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61
61. 곤경에 처한 유비의 1군
서황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며 자신의 뜻을 밝히게 되는데…
“상서령, 지난날 나는 주군(양봉)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 선제(조조)에게 주군이 죽음을 맞게 되는 상황을 겪게 된 일이 있소. 그때 오갈 데 없는 나를 선제께서는 받아주시고 군의 큰일을 맡겨 주시니 나는 선제의 하해와 은혜를 아직 다 갚지 못하였소.
선제가 돌아가시고 금상께서 보위에 오르셔서 나에게 우장군이라는 높은 관직을 내려주시니 나는 금상의 은혜를 입게 된 셈이오. 그리하여 나는 금상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번 전투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려 했으나 능력이 부족하여 그대 법 상서령에게 패하게 되었소.
원래 패장은 말이 없는 법이고 승장의 처결에 따를 뿐이나, 내가 상서령에게 부탁을 하고 싶은 것이 있소.”
나는 서황이 나에게 부탁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의 입을 통해 그것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듣고 싶어 그에게 묻기를.
“서 장군 어서 말해보시오.”
“상서령, 나는 폐하의 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대패를 한 패장일 뿐이니 어서 나를 참하여 나의 죄를 속죄하게 해주시오.”
역시 그랬구나.
서황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서 장군 어찌 소중한 목숨을 버리려는 것이오? 그리고 그럴 것이면 어찌 전투에서 죽는 것을 택하지 않고 일부러 병장기를 버리며 생포된 것이오?”
나의 물음에 서황이 답하였다.
“이미 상서령이 언급하였듯이 내가 항복을 해야 병사들도 항복을 하여 목숨을 구할 것이기에 그리한 것이 첫 번째 연유요. 그리고 나 서황을 이리도 사지에 몰아붙이며 사면초가로 몬 당사자인 그대 법 상서령이 어떠한 사람인지 한번 자세히 보고 싶었던 것이 두 번째 연유요. 그리하여 이렇게 상서령과 이리 대화까지 나누게 되었으니 이제 나에게 여한은 없소. 어서 나를 형장으로 끌고 가 참수하도록 하시오.”
나는 서황이 죽음을 택하는 이유가 그것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을 했고, 그것이 무엇인지 짧은 시간이지만 생각을 해보니 얼추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서 장군, 서 장군은 만일 서 장군이 아국의 대왕께 귀부를 하게 되면, 역적 조비의 포악한 성정 때문에 결국 서 장군의 가족들이 조비에게 참혹하게 죽게 될 것을 알기에 이러는 것이 아니오?”
그랬다.
서황이 아국에 귀순을 하게 되고 이 사실을 조비가 알게 되면 조비는 서황을 변절자라 욕하며 서황의 가족들을 참살할 것이 분명하였다.
‘이러한 나의 추측에 서황이 별말이 없는 것을 보니 나의 짐작이 맞는 것 같군.’
서황은 이미 조비의 악독한 성격을 잘 알기에 조금이라도 조비의 비위를 거스르게 되면 그 끝은 잔혹한 조비의 보복으로 인한 파멸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서황은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
나의 말에 한참을 대답 없이 있던 서황이 다시금 입을 열었는데 말투가 무거웠다.
“상서령이 아국의 사정을 손금 보듯 하고 있는데 내가 어찌 상서령을 속일 수 있겠소. 상서령의 예상이 맞소. 나는 위나라의 장수이기도 하지만 한 가족의 가장이기도 하오. 우리 수십 명의 식솔들이 나 때문에 죽게 할 수 없소. 내가 죽음으로써 내 가족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오.”
그랬군.
서황은 귀부를 하고 싶어도 조위에 있는 가족들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 맞는 것이야.
“서 장군의 뜻을 잘 알겠소. 하나, 서 장군의 생사를 결정하는 일을 여기서 결정할 수는 없소. 이는 아국의 대왕께서 결정하실 일이오. 하니 우선 서 장군을 성도로 압송하도록 하겠소.”
그리하여 나는 서황과 번성에서 장비에게 잡힌 하후상을 성도로 압송하게 하였다.
* * *
이렇게 서황의 일까지 처리한 나는 잠시 짬을 내어 일전에 장비와 약속하였던 제갈량이 은거했던 융중의 초가를 찾아가려 하였다.
“장군, 일전에 장군과 약속했던 일을 오늘 하고자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나의 물음에 장비는 곧 그것이 무엇인지 금시에 알아차리고는 너털웃음을 웃었다.
“하하하! 상서령, 제갈 군사의 융중 초가를 방문하는 일 말씀이로군요. 상서령과 약조했던 것처럼 조인 놈과의 대결에서 모두 대승하고 이렇게 양번까지 얻게 되었으니 당연히 소장이 약조대로 상서령을 제갈 군사의 초가로 안내해 드려야지요!”
그리하여 나는 장비의 안내를 받아 제갈량의 융중 초가를 찾아가기 위해 양양성을 나서려 하였다.
그런데 그때 성도로부터 급보가 전해지니 나는 융중 초가 방문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과연 성도에서 온 급보가 무엇이게 나는 융중 방문을 뒤로 미룬 것일까?
* * *
나는 장비와 함께 미위와 호위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양양성을 나서려 하였다.
그런데 그때 저쪽에서 양양성을 향해 다급하게 달려오는 연락병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장비가 연락병을 발견하고 나에게 말했다.
“상서령, 저기 연락병이 오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기에 저리 헐레벌떡 오는 것인지…”
나는 미위에게 명하여 연락병을 데리고 오게 하였다.
곧 우리의 앞에 대령하게 된 연락병은 품 안에서 급보 서신을 꺼내 건넸다.
“상서령, 우장군 성도에서 온 급보입니다!”
나는 급히 서신을 펼쳐 보고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장비는 내가 서신을 보고는 수심이 가득해 보이자 무슨 일인지 물었다.
이에 나는 장비에게 서신을 건넸고, 장비 또한 서신을 읽고는 좋지 못한 표정이 되었다.
성도에서 온 급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왕의 북벌군이 무위와 농서에서 고전을 하고 있고, 역적 조비가 이끌고 온 대군이 장안에 도착하여 곧 아군과 대규모 교전을 벌이게 될 상황임. 아군은 보급 문제까지 생겨 이중고를 겪고 있음. 대왕에게 구원군과 보급이 절실함.]일전에 내가 성도로부터 대왕 유비의 제1군의 성과를 전달받았을 때 느꼈던 불안함이 결국은 현실화되었던 것이다.
바로 나는 1군이 무위와 농서 땅을 어찌하여 함락하지 못하였냐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이제 보니 무위와 농서에서 1군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 사이에 조비가 대군을 이끌고 장안에 이르렀으니 이제 조비의 대군이 1군을 들이친다면 자칫 1군이 대패를 당할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급 문제가 생기다니.
제갈량이 있는데 보급 문제가 생길 리가 없는데 이것이 어찌 된 일이지?
혹 제갈량이 1군과 함께 하고 있지 않는 것일까?
나는 짧은 시간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곧 내가 어찌 움직여야 할지 결정을 하고는 장비에게 나의 결정을 말하려고 장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장비는 나의 눈빛만 보고도 나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상서령, 어서 상서령이 하시고자 하는 것을 하십시오!”
“예 장군, 지금은 대왕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어서 대왕을 도우러 가십시다!”
* * *
나는 즉시 장비의 수백 정예 기병, 황서의 정예 화살 부대, 그리고 구부가 선별한 정예 보병 일천과 그리고 나를 호위하는 미위와 호위병들과 함께 우선 한중으로 달려가기로 하였다.
나는 황권으로 하여금 양양을 방어하고 왕평을 임시 번성 성주로 삼아 황권과 함께 만약에 있을 적들의 공격에 맞서게 하였다.
이로써 규율과 침착 조합이 양번에서 이루어졌으니, 삼국지 게임에서 위보와 혼란이 걸리지 않는 규율의 황권과 침착의 왕평 조합이 이 역사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이러한 게임 속 가상 특기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황권과 왕평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적들을 막아내고도 남음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밤을 낮 삼아 거의 쉬지 않고 달려 순식간에 한중에 도착하였던 것이다.
* * *
– 한중, 위연군 진영
위연은 내가 장비와 함께 한중으로 오고 있다는 기별을 받고는 진영의 십 리 밖까지 나와 우리를 맞이하였다.
“상서령, 우장군 어서 오십시오.”
“위 장군 수고가 많소. 작금은 대왕의 1군에 대한 일을 상의하는 것이 우선이니 어서 군영으로 갑시다.”
“예, 상서령.”
나는 위연의 안내에 따라 군영에 들어 위연이 파악한 1군의 상황을 보고받았으니, 여기서부터는 1군의 상황이 어찌 돌아갔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유비는 역적 조비를 토벌하기 위해 2로 대군을 일으켰고, 직접 1군 5만 5천의 대군을 이끌고 북벌에 나섰다.
2군의 진격로에 비해 유비 1군의 진군로는 실로 험난 그 자체였으니, 바로 악명 높은 잔도 때문이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잔도는 까마득한 절벽에 설치되어 있어서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그대로 황천길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러한 잔도를 대군이 한꺼번에 이동하기는 정말 쉽지가 않았다.
거기다 계절은 소빙하기의 한 겨울.
1군이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다고 하지만 극악의 추위에 동상에 걸리는 병사들이 속출하였다.
그래도 대왕 유비가 직접 앞장서서 병사들을 이끌고 지도를 하니 병사들은 기운을 내어 잔도를 건너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잔도를 지나 북쪽의 위 땅에 도착하게 된 1군은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되었다.
바로 후방에 위치하였던 보급 부대가 운반하던 군량과 보급품이 하필이면 그때 몰아붙인 사나운 겨울 폭풍에 의해 끊긴 잔도와 함께 천 길 낭떠러지기로 떨어졌던 것이다.
이리하여 보급에 문제가 생기게 된 유비는 여기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아니면 철수를 해야 할지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유비는 급히 참모들만 부른 후 이에 대한 긴급회의를 가졌다.
“아군이 이제 잔도를 빠져나와 이제 겨우 조적의 땅에 이르렀는데 하필이면 겨울바람에 아군의 보급품이 잔도와 함께 날아가게 되었소. 하여, 이대로 량주와 옹주를 공격해 나갈지 아니면 회군을 해야 할지 빨리 결정해야 할 것이오.”
이렇게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어렵사리 말을 하는 유비에게 1군의 참모장인 제갈량이 두 손을 모으며 아뢰었다.
“대왕, 신 군사 제갈량이 아뢰옵니다. 이미 잔도가 끊어졌으니 아군이 회군을 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일단 아군 병사들의 봇짐에 각자가 갖고 있는 식량이면 적어도 10여 일은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 장군이 량주 일대에 나타나면 강족과 저족 등이 호응하여 곧장 땅을 들어 바칠 것입니다. 그리되면 어느 정도의 군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갈량의 진언을 들은 유비가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겠군. 하지만, 량주와 옹주의 땅은 척박한 데다 작금은 한 겨울이오. 하여 아군이 이 땅에서 충분한 군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오. 거기다 자칫 군량 확보를 위해 량주와 옹주의 강족과 저족 등에서 무리하게 식량을 얻어냈다가는 그들이 오히려 반기를 들 수 있소.”
유비의 우려에 제갈량이 답하였다.
“예, 대왕. 신도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신이 말씀드리는 것은 임시책입니다. 그 사이에 신이 직접 병력을 이끌고 끊어진 잔도를 복구하고 성도로부터 직접 군량과 보급품을 실어 나를 것입니다.”
제갈량의 대답에 유비가 화들짝 놀랐다.
“군사가 직접 잔도를 복구하고 군량을 나르게 한다니 그럴 수는 없소!”
이에 제갈량이 간절한 어투로 유비에게 간언을 하였다.
“대왕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보급이 없으면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신이 조 장군(조운)과 오천 병력으로 빠르게 잔도를 복구하여 성도로부터 보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이 성도에 준비하게 한 보급에 특화된 도구도 완성이 되었을 터이니 신이 직접 그 도구에 보급품을 싣고 오겠나이다. 하오니 대왕, 윤허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