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64
64. 나, 방책(方策)을 세워 유비의 근심을 덜어주다
“대왕 제발 옥체를 보중(保重) 하셔서, 제발 전선에 앞장 서시는 무모한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주십시오!!”
내가 이렇게 열변을 토하며 유비에게 간언을 올리자 유비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청하였다.
“상서령, 과인이 잘못하였소. 과인도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음을 잘 알고 있소. 하니, 과인이 다시는 이번과 같은 무모한 짓을 하지 않으리다.”
그리고 유비는 나를 다시 한번 손수 일으켜 세우려 하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 머리를 조아린 채로 아뢰기를.
“대왕, 신하가 군주를 책(責) 하는 것 자체가 불충입니다. 그리고 군주는 어떠한 경우라 잘못을 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그 잘못은 오롯이 대왕께서 제대로 된 길을 가지 못하게 만든 신하의 잘못입니다. 대왕께서 신에게 사과를 하시다니요!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왕, 신이 다시 말씀 올리지만, 군주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신하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는 법이옵니다. 하오니 대왕께서 신에게 대왕의 잘못을 말씀하시며 고개를 숙이시게 한 일은 전적으로 신의 잘못입니다. 대왕 신을 벌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내가 유비에게 재차 죄를 청하자, 장비를 포함한 나머지 제장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유비를 향해 큰 소리로 아뢰었다.
“대왕, 신 등이 잘못하여 대왕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나이다! 신 등을 벌하여 주십시오! ”
이렇게 상황이 돌아가자 유비는 난감하기가 그지없었다.
“알았소. 알았소 과인이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과인이 그대들의 잘못을 용서할 것이니 어서 일어서도록 하시오.”
내가 이렇게 유비에게 지나칠 정도로 간언을 하며 장비를 포함한 제장들까지 유비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죄를 청하게 만든 것은, 이래야만 유비가 다시는 전장의 앞에서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로 실상은 유비의 고집이 대단했던 것이니, 평소 유비가 신하들의 간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유비 자신의 원래 성정을 억지로 억누른 결과였다.
하나, *유비는 어느 순간이 되면 고집을 계속 부리며 신하들과 상황을 어렵게 만드니, 곁에서 반드시 목숨을 걸고 유비를 설복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 촉의 이인자 제갈량조차 유비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게 되면 유비를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정사에서 제갈량이 유비에게 형주를 취하여 이를 기반으로 조조를 막자는 계책을 진언하였는데 유비는 이는 군자의 도리에 어긋난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며 스스로 더 큰 위기를 초래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원 역사에서는 또 이릉대전을 일으키려 한 유비를 주위 신하들이 막았으나(특히 조운) 유비는 신하들의 충언을 듣지 않고 그대로 대군을 이끌고 오를 공격하였고, 그 결과는 대참사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나 법정인 것이다.
* * *
나와 제장들은 유비가 죄(?)를 면하여 주자 다 함께 유비의 은혜에 감사를 표하였다.
“대왕께서 신 등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니 참으로 망극할 따름이옵니다!”
그렇게 일단의 상황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나는 유비에게 아까 위기의 상황에서 강맹한 화살로 유비를 구한 황서를 소개하며 그의 활약상을 알렸다.
유비는 황충의 아들인 황서가 살아 있다는 것과 그리고 이렇게 맹활약을 하고 있고, 거기다 자신을 구하였다는 사실에 크게 감탄하고 기뻐하였다.
“자네가 바로 한승(漢升. 황충의 자)의 아들이로구나! 한승의 아들까지 2대에 걸쳐 과인을 구하다니! 참으로 충의의 가문이로다!”
황서는 유비의 말에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
그것은 지난날 황충이 가정을 소홀히 하고 대왕 유비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리라.
하나, 황서는 곧 표정을 풀고 유비에게 절을 올리며 아뢰기를.
“신, 황서가 대왕을 뵈옵니다.”
“그래, 그래. 이렇게 보니 젊은 한승을 보는 것 같군그래. 자네 또한 한승처럼 활의 달인인가 보군. 어떻게 그렇게 강맹한 화살을 날릴 수 있다는 말인가?”
“과찬이십니다 대왕.”
“앞으로도 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게.”
“신은 그저 대왕의 명을 받들 뿐입니다…”
이어서 나는 이미 유비가 전해 들었을 2군의 활약에 대해 다시 한번 간략하게 아뢰었으니, 유비는 이에 2군 제장들의 공을 치하하였다.
특히 유비는 양번까지 얻은 일을 바로 얼마 전 전해 들었다며 이로써 관우의 복수를 조금은 한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유비는 장비에게 정말 고생하였다고 말하며 장비를 치하하였다.
“익덕, 자네가 2군의 선봉장으로 정말 많은 활약을 하였으니 그 공이 참으로 대단하네. 정말 고생이 많았네.”
장비는 이 모든 일은 오롯이 상서령, 법정의 뛰어난 계책 덕분이라며 나에게 공을 돌렸다.
“대왕, 이번 2군의 대활약은 오로지 상서령의 뛰어난 계책 때문이었습니다. 신은 그저 상서령의 명에 따랐을 뿐입니다. 하오니 상서령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나는 포권을 취하며 말하기를.
“대왕 신은 대왕의 명을 받아 이에 맞는 계략을 꾸민 일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계책이 있더라도 이를 실행하는 좋은 장수가 없다면 모든 것은 헛일일 뿐입니다. 하오니 이번 2군의 공은 우장군(장비)을 포함한 제장들의 몫입니다.”
나의 말에 유비는 크게 웃으며 기쁨을 표하였다.
“하하하! 2군의 상서령과 우장군을 포함한 제장들이 이리 한 마음 한뜻이었기에 그리 큰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이오! 참으로 다들 장하오!”
“황공하옵니다 대왕.”
이어서 나는 아군의 부장으로 활약을 펼친 왕평, 구부, 미위, 황서 등의 공을 유비에게 아뢰어 작금의 임시직이 아닌 당당한 군의 장군으로 임명해달라 청하였다.
그리하여 유비는 구부, 미위, 황서 등을 아문장군(牙門將軍)으로 삼고 번성의 임시 성주로 있는 왕평을 정식으로 번성 태수로 임명하였다.
그리고 유비는 신의를 그대로 서성 태수로 삼았고 장억을 상용 일대 전체 태수로 임명하였으며, 황권을 형주 자사로 겸 양양 태수로 임명하여 양번을 통할(統轄) 하게 하였다.
또한 나는 양번 전투에서 생포한 서황의 일을 유비에게 아뢰었고, 유비는 작금 서황이 성도로 압송되었음을 듣고는 서황의 처결은 유비가 성도로 돌아간 다음 결정하기로 하였다.
* * *
이어서 유비는 작금 1군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참모회의를 주관하였는데 대책을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 법정이었다.
“대왕 신 상서령 법정이 아뢰옵니다. 작금 1군은 무위와 농서 땅에서 적의 거센 반항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역적 조비는 이미 장안에 대군을 이끌고 왔기에 얼마 있지 않으면 대군을 이끌고 아군을 들이칠 것입니다.”
나의 말에 유비가 표정이 급속히 어두워지며 걱정을 하였다.
“상서령 조적이 대군으로 아군을 공격하면 무위, 농서에서 고전하고 있는 아군이 적의 대군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오. 이를 어찌 대처하면 좋겠소?”
신하가 군주의 근심을 풀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대왕, 이미 신은 군사와 상의를 하여 이를 대처할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에 들어갔나이다.”
유비는 나의 말에 반색을 하며 물었다.
“오! 이미 말이오? 그 방안이 무엇이오?”
“예, 대왕. 신은 이곳으로 달려오기 전에 장안에 아군의 주력 대군이 실상은 장안을 직접 노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퍼트렸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위 장군(위연)에게 병 오천으로 자오도로 직접 장안을 노리게 하였습니다.
신이 알아본 바로는 조적의 장안 대군을 이끄는 자는 조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선봉은 장합입니다. 조비는 위 장군이 정말로 자오도로 공격해 오는 것을 보고받게 되면 장안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조진으로 하여금 자오도로 나아가 위 장군부터 막도록 명을 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선봉인 장합은 그대로 일단의 대군을 이끌고 아군의 중앙을 파고들기 위해 가정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말을 들은 유비가 한편으로 안심을 하면서도 장합이 가정으로 공격해 올 것이라는 말에 다시 근심을 하였다.
“가정으로 장합이 쳐들어오게 되면 자칫 무위의 마 장군(마초)의 선봉군과 이곳의 아군이 완전히 분단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할 것이오.”
역시 유비는 전장을 보는 큰 눈이 있었다.
원 역사의 제갈량의 1차 북벌이나 이 역사의 작금의 상황에서 장합이 가정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수는 정말 좋은 한수였다.
바로 아군의 중앙을 제쳐들어 오며 아군을 분리시키니 아군이 제대로 된 힘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아군은 무위, 농서 땅에서 고전을 하고 있으니 만약 장합이 제때 가정을 통과하여 아군을 공격한다면 아군은 큰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나, 이에 대한 대비도 내가 이미 제갈량과 이심전심으로 대처를 해두었다.
“대왕, 대왕께서 근심하는 점이 바로 작금 아군의 가장 큰 약점일 것이옵니다. 하오나 이에 대해서도 이미 신이 군사와 상의를 하여 대처를 해두었습니다.”
“오! 그것도 이미 대처를 해두었소? 역시 상서령이구려! 어찌 대처를 하였소?”
“예, 대왕. 이미 장익을 참군(參軍)으로 삼고 등지를 부장으로 장익을 돕게 하여, 장익이 성도의 오천 병마를 이끌고 가정으로 나갔나이다. 아마 지금쯤 장익이 장합의 대군에 맞설 준비를 마쳤을 것입니다.”
바로 내가 잔도를 건너기 전 취한 두 번째 조치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나는 장익, 그리고 장익을 보좌할 등지에게 병 오천으로 곧장 가정으로 향하여 장합의 공격에 대비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특히 나는 원 역사에서 마속이 가정에서 벌인 큰 잘못을 이 역사에 다시 재현하는 일이 없도록 장익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자세한 사항을 적은 밀봉된 서신을 장익에게 보냈다.
이를 보고 장익이 그대로 수행을 할 것이기에 원 역사와 같은 가정의 어이없는 패배는 더 이상 없을 터였다.
유비는 나의 이러한 선조치 후보고를 허(許) 하면서 잘 대처하였다고 칭찬하였다.
이어서 나는 아군의 군량 문제에 대해서도 유비에게 진언을 하였다.
“대왕, 작금 군사가 군량을 수송하고 있을 것입니다. 군사는 군량 수송을 위한 ‘목우유마’라는 도구를 만들어 수송을 빠르게 하고 있으니 얼마 있지 않으면 곧 군량이 이곳으로 도착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갈 군사는 보급에 전적으로 신경을 쓰면서 성도의 조정도 돌볼 것이니 대왕께서는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나의 이러한 진언들을 듣고는 유비는 크게 안도를 하였다.
“역시 군사요! 역시 상서령이오! 군사가 보급을 책임지고 상서령이 이리 전장의 전략을 짜내고 수행하니 이보다 좋은 조합은 없을 것이오!”
“과찬이십니다 대왕.”
이어서 나는 지금 대왕이 가장 근심하는 부분을 해결할 방안을 아뢰었으니 그것은 바로 대왕을 승하의 위기까지 몰리게 한 농서의 위 나라 유격 군을 어찌 대처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과인은 농서의 적군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 고심을 하고 있었소. 상서령 어서 그 대처 방안을 말해보도록 하시오.”
“예, 대왕. 대왕께서 말씀하신 대로 작금 아군을 괴롭히는 농서의 적군을 섬멸하여 후방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아군을 기습하여 아군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적장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이미 신이 척후 등을 최대한 많이 풀어 적장에 대해 알아보게 하였으니 얼마 있지 않으면 적장의 정체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도 손자병법의 ‘지피기지면 백전불태’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즉, 적장이 누구인지 알아야 그에 맞추어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적장이 대왕을 큰 위기로 몰아붙였던 것도 적장이 대왕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여 이를 활용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기 적장은 병법에도 밝고 실제 이를 전장에서 활용할 줄도 아는 장수일 터였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대왕이 올 길에 미리 매복을 하여 대왕을 암살하려 했다는 말인가.
이렇게 나는 우선 농서 땅에서 아군을 괴롭히고 대왕까지 암살하려 했던 적장을 파악하는 데 주력을 하였으니, 곧 나는 적장이 누군가인지 알게 되고는 크게 놀라는데…
과연 적장이 누구이길래 내가 놀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