나 잘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눈을 한번 쳐다보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그렇지요! 내가 급히 할 일이 있었는데… 이거 오 사신이 왔다고 그 중한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되지…”
그러더니 장비는 나와 제갈근을 향해 두 손을 모으며 양해를 구했다.
“내가 급히 해야 할 일이 있어 자리를 떠야 하니 두 분께서 양해를 해주기 바랍니다.”
제갈근은 장비가 자리를 뜨려 하자 조금은 당황하며 장비를 말리고자 하였다.
“장 장군 무슨 급한 일이시길래…”
이에 내가 장비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장 장군, 공무가 우선이니 어서 가서 일을 보도록 하십시오.”
“그럼 소장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장비는 그렇게 집무실을 빠져나갔던 것이다.
제갈근은 장비가 나가자 약간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장비를 잘 구슬려 자신이, 아니 손권이 궁금한 내용을 알아내려 한 것이 분명했다.
‘제갈근의 표정을 보니 내가 안되면 장비라도 구슬리려고 한 모양이로군… 하나 그렇게는 안되지.’
그리고 나는 이어서 주위도 완전히 물렸다.
이에 제갈근의 표정이 굳어지니, 나는 짐짓 웃음을 띠며 제갈근에게 말했다.
“사신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갖기 위해 주위를 물린 것이니 사신의 양해를 바라겠습니다.”
제갈근이 나의 조치에 무슨 반발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따를 수밖에…
다만 사신으로서 자존심을 살리는 쪽으로 제갈근은 말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 또한 상서령과 단둘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 * *
나는 제갈근이 나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신 또한 그러셨군요. 이거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였으니 이야기 또한 술술 풀릴 것 같습니다.”
나의 이러한 말에 제갈근이 마지못해 동의했다.
“예 그럴 것 같습니다…”
나는 제갈근을 슬쩍 떠보기로 하였다.
“아까 사신이 아국의 대왕을 ‘천하의 영웅’이라 칭하였는데 정말로 사신의 말대로 아국의 대왕은 영웅이심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것은 아국의 대왕이 역적 조비를 토벌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시어 대군을 일으키시니 이곳 상용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크나큰 공적을 세우시고 계십니다. 이것은 분명 ‘천하의 영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바로 제갈근이 과연 아국이 상용을 함락한 것 말고도 대왕 유비가 직접 친정군을 이끌고 북벌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해 알고 왔는지 떠보는 것이었다.
제갈근은 나의 떠보는 수에 쉬이 동요하지 않으며 잠시 생각을 하니 역시 제갈근은 성품이 급하지 않고 사려 깊은 인물임에 틀림이 없었다.
역시 아국의 군사 제갈량의 친형인 것이다.
제갈근은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를 하였는지 입을 열었다.
“귀국의 대왕께서 이곳 상용 일대의 수복 이외에 또 어떠한 성과를 내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제갈근이 질문을 하면서 보이는 표정의 변화를 유심히 살폈는데 표정만으로는 정녕 제갈근이 대왕 유비의 북벌 성과를 알고 왔는지 아니면 모르고 왔는지를 알 수 없었다.
‘역시 사신의 덕목 중 가장 큰 것이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쉬이 드러내지 않는 것인데 작금 제갈근이 그러하군. 그렇다면 이것 말고 다른 것으로 제갈근은 동요하게 만들어야겠어… 그리고 그전에 내가 대왕의 북벌 성과를 말할 때 제갈근의 반응을 보면 제갈근이 이를 파악하고 왔는지를 알 수 있겠지…’
그렇게 판단한 나는 제갈근에게 대왕 유비의 북벌 성과에 대해 말했다.
“오 사신은 아국이 상용을 회복한 것만 알고 온 모양이로군요. 아국의 대왕께서는 제위를 찬탈한 천하의 역적 조비를 토벌하기 위해 천하에 ‘조비 토벌 촉구 격문’을 띄우시고 대군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리하여 곧 이곳 상용 일대를 다시 찾는 성과를 얻었던 것입니다. 또한 대왕께서는 대군을 친히 이끄시고 북벌을 시작하여 이미 량주(서량)와 옹주의 상당 부분을 함락하셨습니다. 아국의 대왕께서 친히 대군을 이끄시고 친정에 나서니 이리 천하를 진동시키는 대단한 성과를 얻고 계신 것입니다. 분명 역적 조비는 천하의 질서를 되찾기 위한 대왕의 충의지군(忠義之軍)의 대단한 위력에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이러한 설명에 과연 제갈근이 어떠한 대답을 내놓을지 나는 그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는데 대왕 유비의 대단한 북벌 성과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이곳 상용의 함락과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대왕의 북벌 성과를 듣고도 저리 태연하다니… 이는 분명 제갈근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대왕의 북벌 성과를 이미 전해 들어 알고 있다는 것밖에 말이 안 되는 것일 터. 그렇다는 이야기는 손권 또한 알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군… 그래서 손권의 마음이 더욱 급해져 대왕과 관계 개선을 위해 급히 제갈근을 사신으로 보낸 것이로군.’
내가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계속하여 제갈근의 반응을 살피니 내가 보기에 제갈근은 나의 눈치를 보며 그제야 놀라는 척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 그렇습니까? 귀국의 대왕께서 이곳 상용만 회복하신 것뿐만 아니라 직접 대군을 이끌고 북벌을 하고 계시군요. 역시 귀국의 대왕은 대단하십니다! 조비를 이렇게 양쪽에서 몰아붙이며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는 분은 귀국의 대왕을 포함해서 몇 분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제갈근의 말을 듣고는 속으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여전히 대왕을 띄우면서도 손권 또한 대단한 인물임을 은연중에 드러내려고 하는군…’
제갈근은 그러면서 두 손을 모으며 다시 축하를 하였다.
“상서령, 귀국의 대왕께서 상용뿐만 아니라 북벌을 통해 큰 성과를 거두고 계시다니 다시 한번 축하를 드립니다.”
나 또한 두 손을 모아 제갈근의 축하에 답하였는데 제갈근이 곧장 나에게 아군의 전력에 대해 물었다.
“귀국의 대왕께서는 얼마나 많은 병력을 가지고 계시기에 이렇게 양쪽에서 위를 공격할 수 있는 것입니까?”
제갈근이 이리 곧장 물은 것은 내가 반사적으로 아군 전력을 말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만약 긴장을 하지 않은 채 대화를 이어간다는 보통의 경우라면 실수를 하여 아군 전력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 나는 제갈근과 단독회담을 가지기 전부터 신중히 생각하고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수차례 다짐을 하였다.
그리하여 제갈근의 채근과 같은 물음에 반사적으로 답하지 않고 뜸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아국의 대왕께서 이끄시는 대군은 역적 조비를 토벌하기 위해 일어선 정의의 군대입니다. 그리하여 천하 만민의 인심을 얻었으니 어찌 역적 조비가 아국의 대왕을 이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나는 이렇게 말을 돌려 대답을 하여 아군 전력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제갈근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갈근도 내가 아군의 병력 등을 말해주지 않을 것이란 것을 깨달았는지 곧 나의 말에 대답을 하였다.
“상서령의 말이 맞습니다. 귀국의 대왕께서는 역적 토벌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으니 백성의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제갈근이 ‘대의명분’이라는 단어를 말하자 이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제갈근이 대의명분을 말하였으니 이를 이용해 제갈근을 도발해야겠군…’
“오 사신의 말이 맞습니다. 아국의 대왕께서는 역적 조비를 토벌하여 유폐되신 *금상폐하를 다시금 보위에 올려드리기 위해 대왕의 모든 것을 바치고 계십니다. 그것은 보통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했던 조조와 같은 사특한 무리들과는 사뭇 다른 것입니다. 아국의 대왕께서는 반드시 역적 조비를 토멸하고 금상폐하를 다시 제위에 올려드리기 위하여 대군을 일으켰으니 이는 만고에 보기 드문 충심의 반로일 것입니다.”
[*헌제, 유비의 촉은 조비가 헌제에게서 제위를 찬탈하여 위나라의 황제가 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헌제만을 천자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나는 그렇게 대왕 유비를 치켜세우며 곧장 제갈근에게 물으니, 제갈근은 나의 질문을 받고는 꽤 당황을 하고 말았다.
과연 나는 어떠한 질문을 하여 제갈근을 당황시킨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