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51
51. 법정과 조인, 대회전 결정
‘’“”
“아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일전을 벌여 조인을 격멸할 것입니다.”
나의 이러한 선언에 장비가 되물었다.
“제대로 된 일전이라니… 상서령 그 말씀은 이번 전투가 주가 아니었다는 말입니까?”
내가 장비의 물음에 답했다.
“그렇습니다 장군. 이번 전투는 아군의 매복작전으로 적을 기습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 다음 전투는 호선대결(互先對決)로 평지에서 적과 당당하게 회전을 벌일 것입니다.”
“호선대결이라면… 상서령, 그렇다면 적의 남은 병력이 아군에 버금간다는 말씀이십니까?”
이번에는 부관 왕평이 물었다.
“그렇다네. 왕 부관 자네는 나와 함께 전방의 적을 공격하여 후방의 적이 얼마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을 걸세. 내가 파악한 바로는 아군에게 격파된 적의 전군과 중군의 3만 이외에도 후군의 적 또한 약 3만이 있었다고 하네. 거기다 포로들이 진술한 바로는 전방의 3만 모두가 양양성과 번성의 병사라고 하니 필시 후방의 병력은 조인이 이끌고 온 정예 중앙군이 분명하네. 그렇다는 이야기는 조인의 남은 병력이 아군 병력보다도 약간은 우위에 있다는 말로 이대로 다시 조인과 일전을 벌이게 된다면, 병사 수만 놓고 보았을 때 호선이라 해도 맞지 않겠는가.”
그랬다.
조인이 중앙군의 피로를 고려하여 전군과 중군에 양양군 3만을 배치한 것이 오히려 조인에게는 이렇게 큰 패배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방의 정예 중앙군 약 3만을 보전하게 되어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이러한 병력은 아군 주력인 2만 2천여 보다 더 많은 것이 분명하지만 아군의 파괴력은 숫자의 열세를 만회하고 남음이어서 나는 이를 호선으로 보았던 것이다.
나는 그러면서 이번 ‘경산 전투’에서 어찌하여 아군이 승리하고 조인이 대패를 했는지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아군의 새로운 전략을 말하기 전에, 아군이 승리한 요인과 적 조인이 대패한 원인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는 다음 전장에서 어찌해야 아군이 다시 대승을 거둘 수 있을지 알 수 있는 답안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말에 이번에는 구부가 찬동을 하였다.
“소장의 생각도 상서령의 말씀과 같습니다. 지난 전투를 통해 적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철저히 이용한다면 다음 전투에서도 아군의 승리가 더 손쉬워질 것입니다.”
“구 부관 바로 그것일세.”
나는 이어서 설명을 이어갔다.
“아군의 승리 요인은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손자병법의 정언명제(定言命題)를 충실히 실천한 것이 주요하였습니다. 즉, 아군은 세작과 척후를 통해 적군의 병력 수와 이동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통해 경산에 매복을 하였습니다. 거기다 적장 조인이 자만하고 있는 것 또한 이번 경산 전투에 십분 활용했던 것입니다.”
눈앞에서 조인과 서황을 놓쳐 너무나 아쉬운 감정이 그대로 남아 있던 장비가 ‘조인의 자만’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것이 무얼 뜻하는지 나에게 물었다.
“상서령 ‘조인의 자만’이라니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을 설명하자면 말이 조금 길어지게 됩니다.”
과연 내가 말한 조인의 자만이란 무엇일까?
* * *
“조인은 지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이는 지난 ‘형주 공방전’에서 조인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난날 조인은 관공에 의해 양양과 번성이 모두 포위를 당했습니다. 이때 조인은 크게 겁을 먹고 관공의 병마에 의해 포위된 번성을 포기하고 도망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때 조인의 곁에 있던 만총이 조인에게 구원군이 올 때까지 성을 사수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조인은 그제야 만총의 말대로 번성을 지켰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금이 7군 3만을 이끌고 양번을 구원하기 위해 왔으나 엄청난 홍수(한수 범람)가 발생하여 우금의 7군이 고립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관공은 이미 홍수를 대비하여 수많은 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여 관공은 수군을 이끌고 고립된 우금의 7군을 공격하니 우금은 그대로 항복을 하였고, 방덕은 끝까지 싸우다 관공에게 참살을 당했습니다. 이렇게 구원군인 우금의 7군마저 대패하자 이때도 조인은 홍수로 오륙장이 침수된 번성을 버리고 도망치려 했는데 이번에도 만총이 조인을 말리니 조인은 그대로 번성을 사수하게 된 것입니다.”
나는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 말을 이어갔으니.
“그리하여 조인은 운이 좋게도 번성의 수비에 성공을 하였고 그때를 틈타 서황이 신병을 이끌고 관공과 싸우니 관공은 화살을 맞았던 팔의 상처가 채 낫지 않은 상태로 싸워야 했기에 서황군에 패배했던 것입니다.
조인은 곁에 있는 참모의 조언을 조인이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지장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형주 공방전’에서 명목상은 조인이 만총의 조언을 받아들여 번성을 지켜냈으나, 실상은 조인이 도망치고 싶어도 관공의 포위와 대홍수 때문에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은 조인이 만총의 말을 따른 듯하였으나 실제는 그저 조인이 아무것도 안 하고 번성에 머물렀던 것뿐입니다.
그렇게 운이 따른 조인은 천하를 진동시킨 관공을 패퇴시킨 일이 오롯이 자신의 능력 때문이자 공으로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조인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기고만장(氣高萬丈) 한 상태가 된 것입니다. ”
장비를 포함한 제장들은 나의 이야기를 계속 경청하였고, 나는 결론을 말하였다.
“조비와 조인 등의 조적은 관공이 돌아가셨기에 이제 아국에서 두려워할 인물이 더는 없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아군이 상용 전역을 함락했다고 해도 말이지요. 또한 일전에도 이야기하였지만, 조인은 아군이 상용을 회복한 다음 재정비와 안정의 시간을 갖느라 미처 대응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 판단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인의 자만과 잘못된 판단이 결국은 조인을 패배로 이끌게 된 것입니다.”
나의 꽤 긴 설명을 들은 장비와 참모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장비가 나에게 물었다.
“상서령께서 ‘조인의 자만’을 말씀하신 것은 이번 전투뿐만 아니라 다음 전투에서도 여전히 조인의 그러한 자만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까?”
역시 장비는 지장이야.
나의 의도를 훤히 꿰고 있지 않은가.
“바로 그렇습니다 장군. 조인은 아군의 강맹한 일격에 혼쭐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자만과 오만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의 패배는 그저 아군의 기습에 당한 사고 정도로 여기고 있을 터이지요.
사실 조인의 이러한 오만은 약간은 일리가 있습니다. 바로 다음 번 전장이 펼쳐질 곳이 평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평지의 회전에서 조인은 거의 무적에 가깝고, 조인을 보좌하는 서황 또한 평야의 회전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큰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투항한 적들을 통해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아군이 주되게 격파한 적들은 양양성과 번성에 주둔해 있던 병력이라고 합니다. 즉, 조인과 서황이 이끌고 온 정예 중앙군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바로 조인이 전군과 중군에 양양병을 배치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조인은 후군인 중앙군을 수습하여 퇴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는 아직 조인의 힘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인은 아군을 깔보다가 대패한 것에 분명 크게 당황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격파당한 것이 결국은 양양에서 보충한 병력이기 때문에 조인은 정예 중앙군으로 아군과 다시 승부를 보려 할 것입니다. 바로 자신이 있는 평야에서의 회전으로 말이지요. 그리하여 그 전장은 양양성이 아닌 이곳 양양성으로 향하는 평야가 될 것입니다.”
나의 말에 장비가 물었다.
“상서령, 아무리 조인이 평야에서의 회전이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난공불락의 성인 양양성이 아니라 평야에서 승부를 보려 한다는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는 위가 아국과 대결을 펼치면서 평야에서 겨루었을 때는 한 번도 지지 않은 경험을 토대로 조인은 여전히 자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조인은 아군을 단 한 번의 대회전으로 격파할 수 있다고 여전히 자만하고 있을 것이고, 아군과의 회전을 준비할 것입니다.”
나의 말을 들은 장비는 일견 이해를 하면서도 아군이 일부러 조인의 노림수에 맞추어 회전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상서령, 사실 조인이 자만을 할 만큼 위 군은 평야의 회전에 특화된 군입니다. 특히 기병이 아군에 비해 강합니다. 작금 제2군의 기병은 불과 수백 기로 평야에서 양군이 회전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천 여기가 넘을 적의 기병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아군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소장의 생각에는 조인이 유리한 평지의 회전에 아군이 응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장비는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고, 이는 분명 일리가 있었다.
나는 장비의 주장을 듣고는 웃으며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을 하니, 장비와 참모들이 감탄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내가 조인과의 대회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는지…
* * *
한편 조인은 팔에 꽂힌 화살의 대를 부러뜨리며 말을 달려 후군에 이르렀다.
그리고 곧 합류한 서황과 함께 후군을 이끌고 퇴각을 하였다.
빠르게 경산을 빠져나가 양양으로 이르는 평야에 당도한 조인은 그곳에서 우선 군을 재정비하며 진을 쳤다.
그러고 나서야 조인은 진중 의원을 불러 팔에 꽂힌 화살을 제거하고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조인은 팔을 움직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조인은 서황과 함께 피해를 점검하였는데, 조인은 그저 기가 찰뿐이었다.
“이런! 이런! 일개 촉의 책사에게 이렇게 큰 패배를 당하다니!! 양양군 3만이 그대로 촉적에게 날아갔어!! 내 폐하를 무슨 면목으로 뵌다는 말인가?”
조인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자 서황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군, 그래도 그나마 중앙 정예군을 후군으로 둔 덕에 중앙군의 피해가 경미하였습니다.”
“그렇지… 중앙군은 아직 건재하지… 그래, 중앙군이 건재해.”
그러더니 조인은 서황에게 이리 말을 하였다.
“아군이 법정의 얄팍한 복병에 큰 피해를 보기는 했으나 아직 중앙군이 건재하오. 거기다 장비가 이끄는 복병의 수가 생각보다 적었고 척후의 보고에 따르면 법정이 스스로 이끌고 온 적의 후속 병력 또한 우리의 예상보다 적었다 하오. 그리하여 내 생각에는 지난번 상용 전투에서 법정이 예상보다 큰 피해를 본 것이 분명하오. 그렇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
“장군, 그 이야기는?”
서황이 눈치를 챈 듯하자 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대로 아군은 양양성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곳 평야에서 적과 제대로 된 싸움을 벌일 것이오.”
조인은 법정에 맞서 평야에서 회전을 벌일 계획을 한 것이다.
이는 법정이 참모회의에서 말했던 것처럼, 그때까지 위 군이 촉군에 맞서 싸운 평지에서의 회전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또한 손해를 본 투자자의 마음과 비슷한 것이었다.
바로 투자자가 원금의 반을 손실을 보았을 때 거기서 손절을 하지 않고 잃어버린 절반을 찾기 위해 계속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과 같은 심리인 것이다.
조인의 마음 또한 그러하였으니, 조인은 한 번의 큰 싸움으로 이번에 입은 큰 손해를 만회하려 한 것이다.
하나, 이번에도 서황이 조인의 계획을 반대하였다.
“안됩니다 장군. 철옹성인 양양성이 있는데 굳이 평지에서 적과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서황의 반대에 조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우장군. 지금 계절이 아직 한겨울이오. 양양성의 두 가지 이점은 높고 단단한 성벽과 깊고 넓은 해자에 있소. 하지만 한겨울의 강추위로 인해 해자가 모두 얼어붙어 적의 접근이 용이하니 아무리 양양성이라 해도 적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오. 이는 지난 적의 상용 공략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오. 비록 적이 상용 공성에서 꽤 큰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나 너무나 짧은 시간에 상용을 함락하였소. 이는 분명 촉적 법정에게 공성을 잘하는 비결이 있는 것이 분명하오.
그리고 우장군도 알다시피 아국이 촉적과의 평야의 싸움에서 어디 진 적이 있소? 이번 패배는 놈들의 비겁한 기습 때문이고 만약 평지에서 제대로 붙는다면 아군이 반드시 이길 수 있소. 바로 아군에게는 정예 기병이 있기 때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