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45
45. 법정과 제갈근의 외교… 고도의 심리전
아군이 나의 ‘경산매복계’를 수행하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척후로부터 오나라에서 제갈근을 사신으로 보내 얼마 있지 않으면 이곳 상용으로 제갈근이 도착할 것이라는 급보가 전해졌다.
장비는 제갈근이 갑자기 사신으로 찾아온다는 보고를 받고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손권 그놈이 뭔 일로 제갈근을 사신으로 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장비는 의문을 나타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곳으로 사신을 보냈을까요? 성도가 아니고 말입니다.”
내가 장비의 의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였다.
“대왕을 시기하는 손권이 대왕의 성공을 전해 들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권은 대왕과 관계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사신을 보내는 것이지요. 척후와 안한장군(미축)의 세작으로부터 오의 정보가 모아지면 이를 취합하여 정녕 그러한지 분석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나는 제갈근이 오기 전에 척후와 미축의 장사꾼들이 보낸 오의 정보를 취합하여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조비가 책봉 사신을 보내 손권을 오왕에 임명하였다는 정보를 옆에서 함께 들은 장비는 손권에 대해 화를 내었다.
“강동의 쥐새끼(손권)는 배알도 없는 것 같소이다! 어디 책봉을 받을 데가 없어서 역적 조비의 신하를 자처하여 조비의 책봉 조서를 받아 오왕이 되었다는 말입니까?”
장비가 손권을 소리 높여 꾸짖었던 것이다.
“장군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에 반해 아국의 대왕께서는 역적 조비에 맞서 대군을 일으키셨으니 대왕의 배포를 손권이 따라오려면 백만 년도 더 걸릴 것입니다.”
나의 이러한 과장 화법에 장비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손권 그 쥐새끼 놈을 대왕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 대왕은 무려 황실의 웃어른인 유황숙이신데 말이외다!”
이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장비는 그러면서 손권이 어찌하여 사신 제갈근을 성도가 아닌 이곳 상용으로 보내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였다.
“그런데 상서령, 손권 놈은 왜 성도가 아니고 이곳으로 사신을 보는 것일까요?”
“대왕(유비)께서는 손권과 어떠한 관계 개선도 염두에 두고 계시지 않습니다. 그것은 관공의 일로 대왕이 손권에게 크게 진노하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여, 사신을 성도로 보내어 대왕을 알현한다고 해도 대왕께서는 오나라의 사신을 문전박대하실 것이 분명합니다.
거기다 작금 대왕께서는 북벌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어차피 오나라 사신이 성도로 간다 한들 대왕을 알현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여, 제 생각에는 이것은 손권의 생각이 아니라 손권 밑에 있는 모사의 생각일 것입니다. 바로, 손권의 모사가 아국에서 대왕을 설득하는 데 그래도 낫다고 판단하는 저를 설복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최선이라 여기고 이곳 상용으로 사신을 보낸 것 같습니다. 거기다 범강과 장달 등이 이미 제거된 후이기에 장군은 이렇게 건재하셔서 방릉과 상용을 함락하는 큰 전공을 세웠습니다. 손권은 장군이 무사하여 전공을 세운 것을 보고받고는 분명히 아군이 오나라의 간자들을 적발하여 제거한 것을 알게 됐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동안 전해지지 않은 아군의 실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사신을 보내는 것이 분명합니다.”
나의 이러한 분석에 장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분한 목소리 말하며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강동의 쥐새끼가 둘째 형님을 해한 일을 나 또한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하여, 나 또한 대왕이 그랬던 것처럼 손권 놈이 보내는 사신을 사실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 이 또한 나랏일이니 감정만으로 대처해서는 안 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상서령의 말씀을 들으니 손권 놈이 사신을 이쪽으로 보내는 이유를 알겠습니다만, 상서령 손권 놈이 아군의 실정을 알아보려 세작이나 다름이 없는 사신을 보낸다는 것인데 그대로 사신을 만날 것입니까?”
내가 장비의 질문에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파악한 오의 사정이 정녕 그러한지를 사신을 통해 확인하고 또한 실제 오의 상황을 사신을 통해 역으로 알아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장비는 나의 말 뜻을 알아듣고 순순히 따랐다.
“알겠습니다 상서령. 상서령 뜻대로 하십시오.”
나는 이어서 손권이 유비의 성공을 전해 들으면 행할 일에 대해 예상을 하였다.
“내 생각에 대왕을 시기하는 손권이 대왕의 성공을 전해 들었다면 손권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의 말을 들은 장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컥 일어서며 버럭 화를 냈다.
“손권 그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큰 형님을 시기해?”
나는 장비를 말렸다.
“장군 고정하십시오. 이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입니다. 실제 그러한지는 척후와 세작 등을 통해 계속 오를 예의 주시하여 알아내야겠지요.”
나의 말에 장비는 곧 화를 누그러뜨리고 사과를 하였다.
“상서령 죄송합니다. 내가 상서령께 화를 낸 것이 아니고 나는 단지 강동의 쥐새끼의 행태에 화를 낸 것이외다. 그리고 여태껏 상서령이 예상한 일이 어디 빗나간 경우가 있소이까? 분명 상서령의 예상대로 손권 그 쥐새끼 놈이 대왕을 시기하여 무언가 일을 꾸밀 게 분명합니다.”
장비의 사과를 받은 나는 웃으며 손권이 정녕 어떠한 행동을 보일지 나의 예상을 장비에게 말하였다.
“손권은 분명 대왕께서 하셨는데 ‘손권 자신도 못할 소냐!’라며 대군을 일으켜 무모하게 합비를 칠 것입니다. 하나 이미 방비를 마친 위의 합비를 손권은 절대 함락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손권이 동쪽에서 위군을 신경 쓰이게 한다면 아국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나의 말에 장비는 눈이 커지며 내가 말한 뜻이 무엇인지 금시에 깨달았다.
“아! 그렇군요! 손권 놈이 그리 움직인다면 상서령의 말씀대로 아군에게는 더 없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 * *
방릉성 외곽 40여 리 밖.
제갈근은 상용성을 향해 계속 말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일단의 기병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제갈근은 기병을 확인하고 잠시 움찔하기는 하였으나 도망치지 않고 말을 멈추고서 기병들을 기다렸다.
기병이 제갈근 앞에 당도하자 기병 중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제갈근에게 인사를 하였다.
“오에서 오신 사신이십니까?”
“그렇소…”
“저는 오의 사신을 호위할 부관 구부입니다. 지금부터 오 사신을 호위하여 방릉성으로 모실 것입니다.”
제갈근은 방릉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윗분들이 상용에 있지 않고 방릉에 계신 것이오?”
“예, 그렇습니다 사신. 지금 사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소장이 사신을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럼 부탁하오…”
이렇게 제갈근이 방릉에 다다르자, 내가 미리 보내둔 구부와 병사들에 의해 호위를 받으며 방릉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제갈근은 법정의 이러한 안배에 속으로 두려운 마음부터 들었다.
그것은 바로 호위가 아니라 자신을 감시하려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역시 촉의 책사 법정이로군. 내가 오는 것을 이미 알고 이렇게 병사를 보내 감시를 하다니… 내가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겠어…’
나는 장비와 방릉 태수 장억 그리고 왕평 등의 부관들을 데리고 방릉성 밖까지 나와 오나라 사신 제갈근을 맞을 채비를 하였다.
장비는 이미 여러 번 본 제갈근을 이리 나와서까지 맞아야 하는지 불만이 보이는 표정이었다.
하나 촉의 이인자 군사장군 제갈량의 친형이 바로 제갈근이었기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렇게 기다린지 얼마가 지나자 부관 구부가 이끄는 기병의 호위를 받으며 저기서 제갈근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갈근은 우리가 보이자 말에서 내려 우리의 앞으로 걸어와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하였다.
“우리 주군의 명을 받아 사신이 된 저 제갈근이 두 분을 뵙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한데 두 분께서 이리 마중을 나와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는 이미 손권이 조비의 책봉을 받고 오왕이 된 것을 알고 있는데 제갈근은 내가 이를 파악한 것을 모르는지 그저 손권을 일전의 명칭인 주군으로 칭하고 있던 것이었다.
‘제갈근이 내가 손권이 조비의 책봉을 받아들여 오왕이 된 것을 파악하고 있는지 떠보는 것일 수 있어. 그렇다면 잠시 모르는 척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나는 그렇게 제갈근의 인사에 손권의 오왕 책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얼굴로 화답을 하려 할 때 장비가 나서서 무언가 제갈근에게 말을 하려 하였다.
이에 나는 즉시 장비에게 눈짓을 하였다.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장비는 이내 나의 눈짓을 알아듣고 잠자코 있었다.
나는 제갈근의 인사에 화답을 하였는데, 일부러 제갈근이 제갈량의 친형임을 강조하는 인사말을 하였다.
“오의 사신께서는 먼 길을 오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한데 군사장군(제갈량)의 친형님께서 어찌 이 먼 곳까지 사신으로 오신 것입니까?”
제갈근은 육손으로부터 촉의 책사 법정이 어떠한 인물인지 살피라는 은밀한 서신을 받았기 때문에 나를 만나자마자 나의 외모부터 살폈는데, 이는 제갈근이 일전에 사신으로 왔을 때 나를 주목하여 살피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확실히 나에 대해 자세히 관찰하고자 한 것이다.
‘법정은 역시 책사다운 외모를 가진 자로군. 저 눈매와 눈빛 하며 날카로운 성격이겠어. 내가 공명 아우의 친형임을 강조하는 것을 보니 나를 일부러 떠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오히려 내가 법 책사가 정녕 날카로운 성격이 맞는지 역으로 도발을 해볼까?’
그렇게 나의 외모에서 드러나는 성격을 예상한 제갈근은 오히려 나를 도발하는 질문을 하였던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귀국의 군사장군인 공명의 친형이지요. 한데 법 책사께서는 어찌 그것을 강조하듯 말하는 것입니까?”
제갈근이 나의 촉 조정에서의 관직을 알고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나를 책사라 칭하는지 그것은 모를 일이었다.
나는 이것이 제갈근이 나를 그저 떠보는 것이라 여겨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나, 옆에 있던 장비가 발끈하고 말았다.
“제갈 사신! 법 책사라니! 이분 법 대인은 엄연히 대왕께서 내리신 상서령이라는 관직이 있습니다. 앞으로 법 대인을 칭할 때는 상서령이라는 정식 관직명으로 부르시오!”
장비는 이렇게 제갈근에게 나의 앞에서도 한 번도 칭하지 않았던 ‘대인’이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화를 냈던 것이다.
제갈근은 장비의 반응을 보고 확실히 작금 상용의 실제 서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비가 저리 발끈하며 말하는 것을 보니 역시 법정이 이곳 상용의 실질적인 최고 지휘관이로구나…’
제갈근은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화난 장비의 지적에 나를 향해 두 손을 모으며 사과했다.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상서령, 결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이렇게 전혀 당황하지 않은 표정으로 제갈근이 사과를 하는 것이 내 눈에 보였기에 나는 이것이 제갈근이 나를 도발하는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역시 제갈근이 나를 떠보기 위해 작은 도발을 한 것이 분명하군…’
그리하여 나는 일부러 미소까지 머금으며 제갈근의 사과에 응답했다.
“아닙니다 종사중랑. 양국의 관계가 끊긴 지 꽤 오래되어 종사중랑이 나의 관직을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내가 이리 제갈근의 관직을 정확히 말하자 제갈근은 놀라는 눈치였다.
“상서령께서는 저의 관직을 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무에 어려운 일이라고요.”
나의 아무렇지 않은 대답에 제갈근은 자신도 모르게 진땀이 났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였는데 법정은 나를 아는데 나는 사실 법정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이거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칫 내가 법정에게 휘둘리게 생겼구나…’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미 제갈근이 온다는 첩보를 접하고 제갈근에 대해 알고 있는 나의 지식과 미축의 장사꾼들로부터 전해진 정보 등을 통해 제갈근의 관직 정도는 쉽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어서 제대로 장비를 소개하였고, 이어서 방릉 태수 장억 등을 제갈근에게 소개하였다.
“종사중랑도 여기 계신 장 장군은 잘 아실 것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장 장군 잘 지내셨습니까?”
장비는 제갈근의 물음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뭐 잘 지냈습니다.”
이어서 나는 장억을 제갈근에게 소개했다.
“종사중랑 이쪽은 이번에 새로 방릉 태수로 부임한 장 태수입니다.”
나의 소개에 장억이 포권을 취하며 제갈근에게 인사했다.
“상서령의 말씀처럼 소장은 이번에 방릉 태수로 부임한 장억입니다.”
“장 태수 만나서 반갑소이다.”
이어서 나는 제갈근을 방릉성 안으로 안내하였다.
“자 종사중랑,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시지요.”
“예 상서령…”
* * *
나의 안내에 따라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방릉성 안으로 들어선 제갈근은 성안 여기저기를 살폈다.
나는 그런 제갈근을 그대로 두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군이 얼마나 기강이 잘 잡힌 군대인지와 그리고 방릉의 민심 또한 아군이 이미 얻고 있음을 제갈근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나의 예상대로 제갈근은 방릉성에 들어서면서 성 이곳저곳에 꽂힌 촉의 깃발부터 보았다.
그리고 방릉성을 돌며 순찰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제갈근은 보았다.
그리고 이곳 방릉이 얼마 전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방릉 백성들의 민심이 안정되어 있는 것에 제갈근은 적이 놀랐다.
즉, 방릉성 성주의 집무청으로 향하는 길 좌우로 백성들이 동요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고 또한 상점이 문을 열어 손님들을 반기고 손님들은 물건을 골랐으며, 곳곳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던 것이다.
‘법정이 책략을 잘 쓰는 것뿐만 아니라 내정에도 상당한 재능이 있군… 과연 육 부도독이 경계할 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