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52
52. 나의 진짜 목표 ‘양번 공략’을 밝히다
“아국이 촉적에게 평지에서 진 적이 없고 아군에는 정예 기병이 있으니 단 한 번의 회전으로 적을 완전히 격살 시킬 것이오!”
조인의 이러한 계획을 들은 서황은 여전히 반대를 하였다.
“장군의 말씀처럼 촉적과의 평야에서 싸움에서 아국이 진 적은 없습니다. 하나 그때는 아군의 사기가 높을 때였고, 지금은 촉적의 복병에 아군이 크게 당하여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아무리 정예군이라 한들 사기가 바닥이면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는 법입니다. 장군, 우선 양양성으로 들어가 군을 재정비하고 양양성을 굳게 지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촉적과 양양에 이르는 평야에서 회전을 벌이게 된다는 것은 촉적 법정이 양양까지 노린다는 말이 아닙니까? 법정이 과연 그러하겠습니까?”
서황의 물음에 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이오. 법정은 한번 아군을 무찔렀다고 자만을 하고 있을 것이오. 법정은 분명 그 기세를 이어서 양양까지 노리려 할 터이지. 이러한 법정의 자만을 우리가 역이용해야 하는 것이오.”
조인은 이렇게 자신의 자만은 생각지도 않고 오히려 법정이 자만하고 있을 것이라 착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조인은 완고하게 자신의 계획을 진행시키려 했고, 그럼에도 서황은 끝까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장군 한 번만 다시 고려해 주십시오. 기세가 오른 적을 상대하기보다 양양성을 이용하여 적을 방어하는 것이 제가 보기에는 상책입니다. 거기다 적이 양양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인다면 이번에는 아군이 반대로 적을 기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군에게도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 방법입니다. 하오니 장군 한 번만 다시 숙고하여 주십시오!”
하나 법정에게 당한 패배를 반드시 크게 갚아주겠다고 마음먹은 조인에게는 서황의 간언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였고, 이번에도 조인은 부절을 꺼내들며 서황에게 명령했다.
“여기 폐하께서 내리신 부절이 있소! 하니, 우장군은 나의 명령을 따라 촉적과 평야에서 회전을 벌일 준비를 하시오!”
이에 서황은 어쩔 수 없이 조인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 예, 장군. 소장 장군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렇게 조인 서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전에서 촉군과 회전을 펼칠 것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 * *
다시 시점을 내가 참모회의를 주관하는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나는 이 자리에서 아군이 조인과 평야에서 회전을 벌일 것이라 선언했고, 장비는 위 군이 평야의 회전에 특화된 군대인데다 아군보다 기병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조인과 평야에서의 전투를 응할 필요가 없다고 진언하였다.
이에 나는 아군이 위 군과 이번 회전을 반드시 펼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장군의 말씀이 참으로 일리가 있습니다. 분명 아군에 비해 조인은 평야에서 수많은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고 거의 모든 평지의 전투를 승리하였습니다. 거기다 적은 북쪽 이민족을 격퇴하였던 정예 기병이 있고 그 수 또한 작금 아군의 기병 수보다 우위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아군이 위 군과 평야의 회전을 벌여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의 말에 장비가 물었다.
“상서령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장비의 물음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즉각 답변을 하였다.
“예 장군,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역적 조비 토벌의 기치를 내걸고 대왕께서 대군을 일으키신 이래 우리 제2군은 상용을 함락하고 조인의 대군을 경산에서 격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조인과 일전을 벌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조적과 끊임없는 치러야 하는 전투의 시작일뿐입니다. 즉, 우리 군은 향후 적의 영역 깊숙이 들어가 적과 싸움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된다면 평야에서 적과 겨룰 일이 많을 것입니다.
조인뿐만 아니라 조적은 아군이 평야에서 잘 싸우지 못한다고 깔보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 이번에 조적이 자신하는 평지에 적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 정도로 그들에게 대패를 안겨준다면 더는 아국이 평지에서 싸움을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아군 스스로도 평야에서 잘 싸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깨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아군이 이번에 적의 대군과 호선으로, 제대로 승부를 보아 적을 격파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향후 아군은 적과 평지의 싸움에서 더는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이유입니다.”
두 가지 이유의 설명을 들은 장비와 참모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였다.
“그렇군요! 소장 또한 이번에 조인을 기습하여 크게 물리쳤음에도 평야에서 회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 나도 모르게 꺼려졌습니다. 상서령의 말씀대로 이번 회전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아군도 평지에서 잘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아군 스스로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장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순간 뇌리를 스치는 무언가가 있어,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다.
“한데 상서령, 적과 양양 평야에서 회전을 벌이고 그 싸움에서 아군이 승리한다면 이어서 아군은 양양성 또한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습니다. 일전에 상서령이 상용을 얻게 되면 양양을 노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군요!”
그랬다.
장비가 기억해 낸 것처럼 나는 조인을 회전에서 격퇴하는 것 이상의 것을 노리고 있었다.
사실 나에게 제2군의 원래, 진짜 목표는 바로 상용을 넘어선 양번 공략이었던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장군. 용케도 예전에 제가 흘리듯 한 말을 기억하고 계시군요. 아군은 회전에서 승리하면 곧장 양양성뿐만 아니라 번성도 공략을 할 것입니다.”
이러한 나의 말에 참모들은 탄성을 내지르며 나의 전략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역시 상서령의 전략은 범인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비범하며 그 범주 또한 정말 넓고 대단합니다!”
감탄의 탄성이 또 한 번 지나간 후, 장비는 무언가 우려의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한데 상서령, 대왕께서 아군에게 내린 명은 상용의 회복이었습니다. 경산 전투야 상용의 방어를 위한 수비적 대처였고, 평야의 회전도 수비의 연장선이라 쳐도, 양양성과 번성의 공략은 대왕이 내리신 명을 아득히 넘어선 것입니다. 이는 자칫 잘못하면 대왕의 명을 위반한 것으로 여겨져 군법에 따라 큰 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장비가 이런 걱정을 할 줄 알았다.
하나, 나는 이미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조치를 취해 두었다.
그리하여 나는 장비만 남기고 다른 이들을 모두 내보낸 다음 장비와 독대를 하여 이를 설명하였던 것이다.
* * *
나는 장비가 왜 이런 우려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만큼 작금 장비는 나를 믿고 따르고 있기에 혹 내가 잘못될까 걱정을 하는 것이다.
장비의 말처럼 대왕 유비의 추가 명이 없었으니 아군의 활동은 상용을 회복하고 상용을 지키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맞다.
유비의 또 다른 명이 없는 한 말이다.
하나, 이미 나는 대왕 유비로부터 양양성과 번성의 추가 공략에 대한 재가를 받아 두었던 것이다.
여기서 잠깐 시간을 돌려 유비가 대군을 일으키려 한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 회상, 성도 대전
이때 나는 유비를 설득하여 유비로부터 역적 조비를 토벌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키는 결정을 얻어내는데 성공하였다.
나는 이어서 유비에게 제2군의 상용 공략과 관련하여 유비에게 독대를 청하니 유비를 이를 허락하였다.
나는 지도를 펼쳐 유비에게 제2군이 어찌 움직일 것인지 상세한 설명을 하였고, 유비는 나의 설명을 듣고 그대로만 된다면 필시 짧은 시간에 상용을 함락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유비에게 상용을 함락하는 데 성공하면 그 기세를 이어 양양성과 번성을 공략해도 되는지 물었다.
“대왕, 신이 만약 신정후(新亭侯, 장비)를 선봉에 세우고 상용 전역을 회복하는데 성공한다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적의 양양성과 번성의 공략을 이어가도 되겠습니까?”
유비는 나의 이러한 주청을 듣고 처음에는 내가 농을 하는 줄 알았다.
“상서령, 상용의 함락도 실제는 쉽지는 않을 것이오. 물론 과인은 상서령을 완전히 신뢰하기 때문에 제2군이 충분히 상용을 함락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소. 하나, 상용을 함락하면 제2군의 재정비와 상용의 안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오. 그리고 상용 전역을 함락하는 과정에서 분명 제2군의 손실이 발생할 터인데 그리되면 남은 제2군의 병력으로 양번까지 노릴 수는 없을 것이오. 상서령, 과인은 상서령의 그 말을 상용을 쉽게 함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 위한 농(弄)이라고 생각하겠소.”
나는 유비의 말에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 진지한 표정으로 아뢰었다.
“대왕 신이 어찌 감히 대왕께 허언을 말씀 올리겠사옵니까. 신은 정말로 대왕께 상용뿐만 아니라 양번도 공략할 것이라 말씀 올리는 것입니다.”
내가 이리 진정성이 담긴 말로 진언을 올리자 유비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상서령, 정녕 양번까지 공략할 것이란 말이오?”
“그렇사옵니다 대왕.”
유비는 나에게 어찌 양번까지 공략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나는 유비에게 나의 전략을 말했고, 유비는 그것을 듣고는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모양이었다.
“흠… 그렇게 한다면 아주 가능성이 없지도 않겠군…”
그러면서 유비는 나의 양번 공략에 대해 윤허를 하였다.
“과인이 보기에 상서령의 계책이 들어맞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오. 하여, 과인은 상서령이 상용을 회복하면 이어서 양번을 공략할 수 있도록 윤허를 하는 바이오.”
“망극하옵니다 대왕.”
하지만, 유비는 윤허를 하면서도 여전히 양번까지 공략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 여겼는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상서령, 양번을 공략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여기면 즉시 퇴각을 하도록 하시오.”
지난날 관우가 형주 공방전에서 양번을 결국 함락하지 못하고 패퇴하였던 일이 역시 두고두고 유비의 뇌리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대왕.”
그리고 나는 유비의 윤허를 받은 것에 이어서 유비에게 부절을 내려줄 것을 청하였다.
“대왕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신에게 양번을 공략할 수 있는 권한을 명징(明澄) 할 수 있는 부절을 내려주셨으면 하옵니다.”
나의 이러한 요구에 유비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곧바로 부절을 나에게 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상서령이 상용을 함락하고 이어서 양번까지 공략한다고 한다면 필시 신정후(장비)를 포함한 참모들이 과인의 명을 넘긴 월권으로 보고 이를 말리려 하겠지. 그리하여 이것이 과인의 윤허를 받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면 분명 이 부절이 필요할 것이오. 과인은 상서령의 의도를 잘 알기에 이 부절을 내리고자 하오.”
나는 무릎을 꿇고 유비에게서 부절을 받았다.
“황공하옵니다 대왕. 대왕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반드시 상용에 이어 양번 또한 공략해 보이겠나이다!”
부절을 받은 나는 이어서 유비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는데, 유비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미 눈치를 채고는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과인은 상서령이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소. 상서령의 그 계책은 실행하기 직전까지 되도록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아야 할 극비라는 것이 아니오. 과인은 절대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여도 되오.”
“예, 대왕 이해해 주시니 황공할 따름입니다.”
이어서 유비는 나에게 만일 장비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부절을 보이며 장비를 제압하라 명하였다.
“그리고 그 부절을 과인이 상서령에게 내린 또 다른 연유는 바로 신정후가 만일 상서령의 명을 잘 따르지 않을 경우 과인이 내린 부절로 신정후를 제압하라는 것이오.”
이에 나는 부절은 그런 용도로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유비에게 진언한 대로 양번의 추가 공략에 사용할 것이라 아뢰었던 것이다.
* * *
다시 제2군의 진영으로 돌아와 보도록 하자.
나는 장비의 자존심을 고려하여 참모들을 내보내고 유비와 있었던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장비에게 부절을 보였다.
장비는 저간의 이야기를 듣고 부절을 보았음에도 자존심이 상하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자신을 배려해 준 것에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하며 감사를 표하였다.
“상서령께서는 대왕을 대신하는 부절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가지고 소장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소장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으니, 이는 상서령께서 소장을 배려해 주신 것입니다. 소장은 그저 상서령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비는 이어서 나에게 이렇게 진언을 하였다.
“상서령, 소장뿐만 아니라 나머지 장수들에게도 대왕께서 상서령에게 양번까지 공략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부절을 내리신 것을 알려 그들의 불안을 덜어주시는 것이 합당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장비의 진언을 받아들였고, 다시 참모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대왕 유비로부터 받은 부절을 내보이며 아군에게 양양성과 번성을 추가 공략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알렸다.
* * *
221년 2월 초, 아직 한 겨울의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제2군 주력 2만 2천을 이끌고 조인과 대회전을 치르기 위한 진군을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