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54
54. 양양 대회전 2… 법정의 대승리!
– 회상, 법정 제2군 진영 참모회의
아군이 진영을 세우는데도 적이 기습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왕평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소장이 보기에 적은 아군이 적 기습에 대한 방비를 이미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적의 특기인 평야의 큰 싸움으로 아군을 단번에 격파할 수 있다고 여기고 이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왕평의 말에 동의를 하였다.
“왕 부관의 생각이 나와 같네. 적은 분명 평야에서 싸움이 특기이지. 만약 아군이 그대로 적과 맞부딪쳐 싸운다면 열에 아홉은 적의 정예 기병에 의해 패하게 될 것일세.”
나의 말에 장비가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으나, 내가 이리 말하는 것은 역시 방법이 있는 것임을 눈치채고 나에게 물었다.
“상서령, 상서령께서는 적과 싸움에서 유리하게 싸울 방법을 이미 마련해 두신 것이지요? 소장의 말이 맞지 않습니까?”
나는 장비의 물음에 웃으며 답했다.
“장군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 나름대로 적과 싸울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의 첫 번째로 이미 아군의 기습에 혼쭐이 난 조인을 아군이 준비한 싸움으로 끌어들일 것입니다.”
“상서령 어떻게 말입니까?”
나는 참모회의를 열기 전에 이미 작성해둔 조인에게 보낼 서신을 장비와 참모들 앞에서 펼쳐 보이며 말했다.
“조인에게 서신을 보내 조인을 충동질할 것입니다. 조인은 분명 경산 전투의 대패로 한편으로는 아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반드시 이를 갚아주겠다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그때 서신이 조인에게 전해진다면 조인의 복수심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조인은 화를 참지 못하고 여기 서신에 나와 있는 대로 아군이 준비한 진을 깨트리기 위해 전군을 이끌고 공격해 올 것입니다.”
나의 말에 왕평이 무언가 생각나는 진이 있는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상서령, 그 진이 혹시 지난번 모의 전투에서 소장에게 펼치라 명하셨던 팔문금쇄진입니까?”
“바로 그렇다네. 그때 내가 그냥 팔문금쇄진을 모의 전투에서 실행한 것이 아니었다네. 바로 작금의 상황처럼 조적과 평야에서 싸움이 벌어질 상황까지 고려한 것이었다네.”
이에 장비와 왕평이 감탄을 하였다.
“역시, 상서령의 심모(深謀)는 대단하십니다!”
나는 왕평에게 이번 팔문금쇄진은 부관 구부와 함께 왕평이 운용할 것이라 말했다.
그리하여 나는 왕평에게 구부에게 팔문금쇄진이 어떠한 진이고 어찌 병사들을 이끌어야 할지 알려주게 하였다.
이어서 나는 장비에게 따로 무언가 명을 내렸으니 이것은 이번 대회전의 말미에 밝혀질 것이다.
* * *
다시 양양 평야의 촉과 위, 양군 대치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조인은 호기롭게 법정의 팔문금쇄진을 파훼법을 말하고는 즉시 이를 실천에 들어가니, 서황에게 정예 기병을 이끌고 촉군의 진을 공격하라 명했던 것이다.
“우장군은 즉시 아군의 정예 기병 2천을 이끌고 적의 팔문금쇄진을 크게 우회하면서 적을 동요하게 만드시오. 그리고 이어서 적 진의 생문을 향해 정예 기병을 추형진(錐形陣)으로 돌파를 하여, 적 진을 혼란하게 하고 이어서 경문으로 통과하여 적의 팔문금쇄진을 파훼하도록 하시오.”
조인의 명에 서황이 물었다.
“장군 추형진이라 하시면 기병을 쐐기 모양으로 포진시켜 적진을 중앙 돌파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소. 술수가 많은 법정은 필시 아군이 팔문금쇄진의 약점을 공격할 것이라 예상하고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오. 하여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적의 생문을 뚫지는 못할 것이오. 바로 추형진만이 법정 놈의 저 진을 뚫을 수 있는 것이오. 추형진은 충돌 부위를 최소로 하되 파괴력은 최대로 하는 공격 진형이오. 이 공격법을 써야만 법정 놈이 준비한 방비를 뚫을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장군, 소장도 전장에서 여러 번 쐐기진을 펼쳐 보았지만, 이는 장단점이 너무나 뚜렷한 공격 방법입니다. 성공을 한다면 분명 적진을 혼란시킬 수 있고 또한 쐐기진의 병마 이외에 공격력을 보전한 후군이 적을 공격할 수 있어 확실히 적을 격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돌파가 실패할 경우 쐐기진의 병력이 적진에 고립되고 포위되어 괴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황의 우려에 조인이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장군, 아군의 정예 기병을 그리도 믿지 못하는 게요?”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신중하게…”
서황이 또다시 ‘신중’이라는 말을 꺼내자 조인이 역정을 냈다.
“그놈의 신중! 신중! 우장군, 지금 상황에서도 신중만 찾으며 눈앞에 저리 진을 치고 있는 촉적을 그대로 두란 말이오? 내가 적의 진이 무엇인지 그리고 파훼법까지 알고 있고, 거기다 아군의 정예 기병이 있소! 무엇이 두려워 그리도 신중을 찾는다는 말이오? 설마 우장군은 싸우기 싫어 그러는 것이오?”
조인의 화가 담긴 물음에 서황이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장군. 저는 다만 신중을 기해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폐하께서 정남 장군으로 임명하고 부절을 내린 이 군의 대장은 나요. 우장군, 어서 나의 명대로 정예 기병을 이끌고 적 진을 공격하시오! 나는 나머지 군을 이끌고 우장군의 뒤를 바짝 쫓으며 우장군이 적진을 붕괴시키면 그대로 들이쳐 적을 섬멸할 것이오!”
조인이 이리 명하자 서황은 따를 수밖에…
“알겠습니다 장군…”
* * *
그렇게 서황은 정예 기병 2천을 이끌고 아군의 팔문금쇄진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아군의 팔문금쇄진을 맡은 왕평과 구부는 서황이 정예 기병으로 진을 향해 돌진하자 맞을 채비를 단단히 하며 병사들에게 절대 적 기병의 기동에도 당황하지 말라 명하였다.
“적 기병은 필시 아군의 진을 크게 우회하면서 아군이 당황하도록 유인할 것이다! 아군의 진은 상서령께서 특별히 준비한 진으로 절대 적의 기병의 공격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군의 진을 믿고 절대 동요하지 말라!”
“예! 장군!!”
서황은 조인이 명한대로 정예 기병을 이끌고 진을 크게 우회하더니 팔문금쇄진의 동남쪽 생문을 향해 쐐기 진형을 갖추어 그대로 공격에 들어갔다.
조위가 자랑하는 정예 기병이 추형진의 형태로 촉군의 생문으로 들이치자 곧 생문 쪽의 촉 병사들에게 적 기병의 엄청난 말발굽 소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이에 왕평이 명을 내렸다.
“적 기병이 생문을 향해 공격해온다. 절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사수하고 나의 명에 따라 대응하라!”
그리고 곧 서황의 기병이 생문으로 들이쳤고, 왕평이 또 다른 명을 내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하였다!
갑자기 생문이 좌우로 열렸고, 서황의 기병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며 그대로 안으로 뛰쳐 들어갔던 것이다.
서황 기병이 모두 진 안으로 들어오자 곧 생문이 닫혔고, 서황의 기병이 맞닥뜨린 것은 운제에서 다시 변신한 썰매 수백 대가 만든 방책이었으니, 이것이 바로 내가 왕평에게 내린 두 번째 명이었다.
서황의 기병이 들이치자 방패를 들고 있던 병사들이 옆으로 빠지면서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썰매 방벽이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서황의 정예 기병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수백 대의 썰매 방어벽이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자 당황을 하였다.
하나,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서황이 소리쳤다.
“저 정도 장애물 따위는 쉽게 쳐부술 수 있다. 그대로 돌진하라!”
서황의 명대로 기병대가 그대로 썰매 방책을 들이쳤으나 그때, 썰매의 뒤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일어나 썰매를 막 덮치는 기병을 향해 일제히 긴 창을 찔러댔다.
촉군 병사들의 창은 곧 적 기병 말의 몸통에 꽂혔고, 기병의 말은 비명을 질러대며 그대로 차디찬 땅으로 큰 충격음을 내며 쓰러졌으니, 말위에 기병 또한 바닥에 그대로 꽂히며 큰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거기다 서황의 기병에게는 촉군의 창병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황서의 화살 부대가 일제히 화살을 쏘니 썰매를 뛰어넘거나 부수기 위해 달려들던 적 기병들은 그대로 화살에 맞아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이렇게 썰매의 방벽에 둘러싸여 공격을 당하니 서황의 기병 2천 기는 얼마 지나지 괴멸당할 위기에 처했고, 짧은 시간에 약 천수백 기의 위의 정예 기병이 팔문금쇄진 안에서 주검이 되어갔다.
순식간에 대다수의 기병을 잃은 서황은 남은 수백 기의 기병을 이끌고 다시 생문을 향해 돌진하였는데 목숨이 경각에 달렸기 때문인지 수백 기라도 그 파괴력이 상당하였다.
그리하여 생문을 막고 있던 아군 병사들은 순간 주춤을 하였고 서황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생문을 역으로 돌파했던 것이다.
* * *
나는 이때 미위와 함께 예비대를 이끌고 근처 언덕 위에 올라 적의 공격에 따라 아군이 어찌 대응해야 하는지 깃발을 흔들어 명을 내리고 있었다.
팔문금쇄진을 이끌고 있는 왕평과 구부는 나의 명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응을 하니 적의 기병은 아군의 팔문금쇄진을 돌파하기는커녕 그대로 막히며 포위 섬멸되는 형국이 되었다.
한편, 조인은 서황이 이끄는 정예 기병이 분명히 촉군의 팔문금쇄진을 돌파하여 붕괴시킬 것으로 여기고 아군 진을 향해 빠싹 전진해 있었다.
그러나 서황이 팔문금쇄진을 파훼 하기는커녕 촉군의 방벽에 의해 막히고, 이어서 촉군의 창병과 사수에 의해 공격을 당하며 위가 자랑하는 정예 기병이 괴멸될 위기에 처하자 크게 당황하였다.
“아니! 저… 저…”
그러나 조인이 당황해야 하는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는 서황의 정예 기병이 아군의 팔문금쇄진의 일사불란한 대응에 막히며 쐐기 진형이 붕괴되고 대다수의 적 기병이 격멸되자 깃발을 흔들어 다음 명을 내렸다.
그러자 아군의 팔문금쇄진이 진형을 바꾸어 곧바로 학익진의 형태가 되면서 적의 포위 섬멸에 들어갔다.
서황은 나의 학익진이 발동되자 그 위험성을 즉각 감지하고, 남은 기병을 이끌고 오로지 살기 위한 퇴각에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나 조인이 이끄는 본대의 대군이 너무나 바짝 붙어 있었기 때문에, 자칫 이대로 수백 기의 퇴각을 강행하면 조인의 본 군과 충돌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서황은 어쩔 수 없이 말머리를 돌렸다.
조인 또한 순식간에 아군의 진이 바뀌며 학익진이 펼쳐지자 놀라며 어찌해야 할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위 군은 아군 학익진의 포위에 빠르게 둘러싸이기 시작했고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들며 조인의 병사들이 죽어나갔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아군 학익진의 포위가 점점 좁아들며 아군의 창병이 긴 창으로 조인의 병사들을 사정없이 찔러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서황은 남은 기병으로 나름 최선을 다해 병사들을 구하려 하였으나 이미 학익진의 포위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병사들을 구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리하여 서황은 남은 병사라도 수습하기 위해 조인에게 빠르게 달려와 퇴각을 요청하였다.
“장군! 어서! 어서 퇴각을 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입니다 전멸!!”
“이… 이런 낭패가 있다는 말인가!!”
“어서요! 장군 퇴각령을 내려주십시오! 어서요!!”
“퇴각… 퇴각하라…”
“퇴각하라!!!”
조인의 퇴각령에 학익진의 함정에 아직 빠지지 않았던 병사들이 죽기 살기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하나, 이로 인해 대열이 완전히 붕괴되었고 학익진은 어느 사이 족대의 형태로 바뀌면서 적을 더욱 옥죄어 가고 있었다.
나는 이때 또다시 깃발을 흔들어 명을 내리니 내가 준비했던 비장의 수인 장비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적의 뒤쪽으로 몰래 우회하여 매복해 있던 장비가 나의 명을 보고는 즉시 기병을 이끌고 적의 뒤를 공격해 오니, 이는 마치 물고기를 몰아 족대로 밀어 넣는 형국이 된 것이다.
달아나던 조인의 병사들은 장비가 기병을 이끌고 모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기겁을 하며 살기 위해 뒤로 돌아 반대로 뛰어가니 거기에는 촉군의 학익진이 있었다.
장비는 기병을 이끌고 좌우로 뛰면서 적을 몰이했고 적은 점점 아군의 포위에 갇혀 옥쇄 당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장비는 지난 경산 전투보다 더한 무용을 보이며 모를 휘두르니 모가 한번 지나갈 때마다 적병의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며 엄청난 선혈이 차가운 겨울의 양양 평야에 뿌려졌다.
거기다 무서운 것은 장비뿐만이 아니었다.
장비의 기병대도 장비 못지않은 무력을 과시하였으니 비록 수백의 기병이었으나 그 위력이 대단하여 수많은 적병들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조인과 서황은 장비가 뒤를 치며 몰이를 해오자 이를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거기다 이제 곧 장비가 자신들에게 들이칠 것이 자명하였으니 자신들의 목숨도 보전하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뭐… 뭐 저런 야차 같은 놈이 다 있다는 말인가!”
조인은 장비의 무시무시한 무용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두려움에 떨었다.
서황은 부장들과 함께 조인만이라도 구하여 달아나려 하였다.
“장군, 목숨이라도 구하려면 어서 도망치셔야 합니다! 어서요!!”
“그… 그래야겠지… 도망쳐야 해! 저 야차 같은 장비 놈한테서…”
“이놈들 어딜 도망가느냐?”
장비는 제 목숨을 구하기 위해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 조인과 서황을 발견하고는 이내 뒤를 쫓았고, 지난번 조인을 참살하지 못한 황서 또한 조인과 서황을 뒤를 쫓으며 화살을 날려댔다.
서황은 부장들에게 명해 남은 기병 수백 기와 함께 어떡해서든 시간을 벌게 하고 조인을 호위하며 그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그들은 아군의 학익진을 벗어나며 도망치는데 성공하였다.
이렇게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던 데에는 조인과 서황이 탄 말이 바로 한혈마(汗血馬)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조인과 서황은 간신히 제 목숨만을 부지한 채 양양성으로 도망쳤다.
이렇게 한 겨울 양양의 평야에서 펼쳐졌던 ‘양양 대회전’은 법정 제2군의 일방적인 대승으로 끝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