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95
95. 나, 유비에 계획도시 건설을 건의하다
나는 유비에게 아뢰기 전에 폐허가 된 장안성을 상세히 살폈는데 한 고조 유방이 축조한 이 성은 오래도 되었거니와, 이번 대화재로 인해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보였다.
거기서 나는 더 자세히 성의 상태를 확인을 하였는데, 그러자 장안성의 성벽의 상태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즉, 성벽이 대화마에서도 잘 견딘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금의 장안성은 축조된 지 400여 년이 흐른 고성으로 낡은 데다 대화재의 참화를 겪었으니 뼈대가 온전할 리 없었다.
하여 나는 작금 장안성을 어찌해야 할지 생각을 하였는데, 역시 역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고 이를 유비에게 주청해 올렸던 것이다.
* * *
나는 폐허가 된 장안을 보고 의기소침해하는 유비에게 나아가 이런 진언을 올리니.
“대왕, 이곳 장안성은 고조(유방)께서 건설하신 이래로 사백여 년이 흐른 오래된 성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왕망의 난을 진압하신 광무제께서 쇠락해진 장안에서 낙양으로 천도를 하셨습니다. 하여 낙양이 200여 년을 수도로써 기능을 하였습니다. 한데 역적 동탁이 난을 일으켜 낙양을 불사르고 이곳 장안으로 강제 천도를 하였고, 이어 역도 조조가 자신의 근거지인 허도에 천자를 모시고 그곳을 수도로 삼았던 것입니다.”
내가 한제국의 수도 변천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유비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몰라 좀 더 듣기로 한 모양이었다.
“한데 작금 천자를 유폐시킨 천하의 역적 조비가 장안을 이렇게 온통 불살라 폐허로 만들고는 도망을 쳤습니다. 그리하여, 장안성은 오랜 풍상을 견딘 데다 이번 화마의 불기운에 많이 상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성으로서도 수도나 한 지역의 중심지로서도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유비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던 것이니.
“그것은 과인도 잘 아는 사실이오. 상서령, 그래서 과인에게 진짜로 고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오?”
유비는 한고조 유방이 세운 찬란했던 장안성이 이리 잿더미가 된 것에 상당히 침울하고 기분이 나빠진 상태였다. 그리하여 평소 때와는 다르게 약간은 날카로운 신경을 드러냈던 것이리라.
나도 이를 알기에 조심스레 유비에게 고하였던 것이니.
“예, 대왕. 한고조께서는 진나라가 망하고 전란에 파괴된 함양 대신 교외에 새로운 도성을 세우셨고, 그것이 바로 이곳 장안성입니다.”
말 귀가 빠른 유비는 곧 내가 하려고 하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커진 눈으로 나를 보며 말하였다.
“과인은 상서령이 고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소! 그러니까 과인 또한 고조처럼 새로운 성을 만들라는 말이 아니오?”
역시 유비로다.
“예, 대왕. 그러하옵니다. 대왕께서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미 장안성의 기운은 쇠하였습니다. 신이 이곳 주변의 지형을 돌아보니 교외에 여섯 단의 계단 모양을 한 구릉지가 있었습니다. 신이 그 구릉지에 대해 이곳 백성들에게 물으니 그곳을 용수원(龍首原)이라 부른다 하옵니다. 그리하여 신이 그곳을 자세히 살폈는데 과연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여섯 계단의 구릉지대여서 이곳에 새로운 성을 세운다면 필시 대한 중흥의 중심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한은 유학의 나라다.
유학에서 사서삼경(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사서. 시경, 서경, 역경(주역)이 삼경)은 선비가 익혀야 할 기본 소양으로, 특히 역경을 공부하는 것은 천시와 지시 그리고 인시를 살피기 위함이니 이 시대에는 중요한 것이었다.
유비 또한 유학을 공부하였기에 역경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나는 이를 이용하기로 한 것.
유비는 ‘대한 중흥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말에 그렇지 않아도 큰 귀를 더 쫑긋 세우며 채근하였다.
“대한 증흥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니! 상서령, 그것이 무엇인지 어서 계속 말해보시오.”
나는 유비의 채근에 곧 답을 하였다.
“예, 대왕. 바로 용수원을 주역에서 말하는 육효(六爻)로 삼아 새로운 도성을 세우는 것입니다. 즉, 대왕께서 역적의 수괴 조비를 멸하고 천자를 다시 모실 황성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이 용수원을 살피니 바로 용수원의 구이(九二) 자리는 주역에서 말하는 천자가 계실 곳으로 이곳에 궁성(宮城)을 두어야 하며, 구삼(九三)은 군자의 자리이기에 바로 황성(皇城)이 있어야 할 곳입니다.”
즉, 나의 말은 장안의 용수원에 새로운 황도를 건설하자는 계획인 것이다.
“상서령의 말인즉, 천자를 모실 새로운 황도를 만들자는 말이로군.”
“예, 대왕 바로 그러하옵니다.”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주역에서 천시(天時), 지시(地時), 인시(人時)를 살피는 것은 곧 ‘적당한 때’를 살피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적당한 때에 일을 도모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
내가 지난번 유비에게 조비가 천자를 폐하는 대역을 저지르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곧 유비가 조비를 토벌할 때가 임박하였음을 알렸던 것이 바로 천시였다면.
작금 장안에 새로운 도시를 세우는 일이 바로 지시가 될 터였다.
여기에 더해 인시란 사람의 마음을 잘 살피는 일로 이는 군주로 치면 민심을 잘 살피는 일이니, 작금 삼국의 군주 중 유비가 인시를 누구보다 잘 살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장안에 새로운 도시를 세우는 것을 생각한 데에는, 원역사에서 수 왕조를 개창한 양견이 세운 대흥성(장안성)을 참고한 것으로, 이 대흥성의 설계자인 우문태가 바로 주역의 육효에 따라 용수원을 중심으로 계획도시를 세웠던 것이다.
원역사에서는 이렇게 세워진 장안성이 수나라의 다음 왕조인 당나라에서 세계적인 대도시로 거듭났으니, 나는 이 역사에서 그러한 장안의 중흥을 일찍 꽃피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러한 나의, 장안의 새로운 도시 건설 계획을 들은 유비는 그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선뜻 이를 윤허하기를 꺼려 하였으니.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아무래도 대규모 토목공사이기에 백성들의 커다란 고충이 발생하기 때문일 것 같았다.
이에 나는 유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왕, 대왕께서 장안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일에 염려하시는 점이 혹 이 일로 백성들이 큰 고처를 겪게 될까 저어 되시기 때문이 아니 옵니까?”
나의 물음에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장안이 모두 불타 살 터전을 잃은 백성들이 신도시 건설에 동원되어 고된 노역에까지 처해지는 것을 과인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소.”
유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니 이는 자칫 민심의 이반(離叛)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역사의 진나라는 무리한 대규모 토목 공사(만리장성의 축조, 아방궁, 진시황릉 건설 등)로 이를 부역하는 백성들의 심대한 고역(苦役)이 곧 민심의 이반으로 이어졌고, 결국 대규모 농민 반란이 촉발되며 패망한 것이 아닌가.
하나, 이 경우 강제로 백성의 노동력을 착취한 경우이고,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사뭇 다른 것이니.
“대왕, 대왕께서 우려하시는 점이 무엇인지 신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여 신의 생각에는 백성들이 장안을 재건하도록 하되, 이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나의 말에 유비가 되물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단 말이오?”
“예, 대왕. 그리되면 백성은 강제 노역이 아닌 대왕에게 고용된 일꾼으로서 도시를 건설하게 되는 것입니다.”
유비는 나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계속 설명하라 명하였고, 이에 나는 곧 말을 이어갔다.
“예, 대왕 신이 계속 말씀 올리겠습니다. 작금 아군이 조적과의 연이은 승전에서 확보한 군량과 성도의 제갈 군사가 보내오는 군량이면 충분히 이곳 백성들을 구휼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그냥 나누어 주는 것은 아니 될 것입니다. 바로 이곳 장안 백성이 신도시 건설에 투입되어 스스로 살 곳을 만들고 이에 상응하는 급료로 아국의 화폐를 지급하여 그것으로 식량을 구입하게 해야 할 것이옵니다.”
나의 이러한 설명을 들은 유비는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 조치가 다른 효과 또한 가져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겠소 상서령. 그러니까 백성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여 그것으로 식량을 구입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오. 거기다 백성은 식량을 구입하고 남은 돈으로 다른 물건들을 사게 될 것이니 장안의 경제가 금시에 활력을 찾을 것이오!”
나는 유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바로 보셨습니다 대왕. 안한장군(미축)은 전국적인 대상인이니 그에게 명하여 이곳 장안에 커다란 시장을 열게 하시면 수많은 전국의 물품들이 모이게 될 것이고 대왕께서 말씀하신 대로 장안의 백성들은 식량을 구입하고 남은 돈으로 시장의 물건을 사게 될 것이니, 이는 장안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나의 답변에 유비가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말하였으니, 그것은 촉 화폐가 전국에 더욱더 유통되기 때문이리라.
“알겠소. 그리되면 아국의 화폐가 더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계기가 되겠지.”
“예, 대왕. 그렇사옵니다.”
전국시대의 대분열의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육국에서 각자 쓰던 화폐를 정리하고 반량(半兩)이라는 주화를 만들어 전국에 단일 화폐로 유통한 화폐개혁이었다.
비록 작금의 상황이 천하가 통일된 상태는 아니지만, 장안이 다시금 전국 제일의 상업도시가 되어 전국의 상인과 전국의 상품이 모여들고 다시 전국으로 유통된다면 필시 아국, 촉의 화폐가 전국으로 퍼지게 될 터였다.
이리 되면 화폐개혁에는 미치지 못하나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리라.
이렇듯 유비가 나의 신도시 건설 제안에 흥미를 갖자 나는 이어서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대왕, 그리고 신도시를 건설할 때, 천자께서 계실 궁성을 짓고 이어서 중앙관청의 청사들이 있도록 궁성을 감싼 형태로 황성을 지을 것입니다. 이어서 황성을 중심으로 주작 대로를 내어 대로 양쪽에 백성들이 살아갈 주거지를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백성의 거주 공간까지 마련한 다음 사방을 단단한 성벽으로 두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로로 나뉘게 되는 동서 지역에 각기 제대로 된 큰 시전을 열어 전국과 타국의 문물이 오고 가고 유통이 되는 천하 물류의 중심지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음… 이왕 새로 짓게 되는 황도라면 그리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예, 대왕. 역시 대왕께서는 영명하시옵니다.”
이어서 나는 신도시 건설을 할 경우 이를 어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유비에게 밝혔던 것이다.
* * *
“대왕 만약 대왕께서 신의 주청을 가납하시어 신도시 건설을 하신다면 그곳에 사는 백성은 중원의 백성만이 아닌 진정한 천하의 백성이 되어야 할 줄로 아옵니다.”
나의 이러한 진언에 유비가 나의 말 뜻이 정확히 무엇인지 물었다.
“진정한 천하의 백성이 살 수 있는 신도시를 만들자니, 상서령,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오?”
“예, 대왕. 대왕께서는 이미 강족과 저족, 이족(彝族) 등 다양한 출신의 백성들을 거느리고 계십니다. 그리하여 신은 이왕 천하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드는 김에 다양한 지역,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중원과 외곽 지역에 사는 이족(異族) 뿐만 아니라 멀리 서역의 이족도 대왕의 백성이 된다면 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랬다.
나는 이왕 장안에 대도시를 조성하는 김에, 원역사의 훗날 당나라처럼 장안을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세계적인 대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를 대왕 유비에게 주청한 것이니 유비는 어떠한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