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89
89. 법정의 전략, 적을 농락하다!
여기서 나의 옹양주의 동남쪽 공략(낙수를 타고 내려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 있기 전에 서쪽에서 대왕 유비가 어떠한 전략적 움직임을 가져간 것인지 살펴보자면.
대왕 유비는 나의 동남쪽 움직임보다 먼저 행동에 나아갔으니, 이것은 나의 진언에 따른 전략적 행보였다.
유비는 나의 계책에 따라 대군을 이끌고 마치 당장이라도 장안으로 쳐들어갈 것처럼 움직이며 견수에 도달하였다.
유비가 견수에 당도하자 척후를 통해 이를 보고받은 진창의 장합과 북원의 조진은 잔뜩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견수를 바로 끼고 있는 진창성의 장합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것은 지난번에 유비의 움직임에 속아 유비에게 안정을 내준 일이 있었기에, 이것이 유인책인지 아니면 정말로 장안을 노리는 것인지 장합이 헷갈리고 있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조진 또한 장합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상세한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유비의 움직임이 유동적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장합과 조진은 진창과 북원에서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척후의 보고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급보가 전해진 것이다.
“장군! 촉군이 진창성 근방 30리까지 접근하였습니다!”
이리 되자 장합은 조진에게 유비가 진창성 근처까지 온 것을 즉시 전령을 통해 알렸다.
그러면서 장합은 유비의 노림수(실상은 법정의 노림수)가 이곳 진창성이 아닐까 생각하였고 이를 부관인 학소와 상의하였다.
“유비가 대군을 이끌고 이곳 진창으로 오는 것을 보니 정공법을 써서 먼저 이곳 진창성을 노리고 이어서 북원을 공략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학 부관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장합의 물음에 학소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였으니, 그것은 학소가 촉의 책사 법정의 계책에 말려들어 결국은 무위를 내준 일 때문이었다.
하나,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소장은 촉왕 유비가 이곳 진창으로 움직였다는 것이 법정의 술책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에도 장군께 말씀드린 것처럼, 법정의 책략은 워낙 예측하기가 힘들어 이것이 장군의 말씀처럼 이곳 진창성을 직접 공략하는 정공법인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유인책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장군과 정서장군(조진)께서 진창과 북원에서 서로 협응하며 유비 군을 상대한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학소는 모범 답안지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학소의 답변에 장합도 찬동을 하였다.
“나 또한 자네와 같은 생각이네. 대신 유비의 움직임을 더 상세히 살펴야 할 것이야.”
그리하여 장합은 유비 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기로 한 것이다.
* * *
드디어 여기서 법정이 노린 두 가지 커다란 노림수를 말할 차례가 온 것 같다.
첫 번째로 그것은 조위 군의 눈에 보일 정도로 큰 움직임을 가져가 조위 군이 진짜 위기라 느껴질 정도로 만들게 하는 것으로, 이는 법정이 일전에 가정성에 있을 때 한중의 위연에 미리 명해둔 것이다.
즉, 법정은 가정성을 나서며 급히 전략을 적은 서신을 전령을 통해 위연에게 보내 다음 명을 내린 것으로, 위연은 이를 전달받고 곧 부관 구부와 함께 1만 정병을 이끌고 기동에 들어갔다.
“상서령께서 또 다른 명을 내리셨네. 구 부관, 아군은 1만 병마를 이끌고 즉시 상서령의 명에 따라 움직일 것이니 어서 채비하게!”
“예, 장군.”
그렇게 행군을 시작한 1만 위연 군이 노리는 곳은 촉의 북벌로(사실상 제갈량의 북벌로) 중 한 곳이었으니.
바로 원 역사에서 제갈량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조위를 치기 위해 나섰던 공격로인 야곡도로 법정은 위연에게 명해 오장원을 노리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위연은 부관 구부와 함께 1만 한중군을 이끌고 야곡도를 지나 오장원을 들이쳐 점령하였다.
여기서 잠시 오장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오장원은 지형의 생김새가 위에서 보면 비파 모양으로 수백 미터 높이의 구릉지대다.
오장원의 앞쪽(북쪽)으로는 관중 지역의 곡창지대인 관중 평원이 펼쳐지고, 또 남쪽인 뒤로는 진령산맥(秦嶺山脈)을 두고 있어 자연의 방어벽을 형성하고 있다.
거기다 이곳은 구릉 지대인데다 대군이 상주할 수 있고, 둔전을 일궈 군량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곳이다.(동서 약 1.5km, 남북 약 3.5km)
따라서 이곳 오장원을 점령한다면, 위 군이 강(위수와 무공수)을 건너 공격을 한다고 해도 수백 미터 높은 구릉지를 올라가야 하기에 공격하기가 정말 까다로운 천혜의 요새이자 요충지이다.
그리하여 원 역사에서도 제갈량은 대군을 이끌고 야곡도로 나아가 오장원을 점령하니, 조위의 사마의는 이를 상대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법정은 원 역사의 이 일을 잘 알고 있었기에, 위연을 통해 조위의 약점인 이곳 오장원을 기습 점령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연의 오장원 점령은 즉시 장합과 조진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보고입니다! 촉의 대군이 오장원을 점령하였습니다!!”
느닷없이 위연군이 오장원을 점령하자 장합과 조진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뭣이? 촉의 대군이 오장원을 점령해? 이런 큰일이군! 촉적에 또 허를 찔렸구나!”
그것은 두 가지 이유였는데, 첫째 앞서 언급한 대로 오장원은 높고 넓은 구릉지대로 이곳을 공격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둘째가 진짜 이유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오장원에서 위수의 줄기인 무공수를 건너면 사실상 장안까지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 거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위연군이 오장원을 점령한 것은 장합과 조진에게는 촉군이 장안을 직접 노리는 것으로 여겨져 놀라고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장합은 작금 유비의 일련의 움직임이 위연의 공격을 모르게 하려는 법정의 유인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비가 또 한번 우리의 시선을 끄는 동안 위연이 오장원을 들이치다니! 이는 오장원에서 장안을 공격해 들어가는 전략이 분명해. 이것 또한 법정의 술책인가?”
그리고 장합의 생각대로 실제 촉의 위연군이 장안을 향할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척후의 보고가 들어왔다.
조진도 장합과 같은 생각을 하였고, 촉의 위연이 정말로 장안을 당장이라도 노릴 것처럼 움직임을 가져가자, 조진은 곧 조치를 취하였던 것이니.
조진은 북원에 1만 병마를 남겨두고 나머지 4만 대군을 이끌고 즉시 오장원 앞 강으로 달려가 그곳에 진영을 단단히 세우고 위연의 공격에 대비를 하였다.
이와 동시에 조진은 진창성의 장합에게 군령장을 보내 위연이 오장원에서 내려와 장안을 노리려 할 경우 위연의 뒤를 치라는 명을 내려 두었다.
* * *
법정은 위연에게 명을 내릴 때 단계적 대응을 상세히 주문하였다.
그것은 첫째 이미 살펴보았듯이, 위연이 1만 한중군을 이끌고 야곡도를 지나 오장원을 점령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장원을 점령하면 즉시 깃발을 많이 세우고, 진영을 꾸릴 때 막사를 많이 만들어 적에게 마치 아군의 주력 대군이 오장원에 온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두 번째요.
이어 장안을 들이칠 것처럼 하여 조위 군(조진 군)이 장안을 지키기 위해 병력의 대부분을 무공수 너머에 배치하게 만드는 것이 세 번째라.
마지막으로 네 번째, 조진의 병력 대부분이 실제 북원에서 빠지게 되면 일단의 병력을 이끌고 북원을 기습할 것 등이다.
이러한 법정의 단계적이고도 세밀한 전략이 담긴 명을 위연은 부관인 구부와 함께 충실히 수행을 하였고, 조진은 법정의 꾀임에 제대로 넘어가 정말로 주력의 대부분을 강 너머에 배치했던 것이다.
위연은 척후를 통해 조진의 이러한 움직임을 포착하고는 법정의 전략에 감탄을 하면서, 즉시 법정의 명대로 북원을 기습하고자 하였다.
“상서령의 명대로 움직이니 과연 조적이 장안을 지키기 위해 대군 대부분을 북원에서 무공수 너머로 배치를 하였군. 구 부관은 오천 병력으로 이곳 오장원을 지키고 있게. 나머지 오천을 이끌고 내가 직접 북원을 들이칠 것이야!”
“예, 장군!”
그렇게 위연은 구부에게 오장원을 지키게 하고, 직접 오천 병마를 이끌고 북원을 쳤던 것이다.
북원성을 공격한 위연은 이번에도 깃발을 많이 세워 허장성세를 펼쳐 마치 대군처럼 꾸미니, 북원의 수비를 맡고 있는 조진의 부관과 병사들은 촉의 대군이 몰려왔다고 착각을 하여 조진과 장합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한편, 진창성 밖 30리에 주둔하고 있는 유비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던 장합과 학소는 북원으로부터 다급한 구원 요청을 받았으니, 이는 학소가 장합에게 말하였던 촉군의 예상 공격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즉, 이러한 촉군(위연 군)의 기동이 있기 전에 촉의 전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던 학소가 장합에게 촉의 오장원 점령이 장안을 노리기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였던 것이다.
장합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학소가 답하였다.
“예, 장군. 하문에 말씀 올리겠습니다. 제 생각에 오장원을 점령한 촉의 대군은 북원에 정서장군(조진)의 대군이 집결해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여, 촉군은 장안을 노리는 척하여 정서장군의 본 군이 강 너머로 배치하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이렇게 북원의 아군 주력이 빠진 틈을 노려 촉군이 북원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학소의 말을 들은 장합은 생각이 복잡해졌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흠…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군. 만약 학 부관 자네의 말처럼 오장원의 촉군이 움직인다면 이것 또한 촉적 책사 법정의 계략일 것이 분명하네. 이곳 진창의 아군은 눈앞의 유비 군을 막아야 하고 오장원의 촉군도 신경을 써야 하니 적이 어찌 움직일지에 따라 그때그때 융통성 있는 대처를 해야겠지. 하나, 그것이 실제 쉽지가 않은 것이야.”
그랬다.
왜냐하면 전장의 상황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로 이것에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 옳은 대처를 해나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자칫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처를 잘못하게 된다면 적에게 대패하는 대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는 법.
이는 원 역사에서 남산을 등반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여 제갈량의 원대한 제1차 북벌을 완전히 망친 마속의 예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장합은 숱한 전장을 누빈 능장이었기에 작금의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이니, 장합의 이런 고민을 들은 학소가 즉시 말하기를.
“장군, 어찌 되었건 작금 이곳 진창성의 아군은 30리 밖에 주둔하고 있는 유비 군과 오장원의 촉 대군을 동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정서장군께서 명하신 대로 오장원의 촉군이 장안을 노린다면 응당 촉군의 배후를 쳐야 할 것이고, 만약 소장의 예상대로 촉군이 북원을 노리려 한다면 장군께서는 구원군을 보내 북원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학소의 진언을 들은 장합은 일리가 있다고 여겨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이 맞네. 작금 이곳 진창의 아군 형상은 촉적 사이에 끼인 것으로 불리할 수 있으나 반대로 언제든 촉적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유격 군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네. 그리하여 자네의 말대로 촉적이 장안을 노리면 촉적의 뒤를 칠 것이고, 적이 북원을 노리면 북원을 구원할 것이네.”
그렇게 학소의 진언처럼 오장원의 촉군이 북원을 공격하고 있다는 급보와 구원 요청을 받은 장합은 진창성에 있는 1만 2천 병력 중 절반을 학소에게 맡겨 방어를 하게 하고 자신은 나머지 6천 병마로 직접 북원을 도우려 하였다.
하지만 장합이 6천 병사를 이끌고 진창성을 나서려는 순간, 유비가 대군을 이끌고 진창성을 들이쳤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